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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예능의 전성기라 해도 되는 시대다. 각 방송국마다 스포츠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방송되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 진출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TV 예능에서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몇몇 은퇴 선수들의 예능에서도 단단한 입지를 다지며 방송인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예능에서 자주 지적되는 식상함과 출연자 편중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있다. 이미 예능 방송은 누구누구 사단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방송국에서는 출연 자체만으로 일정 시청률이 보장되는 안전한 길을 마다할 수 없고 이는 다수 방송에서 특정 인물의 겹치기 출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 출연 역시 그런 흐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스포츠의 본질이 사라지고 스포츠가 희화화되고 예능의 수단이 된 듯한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이런 스포츠 예능에서 기존 예능과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JTBC에서 6월 6일부터 월요일 밤 방송하기 시작한 '최강 야구'가 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만들고 현역 선수들이 있는 팀과 대결하는 콘셉트다.

구성원의 면면은 화려하다. 감독은 프로야구 역대 레전드 투표에서 상위권에 들어갈 수 있는 이승엽이 맡았다. 그는 은퇴 후 야구 해설위원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했다. 그는 수차례 프로야구팀이나 국가대표 감독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예능이라고 하지만, 처음 감독으로 팀을 지휘하게 됐다. 

이승엽 감독을 중심으로 '최강 야구' 팀은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이 생기면 헌액될 수 있는 선수들이 다수 포함됐다. 레전드들의 조합이었다. 프로 통산 100승을 달성한 유희관과 장원삼에 롯데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송승준, LG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키움, 롯데, 한화 다시 LG로 이어진 저니맨 생활을 했던 심수창이 마운드를 구성했다. 올 시즌 전 은퇴를 선언한 전 KT 투수 이대은이 더해졌다. 

 

 

 



야수진은 은퇴한 포수 이홍구와 함께 국가대표 2루수로 이름을 날렸던 근성의 정근우, 공격력을 갖춘 내야수로 큰 활약을 했고 프로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정성훈, 내야와 외야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한 대표적인 유틸리티 선수였던 서동욱이 중심을 이뤘다. 여기에 대학리그 동의대 주전 포수 윤준호가 포수진에 독립 야구단에서 활약하던 한경빈, 대학야구 리그에서 활약하던 내야수 류현인이 가세했다. 

외야진은 얼마 전 성대한 은퇴식을 한 영원한 LG맨 박용택을 중심으로 우타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정의윤, 호타준족의 타자로 히어로즈 구단의 역사와 함께 했던 이택근, 고교 시절 천재 타자로 불렸지만, 프로에서 완벽히 자리 잡지 못하고 은퇴한 비운의 선수 김문호가 가세했다. 

이들이 전성기 시절 이런 팀을 구성했다면 충분히 강팀으로 자리했을 가능성이 클 정도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은퇴 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야구와 거리가 있었던 이들도 있었다. 이들이 다시 몸을 만들고 실전 경기에 나서는 건 큰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이벤트성으로 열리는 자선 대회와 같이 승패와 무관한 가벼운 승부, 예능감 넘치는 경기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이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이들은 모두 승부에 진심이었다. 은퇴를 했지만, 이들의 경기 감각을 살아있었다. 경기 출전을 위해 몸을 만들고 현역 시절을 연상하는 몸 상태로 방송에 나섰다. 이들을 상대하는 팀들 역시 매우 진진했다. 한참 선배들과의 대결이었지만, 결코 승부의 치열함을 잃지 않았다. '최강 야구' 팀은 말 그대로 야구 경기를 했다. 경기에 여유는 없었고 웃음기도 없었다. 일정 승률을 넘지 못하면 프로그램을 종료한다는 PD의 강력한 선언은 예능의 재미를 위한 장치가 아니었다. 이는 선수들을 자극했다. 

이들이 상대해야 할 첫 번째 단계 팀들은 고교와 대학야구 팀들이었다. 40살을 훌쩍 넘긴 선수들이 대부분이 상황에서 '최강 야구' 팀 선수들은 조카뻘 선수들과 대결했다. 일찍 결혼을 했다면 그 나이의 아들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과거 기량이라면 상대가 안 될 이들이지만, 현역 은퇴한 이들에게는 한창 기량이 발전하고 힘을 낼 수 있는 후배들과의 대결은 만만치 않았다.

고교팀이라 하지만, 그 상대인 덕수고와 충암고는 고교야구에서 상위 레벨이었다. 특히, 그 팀의 에이스들은 프로 1순위 지명을 받을 수 있는 기량의 선수들이었다. 150킬로를 쉽게 넘기는 강속구를 자랑하는 덕수고 우완 에이스 심준석과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과 제구력이 돋보인 충암고 좌완 에이스 윤영철은 큰 관심을 받았다. 그 외 프로야구 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준급 기량의 선수들이 많았다. 고교선수들이지만, 현역 선수로 실전 경기를 계속 치러왔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프로그램을 위해 몸을 만들고 경기를 준비한 레전드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전드들은 야구가 힘과 열정만으로 하는 게 아님을 경기에서 보여줬다. 힘과 몸 움직임을 예전과 같지 않았지만, 수십 년간 쌓아온 선수로소의 경함과 노하우는 큰 자산이었고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는 큰 벽이 됐다. '최강 야구' 팀은 고교 야구 강자 덕수고와 충암고를 연파하며 연승 행진을 달렸다. 

 

 

 



프로그램 시작 시 이길 수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하던 선수들도 점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는 세월을 완전히 붙들어 둘 수는 없었다. 다수의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렸고 부상을 안고 뛰었다. 선수 부족으로 이승엽 감독이 경기 중 대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도 선수들의 승리 의지를 잃지 않았다.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송승준은 여전히 130킬로 후반의 직구와 주무기인 날카로운 포크볼을 던졌다. 유희관은 8시즌 연속 두 자릿 수 승수 투수, 130킬로가 안되는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면모를 그대로 재현했다. 그 외 장원삼과 심수창도 진심으로 경기에 임했다. 마운드 투수들이 버티면서 '최강 야구' 팀 전체의 경기력이 올라왔다.

타자들은 힘 있는 고교생들의 공에 빠르게 적응하며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어냈고 주자로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경기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특히, 2018 시즌 이후 은퇴했던 서동욱은 이 프로그램의 경기에서 세월을 거스르는 홈런포를 날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서동욱은 크게 돋보이는 활약을 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팀에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그는 조용히 은퇴한 이후 다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로 돌아왔다. 그는 은퇴 시즌인 2018 시즌에도 때리지 못한 홈런포를 때려냈다. 이 홈런으로 그는 아직 그가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레전드 선수들 외에 이들과 함께 한 젊은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포수 윤준호는 대학 선수지만, 안정된 수비와 만만치 않은 타격감으로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주전 포수 이홍구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기량이다. 부족한 내야진을 채운 한경빈과 류현인은 안정된 수비와 재치 있는 타격과 빠른 발로 '최강 야구' 팀에 부족한 스피드를 채웠다. 이들 젊은 선수들은 고교야구보다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대학야구와 독립리그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그 활약이 더  인상적이었다.

'최강 야구'는 레전드들의 승리 도전기지만,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는 아마 야구, 독립리그에 대한 관심도 이끌어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상급 고교 선수들의 기량과 이름을 시청자들이 알 수 있었다. 최근 대결하는 동의대와의 경기에서는 대학야구의 경기력도 살필 수 있었다. 지방에 있지만, 대학야구의 강팀으로 자리한 동의대가 '최강 야구' 팀과 연장 접전을 펼치며 선전하는 모습은 프로야구에서도 보기 힘든 명승부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훈훈한 장면도 보여줬다. '최강 야구' 팀 주전 내야수였던 한경빈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프로야구 한화와 계약하고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뤘기 때문이었다. 한경빈은 고교 시절 정상급 유격수로 평가받았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후 대학팀과 실업팀, 독립야구 구단을 거치며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최강 야구' 출연은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얼마전은 5월 한화와 계약하며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프로그램을 통해 한경빈은 대 선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프로그램에서 기분 좋은 하차를 했다. 이 프로그램의 결과라 하긴 어렵지만, 한 선수의 꿈이 이루어지는 장면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이제 '최강 야구' 팀은 대학야구 정상급 팀 동의대와 치열한 대결을 하고 있다. 첫 경기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지만, 동의대는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최강 야구' 팀을 괴롭혔다. 두 번째 대결 역시 '최강 야구' 팀에는 쉽지 않은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동의대는 과거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정보명 감독과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었던 정대현 코치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이끄는 동의대는 짜임새 있는 야구를 했다. 고교야구팀과 다른 세밀함과 끈끈함이 있었다. 현재 연승 행진을 하고 있는 '최강 야구' 팀에는 큰 고비가 될 전망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승패와 관련해 큰 관심을 가져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다. '최강 야구'는 시청자들에게 재미보다는 승패, 경기 자체를 보게 한다. 경기 외 장면을 최소한으로 하고 경기에 집중하로고 하고 있다. 경기 역시 일반 중계방송과 다를 게 없다. 시청자들은 은퇴한 선수들이 만든 야구팀의 경기를 보고 있다. 결코 쉽게 만들 수 없는 팀이고 그들의 진심으로 야구를 하는 모습 또한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오직 승리에만 집중하는 예능 아닌 예능  '최강 야구' 앞으로 이 팀이 어떤 성적을 남길지 궁금하다. 


사진 : 프로그램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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