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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육성과 선수단의 슬림화, 정예화가 중요한 흐름이 된 프로야구에서는 매 시즌 후 상당수 선수들이 방출의 아픔을 겪는다. 해마다 10여 명 안팎의 신인 선수들이 구단의 지명을 받아 입단하고 신고 선수로도 입단하는 현실에서 한정된 엔트리 중 누군가는 자리를 비워야 한다.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구단은 전력 구성상 중요성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그 규모가 커지고 이름값있는 선수들도 방출 명단에 포함되는 일이 늘었다. 과거에는 베테랑 선수들이 방출 대상의 주류를 이뤘지만, 성장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젊은 선수들도 다수 방출 선수 명단에 들어간다. 실력으로 말해야 하는 프로의 냉혹함을 시즌 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에도 시즌 중, 시즌 후까지 100여 명의 선수들이 팀을 떠나야 했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당당히 여러 팀과 협상을 하며 계약을 따내는 것과 비교해 방출 선수들은 현역 선수 생활 연장마저 불투명한 가운데 겨울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았던 과거에는 꽤 많은 선수들이 타 팀과의 계약으로 기회를 잡았지만, 최근에는 자체 육성에 중점을 두면서 방출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 새롭게 기회를 얻는 선수들도 그만큼 줄었다. 

2022 시즌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10명 가까운 선수들이 새롭게 기회를 잡았다. 특히, 베테랑 투수들이 눈에 띈다. 롯데에서 SSG로 팀을 옮긴 노경은, NC에서 두산으로 팀을 옮긴 임창민, NC에서 LG로 팀을 옮긴 김진성, LG에서 SSG로 팀을 옮긴 고효준이 그들이다. 이들 외에도 투수 중 LG에서 두산으로 이동한 김지용, 두산에서 롯데로 이동한 이동원이 있다. 야수들 중에서도 SSG의 주전 외야수였던 고종욱을 포함해 몇몇 선수들이 새 팀에서 스프링 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롯데 시절 노경은 - 롯데 자이언츠

 


상대적으로 투수들의 비중이 컸다. 이름값있고 아직 경쟁력 있는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투수가 귀한 리그 환경이지만, 이들은 전 구단과의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대부분 팀들은 젊은 투수들의 육성에 주력하면서 가능성 있는 영건들의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을 영입한 팀들은 포스트 시즌 진출을 기대하는 팀으로 즉시 전력감의 베테랑 투수들을 영입했다. 팀을 옮겨 어렵게 기회를 잡은 투수들로서는 새로운 팀에서 그들에게 기대하는 능력치는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현역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 냉혹한 현실에 놓여있다. 

SSG 마운드에 가세한 노경은은 풍운아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선수 생활의 우여곡절이 많았다. 두산과 롯데를 거친 노경은은 입단 당시 최고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긴 부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후 두산의 에이스로 거듭나는가 했지만, 얼마 안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이후 구단과 마찰을 빚으며 트레이드 거부와 은퇴 파동을 일으키기도 했고 롯데로 트레이드 되며 제2의 선수 생활을 열었다. 롯데에서 노경은은 선발 투수로 중용됐지만, 기대와 달리 예전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제 선수 생활 연장마저 위태로운 시점에 노경은은 투구 패턴에 큰 변화를 주면서 반등했고 롯데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FA 자격 요건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노경은은 많은 나이와 기복이 컸던 선수 커리어, 보상 선수 규정 등에 발목이 잡히며 원하는 계약을 얻어낼 수 없었다. 원 소속팀 롯데와의 계약 협상도 순조롭지 않았다. 결국, 노경은은 FA 계약에 실패하며 1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했다. 이후 롯데와 극적으로 계약하며 복귀했지만,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지 못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야 했고 1군과 2군을 오가는 상황이 됐다. 결국, 노경은은 롯데와의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런 노경은을 SSG가 영입했다. 

SSG는 부상 재활 중인 박종훈, 문승원 두 선발 투수가 복귀하는 시점까지 선발 로테이션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 불펜진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실전에 나설 투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다.

SSG는 이미 지난 시즌 방출 상태였던 키움 출신의 베테랑 투수 신재영을 시즌 중 급히 영입한 이력이 있다. 노경은은 경험이 풍부하고 선발과 불펜에도 두루 활용이 가능하다. 구위도 여전하다. 노경은은 140킬로 중반의 직구를 아직 던질 수 있고 다양한 변화구 구사가 가능하다. 지난 시즌 들쑥날쑥한 등판 일정에 고전했지만, 1군에서 꾸준히 투구할 수 있다면 선발과 불펜진에 큰 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경은으로서는 그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할 수 있다. 베테랑 선수들 활용에 매우 적극적인  SSG의 팀 문화도 노경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시즌까지 NC 불펜진의 핵심 투수였던 임창민과 김진성의 방출 소식은 이외였다. 두 투수는 NC가 창단하던 시절부터 팀과 함께 했던 프랜차이즈 선수였고 2020시즌 NC의 정규리그 우승 멤버이기도 했다. NC에서 두 베테랑 투수는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하기도 했고 NC 불펜을 상징하는 투수들이었다. 

하지만 2021 시즌 주축 선수들의 심야 술판 파동 여파가 겹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NC는 팀 분위기 쇄신과 함께 베테랑 선수들의 정리를 단행했다. 그 명단에 임창민과 김진성도 포함됐다. 프랜차이즈 선수고 불펜 투수로 혹사라 할 수 있는 투구 이닝을 감당했던 이들이었지만, 프로의 냉혹함을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이들은 경험 있는 우완 불펜 투수를 필요로 하는 두산과 LG에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임창민은 지난 시즌 46경기 40.1이닝을 소화하며 17홀드, 방어율 3.79의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강속구 투수들이 주축인 두산 불펜진에 임창민의 관록을 더해질 수 있다. 넓은 잠실 구장의 환경과 뛰어난 땅볼 유도 능력은 두산의 단단한 내야진과 어울려 성적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속적인 전력 약화에도 내부 선수 육성과 성공적인 트레이드 등으로 전력을 보강하며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역사를 쓴 두산이다. 두산은 임창민에게서 또 한 번 외부 선수 영입 성공 스토리를 기대하고 있다. 

김진성은 2020 NC의 우승 당시 한국시리즈 거의 전 경기를 등판하며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김진성은 2013 시즌부터 NC 불펜진의 핵심 선수였고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그 후유증으로 몇몇 시즌 고전하기도 했지만, 이내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필승 불펜진의 일원으로 남았다. 마무리 투수로서도 역량을 발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김진성은 매우 고전했다. 2020 시즌 무리한 등판이 부담이 됐다. 30대 후반의 나이도 그의 회복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었다. 결국, 김진성은 시즌 후 임창민과 함께 팀을 떠나야 했다. 

이런 임창민에 LG가 손을 내밀었다. LG는 리그에서 가장 강한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고 불펜진 역시 최강이다. 김진성이 1군 엔트리에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김진성은 LG 불펜진에 부족한 경험 많은 우완 불펜 투수다. 우승을 기대하는 LG로서는 우승 경력에 마무리 투수 경력이 있는 김진성이 매력적인 카드다. 부상 재활 중인 송은범과 함께 김진성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물론, 김진성은 1군에서 당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창민과 달리 상당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젊고 힘 있는 공을 던지는 LG 불펜 투수들 속에서 자신의 장점을 도드라지게 해야 한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SSG와 계약한 좌완 불펜 고효준은 다사다난 했던 야구 인생의 소유자다. 애초 롯데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얼마 안가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SSG의 전신 SK에 입단해 선발과 불펜은 오가는 전천후 투수로 자리를 잡았고 인상적인 성적도 남겼지만, 혹사의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이후 기량 저하와 함께 내림세는 보이던 고효준은 KIA에서 다시 기회를 잡았고 2017 시즌 KIA 우승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다. 제2의 야구 인생을 꽃피울 것 같았던 고효준은 다시 2차 드래프트를 거쳐 그가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 롯데로 돌아왔다. 그의 야구 인생이 롯데에서 마무리될 것 같았다. 

 

롯대 시절 고효준 - 롯데 자이언츠

 


고효준은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위력적인 투구를 하는 좌완 불펜으로 큰 역할을 했다. 좌완 투수가 부족한 롯데에서 고효준은 매우 유용한 투수였다. 롯데에서 2시즌 활약이 더해지며 고효준은 FA 자격도 얻었다. 하지만, 많은 나이와 당시 냉각된  FA 시장의 분위기가 겹치며 고효준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롯데와의 FA 협상도 지지부진했다. 자친 FA 미아가 될 수 있는 위기였다. 고효준은 롯데와 1년 계약에 합의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어렵게 선수 생활을 이어간 고효준은 2020 시즌 후 방출되며 은퇴 위기에 몰렸다. 40살을 바라보는 베테랑 투수는 그의 의지와 달리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고효준은 LG과 극적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단단한 LG 불펜진에서 고효준의 자리가 없었다. 고효준은 1군에서 3경기 등판에 그치며 다시 방출됐다. 이제는 끝이 될 것 같았지만, 고효준은 그가 최고 전성기를 보냈던 SSG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게 됐다. 노경은과 함께 고효준은 롯데를 거친 베테랑 투수로 SSG  마운드에 설 기회를 잡았다. 

이렇게 앞서 언급한 베테랑 투수들은 기회 상실의 위기를 벗어나며 프로야구 선수의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다. 베테랑들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흐름 속에서 이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입지는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일부 선수들의 보험성 성격도 있고 그들을 대신할 젊은 선수들이 등장하면 자리를 내줘야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하고 심리적 기존 팀에서의 기득권은 완전히 사라졌다. 어떻게 보면 신인과 같은 위치다. 분명 한층 어려워진 조건을 이겨내야 한다.

대신 이들 베테랑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낸다면 방출의 설움을 딛고 키움의 주전 외야수로 당당히 입지를 다진 이용규의 사례를 재현한다면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시선을 조금이나마 달라지게 할 수 있다. 이들과 함께 방출의 아픔 후 새 팀을 찾은 선수들의 도전이 올 시즌 어떤 결과를 나타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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