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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를 거쳐간 외국인 투수 중 좌완 투수 레일리는 그 색깔이 분명한 투수였다. 2015 시즌부터 2019 시즌까지 5시즌을 롯데와 함께 한 레일리는 좌완 투수로서 매우 까다로운 구질의 투수였다. 팔을 내려 던지는 쓰리 쿼터형에 독특하면서 짧고 간결한 투구폼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좌타자들에게는 등 뒤에서 공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투수였다.

레일리는 좌타자를 상대로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였다. 이에 그를 두고 좌승사자라는 별명도 있었다. 레일리는 그 장점과 함께 이닝 소화능력 면에서 큰 강점이 있었고 부상 없이 롯데 선발 마운드를 지키는 성실함도 있었다. 팀에 대한 충성심도 있었고 그에 대한  팬들의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2017 시즌에는 시즌 13승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에이스로서는 뭔가 부족함이 있는 투수였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극강이었지만, 우타자 상대로 약점이 있었다. 상대 팀들은 그 약점을 파고들어 우타자 중심의 라인업으로 레일리에 맞섰다. 야구에서 여전히 우타자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는 큰 제한사항이었다.

이에 레일리는 좋은 평가를 받고도 경기별로 기복이 있었다. 이에 방어율과 세부지표에서 에이스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다. 2019 시즌에는 5승 14패의 아쉬운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최하위로 쳐진 팀 상황 속에서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불펜진의 방화가 지속되면서 승리 기회가 수차례 날아간 불운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 하지만 그의 기량에 대한 의문이 생긴 시즌이었다. 

1선발 투수로는 부족하지만, 3선발 정도로 적절한 투수가 레일리였다. 2019 시즌 롯데는 팀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수로 우완에 파워 피처 스트레일리를 영입했다. 롯데는 그와 레일리의 외국인 투수 조합을 구상했지만, 레일리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역할 비중과 함께 메이저리그 재 도전을 위해 롯데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렇게 레일리와 롯데의 인연은 이어지지 못해다. 레일리는 KBO 리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섰고 뒤늦게 성공의 이력을 쌓고 있다. 불펜 투수로 기량을 인정받았고 FA 계약을 하기도 했다. 이제 그의 이름을 롯데 팬들 사이에서도 잊히고 있다. 

 

반즈

 


이 시점에 레일리를 연상하게 하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가 올 시즌 롯데 마운드에 등장했다. 좌완 투수 찰리 반즈가 그 주인공이다. 반즈는 롯데 마운드에서 1선발로 나서고 있다. 롯데는 애초 150킬로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파워 피처 스파크맨을 1선발 투수로 기용하려 했지만, 그의 팀 합류가 늦어지고 시범경기 기간 부상이 발생하면서 방향을 전환했다. 반즈는 개막전 선발로 나섰다. 물론, 시범 경기 연이은 호투가 근거가 됐다. 

반즈는 좌완 투수로서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지만, 제구가 안정적이고 날카롭게 휘어 나가는 슬라이더와 예리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각도 큰 커브를 모두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시범경기 선보였다. 그 모습이 시즌에도 재현되고 있다. 개막전에서 반즈는 새로운 리그에서 첫 경기 등판이라는 부담 속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시범경기만큼의 투구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이며 수차례 위기를 극복했고 5이닝 1실점 투구로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이닝 소화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첫 선발 등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난한 투구였다. 무엇보다 5이닝 동안 7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인 투구를 했다. 그 투구의 흐름은 이어진 3경기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그는 선발 투수의 중요한 덕목인 이닝 소화 능력과 함께  탈삼진 능력, 경기 운영 능력 등을 두루 보여주고 있다. 4월 12일 KIA전에서 시즌 첫 피홈런에 5이닝 4실점으로 주춤했지만, 수비 실책으로 인한 실점으로 자책점이 아니었다. 4월 17일 KT전에서는 8.2이닝 무실점 호투로 최고의 투구를 했다. 

반즈는 시즌 4경기 선발 등판에서 3승을 기록했고 0.68의 완벽투를 선보이고 있다. 이 방어율은 0점대 방어율 투수인 NC 루친스키, 키움 안우진에 이어 리그 3위의 성적이다. 반즈의 장점은 이닝 소화 능력이다. 반즈는 지금까지 26.1 이닝을 소화하면서 이 부분 1위다. 여기에 탈삼진 28개로 이 부분 1위에 올라있다.

현재까지는 리그 최고 선발 투수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반즈가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하면서 롯데는 마운드 운영에 큰 부담을 덜었다. 무엇보다 반즈는 4일 휴식 후 등판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가 이런 루틴을 지키면서 롯데는 4, 5선발 투수의 운영을 유연하고 할 수 있고 부상에서 돌아온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스파크맨의 이닝을 조절할 여력이 생겼다. 이런 투구 내용이라면 반즈는 과거 롯데에서 활약했던 비슷한 유형의 좌완 투수 레일리를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 

반즈는 레일리와 비슷하게 팔을 내려 던지는 쓰리 쿼터형의 투수다. 좌타자들에게는 매우 까다로운 투수다. 그는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0.080으로 극강이다. 직구와 같은 궤적에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는 좌타자들에게는 공포의 구질이 되고 있다. 우타자를 상대로도 반즈는 좋은 투구 내용이다. 좌타자에 비해 우타자를 상대로 각종 지표가 올라가긴 하지만, 과거 레일리와 같이 큰 약점을 보이지 않는다.

반즈는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64로 준수하고 좌타자 못지않은 탈삼진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레일리가 우타자 상대의 결정구가 없어 고전하던 것과 달리 반즈는 우타가 몸 쪽을 파고드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그의 체인지업은 우타자 몸 쪽과 바깥쪽을 번갈아 공략하며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우타자 상대로도 경쟁력을 보이면서 반즈는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즈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꾸준히 이력을 쌓았다. 메이저리그에서 9경기 3패만을 기록했지만, 마이너리그 등에서 선발 등판을 했다. 이런 경험은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반즈의 직구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느릴 수 있지만, KBO 리그에서는 타자들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그의 다양한 변화구의 위력을 더할 수 있다. 홈구장의 환경이 투수들에 절대 유리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장타에 대한 부담을 덜고 보다 과감한 승부를 할 수 있다. 아직 20대 나이로 기량이 덜 발전할 수 있고 메이저리그 복귀라는 큰 동기부여 요소도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콜업과 마이너리그 강등을 수시로 경험하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KBO 리그는 풀 타임 선발 투수로서 그의 기량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절실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위치다. 과거 롯데에서의 활약 이후 메이저리그 선수로 당당히 자리 잡은 레일리의 사례는 그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롯데는 지난 시즌 외국인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시즌 후반기 반등 흐름을 완벽히 살려내지 못했다. 박세웅이 후반기 에이스 모드를 보이고 구승민, 최준용, 김원중의 강력한 필승 불펜진을 가지고도 그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 선발 마운드가 부실했기 때문이었다. 선발 마운드의 중심이 되어야 할 두 외국인 투수의 부진이 원인이었다. 이에 롯데는 시즌 후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새롭게 했다. 

반즈는 롯데의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에이스로 기대했던 스파크맨 이상이다. 기본적으로 제구가 안정적이고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구 폼에 큰 무리가 없어 부상 위험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구위로 타자들을 제압하는 유형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타자들의 적응이 이루어진 후에도 지금의 극강 모드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팀 마운드 운영 정책에 따라 4일 휴식 후 등판을 이어가는 일정도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이 될 수 있다. 시즌 중반 이후 고비가 찾아올 수 있다. 장기적 계획과 대비가 필요하다. 

세부적으로는 2사후 피안타율이 올라가고 하위 타선에 공략당하는 일이 많다. 경기 운영의 묘를 살리는 과정에 일어난 일일 수도 있지만, 순간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올 시즌 롯데 야수들의 수비가 다소 불안하다는 점도 반즈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에이스 등장은 롯데에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과연 반즈가 지금 보이는 에이스 모드를 시즌 내내 이어갈 수 있을지 이는 마운드에 대한 의존도가 큰 올 시즌 롯데에는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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