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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아시안 게임 야구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관련하여 이전과 다른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개적인 감독 공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관하고 있는 대한체육회 산하 야구소프트볼협회는 공모제를 선택했다. 이미 상당수 아마추어 스포츠에서 공모제가 정착됐고 농구 역시 공모를 통해 감독을 선임하고 있다. 프로가 참여하는 야구 국제경기에서는 첫 시도다. 

애초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지원자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복수의 지원자가 있다는 소식이다. 이 중에는 과거 프로야구의 레전드였던 이종범 LG 2군 감독도 포함되어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 밖에 인지도 높은 인사의 지원도 예상되고 있다. 그 결과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는 영광과 비난이 교차했다. WBC와 올림픽 등에서 성과를 내며 명장 반열에 오른 이도 있었고 실망스러운 결과로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불명예 퇴진으로 자신의 이력에 큰 오점을 남기는 일도 있었다.

침체한 야구를 부흥하는 데 큰 힘이 된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의 감독이었던 김인식 감독의 대표팀은 감독은 한 수위 전력이라 평가받던 일본과 미국과 대등한 경기를 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우리 야구를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일본과의 대결에서의 연이은 승리는 야구팬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응원을 이끌었다. 비록 4강전에서 일본에 패하긴 했지만, 야구 대표팀의 선전은 큰 뉴스였다.

김인식 감독은 일약 국민 감독으로 떠올랐다. 야구 대표팀은 2009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도 야구 강국들을 연파하며 결승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그때 감독도 김인식 감독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건강 악화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덕장으로서 대표팀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그가 프로야구에서 마지막으로 맡았던 한화 이글스의  성적 부진으로 아쉽게 퇴진하기는 했지만, 김인식 감독에 대한 야구팬들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긍정적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전승 우승을 이끈 김경문 감독도 명장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대표팀은 숙적 일본과의 4강전 극적인 승리를 포함해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때 금메달의 주역들은 야구의 새로운 부흥기를 이끄는 주역들이었다. 국제 경기에서의 연이은 성과는 한때 8개 구단 체제 유지마저 걱정하던 프로야구가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됐다. 프로야구는 최고 인기 스포츠의 위상을 되찾았고 9, 10 구단이 새롭게 창단되면서 리그의 규모가 커졌고 시장도 확장됐다. 

하지만 야구 국가대표팀에는 밝은 기억과 함께 어두운 기억도 함께 했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을 기점으로 국제 경기에서 야구는 점점 경쟁력을 잃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성과는 있었지만, 그 대회는 일본이 프로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았고 대만 역시 최정예 선수들을 참가시키지 않았다. 그런 팀들을 상대로 프로야구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대표팀은 승리하면 당연하고 패하면 망신인 경기였다. 몇몇 대회에서는 불의의 패배를 당하며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기도 했다. 그 결과에 따른 비난 여론이 뒤따랐다.  

이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과 각종 국제 경기에서 야구 국가대표팀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원 마이너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에는 매우 낯선 나라인 이스라엘에도 패하며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한수 아래로 여겼던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어려운 경기를 지속했다. 일본 최정예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경기에서는 전력의 차이를 분명히 보였다. 이따금 성과를 내긴 했지만, 지속력이 없었다.

특히,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 실패는 우리 야구, 특히 40년 역사의 프로야구 리그의 수준에 대한 의문을 더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감독 김경문 감독은 그때의 기억을 재현하려 했지만, 기억은 기억 속에만 남아야 함을 뼈져리게 느끼고 말았다. 베테랑 감독이 된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 야구의 실패와 함께 야구 감독 이력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그 전 선동열 감독 역시 아시안 게임에서의 부진한 경기력과 선수 선발과 관련한 잡음 등으로 불명예 퇴진을 했고 다시 지도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는 어느새 독이 든 성배가 됐고 잘하면 본전, 못하고 망신인 자리가 됐다. 

물론, 야구 국가대표팀의 부진이 감독들의 책임으로만 볼 수 없다. 한 마디로 실력이 부족했다. 그동안 프로야구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선수들의 연봉은 크게 올라갔지만,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여기에 프로야구 선수들의 계속된 일탈과 경기력의 하향 평준화는 리그 인기 하락과 연결됐다. 프로야구 인기의 중요한 버팀목이었던 국제 경기 선전마저 사라지면서 프로야구는 그들만의 공놀이로 전락했다. 이에 대한 KBO의 해법은 극히 제한적이고 비난 여론을 모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야구 국가대표팀 운영과 관련한 시스템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당장 2022 아시안게임에서 새로운 방식이 적용됐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표팀 구성을 야구소프트볼 협회가 주관하게 됐다. 그동안 야구 대표팀 구성이 대부분 프로 선수들로 구성되는 탓에 KBO가 야구 국가대표팀 구성과 운영에 관여했지만, 여타 구기종목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게 됐다. 당장 감독 공모제가 눈에 띈다. 

그동안 특정 인사에 대한 낙점식 선임이 아닌 희망자 중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됐다. 과거 야구 대표팀 감독은 해당 후보가 한정적이었고 최근에는 그 자리를 꺼리면서 선임에 난항을 보이는 일이 많았다. 현역 지도자들은 팀과 대표팀 운영을 동시에 하는데 부담이 컸다. 소속팀 역시 그런 상황을 내심 원치 않았다.

과거 대회를 앞두고 지난 시즌 우승 팀 감독이 대표팀을 맞는 나름의 원칙을 적용하기도 했지만, 대표팀에 전력을 다할 수 없는 환경과 지속성의 부족 등 문제가 있었다. 성적 또한 만족스럽지 못했다. 전임 감독제를 도입하고 명망 있는 재야 인사들로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지만, 실전 감각에 문제가 있었다. 지난 도쿄올림픽 김경문 감독 역시 오랜 기간 실전을 치르지 못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 전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선동열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두고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이번에는 젊고 지명도 있는 인사 선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고 프로야구 레전드 이승엽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오랜 기간 경기장을 떠나있었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도자로 경험을 쌓지 못했고 국가대표 감독이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 외에 여러 인사들이 자천타천 거론됐지만, 해당 인사의 고사와 요건 부족 등 문제로 선임 작업이 지지부진했다.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염경엽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기술 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빠른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감독 공모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애초 큰 부담감으로 지원자가 없는 경우도 우려됐지만, 복수의 지원자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면접 등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 농구는 지원자들이 자신의 철학과 비전, 계획을 밝히고 경쟁을 통해 감독 계약을 했다. 이번에도 그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희망자들 중 선임된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커지고 훨씬 의욕적으로 대표팀을 이끌어갈 환경은 조성됐다. 

아직 지원자들의 면면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들의 경쟁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언론 보도대로 이종범 LG 2군 감독의 지원이 사실이라면 아주 큰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이종범 감독은 프로야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선수였다. 지도자로서도 다년간 경험을 쌓았고 방송 활동도 활발히 하면서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는 몇 차례 고향팀 KIA의 감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국가대표팀 감독 도전을 큰 결심이라 할 수 있다. 현직 지도자의 지원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LG는 이종범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될 경우 적극 지원한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 경우 이종범 감독은 대회까지 경기 감각을 유지하면서 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역 지도자로서 선수들의 특성과 컨디션에 대해서도 파악이 쉽다. 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인 이정후의 국가대표 선발 가능성이 큰 만큼 부자가 함께 국가대표팀 명단에 포함되는 그림도 만들 수 있다. 이는 아시안게임 야구에 대한 관심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 외에도 국가대표 감독 선임전 제시한 가능하면 젊고 활동성 있는 감독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원칙이 적용된다면 국가대표 감독과 코치진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국가대표팀은 전 세계적인 야구 흐름인 데이터와 과학적 장비를 이용한 시스템 야구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대표팀 코치진에 포함할 예정이다. 과거 명망있는 감독의 감과 선수들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야구를 벗어날 수 있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는 연령 제한을 두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선수단을 구성하고 프로야구 리그 중단도 없다. 이전과 다른 대표팀 운영이 불가피하기도 하다. 이런 변화가 어울리는 감독 선임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참신한 감독 선임만으로 대표팀이 경쟁력을 갖춘다고 할 수는 없다. 공정하고 개관적 지표에 근거한 선수 선발도 병행돼야 한다. 그동안 야구 국가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잇따른 잡음이 없어야 한다.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병역 해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각 팀에서는 가능하면 자기 팀 선수들을 대표팀에 포함하려는 모습이 있었고 프로야구 구단을 배려한 선수 구성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역시 각 구단들의 무언의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 또한, 리그 중단이 없는 상황에서 팀 간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국가대표팀 선발에서 소외된 아마 야구 선수들에 대한 배려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최상의 전력을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아마 야구 선수들은 최근 국가대표 선발에서 배제됐다. 연령 제한이라는 원칙을 정한 만큼 이번에는 아마 야구 선수들에 대한 다른 시각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현지 적응이나 상대 분석 등 치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최대 경쟁자인 일본과 대만이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지 않는다 해도 결코 얕볼 수 없는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새롭게 선임되는 감독과 기술위원회, 아마추어 야구와  KBO의 긴밀한 협조 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이는 새로운 야구 국가대표팀 운영 시스템의 안착과 큰 관련이 있다. 

최근 프로야구는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과 리그 운영, 선수들의 인성 문제 등으로 여론의 큰 비난에 직면했다. 각종 개혁 움직임과 자정 노력도 있었지만, 여전히 팬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야구 국가대표 감독 선임은 달라진 프로야구 더 나아가 야구를 보여주는 시작점이다. 누구가 공감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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