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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롯데자이언츠는 조용하던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만드는 팀이 되었습니다. 논란이 있을지언정 그들의 선수 영입은 전격적이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사도스키와 브라이언 코리 두 명의 외국인 투수 계약건이나 넥센 고원준 선수의 트레이드 영입, 최향남 선수의 롯데 귀환까지 모두가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 일들입니다.

롯데의 발빠른 행보는 투수력 강화에 중점을 둔 것이었고 노장과 신예 선수를 모두 보강하는 결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런 선수 영입과 함께 떠나보낸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롯데에서 오랜기간 함께 했던 베테랑 불펜요원 이정훈 선수와 젊은 외야수 박정준 선수가 넥센의 유니폼을 입게된 것입니다. 트레이드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고 하지만 논란속에 진행된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된 것이 달가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이정훈 선수의 경우 화려한 선수생활을 하진 못했지만 고졸 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이후 10년이 넘는기간 롯데의 불펜을 지켜온 투수였기에 개인적인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오랜 기다림과 노력끝에 확실하 불펜요원으로 자리잡았던 그였지만 그로 인한 구단과의 연봉갈등, 높아진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비난 등을 뒤로하고 경부선 열차에 몸을 실어야 합니다.

                                                                  
                                                                      (사진출처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그 존재감마저 미약하던 노장 불펜투수에게 2009년 시즌은 그의 이름을 야구판 전체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롯데의 마무리를 맏았던 외국인 투수 애킨스 선수의 롤러코스터 투구와 불펜진의 거듭된 부진속에서도 이정훈 선수는 불펜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았습니다. 승리를 지키기 위한 최고의 카드는 이정훈 선수였고 마무리 애킨스 선수마저 그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무리 투수로서 활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불펜 최고의 승리카드는 이정훈 선수였습니다.

10년이 넘는 기다림끝에 찾아온 기회였지만 2010년 시즌 이정훈 선수는 다시 평범 아니, 그 이하의 투수로 모습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고질적인 무릅부상와 시즌 전 구단과의 갈등, 높아진 유명세에 따른 부담감 등이 복합 작용하면서 불펜의 마지막 자리를 겨우 지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이런 부진은 롯데구단이 그를 트레이도 카드로 쉽게 선택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넥센이 원했다고 하지만 크게 기울어진 트레이드의 대상이 되었다는 세간의 평가는 이정훈 선수에게 큰 충격이 되었을 것입니다. 부상재활의 기회를 주지않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트레이드이기에, 평생 떠나지 않았던 고향을 떠나야 하기에 그의 마음속에는 수 많은 상념들이 스쳐 지나갔을지 모릅니다.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세월동안 한 팀에 헌신한 결과치고는 가혹하기까지한 트레이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그의 가치가 아직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최고 마무리 손승락 선수가 선발 전환을 선언한 넥센 입장에서는 30세이브가 보장된 마무리 자리를 메워야 하는 숙제가 던져졌고 그 대안으로 이정훈 선수가 선택되었습니다. 일단 이정훈 선수의 자리는 또 다른 넥센의 노장 불펜투수인 송신영 선수와 함께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필승 셋업맨 내지 더블 마무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넥센으로서는 풍부한 경험과 날카로운 구질을 지니고 있는 이정훈 선수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밖에 없고의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시즌 운영의 방향이 결정될 것입니다. 올 시즌 손승락 선수로 오기 전 단계에서 불펜의 거듭된 방화로 놓친 경기가 많았던 넥센 입장에서는 강력한 불펜요원이 절실한 상황이고 이정훈 선수는 넥센의 절실함을 채워줄 선수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넥센의 필요성과 선수생활의 후반기를 맞이한 이정훈 선수 개인으로도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관계가 소원해진 롯데 구단에서 이정훈 선수의 입지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초반 부진이 기회의 상실로 이어짐을 의미합니다. 그에게는 더 많은 기회의 장이 필요했고 아이러니 하게도 정든 팀을 떠나면서 그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정훈 선수 정도의 연차 선수가 한 팀에서 오랜기간 활약했다면 대부분 억대 연봉에 근접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불펜투수지만 빛나지 않았던 그의 연봉은 오랜 기간 정체될 뿐이었습니다. 연봉으로 그 가치가 인정되느 프로세계에서 2009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한 이정훈 선수의 연봉 인상요구는 오랜 기간 헌신한 것에 대한 가치 인정을 바라는 어쩌면 그와 비슷한 처지의 선수들을 대변한 목소리였는지도 모릅니다. 

그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그쳤고 그 댖가는 쓰라린 2010년 시즌의 기억들이었지만 이정훈 선수의 작은 외침은 팬들의 공감을 얻어냈고 롯데의 구단 운영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그의 못 올려준 연봉을 모아 주자는 팬들의 모금운동이 생길만큼 큰 반향이 있었습니다. 

이정훈 선수의 이런 모습은 우리 30~40 직장인의 그것과 같았습니다. 제가 이정훈 선수와 관련된 글을 자꾸 올리는 것도 이런 모습이 오버랩도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청춘을 바쳐 일한 직장이지만 직장은 그 필요성이 사라지면 냉정하고 단호하게 그의 헌신을 내팽개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랜 세월을 인내 하면서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이정훈 선수에게 구단은 너무나 냉정했고 예상치 못한 트레이드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가족들을 위해 부당한 직장의 대우를 감수해야 하는 아버지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정훈 선수는 자신이 지켜내야할 가족들이 있고 자신을 성원하는 팬들의 사랑이 있습니다. 이들의 응원과 함께 30대 가장은 뜻하지 않은 변화속에서 또 한번의 도전을 해야합니다. 비록 그가 팀을 바꿔 활약하더라고 롯데팬들의 마음속에 그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꾸준함은 눈이 보이지 않게 팀을 지탱하는 힘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정훈 선수는 롯데의 이정훈이 아닌 넥센의 이정훈 선수가 되었습니다. 팀을 달리하지만 그가 지닌 불굴의 의지와 노력이라면 또 한번의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간 롯데에서의 쏟아낸 이정훈 선수의 노력과 헌신을 알기에 그가 대 롯데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승리의 세레머니를 하더라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 시즌 이정훈 선수의 또 다른 드라마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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