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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기간 진행된 대표팀 합숙 훈련과 4번의 A매치, 축구팬들은 모처럼 대표팀의 경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축구팬들의 마음은 월드컵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으로 더 채워졌다. 4차례 평가전에서 2승 1무 1패 표면적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경기 내용에서 특히, 수비에서의 불안함이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대결한 상대인 브라질은 세계 랭킹 1위 다운 경기력이었다. 한국은 분명 한 수 아래였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이 분전했지만, 브라질은 손흥민은 철저히 수비했다 손흥민이 막히면서 한국 공격은 활기를 잃었다. 스트라이커 황의조의 골이 있었지만, 전방부터 압박하는 브라질에 빌드업 축구는 시작부터 흔들렸고 브라질의 빠른 공격과 화려한 개인기에 수비는 쉽게 뚫리고 무너졌다.

1 : 5 패배, 브라질은 강했다. 이전까지 브라질 하면 경기에 임박해 입국해 대충 한 경기를 하고 떠나는 팀이었지만, 이번에 온 브라질은 정예 선수들이었고 경기를 앞두고 여유있게 입국해 독특한 방식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 과정에서 성실한 팬 서비스와 흥겨운 분위기는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에서도 그들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브라질 에이스 네이마르는 화려한 플레이와 함께 팬 서비스로 금세 호감도가 커졌다. 과거 유벤투스 소속으로 내한했지만, 정작 경기에 나서지 않으면서 큰 비난을 받았던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포르투갈의 축구 스타 호날두와는 크게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실력과 함께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과 시청자들은 한국의 대패에 분노하기보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경기를 봤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하지만 본선을 앞둔 대표팀으로서는 본선 무대의 수준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는 경기였다. 브라질의 경기력이 월등하긴 했지만, 홈 팀의 이점을 가지고도 수비가 너무 쉽게 무너지는 장면은 대표팀의 고질적인 수비 문제를 그대로 보여줬다.

 

 



수비 불안의 문제는 이후 3번의 평가전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칠레, 파라과이 이집트로 이어지는 경기에서 대표팀은 안정된 수비와 거리가 있었다. 이들 세 팀은 모두 월드컵 본선에서 탈락한 팀들로 리빌딩 과정에 있었고 당연히 기존 대표팀의 주력 선수들의 상당수 내한하지 않았다. 완전한 1군 전력이 아닌 팀들에게도 대표팀은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유는 있었다. 수비의 핵심인 센터 백 김민재의 부상 공백이 컸다. 터키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민재는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체격과 체력, 빌드업을 위한 패싱 능력, 경험을 두로 갖추고 있다. 지난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도 김민재는 든든히 대표팀 수비를 이끌었다. 그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분명했다. 대표팀은 김민재 없는 수비 라인에서 여러 조합을 시험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김민재가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분명 수비가 나아질 수 있지만, 이번 평가전과 합숙 훈련에서 그가 함께 하지 못하면서 수비 조직력을 더 가다듬을 기회를 잃은 건 아쉬운 일이다. 또한, 월드컵 본선에서 부상 등 변수를 고려한다면 수비의 대안은 필수 요소다. 하지만 김민재 없는 수비 라인의 허점만 확인했다. 현재로서는 김민재가 부상에서 돌아와 정상 컨디션으로 본선 무대에 출전하길 바라야 하는 게 현실이다. 

김민재 외에도 수비진에서 주전 센터백 김영권은 기량이 정점을 지나 내림세에 들어섰고 좌. 우 윙백 역시 베테랑들이 역할을 하고 있다. 경험이 장점이긴 하지만, 스피드와 체력면에서 약점이 생길 수 있다. 실제 4차례 평가전에서 우리 수비진은 상대 빠른 역습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거친 압박을 하는 팀에게는 더 힘든 경기를 했다. 아시아 지역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UAE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에 고전했고 그들의 역습에 골을 허용하며 최종 예선 유일한 패배를 당했다. 

본선에서 만날 팀들인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는 모두 개인기와 체력, 스피드를 두루 갖춘 팀들이다. 브라질을 제외하고 상대한 나머지 3팀 보다 훨씬 나은 전력이라 할 수 있다. 그 팀들은 우리를 철저히 분석하고 우리의 빌드업 축구를 우리 진영에서부터 봉쇄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일단 평가전에서는 그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빌드업의 어려움은 그 시발점인 수비진의 문제도 있었지만, 미드필더진의 부진도 영향이 있었다. 대표팀은 그동안 미드필더진 구성에 있어 정우영, 황인범을 포백 위에 배치하고 스트라이커 황의조 뒤에 손흥민과 황희찬 등을 좌우 공격수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재성 등을 활용했다. 문제는 미드필더들 대부분이 공격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었다. 정우영은 주로 포백 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그는 많은 활동량과 수비력을 바탕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존재로 인해 황인범이 그의 공격 능력을 한층 더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평가전에서 정우영이 부상 등 여파로 부진했다. 레벨이 높은 팀에서는 정우영 혼자 수비형 미드필더를 담당하기는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브라질전에서 그 점이 분명했다. 그나마 정우영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경기에서는 미드필더의 수비 구멍이 더 커졌다. 대표팀은 이에 K 리그 전북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고 있는 백승호 등을 대안으로 출전시키기도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평가전 내내 대표팀의 미드필더진의 플레이는 매끄럽지 않았다. 빌드업의  진행을 위해 필요한 원할한 패스 전개와 탈압박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격진에게 공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서 공수들이 고립되기도 했고 위력이 반감됐다. 이에 손흥민이 수비진형까지 내려와 수비를 하거나 공격 전개를 하기도 했다. 

손흥민인 소속팀 토트넘에서 빠른 스피드와 순간 돌파력으로 많은 득점을 했다. 토트넘에는 이런 손흥민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미드필더들이 있었고 게임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 헤리 케인이 있었다. 이에 손흥민은 보다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가 파고드는 공간에 양질의 패스로 자주 전달됐다. 현재 대표팀 미드필더진에서 이런 패스를 찔러줄 선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평가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황인범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는 수비에는 다소 약점이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는 테크니션 이재성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미드필더에 자리할 황희찬은 측면 돌파가 장점이고 조커 역할을 할 수 있는 권창훈 역시 경기를 만들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결국, 손흥민 그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대표팀 득점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대표팀은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초반 부진하다 손흥민을 보도 공격적으로 활용하면서 공격의 답답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 아시아에서는 현재의 미드필더진이 경쟁력을 가졌지만, 평가전을 통해 본 미드필더진은 손흥민의 공격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손흥민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전술을 사용했지만, 상대 팀은 손흥민은 집중 수비했다. 손흥민은 공수에서 종횡무진 활약했지만, 그에 비해 소득이 많지 않았다. 득점이 있긴 했지만, 모두 프리킥이었다.

본선에서는 손흥민에 대한 견제가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손흥민의 행동반경이 극히 줄어들 수 있다. 이는 대표팀 공격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손흥민 막힌다는 건 대표팀 전체 경기력에 큰 마이너스 요소다. 손흥민이 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으면 그 자체로도 플러스 요소지만, 그로 인해 다른 공격수들에게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 4번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은 다소 외로워 보였다.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전술의 완성도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벤투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추구해온 빌드업 축구의 완성도와 연결된다. 벤투 감독은 회의적인 시선에도 빌드업 축구를 지향했고 아시아권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벤투의 빌드업 축구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완성도를 더했고 경기력도 함께 향상됐다. 숙적 이란과의 2번의 경기에서 1승 1무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B조 웨일즈 추가, D조 호주 추가, E조 코스타리카 추가

 


하지만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우리의 빌드업 축구가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을 남겼다. 브라질은 빌드업 축구를 초반부터 무력화시켰고 이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어진 3번의 평가전에서도 빌드업 축구가 원하는 결과로 연결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수비와 미드필더진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곳곳에서 실수가 나왔다. 이는 손흥민을 포함해 황희찬, 황의조, 이재성 등 해외파 공격수들의 위력을 반감시켰다. 

지금 와서 기존의 전술에 변화하긴 어렵다. 대표팀은 평가전 내내 기존의 틀에서 각 포지션별 새로운 조합을 실험했다. 강팀 브라질을 상대로도 빌드업 축구를 바탕으로 맞부딪히는 경기를 했다. 평가전임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제는 그 결과 속에서 경기 내용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선수 조합이나 전술을 찾고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우선은 부상 선수들의 복귀가 시급하다. 주전을 정하고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카타르 월드컵은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늦가을에 열린다. 11월 21일 개막해 12월 18일까지 경기를 한다. 그 시기는 유럽 축구 리그가 시작했을 시점으로 그 리그가 중단되고 월드컵이 열린다. 또 다른 변수다. 부상 등의 리스크가 한층 커질 수도 있다.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주전들의 부상 공백이 있었다. 일정도 월드컵 예선에 맞게 조정하며 경기했다. 월드컵 변수가 나올 수 있는 변수들을 사전에 경험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경기력에 대한 의문이 오히려 더 커졌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오히려 평가전 부진과 단점 노출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부족하고 못하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축구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밀고 나가는 꾸준함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상대가 2진급이었지만, 평가전 마지막 상대 이집트를 상대로 4 : 1 대승을 한 건 의미가 있었다. 

월드컵 본선은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무대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평가의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대표팀은 평가전의 부족함을 채우고 상대 팀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그 점에서 평가전의 아쉬움은 본선을 위한 의미 있는 백신이 될 수도 있다. 그 백신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건 대표팀의 몫이다. 이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 : 카타르 월드컵 사이트,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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