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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KBO 리그 선수 중 최고의 거포 박병호가 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박병호는 6월 21일 NC와의 홈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9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국민 거포이자 프로야구 최고 레전드 중 한 명인 이승엽의 8시즌 연속 20홈런을 넘어서는 기록으로 그 상징성이 매우 크다. 

이런 대기록의 달성자 박병호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그는 상당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등으로 FA 자격 취득이 늦었고 2021 시즌이 지나서야 자격을 얻었다. 통산 300홈런을 넘게 때려낸 리그 최고 거포인 박병호라면 영입 경쟁이 치열해야 했지만, 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원 소속팀 키움마저 박병호와의 계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유는 있었다. 박병호는 2019 시즌 33홈런을 기점으로 거포로서의 이미지가 점점 퇴색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선수에게 피할 수 없는 에이징 커브 조짐이 분명했다. 2020 시즌 박병호의 홈런수는 21개로 크게 급감했다. 장타율도 2011 시즌 이후 처음으로 5할 아래로 떨어졌다. 3할을 넘어서던 타율마저 2할대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여기에 크고 작은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각종 타격 지표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2021 시즌에도 이어졌다. 박병호는 20개 홈런을 달성했지만, 각종 타격 그래프가 분명한 내림세였다. 거포에게는 숙명인 사진도 홈런이나 타점 생산에 비해 지나치게 많았다. 그는 8년 연속 20홈런 이상 달성이라는 성과에도 미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FA 시장에서 후 순위로 밀렸다. 그 사이 100억원 이상의 계약이 속출했지만, 박병호는 계속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지속적인 성적 하락에 막대한 FA 보상금까지 그의 FA 계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됐다. 나이에 따라 보상 선수가 없는 C 등급 선수라는 장점에도 박병호의 FA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 박병호에게는 분명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박병호

 


드디어 박병호의 FA 계약이 성사됐다. 통상적으로 계약이 늦어지는 선수는 원 소속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잔류하는데 보통이지만, 박병호와 계약한 팀은 KT였다. 키움은 끝내 박병호의 잔류를 위한 확신한 제안을  하지 않았다. KT는 달랐다. 

KT는 2021 시즌 정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에 있어 베테랑으로서 큰 역할을 했던 유한준의 은퇴 후 자리를 채워야 했다. 또 한 번 우승에 도전하는 KT로서는 당장 전력에 도움이 되고 리더십도 갖춘 베테랑이 필요했고 박병호는 이에 맞는 선수였다. KT는 3년 총액 30억원에 박병호와 계약했다. 전성기 때 박병호였다면 상상할 수 없는 조건이었지만, 박병호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또한,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팀을 마다할 수도 없었다. 

결국, 박병호는 자신의 야구 인생을 새롭게 열었고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도 이뤘던 히어로즈 구단을 떠나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내게 됐다. 박병호의 KT행에 대한 히어로즈 팬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고 구단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매우 컸다.

그도 그럴 것이 히어로즈 구단은 그동안 주력 선수들은 대부분 FA 시장에서 떠나보냈고 트레이드하거나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통해 또 따나 보냈다. 그렇게 떠난 주축 선수들은 구단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고 이는 히어로즈 구단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 모기업이 없는 구단 상황을 고려하면 선수를 통한 이익 창출은 불가피한 면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히어로즈 팬들은 박병호는 다를 것으로 믿었다. 

박병호는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지만, 넥센과 키움까지 메인 스폰서 변경으로 구단 명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팀 간판타자 자리를 지키며 팀 역사와 함께 했다. 다른 주력 선수들인 하나 둘 떠나는 와중에도 그는 4번 타자였다. 메이저리그 진출로 공백기가 있었지만, 포스팅을 거치면서 히어로즈 구단에 포스팅 금액도 남겼다. 그리고 그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끝내고 히어로즈로 돌아와 4번 타자로 활약했다. 히어로즈가 초창기 재정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생력을 갖춘 구단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박병호는 함께 한 선수였다. 히어로즈는 박병호였다. 

히어로즈는 비즈니스에 냉정했다. 히어로즈는 박병호를 떠나보내고 실리를 택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즌 20홈런 이상의 가능한 박병호에게 FA 계약 인플레가 극심한 상황에서 3년간 30억원의 배팅조차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KT 선수가 된 박병호는 에이징 커브를 거스르는 시즌을 만들고 있다. KT는 애초 박병호에게 2021 시즌의 20홈런 76타점 정도의 성적만 기록한다 해도 성공적이라는 예상을 했다. 이는 은퇴한 유한준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울 수 있는 성적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리그 최고 거포의 라인업 합류는 선수들에 주는 상승효과가 클 수 있었다. 박병호의 경험과 리더십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었다. 

2022 시즌 박병호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활약을 하고 있다. 홈런은 시즌이 반도 안 지난 시점에 지난 시즌 20홈런을 넘어섰다. 박병호는 홈런 부분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우려되던 장타율도 5할을 훌쩍 넘어섰다. 타점도 벌써 53타점으로 리그 1위다. 홈런은 2위 그룹과 그 격차가 매우 크다. 이 페이스라면 40홈런 이상도 가능하다. 최고령 홈런왕 가능성도 크다. 박병호는 은퇴 시즌에 타율 부분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이대호와 함께 시간을 거꾸로 달리고 있다. 

박병호의 이런 반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KT는 시즌 초반 중심 타자 강백호의 부상과 외국인 타자의 부상과 부진으로 중심 타선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었다. 팀 타선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박병호 홀로 견제를 견뎌내야 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도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타격폼 변경이 성공하며 세월을 거슬러 갈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었고 장타 생산력을 다시 끌어올렸다. 상대적으로 타자들에 유리한 수원 홈구장의 환경도 박병호에게는 도움이 됐다. 물론, 낮은 타율과 많은 삼진이라는 비용이 들었지만, 홈런과 타점 생산력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만약, 박병호의 활약이 없었다면 KT의 초반은 더 힘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3년간 30억원의 투자가 전혀 아깝지 않은 KT다. KT는 부상에서 돌아온 강백호가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고 새로운 외국인 타자 알폰조가 7경기 출전에 홈런 2개를 때려내는 등 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체력적인 문제를 보일 시점인 박병호로서는 다른 중심 타자들의 활약과 함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이는 그의 올 시즌 홈런과 타점 생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박병호의 올 시즌 부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번 기량이 저하되면 반등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인 최근 흐름에서 박병호는 이를 역행하고 있다. 리그 홈런왕의 클래스가 여전함을 그는 증명하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도 연구하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음을 박병호는 보여주고 있다.

이런 박병호와 은퇴전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있는 이대호 두 베테랑의 분전은 프로야구 팬들에게 올 시즌을 보다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들이 과연 베테랑의 힘을 발휘하며 타격 부분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특히, 박병호가 에이징 커브라는 우려에도 홈런왕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 9시즈 연속 20홈런 이상 달성은 홈런왕 복귀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사진 : KT 위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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