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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경쟁하는 토요일 저녁 요란하지 않고 차분하면서 잔잔한 흐름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큰 변화를 맞이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진행자였던 김영철 배우가 7월 9일 방송된 178회 보령시 편을 끝으로 하차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178회 말미 짤막하게 그동안의 소회와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프로그램을 떠났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이제 그의 이름을 빼고 동네 한 바퀴로 또 다른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다. 방송에서는 김영철 배우가 함께 했던 방송을 중심으로 스페셜 방송을 할 예정이지만, 그의 하차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그램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 김영철 배우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그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고 프로그램의 그의 시선을 따라 진행됐다. 김영철 배우는 기행을 하는 장소를 찾고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 중간중간 들리는 내레이션도 그의 몫이었다. 그런 김영철 배우가 방송에서 하차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 일이었다. 이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의 뒤를 이은 진행자와 관련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와 같은 형식의 여행 프로그램은 많았다. 그런 스타일의 예능 프로그램도 많았다. 지역을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화제의 인물과 장소를 찾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자주 볼 수 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역시 전형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김영철 배우의 존재가 있어 가능했다. 

김영철 배우는 오랜 경력의 배우지만,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이 있다. 중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왕 역할도 했고 액션배우도 했다. 평범한 아버지와 같은 생활 연기와 코믹 연기, 개성 넘치는 악역도 그의 필모그래피 속에 포함된다.

 

 

 



지금도 그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역사 사극 태조 왕건의 궁예 역은 여전히 그의 연기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하고 있다. 프로그램에서 장년층 이상이 그를 만나면서 궁예를 떠올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그는 CF를 통해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인지도를 쌓았다. 광고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그가 말한 4달라는 청년층은 물론이고 어린이 들도 그를 기억하게 하는 말이 됐다. 

이런 폭넓은 연기와 미디어에서의 모습은 전 세대가 그를 알게 했다. 이는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높이고 폭넓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김영철 배우의 꾸미지 않았지만, 진정성 있는 모습도 프로그램을 빛나게 했다. 김영철 배우는 오랜 연기 경력에서 나오는 연륜과 편안함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김영철 배우는 프로그램의 중심인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였고 아버지였고 친구이자 아들이기도 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그들 속으로 녹아들었다. 이는 진솔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데 큰 힘이 됐다. 또한 김영철 배우는 인물들의 상황에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했다. 프로그램 곳곳에서 그는 사연을 접하고 눈물짓기도 했고 진심 어린 격려로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의 울먹이는 내레이션은 시청자들의 마음도 함께 적셨다. 

이런 방송의 형식은 인기 연예인들의 다수 출연하고 화려한 장면과 빠르게 진행되는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됐다. 하지만 그 속에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느리지만, 섬세하게 프로그램 이름대로 동네를 한 바퀴 천천히 걷듯 시청자들과 함께 했다. 시청자들은 김영철 배우의 시점에서 시청자 자신의 1인칭 시점으로 방송을 보고 그 순간과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의 사연과 사람에 공감하고 간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방송 중간 터진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직접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방송에서 대면 접촉이 제한되는 상황은 큰 고비였다. 방송 제작에 큰 어려움이 생겼고 중간 공백기도 있었다. 프로그램이 흐름이 끊어질 수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떠나지 않았다. 장년층들은 과거의 추억할 수 있는 장으로 청년들은 색다름으로 방송을 볼 수 있었다. 전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방송이었고 기존 예능에 식상한 이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어머니, 가족, 역사 그리고 청년 등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모진 세월을 견뎌낸 이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어머니들이 다수 주인공으로 나왔다. 노년이 된 어머니들은 어린 시절, 청년기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으로서의 차별 속에 살아왔고 결혼 후에는 가정의 생계를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 세월을 견디며 어머니들은 강해져야 했다. 그리고 긴 세월의 지난 그들의 얼굴과 손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들이 새겨졌다. 긴 세월 어머니들에게 그들의 삶은 없었다. 가족 걱정으로 보낸 세월이었다.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어머니들의 삶을 듣고 재조명했다. 그 어머니들의 삶이 모여 가정을 지켜질 수 있었다. 청년들에게는 이해될 수 없는 삶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어머니들은 그런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와 함께 시련을 이겨낸 이들의 바탕에는 가족이 있었다. 프로그램에서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선 이들의 사연도 많이 소개됐다. 그들에게 가족은 삶의 버팀목이었다. 실패에도 항상 그를 응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살필 수 있게 했다.

 

 

 



그런 가족 간의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가업을 이어가는 곳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수십 년 세월 이어가는 식당과 가게, 장인의 기술들이 하나의 역사가 되고 있었다. 흔히 우리들은 역사하면 위인들이 등장하고 커다란 사건 사고를 연상하게 되지만,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지만, 가치 있는 역사를 찾아내 소개했다. 이를 통해 우리 일상 역시 하나의 역사가 되고 가족의 역사 역시 가치가 있음을 일깨워줬다. 

마지막 청년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주목했다. 과거를 추억하고 변하지 않은 것의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이기 하지만,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를 찾아가는 청년들의 사연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여기서 만난 청년들은 화려한 도시의 삶이 아닌 지방에서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곳에서 가능성을 찾고 도전을 하고 있었다. 특히, 점점 인구 소멸의 위기를 맞이하는 지방에서 꿈을 키워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반갑고 소중했다. 

이 외에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관심이 없었던 일상의 이야기를 찾았고 그 주인공들과 함께 했다. 각 지역을 찾아야 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야 하고 그 속에서 지역의 명소를 소개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그 장면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사람들의 이야기와 균형을 이루려 했다. 지역 명소와 맛집을 찾아 과장한 표현을 하는 여행기와는 분명 달랐다. 

이런 잔잔함과 한결같음, 김영철 배우의 진심 가득한 진행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2018년 7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2022년 7월까지 4년여의 세월을 시청자들과 함께 했다. 방송 프로그램인 탓에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었지만,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최소 5~6%대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했다. 일반 예능에 지친 이들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낸 프로그램이었다. 공영 방송의 가치를 잘 반영된 프로그램이라는 호평도 함께 받았다.

하지만 이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김영철 배우가 하차는 변화를 맞이했다. 김영철 배우는 그와 관련해 오랜 기행 프로그램 진행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본업이 배우 일과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 이 프로그램은 애초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지역의 도시를 중심으로 동네를 탐방했다. 이후 프로그램을 그 영역을 지방으로 확대했다. 각 지역의 동네를 탐방하며 전국으로 여정이 늘어났다. 분명 이동이나 장소 섭외 등에서 어려움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영철 배우의 비중이 큰 프로그램인 만큼 그의 부담도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영철 배우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오랜 세월 이 프로그램과 함께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고 강한 애착을 보였다. 과거 드라마 출연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병행한 경험도 있다. 스케줄 문제는 조절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지방 촬영이 이어지는 일정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더 많은 나이의 최불암 배우가 진행하는 한국인의 밥상은 무리 없이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철 배우는 최불암 배우와 같은 길을 가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그런 김영철 배우의 하차 소식은 다소 당황스럽다. 그 결정의 시점도 애매하다. 만약, 하차를 결정했다면 큰 기념이 될 수 있는 200회를 마치고 해도 될 일이었다. 178회를 진행한 상화에서 하차가 급히 진행됐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당장 시청자 게시판 등에서 그의 하차와 관련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의 이름을 빼고 시즌 2로 동네 한 바퀴로 프로그램을 이어간다고 했지만, 일이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시즌 제라면 그 간격이 짧다. 이와 관련한 여러 말들이 나올 수 있다. 

그만큼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 김영철 배우의 하차는 시청자들에게는 큰 충격이다. 그가 없는 동네 한 바퀴가 이전과 같이 잔잔하면서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을 계속 시청자들에게 안겨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생긴다. 당장은 김영철 배우가 없는 동네 한 바퀴가 그의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과연 새로운 진행자가 김영철 배우만큼 공감을 불러오고 출연하는 이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영원한 건 없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게 삶의 이치다. 김영철 배우와의 이별도 언젠가는 찾아올 일이었다. 그 이별이 조금 일찍 찾아온 것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허전함을 피할 수는 없다. 시청자들은 김영철 배우가 사연을 접하고 눈물짓던 장면,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보고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장면,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아버지처럼 응원하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프로그램 제작진에게는 큰 과제가 생겼다. 후임 진행자 역시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나서야 할 상황이다. 김영철 배우가 함께 했던 프로그램 스타일을 유지하기도 큰 변화를 주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자칫 178회를 이어오면서 쌓은 프로그램의 긍정적 평판과 명성이 무너질 수 있고 시청자들의 외면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별과 관련해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시청자들은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통해 보통 사람들의 위대함, 그런 보통의 역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우리는 알 수 있었다. 그런 삶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 김영철 배우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사진 : 프로그램 / 지후니 ,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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