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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시범경기는 정규 시즌을 위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치열한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완벽한 주전이 아닌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주전이 아니라면 한정된 1군 엔트리에 들어가기 위한 생존경쟁을 해야 한다. 경기를 치를수록 우열이 가려지고 1군 엔트리의 윤곽도 드러난다. 그만큼 기회는 줄어든다. 주전이 아니라면 주전 경쟁을 하는 중이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정된 기회 속에서 그 기회를 잡아가는 선수들도 있다.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에 그런 선수들이 다수 보이고 있다. 이제 4경기를 했을 뿐이지만, 야수진에서 기존 주전 경쟁의 틀을 깰 후보들이 보인다. 포수에는 정보근, 내야에는 박승욱, 외야에는 장두성이 그들이다. 이들은 시범경기가 시작되는 시점에는 주전 경쟁에서 후 순위에 있었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반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보근은 안중열, 지시완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큰 1군 포수진에 새 변수가 되고 있다. 정보근은 항상 수비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수비 능력으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국제 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타격이 문제였다. 1할대를 맴도는 타격으로는 1군에서 버티기 힘들었다. 그는 특정 투수에 대한 전담 포수나 수비 강화를 위한 백업 포수로서 활약했다. 팀 선수 구성에 따른 1군과 2군을 오가야 했다. 지난 시즌에는 그나마 있던 1군 출전 기회도 크게 줄었다. 정보근은 1군에서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올 시즌에도 정보근은 포수 자원인 안중열, 지시완, 강태율과 함께 1군 스프링캠프에 있었지만, 엄밀히 그는 1군포수 엔트리 2자리를 확신할 수 없었다. 안중열, 지시완 체제는 지난 후반기 롯데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안중열의 롯데 포수 자원 중에서 가장 1군 경기 경험이 많고 공. 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중열은 개막전 선발 포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시완은 롯데가 선발 투수를 내주고 트레이드 영입한 포수다. 여전히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공격력이 매력적이다. 지난 시즌 수비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에 비해 타격 능력이 떨어지는 정보근이 경쟁에서 밀리는 구도였다. 

 

장두성

 


하지만 시범 경기를 통해 정보근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격에서 그는 시범경기 롯데 타자들 중에 가장 뜨거운 타격감이다. 안중열, 지시완 등과 출전 기회를 나누고 있지만, 타격에서 가장 돋보인다. 이전에는 공을 맞히기 급급했지만, 시범 경기 정보근은 힘 있고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표본은 적지만, 4타점을 기록하며 득점권에서도 인상적인 타격을 하고 있다. 수비 안정감은 그대로다.

특히, 3월 17일 경기에서 롯데 1선발 투수로 할 수 있는 외국인 투수 반즈와 좋은 호흡을 보였다. 반즈는 시범 경기 2경기에서 좋은 투구 내용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는 다양한 구종과 안정된 제구로 승부하는 투수로 포수의 리드와 공을 잘 잡아주는 능력이 필요하다. 정보근이 1군에서 생존한다면 반즈의 전담 포수 가능성도 있다. 롯데는 정보근이 타격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면 1군 포수 엔트리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롯데는 올 시즌 마운드가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마운드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포수 존재가 중요하다. 정보근이 시범경기 경기력에 따라 3포수 체제고 고려할 수 있다. 정보근이 반전을 이뤄 생긴 행복한 고민이다. 

내야수 박승욱은 지난 시즌 후 KT에서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우투좌타의 장점에 빠른 스피드를 두루 갖춘 내야수로 장점이 있었지만, 수비에서 불안감이 있었다. SK 와이번스와 KT 위즈를 거치면서 확실한 주전 자리를 잡지 못했고 백업을 전전했다. KT에서 방출된 이후 현역 선수로서의 이력이 단절될 위기에서 박승욱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롯데에 입단했다. 

하지만 롯데에서도 그의 자리를 보장된 건 아니었다. 롯데는 지난 시즌 후 2시즌 연속 팀 내야진의 핵심적인 여할을 했던 외국인 선수 마차도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마차도는 뛰어난 수비 능력과 높은 친화력 1번 타자까지 맡을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있었지만, 롯데는 중심 타선에 설 거포가 필요했다. 마차도를 떠나보낸 롯데는 장타력이 돋보이는 외국인 타자 피터스를 영입했다. 

대신 롯데는 마차도가 없는 유격수 자리를 롯데는 기존 내야 자원인 김민수, 배성근을 먼저 주목했다. 두 선수는 아직 20대에 군필 선수라는 장점에 지난 시즌 1군에서 출전 기회를 늘렸다. 두 선수는 경험이 쌓이면서 충분히 1군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롯데는 이들의 경쟁 구도가 유격수 그리고 롯데 내야진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긴 했지만,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보다 중량감 있는 선수가 필요했고 롯데는 삼성의 주전 유격수였던 이학주를 트레이드 영입했다.

이학주는 메이저리그에서 기량을 인정받았던 유망주였지만, 부상 등 불운으로 도전을 멈추고 KBO 리그로 돌아왔다. 삼성의 지명을 받고 리그에 데뷔했지만, 그의 위상은 신인 아닌 신인이었다. 한 차원 높은 수비 능력과 타격 능력도 기대됐다. 하지만 기량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팀과 잘 융화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력 외로 분류되 이학주는 그의 뜻과 달리 롯데로 팀을 옮겼다. 일단 롯데에서 이학주는 팀에 잘 녹아들었고 주전 유격수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도 높였다. 롯데는 경쟁을 통해 주전 유격수를 정하겠다고 했지만, 이학주만큼의 무게감과 커리어를 가진 선수는 없다. 유망주 투수와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까지 내주고 영입한 이학주이기에 우선 기회를 줘야 하는 롯데의 상황이다. 

이 속에서 박승욱은 냉정히 내야진의 뎁스를 두껍게 하는 선수였다. 스프링캠프 유격수 경쟁에서 박승욱은 이학주, 김민수, 배성근 다음 순위였다. 1군 엔트리 진입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박승욱은 시범경기에서 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매 경기 그의 방망이는 매섭고 밀고 당기는 타격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주자로서는 매우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롯데에 부족한 좌타자에 기동력 야구를 강화하려는 롯데 팀 정책에 부합하는 빠른 발을 갖춘 박승욱은 시범경기를 통해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흔들렸던 수비도 경기를 하면 할수록 나아지고 있다. 그에게 자극받은 탓인지 또 한 명의 후 순위 유격수 경쟁자 배성근 역시 타격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격수 주전 1순위 이학주가 부상으로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승욱과 배성근은 유격수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는 모양새다. 박승욱의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이면서 롯데 유격수 주전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외야수 장두성은 넓어진 롯데 외야와 기동력 야구를 위해 최적화된 선수다. 그의 빠른 발은 이미 퓨처스 리그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장두성은 팀 내에서 가장 스피드를 자랑한다. 이를 바탕으로 장두성은 지난 시즌 대주자 전문 요원으로 1군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올 시즌 장두성은 대주자 전문 요원이라는 스페셜리스트를 넘어 공. 수에서 더 큰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장두성은 시범경기에서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롯데는 확실한 1번 타자가 아직 없다. 홈구장 외야를 넓히고 펜스를 높인 롯데는 득점력 강화를 위해 장타보다는 정교한 타격과 작전 수행 능력, 기동력이 더 필요하다. 그에 부합하는 빠르고 많은 출루를 할 수 있는 1번 타자가 있어야 한다. 그 1번 타자가 넓은 외야를 지킬 수 있는 수비폭을 가진 외야수라면 금상첨화다. 장두성은 그 가능성이 있다. 그는 빠르고 외야수로서 수비에서도 강점이 있다. 문제는 타격이다. 그동안 장두성은 프로에 들어와 타격에서는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장두성은 타격에서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빠른 발을 이용해 내야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보였다. 공을 보는 눈도 한층 발전됐다. 롯데가 원하는 전형적인 1번 타자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개막전 1번 타자가 되기에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롯데에는 자리가 고정된 외국인 타자 피터스, 좌익수 전준우를 제외하고 손아섭이 떠난 외야 한자리를 놓고 많은 선수가 경쟁하고 있다.

지난 시즌 1군에서 자주 모습을 보였던 김재유, 추재현, 신용수와 장두성이 경쟁해야 한다. 대형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조세진과 군에서 제대 후 복귀한 유망주 고승민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자원이다. 좌익수 전준우의 1수 전향이 시도되고 있지만, 그 자리에는 중심  타자 정훈이 있고 지명타자 자리는 올 시즌까지 이대호의 몫이다. 1루수 전준우는 가끔 로테이션 차원에서 이루어질 일이다. 즉, 주전 외야수에서 빈자리를 1자리뿐이다. 매우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1군 경험이 적고 보여준 게 많지 않은 장두성에게는 힘겨운 경쟁이 될 수 있다. 시범경기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올 시즌 롯데는 리빌딩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선수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수년간 이어진 팀 리빌딩과 슬림화의 성과를 점검받는 의미도 있고 체질 개선 과정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도 팀 전반에 새 얼굴이 등장하고 그들이 1군 전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에 롯데가 지향하는 주전과 비주전의 차지가 없는 토털 야구를 하기 위해서도 경쟁 군에 포함될 다수 선수들의 존재는 소중하다.

이 점에서 앞서 언급한 정보근, 박승욱, 장두성의 시범경기 활약은 주목할만하다. 다만, 이들의 활약이 시범경기는 그저 시범경기일 뿐이라는 속설을 증명하는 반짝 활약일지 팀 경쟁 구도를 흔들 활약일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시범경기지만, 팀 내 경쟁이 많아지고 치열해지는 건 롯데에게 반가운 일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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