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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라면 훌리건이라는 말이 그렇게 낯설지 않다.  훌리건은 스포츠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질서를 파괴하는 관중, 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제는 폭력적이고 과격한 관중과 팬들을 광범위하게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영어로 “hooligan”이라 쓰는 훌리건의 사전적 의미는 불량배를 지칭한다. 이 단어는 1898년 영국의 한 조간지에서 쓰였다고 하는데, 1960년대 축구장 폭력이 과격화, 조직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축구장에서 난동을 일삼는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기 시작했고 일종의 고유명사가 됐다.
 
이 훌리건이라는 단어에 대한 유래는 몇 가지가 있다. 과거 폭력단체의 이름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고, 그 범위를 좁히면  아일랜드 출신으로 악명 높았던 깡패 집단인 “훌리한 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측에서는 훌리건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시절 슬라브어와 러시아어에서 그와 같은 단어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동유럽에서 생겨나 영국으로 들어왔다는 설도 있다. 남미에서의 과격한 응원문화가 유입되었다는 설도 있다. 축구의 역사적 측면으로 보는 이들은 육체적 접촉을 즐기고 과격했던 중세 축구의 모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훌리건 문화는 그 유래가 오래됐고 축구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실제 훌리건이라 불리는 이들의 모습은 매우 과격하고 폭력적이다. 이들은 건전한 축구 관전 문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자리했다. 그들로 인해 유혈사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최근에도 국가 대항전이나 몇 몇 나라의 프로축구리그에서 훌리건들에 의한 난동과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훌리건 문화가 본격적으로 사회문제가 된 건 1980년대 영국에서였다. 그 시기 영국은 보수당의 주도로 사회복지가 축소되고 산업 구조를 개편했다. 영국의 중요한 산업이었던 제조업과 광산업 등이 구조조정의 파고를 맞이했고  다수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상당 수 국민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신 자유주의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면서 그에 비례해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이 커졌다. 이로 인해 크게 증가한 실업자들과 빈민층 등이 축구장에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불만이 영국의 대표적 스포츠인 축구를 메개로 폭발했다 할 수 있다. 
 
초기 훌리건들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복장과 헤어스타일, 일명 스킨헤드족의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축구장에서 패거리를 만들어 싸움을 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 경기장 질서를 헤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몸에 강렬한 문신을 하고 과도한 음주와 상의 탈의를 서슴지 않는 등 경기장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후 이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평범한 복장을 한 일명 캐주얼족 형태로 그 모습이 변했다. 훌리건들의 저변도 넓어졌고 일부는 값비싼 명품으로 치장하며 그 모습을 감추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관중들과 다를 게 없지만, 훌리건 특유의 폭력성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이들은 겉 모습만 바뀌었을 뿐, 본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훌리건들의 행태가 더 큰 사회 문제가 되는 건 이들이 단순히 응원하는 팀에 대한 광적인 응원과 상대팀을 적대시하는 걸 넘어서 인종차별이나 혐오, 극우 나치즘 숭배 등 극단적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럽의 축구 경기에서는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온 선수들에게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간판 선수 손흥민 역시 영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종종 그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안정환도 그 피해자였다. 그는 당시 이탈리아 리그 소속의 선수였다. 그가 이탈리아를 탈락시키는 활약을 하자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그를 팀에서 퇴출하라는 여론이 급격히 일어났고 실제 안정환은 소속팀을 떠나야 했다. 이는 월드컵 이후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 하던 그의 선수 커리어에 치명적이었다. 그가 아시아 선수가 아니었다 해도 그런 일이 있었을 지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사건이었다.  

 


 


단른 관점에서 훌리건 문화는 남성들이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 등을 들어 남성의 강인함이 미덕으로 숭상되는 극단적 남성주의, 마초이즘의 잘못된 발현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조장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크게 하고 있다. 이런 훌리건들의 사회에 대한 잘못된 시각과 의사 표출 방식은 분명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훌리건 문화는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들과 관련한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1946년 영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훌리건 간 충돌로 33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1964년 페루와 아르헨티나 경기에서는 300명이 사망하고 500여명이 부상당하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나라간 분쟁이 되기도 했다. 1967년에는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의 월드컵 지역예선전 과정에서 양측 국민들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큰 충돌이 발생했고, 축구 전쟁이라 불리는 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광적인 축구 열기가 불러온 비극이었다.
 
1982년 네덜란드에서는 22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을 당했고 1985년 영국 프로축구팀 리버풀과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의 경기에서 영국 훌리건과 이탈리아 과격 팬들이 충돌해 관중석이 붕괴되면서 39명이 사망하고 450명이 부상당하는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다.
 
여기에 일부 훌리건들은 경기장 폭력을 넘어 경기장 밖에서도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훌리건들에 대해 각국 정부, FIFA는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폭력과 난동의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응원하는 나라와 프로축구팀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훌리건들의 난동이 일어나면 해당 나라와 소속팀이 출전 금지나 무관중 경기 등의 징계를 받고 있다. 훌리건들의 행동은 오히려 그들이 응원하는 팀에 해를 끼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각국 축구협회가 프로축구팀들은 훌리건 방지를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 축구장 난동과 폭력 경력이 있는 사람들의 경기장 출입을 금지하거나 심지어 해외 출국을 금지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1995년 훌리건 대책법을 만들어 처벌 규정을 명문화하기도 했다.
 
그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각종 조치들로 훌리건 문화는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또한, 프로축구 경기에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로 발전하면서 훌리건들의 과격한 응원문화는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훌리건들의 경기장 폭력이 되살아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영국의 훌리건들은 여전히 유럽에게 가장 악명높은 존재들이고 러시아 출신 훌리건들이 최근 급격히 늘어가는 추세에 있다. 실제 잉글랜드와 러시아의 경기가 있었던 경기에서는 양측 훌리건들이 충돌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훌리건 문화는 사라진 듯하면서 다시 살아나는 독버섯처럼 축구를 병들에 하는 요소로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이런 훌리건 문화는 축구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특정 팀의 홈 관중 응원 문화는 상대팀에 큰 위협이 될 정도로 과격성을 보인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특히, 야구에서도 잘못된 응원 문화가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프로야구 초창기 광적인 응원문화는 상대팀에 대한 단순한 야유와 비난을 넘어 경기장 시설을 파괴하거나, 방화를 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상대 팀 관중과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홈팀의 부진한 경기에 경기장에 각종 오물을 투척하는 행위는 과거 프로야구에서 비일비재했다. 상대팀 버스를 전복시키거나 버스에 방화를 하는 등 훌리건 못지 않은 폭력적인 형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훌리건 문화는 해당 스포츠를 따나 사회를 병들에 하는 일이다. 해당 종목과 경기장만의 문제라 할 수 없다. 이는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일이고 스포츠의 본래 목적인 건전한 여가선용을 저해하는 일이다. 특히, 프로스포츠의 주요 구성원인 관중과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서 해당 프로스포츠를 멀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이는 스포츠 산업측면에서도 근절해야 하는 문화라 할 수 있다. 
 
스포츠는 특정 세력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스포츠를 즐기고 그 속에서 건강한 일상을 채워가야 한다. 몇몇 과격한 응원자들 의해 경기장 분위기가 장악되고 잘못된 스포츠 문화가 힘을 얻는 건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폭력적인 응원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경기장에 여성팬들이 늘고 가족단위 입장객이 늘어나면서 과격한 응원 문화는 점점 힘을 잃고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 대신 모든 관중이 경기를 즐기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우리나라만의 응원문화가 정착했다. 특히, 프로야구의 응원문화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축구에서는 2002년 한. 일 월드컵 당시 전세계가 주목했던 길거리 응원 문화가 만들어졌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뜨겁게 응원하지만, 남을 존중하고 우리 선수를 비난하지 않으며, 응원 후 거리 청소를 하는 등 우리나라 특유의 응원문화는 k-스포츠의 품격을 높여줬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과격한 팬들에 의해 건전한 응원문화가 오염되는 모습도 남아있습니다. 최근에는 특정 선수의 SNS에 욕설과 인신공격 글을 남기거나 그 가족들까지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등 도가 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응원이 아닌 범죄 행위다. 그런 모습에 일부 팬들이 재미삼아 동조하면서 해당 선수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몇몇 선수들은 각종 악플 등에 상처를 받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는 잘못된 응원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와 집단 따돌림 등 반 사회적 행위의 연장 선상이기도 하다. 근절되야 할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하고 팬들 역시 잘못된 행동에 있어서는 단호하게 이를 거부해야 한다. 건전한 스포츠 문화를 만드는 건 누구 하나의 책임이 아닌 그 스포츠를 즐기는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는 건 분명 좋은일이다. 그런 열정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함께 한다면 삶에 큰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열정이 누군가에 대한 증오와 혐오, 배타성으로 이어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 훌리건문화는 과도한 열정의 잘못된 발현이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일이다. 스포츠를 떠나 우리 사회를 어둡게 하는 현상으로 사라져야 하는 문화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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