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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은 축구 A매치 이란전 무승의 징크스가 드디어 깨졌다. 3월 24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9라운드 홈 경기에서 한국은 이란을 2 : 0으로 꺾었다. 이 승리로 한국은 최종 예선 순위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10라운드 UAE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최종 예선 조 1위를 확정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10년 넘게 이어지던 이란전 무승의 기록도 함께 끝냈다. 

이란은 그동안 전통의 축구 라이벌이자 숙적인 일본 만큼이나 한국을 괴롭혀온 상대였다. 이란은 1996년 아시안컵에서 축구 역사상 최악의 패배 중 하나인  2 : 6의 패배를 안기기도 했고 최근 10여년 간 한국이 이기지 못한 나라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는 두 차례 대결에서 모두 무득점 패배를 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특히, 두번의  패배 중 홈 경기에서는 당시 이란 감독이었던 케이로스의 지금도 회자되는 주먹 감자 세리머니를 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이후 축구팬들에게 이란은 일본만큼이나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가 됐고 국가대표 선수들 역시 이란전에 대해서는 강한 승리 의지를 보였지만, 좀처럼 이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란은 강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끈끈한 수비와 조직력, 뛰어난 기량의 공격수들이 펼치는 기습이 뛰어났다. 상대적으로 유럽팀에 약점이 있는 한국에는 매 번 버거운 상대였다. 어느새 이란은 한국의 천적과도 같은 관계가 됐다. 

하지만, 최근 수 년간 상황은 조금씩 변했다. 한국은 이란에 승리하지 못했지만, 무승부 경기를 이어왔다.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이었고 대등한 경기를 했다. 이란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이길 수 있는 희망이 보였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 이란과의 원정 경기는 중요한 계기였다.

 

 


그 경기에서 한국은 매우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 : 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원정팀의 무덤이라 하는 이란 테헤란 원정에서 겨둔 값진 성과였다. 그 경기에서 대표팀 에이스 겸 주장 손흥민은 선제 골을 터뜨렸고 대표팀은 전반전 원정팀임에도 홈 팀 이란을 압도했다. 후반전 긴 원정에 따른 체력 저하로 밀리는 경기를 했고 동점 골을 내주며 승리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란에 대한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경기였다.

이란 원정에서의 선전 이후 대표팀은 승승장구 하며 승점을 쌓았다. 애초 최종 예선 조 편성에서 상대팀이 모두 중동으로 결정되면서 큰 우려가 있었던 대표팀이었다. 역대로 대표팀은 중동 원정에 약점이 있었다. 크게 다른 기후와 경기장 환경, 불안정한 지역 정세에 중동 특유의 텃세까지 힘든 원정이 예상됐다. 거기에 홈에서 열렸던 1, 2차전 부진한 경기력으로 앞으로 일정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동 원정의 시작인 이란전 선전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대표팀은 7, 8라운드 중동 원정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그 경기에서는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 등 주력 선수 몇몇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상대를 압도하며 승점 6점을 쌓았다. 최종 예선전을 치르면서 대표팀의 조직력은 한층 완성도를 더했고 선수층도 두꺼워졌다. 애초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우리 실정에 맞지 않은 점유율 축구를 고집하는 벤투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도 상당했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았다. 그는 최종 예선전을 거듭하면서 대표팀에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잘 녹아들게 했다. 융통성 부족에 대해서는 선수 기용 폭을 넓히고 전술의 유연성을 더하며 스타일에 변화를 가져왔다. 선수들도 벤투 축구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대표팀은 경기를 하면 할수록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는 이란과의 길었던 무승의 고리를 끊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이란과의 홈 경기는 여러가지 이야깃거리가 많은 경기였다. 우선 코로나 펜데믹 상황 속에 대표팀 경기에서 관중 입장을 제한하던 규제가 완전히 풀렸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모처럼 6만명이 넘는 관중으로 가득찼다. 코로나 감염 등의 우려로 하지 못했던 서포터즈들의 육성 응원도 재개됐고 모든 관중이 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마음껏 응원했다. 우리 축구 특유의 응원인 카드 섹션 퍼포먼스도 다시 모습을 보였다. " 보고 싶었습니다 "라는 카드섹션 문구는 축구팬들의 마음을 그대로 상징했다. 

이런 홈 관중의 열기는 원정팀 이란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한국은 이란 테헤란 원정에서 10만명에 달하는 이란 홈 관중들의 광적인 응원에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란이 그 반대의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은 홈 경기의 이점을 모처럼 제대로 느끼며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앞두고 코로나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한국과 이란 선수 중 상당수가 코로나 감염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여기에 주력 선수들의 부상과 경고 누적에 의한 출전 정지 등의 변수가 더해졌다. 한국과 이란 모두 엔트리에 큰 변화를 가져와야 했다. 결국, 엔트리 변경에 따른 변수를 어느 팀이 잘 극복할지가 승패의 변수가 될 수 있었다.

한국은 보다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조 1위를 위해서는 이란전 승리가 절실했다. 조 1위는 앞으로 있을 월드컵 본산 조 추점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었다. 이런 현실적인 필요성에 이란전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골을 넣을 수 있는 라인업은 필수적이다. 한국은 강팀과의 대결에서 4백 바로 위에서 공수를 조율하고 4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던 2명의 미드필더를 한 명으로 줄였다.

그동안 짝을 이루던 선수 중 한 명인 황인범의 부상을 다른 선수로 대체하지 않고 정우영 한 명을 만을 배치했다 대신 정우영 위에 자리하는 미드필더 4명을 공격적인 선수들로 채웠다. 좌.우 공격에는 프리미어 리그 듀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과 황희찬이 자리했다. 중앙에 미드필더에는 독일에서 활약하는 이재성과 상무 소속의 권창훈이 자리했다. 최전방 공격수는 프랑스 리그에서 활약하는 황의조가 원톱으로 자리했다. 여기에 4백은 김민재, 김영권이 스토퍼에 김진수 김태환이 좌우 윙백이 자리했다. 기존에 4-2-3-1 포메이션 보다는 보다 공격에 비중을 둔 4-1-4-1 포메이션이 가동됐다. 이를 통해 대표님은 5명의 공격수들이 상호 조화를 이루며 공격을 하도록 했다. 4명의 공격적인 미드필더들은 좌우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이란 수비진을 허물기 위해 활발히 움직였다. 

 

 


이런 한국을 막기 위해 이란은 보다 수비에 비중을 둔 포매이션으로 맞섰다. 코로나 이슈 등으로 상당 수 주전 선수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란은 수비 능력과 압박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대거 선발 라인업에 포함했다. 공격은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아즈문을 중심으로 3명의 선수들이 전담하는 모습이었다. 무승부만 해도 조 1위를 굳힐 수 있는 원정팀 이란으로서는 현실적인 작전이었다. 

경기 초반 한국은 수비진영에서의  실수로 몇 차례 위기를 맞이했다. 이란은 순간 압박으로 대표팀의 미드필더와 수비진을 흔들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1명을 둔 대표팀으로서는 이란의 강력한 압박이 분명 부담이 됐다. 수비에서 공을 돌리다 끊기며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새롭게 잔디를 교체한 상암 월드컵 경기장 그라운든 컨디션에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순간 압박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초반 고비를 넘긴 이후 대표팀은 점차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 공격수들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살아났고 좌우 윙백들의 활발한 공격 가담으로 공격시 확실한 숫적 우위를 확보했다. 4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의 부담을 덜어줬고 이란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여기에 수비와 미드필더, 공격수 간 간격을 촘촘히 유지하면서 이란에 틈을 내주지 않았다. 4-1-4-1 포메이션의 대형은 경기 시작과 마지막까지 유지됐다. 이란은 공격 시 상당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경기 주도권을 가져온 대표팀은 빠른 패스로 이란의 압박을 이겨냈고 좌우 측면과 중앙까지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하며 이란 수비진을 흔들었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수비를 자랑하는 이란이었지만, 한국의 다양한 공격은 그들에게 부담이었다. 저울추가 점점 한국으로 넘어오는 시점에 선취 골이 나왔다. 전반전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의 골이 터졌다.

손흥민은 상대 미드필드 진영에서 공을 끊었고 단독 드리블 후 오른발 슛을 날렸다. 그 공은 발등에 정확하게 얹혔다. 그 공은 골키퍼들이 막기 가장 힘든 마치 대포알이 날아가 듯 힘이 실린 무회전 킥이었다. 이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한 공이었지만, 공의 위력에 이란 골키퍼는 공을 제데로 펀칭하지 못했고 그 공은 이란 골키퍼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 이란 원정경기에 이어 또 다시 손흥민이 이란전 선취골을 넣는 장면이었다. 이 골은 대표팀의 사기를 더 끌어올렸다. 

그 흐름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대표팀은 더 강하게 이란을 몰아붙였다. 이란은 동점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야 했지만, 기세 싸움에서 밀리며 쉽게 공격으로 나서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의 개인기에 의존해야 했다. 대표팀은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추가 골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다. 수비수들 역시 필요 시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계속 앞선 경기 흐름 속에 추가 골이 나왔다. 이란 측면을 돌파한 황희찬의 크로스가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영권에 발에 걸렸고 그 공은 이란 골네트를 갈랐다. 한국의 2 : 0 리드였다.

최근 경기에서 1골 차의 경기를 거듭했던 양 팀 대결에서 모처럼 나온 2골 이상의 격차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랭킹 1위 독일에 2 : 0 승리를 하던 당시 골을 기록했던 손흥민, 김영권이 동반 득점을 하며 한국은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3월 24일 현재 카타트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A조 순위

 


한국은 이후 체력적 부담이 있는 선수들을 교체하며 경기 주도권을 유지했다.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를 대신해 떠오르는 신예 공격수 조규성이 나섰고 수비 강화를 위해 박지수와 권경원이 김민재, 권창훈을 대신했다. 대표팀은 2골을 앞선 이후 수비수 숫자를 늘리며 5백을 가동했다. 한국의 잠그는 전략에 이란은 공격수를 연이어 교체 투입하며 맞섰지만, 소득이 없었다. 대표팀은 순간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며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이란 공격수들의 결정력은 기회를 그들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반전 없이 한국의 2 : 0 완승으로 끝났다. 대표팀의 모처럼 만의 만원 홈 관중 앞에서 승리를 자축할 수 있었다. 이란에 대한 악연을 확실히 끊었고 벤투 감독 부임 후 유지되고 있는 홈 경기 무패의 기분 좋은 기억도 유지할 수 있었다. 주전 선수들의 전력 이탈이 있었지만, 그들을 대신한 선수들이 그 이상의 기량을 발휘했다. 물론, 이란이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변수도 있었지만, 경기 내용에서 한국은 이란은 압도했다. 최근 한국 이란전에서 볼 수 없는 경기였다. 

이 승리로 대표팀은 이란전 승리라는 묶은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 하지만 아직 조 1위 본선 진출이라는 과제는 남아있다. 3월 28일 UAE와의 원정 경기 승리가 필요하다. 이란은 약팀 레바논과 대결한다. 이란의 승리가 유력하다. 만약, UAE와 무승부만 해도 조 1위가 어려울 수 있다. 예선 통과를 확정하긴 했지만, 대표팀의 월드컵 예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최근의 경기력이라면 UAE전 승리는 무난해 보인다. 대신 방심은 금물이다.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가 큰 우세가 예상되던 북마케도니아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상황은 그 어느 구기 종목보다 이변이 많은 축구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번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조 1위를 놓고 벌이는 한국과  이란의 대결 결과는 마지막 경기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FIFA, AFC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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