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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드라마와 예능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 시간을 사실상 평정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8월 18일 16부로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기존 지상파와 종편과 예능 드라마 전문 채널이 아닌 신생 채널을 통해 방영됐다.

드라마는 마케팅이나 인지도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방송 초기부터 주연을 포함한 배우들의 호연과 참신한 내용과 전개로 호평을 받았고 시청률을 끌어올려 저녁 드라마 지형을 변화시켰다. 지상파 종편은 아닌 드라마가 무려 20프로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인 건 매우 이례적이었다.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만, 천재적인 학습능력과 명석한 두뇌를 가진 변호사인 우영우를 주인공으로 한다. 그는 뛰어난 실력으로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사회적 편견 속에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초보 변호사가 경험을 쌓고 능력을 키우고 입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터전인 로펌에 취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에 더해 여성, 그리고 편부 가정이라는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한 핸디캡을 더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우영우는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우영우는 실망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했다. 그는 남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은 안쓰러움과 혐오, 뛰어난 능력에 대한 질투 등 부정적 시선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드넓은 바닷속 흰 수염 고래로 스스로 지칭했다. 

흰 수염 고래는 바다의 제왕이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몸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흰 수염 고래는 망망대해를 홀로 헤엄쳐 나간다. 그의 거대함에 누구도 맞서지 못하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위압감을 가진 흰 수염 고래는 대신 태어나면서부터 고독과 외로움을 안고 있다. 하지만 흰 수염 고래는 의연하게 바다를 자신의 터전으로 삼고 긴 거리를 거침없이 이동하며 살아간다. 

 

 

 



드라마에서 우영우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순간 흰 수염 고래가 나타난다. 판타지적 요소지만, 이는 우영우의 캐릭터를 상징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 고래가 언제 등장할지 기대한다. 그 순간 시청자들은 강한 희열을 느낀다. 시청자들은 여러 불리한 여건을 이겨내고 차근차근 변호사로서 홀로 서는 우영우를 응원한다. 드라마는 우영우의 성장 스토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영우가 영웅은 아니다. 이 드라마의 연출자는 낭만 닥터 김사부 시즌 1과 시즌 2를 연출했다. 그 드라마에서 김사부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뛰어는 실력을 가진 외과의사로 등장했다. 보통의 의사였다면 그는 큰 명성을 얻은 명의로 자리할 수 있었다. 김사부는 편안한 명의의 길을 걷지 않았다.

그는 의료계의 고질적인 부조리에 저항했고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됐다. 대신 그는 의사로서의 강한 사명감으로 아픈 이들을 구하고 그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병원을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병원의 방해를 받지만, 김사부는 뛰어난 실력과 그의 진심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이들과 함께 그의 병원을 지켜낸다. 김사부는 그 흐름의 중심에 있고 절대적인 존재다. 시청자들은 카리스마 넘치지만, 내면에 인간적 면모를 가진 완벽한 영웅에 열광했다. 

우영우는 김사부와 다르다. 우영우 역시 천재지만, 능력과 실력만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없는 위치다. 어렵게 들어간 로펌에서도 그의 입지는 불안했다. 사건 해결에 큰 능력을 발휘하지만, 그에 대한 주변의 의구심을 여전하고 그를 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의 동료조차 그에 대한 주변의 도움과 배려를 특혜로 여기며 강한 반발심을 보인다. 그가 변호사로 성장하면 할수록 적이 늘어났다.

우영우는 그 시련을 극복했다. 이를 위해 때로는 조직의 규칙에 순응하기도 했다. 정의롭지 않은 의뢰인을 위해서 일하기도 했다. 사회인으로서 다소간의 부조리를 참고 견뎠다. 그 사이 그에게는 그를 응원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동료가 생기고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랑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변호사로서 사회성을 가진 사회인으로 발전했다. 어느새 그는 로펌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마음 가득 가지고 있는 법조인으로서의 열정과 정의로움을 구현하려 애썼다. 

 

 

 



우영우의 사건 의뢰인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고 보통의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이들도 있었다. 로펌에서 소위 돈 되는 의뢰인들이 아니었다. 또한, 쉽게 승리할 수 있는 사건들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건과 의뢰인들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종의 장치였다. 어린이들부터 시작되는 과도한 사교육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고 개발과 보존 그리고 해결의 과정도 있었다. 지적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주제도 있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사이버 보안과 그와 관련한 기업 윤리의 문제도 있었다. 이 밖에 사회적 이슈와 논란이 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드라마는 법정 드라마였지만, 그 안에서 사회의 여러 어두운 면을 담아냈다. 우영우는 그 속에서 고군분투했고 그의 순수함과 정의로움이 결국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됐다. 의뢰인들은 그 속에서 삶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고 희망을 발견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우영우는 승리를 부르는 변호사이기도 했지만, 삶을 바꿔주는 메신저이기도 했다.  

드라마는 우영우의 성장기이기도 하지만 주변 인물들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로펌에서 우영우의 중요한 멘토이자 직장 상사인 정명석 변호사는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는 중견 변호사다. 그는 변호사로 성공할 수 있는 전형적인 코스를 거쳐왔다.

하지만 우영우를 만나면서 의뢰인을 위한 승리, 일 그리고 그에 따라붙은 성공에만 매몰되어 있는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그는 우영우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의 엉뚱함도 이해한다. 그에 대한 음해에 단호히 맞서기도 하고 그가 이끄는 젊은 변호사들이 조직의 순리를 어기는 일을 할 때는 방패막이가 되기도 한다. 그런 그는 드라마 후반 암으로 인해 생사의 갈림길에 선다. 그러면서 성공만을 위해 달려온 삶을 되돌아 보고 그 사이 돌보지 못했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그렇게 그는 더 큰 어른이 됐다. 

우영우의 동료인 최수연과 권민우도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최수연은 우영우와 대학 때부터 함께 했고 같은 로펌에 들어왔다. 마음 한편에 우영우의 천재성에 대한 질투심도 있지만, 우영우에 처지를 이해하고 그를 돕는다. 초기에는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많았지만, 점차 직장 동료로 친구로서 관계가 발전한다. 우영우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면서 사회를 보는 안목을 키웠고 법조인으로서 길을 찾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또 다른 직장 동료인 권민우는 우영우 대한 반감을 지속적으로 보였다. 그는 법조인으로 성공에 목말라 있었다. 성공을 위해 인맥을 이용하기도 하고 조직에서 생존을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이는 보통의 직장인의 모습이다. 그는 우영우에 대한 배려가 특혜라 생각했고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장애인과 사회 취약계층과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을 대변하고 있다. 그는 절대적인 공정이 최선이라 여겼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성공을 위한 얼마간의 편법과 권모술수는 필요악으로 정당화했다. 하지만 점점 팀 속에서 함께 하면서 자신의 사고가 틀릴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애정을 가지게 된 동료 변호사 최수연의 존재는 그를 변화시키는 또 다른 이유가 됐다. 어느 순간 권민우는 바보 같다고 여겼던 행동을 한다. 선배 변호사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우영우의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했던 거래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의 변화가 너무 갑작스럽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영의 선한 영향력을 상징하는 인물이 권민우였다. 

이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갈등 장치들이 없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출생의 비밀이 드라마 내내 갈등 폭발의 시한폭탄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 출생의 비밀을 직접적으로 다루며 이를 긴장의 매개체로 사용했던 기존 드라마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우영우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아버지로부터 직접 듣게 되고 자신의 생모인 대형 로펌의 대표에서 이를 알리고 자신의 의지를 전달한다. 보통 드라마라면 출생의 비밀을 숨기고 이를 둘러싼 권모술수가 등으로 몇 회를 소진하기도 하지만, 우영우에서는 계속되는 에피소드 중 하나로 등장시켰다. 물론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잠재되어 있다. 그 비밀이 세상에 알려진 후 상황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앞으로 예정된 시즌 2에서 그 부분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우영우는 출생의 비밀은 안고 있지만, 비련의 주인공으로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영우는 자신의 삶 속에 없었던 어머니의 존재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살 뿐이었다. 어머니를 원망하거나 비밀을 숨긴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 비밀을 알고 나서 오히려 더 발전하고 성장했다. 우영우는 부모의 삶에 자신의 종속되지 않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거듭났다. 극 후반 그의 선한 영향력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변화시켰다. 

우영우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사회적 편견과 주변의 부정적 시선에 망설임도 있었지만, 자신의 그 관계를 설정하고 주도하며 사랑을 키워갔다. 마지막 회에서 우영우는 홀로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을 문제없이 타고 출근했고 그가 그토록 힘들어하고 통과하지 못했던 로펌의 회전물을 스스로 통과해 그가 사랑하는 연인과 만나는 엔딩은 큰 의미가 있었다. 우영우는 사랑과 일도 함께 잡은 변호사로 거듭났다. 시즌 2를 고려한 열린 결말의 성격이 있었지만, 선한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얻었다는 건 분명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쉽게 볼 수 없는 인물이고 드라마 속 가상의 인물이고 이를 두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희화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우영우를 통해 분명히 전달됐다.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은 누구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가 있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지만, 누구에게도 없는 천재적인 능력이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을 대할 때 그를 보호하고 돕는데 주력했지만, 그들은 온전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다수의 정상인이라 말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안돼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장애인들 역시 그 안에 엄청난 잠재력이 자리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그 가능성을 외면했다. 장애인들의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시설 등 인프라 구축을 비용의 관점으로만 접근했다. 장애인들의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게 사회적으로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우영우는 그동안 우리가 접하는 법조인들, 법 기술자가 아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변호사였다. 최근 법기술자들의 행태는 돈과 권력을 위해서 움직이는 이들이었다. 법 서비스의 혜택은 돈 있고 힘 있는 이들을 우해 작동했고 많은 인들은 이에 좌절해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법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여전히 법은 어렵고 억울함을 풀기 위한 과정은 복잡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법은 아직 약자들의 편이 아니다. 공정과 상식이 이 시대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지만, 그 공정과 상식은 아직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의 자폐 스펙트럼으로 인한 게 아닌 기존 관행이라는 이름의 법조 시스템을 파괴하는 인물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각종 사회 부조리들이 하나하나 깨져 나가는 장면들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꼈다. 한 편으로는 우영우와 같이 마음 따뜻하고 공감 능력을 가진 변호사 법조인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법의 여신 아스트라이아는 선과 악을 가리는 정의 저울과 법의 존엄함을 상징하는 법전이나 칼을 손에 들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눈을 가리고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은 공정성을 위함이다. 주관을 배제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정을 하려는 의지다. 하지만 그 여신의 뜻과 달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법은 각종 이해관계와 힘과 돈의 논리에 따라 주관적으로 적용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정상 참작과 관용으로 법의 따뜻함을 보일 때도 있지만, 법은 힘없는 이들에게는 무겁고 힘 있는 이들에게는 관대하다.

어쩌면 우영우는 눈을 가리지 않고 선한 의지와 마음을 가진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판결할 수 있는, 그가 자신을 소개할 때와 같은 앞으로 읽어도 우영우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처럼 한결 같은 아스트라이아일지도 모른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과연 법과 그 법을 다루는 법조인들의 존재가 무엇인지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우리 삶 곳곳에서 우영우와 같이 법 기술자가 아닌 진짜 법조인을 보다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 : 프로그램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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