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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에서 큰 족적을 남긴 선수에게 은퇴 투어라는 영광스러운 행사가 있다. 은퇴를 앞둔 해당 리그의 레전드 선수가 현 소속팀은 물론이고 원정 구장의 마지막 경기에서 기념식을 열고 선물 등을 전달받는 행사다. 이를 위해서는 그 선수의 선수로서의 활약과 리그에서 업적 등에 대해 뛰어난 결과물이 있었야 하고 모든 구단과 선수, 팬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국 프로 농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할 수 있는 마이클 조던이 그 대상이었고 카림 압둘 자바, 코비 브라이언트 등이 그 대상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그 전통이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친숙한 이름인 당대 최고 유격수였던 데릭 지터, 강력한 컷 패스트볼로 리그를 호령했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 강타자였던 치퍼 존스와 데이비드 오티스가 있었다. 

우리 프로스포츠에서 그에 상응하는 예우를 받은 인물이 있었다. 국민타자로 불리며 리그와 국제 경기에서 큰 활약을 했던 프로야구 이승엽이 대표적이다. 이승엽은 그의 마지막 은퇴 시즌에 공식적인 은퇴 투어를 했다. 각 구단들은 그가 방문하는 마지막 경기에서 그를 상징하는 위트 넘치는 선물을 증정하기도 했고 원정 구장 팬들도 그의 은퇴를 축하하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만큼 이승엽은 야구 팬들 모두가 인정하는 레전드였다.

하지만 이후 은퇴 투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를 거치며 큰 활약을 했고 성실하고 모범적인 선수 생활을 하며 큰 신망을 얻었던 이호준은 선수협 차원의 조촐한 은퇴 행사를 각 구장별로 했다. 최근에는 LG의 레전드 박용택이 제2호 은퇴 투어 대상자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했다. 각 구장별로 행사를 열기는 했지만, 모처럼 만의 은퇴 투어가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이 상당했다.

 

 


박용택은 LG의 원클럽맨으로 늦은 나이에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고 모범적인 선수 생활로 긍정 평가를 받았다. 40살이 넘은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은퇴 시즌인 2020 시즌에도 97경기 217타수에 3할의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커리어에서 우승의 이력이 없었다는 점과 국가대표로서 큰 활약을 하지 못한 점, 2009 시즌 타율왕이 올랐을 당시 논란 등으로 인해 은퇴 투어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흘렀다. 이에 부담을 느낀 박용택은 은퇴 투어를 고사했다. 그만큼 은퇴 투어를 하기 위해서는 여론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22 시즌을 준비하는 시점에 이대호 은퇴 투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롯데와의 두 번째 FA 계약이 끝난다. 이제는 거의 남지 않은 프로야구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2년생 스타다. KOB 리그에서 이대호는 두 번이나 타율, 타점, 홈런왕을 동시에 차지하는 트리플크라운 달성했다. 2010 시즌에는 도루를 제외하고 타격 7개 부분의 타이틀을 독식한 타격 7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한마디로 리그를 지배했던 타자였다. 좌타자였던 이승엽과 함께 우타자로 이대호는 최고의 타자였다. 

이대호는 그 활약을 국제 경기에서도 이어갔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에서 중심 타자로 큰 활약을 했다. 이대호는 그의 활약상을 해외로 넓혀 일본 프로야구에서 오릭스, 소프트뱅크를 거치며 리그 정상급 타자로 이력을 쌓았고 우승 멤버가 되기도 했다. 이대호는 일본을 거쳐 메이저리그에서 1시즌 활약하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이승엽도 하지 못한 한. 미. 일 리그를 모두 경험한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해외 리그에서의 활약을 뒤로하고 2017 시즌 4년간 15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FA 계약으로 롯데에 복귀했다. 당시 이대호에 관심을 보이는 일본 구단이 있었지만, 이대호는 선수 생활을 후반기를 KBO 리그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대호의 복귀는 큰 화제거리였다. 

이대호는 변함없는 기량으로 리그 최고 타자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이대호는 2017 시즌 34홈런 111타점, 2018 시즌 37홈런 125타점을 기록했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에도 그는 건재하다. 그의 활약이 더해지며 롯데는 하위권 탈출을 기대했고 2017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 시즌부터 이대호는 내림세를 보였다. 그에 역시 세월의 무게를 절감해야 했다. 그의 자리를 롯데 변함없는 4번 타자였지만,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2019 시즌 이후 이대호는 3할 타율을 넘지 못했다. 2019 시즌 홈런수는 16개로 급감했다. 당시는 공인구 반발력 감소로 리그 전체적으로 홈런수가 크게 급감한 시기였다. 이대호는 그 영향을 제대로 받았다.

그 해 롯데는 이대호의 내림세와 함께 리그 최하위로 기록했다.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이대호의 책임론이 크게 일어났다. 그가 받는 막대한 연봉 대비 활약이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컸다. 이대호에게는 경기 후 홈 팬이 던진 물건에 맞는 불상사도 있었고 팀 성적 부진 책임론 등이 겹치며 시즌 막바지 2군행을 경험하기도 했다. 2019 시즌은 롯데와 이대호 모두에서 최악의 시즌이었다. 특히, 최고 연봉을 받는 이대호가 가지는 부담은 한층 더했다.

2020 시즌 심기일전한 이대호는 20홈런 110타점으로 부활했고 두 번째 FA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 계약을 하면서 이대호는 팀 우승에 따른 옵션을 추가하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우승은 아니어도 오랜 세월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소속팀 롯데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일이었다. 

그의 의지와 달리 롯데는 2020 시즌과 2021 시즌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는 우승에 대한 도전보다는 팀 리빌딩에 더 주력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상당수 이런저런 이유로 팀을 떠났고 젊은 팀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롯데다. 이대호의 우승 의지와 무색하게 롯데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손아섭마저 FA 계약으로 팀을 떠난 상황에서 롯데는 전준우와 함께 거의 유일하게 롯데의 마지막 전성기였던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선수가 됐다. 이대호의 KBO 리그에서의 선수 생활의 롯데의 부침과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롯데의 부진한 성적이 그의 선수 커리어에 큰 흠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호의 은퇴 투어 논란이 핵심이기도 하다. 이대호는 이승엽 못지않은 선수 이력에 그에 상응하는 통산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우승 경력이 없다는 점이 큰 약점이 되고 있다. 선수 생활 후반기 롯데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이대호의 은퇴 투어의 장애물이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선수협 회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불거진 선수협 운영을 둘러싼 문제들도 이대호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이대호는 그런 문제들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 해도 선수협의 최고 결정권자였다. 가뜩이나 선수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대호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선수협 회장을 꺼려 하는 분위기 속에 자의반, 타의 반으로 그 자리에 올랐던 이대호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큰 오점이었던 건 분명한 일이었다.

 

 


이런 문제들은 이대호의 은퇴 투어에 있어 논란을 발생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야구인들은 이대호가 대상이 아니라면 누가 은퇴 투어를 할 수 있을지 반문하고 있다. 이대호는 선수로서 모범적이었다. 매우 육중한 몸이지만, 그 누구보다 유연한 몸을 가진 이대호는 공에 힘을 실어 때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 탓에 내야 안타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커리어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12 시즌부터 2016 시즌까지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며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이대호는 2021 시즌까지 통산 타율이 3할을 넘고 351홈런에 2,020안타, 1,324타점을 기록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누구도 하지 못한 타격 7관왕의 업적이 있다.

분명 나이에 따른 노쇠화 문제가 있지만, 2021 시즌 이대호는 롯데에서 가장 많은 19홈런과 81타점을 기록하며 중심 타자로서 충분히 역할을 했다. 40살의 선수가 쉽게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다. 또한, 2021 시즌 중 엔트리에 포수를 다 소진한 상황에서 스스로 포수로 나서며 팀 승리를 지켜내는 보기 드문 장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대호는 불우했던 유년기를 극복했고 프로 입단 후 부상과 함께 투수에서 타자로 전환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이겨내며 타자로서 성공시대를 열었다. 이후 오랜 세월 최고 선수로 활약하며 부와 명예를 모두 얻는 그의 성공 스토리는 분명 평가받을만하다. KBO 리그의 역사에서 이대호의 존재감을 매우 크다. 

이런 이대호의 은퇴 투어가 논란이 대상이 되는 건 아쉬운 일이다. 누구나 잘못이 있을 수 있고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선수로서 이대호의 커리어 모두가 폄하되는 건 KBO 리그 차원에서도 결코 긍정적이 일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이대호 스스로 은퇴 투어를 포기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일탈과 리그 인기 저하, 국제경기 부진 등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현안을 해결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KBO 총재는 돌연 자리를 물러나 공석이다. KBO 리그를 둘러싸고 부정적 보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모두 환영받는 레전드 선수의 은퇴 투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대호의 은퇴 투어는 한 개인의 영광이 아니다. 리그의 긍정 역사를 쌓아가는 일이다. 이에 대한 긍정적인 결론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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