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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가 계속되고 있는 7월,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한 이방인이 조용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롯데의 브라이언 코리, 6월 부터 계속되던 퇴출의 그림자를 그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투구가 한국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마지막 투구였습니다. 시작부터 비끄덕 거리던 롯데와 코리 선수의 만남이 비극으로 끝난 것입니다.

코리 선수는 팀의 1선발에서 불펜의 믿을맨으로 그는 짦은 기간 팀을 위해 여러 보직을 묵묵히 수행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팀의 기대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팀은 그에 대한 기대를 접었고 또 다른 외국인 투수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구단은 퇴출을 예정하고도 마지막까지 코리 선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알뜰함(?)을 보였지만 그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도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코리 선수가 롯데에서 기록한 성적은 4승 3패 3세이브 방어율 4.23,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요원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외국인 투수라는 점이 그 성적의 평가를 인색하게 만들었습니다. 4위권에서 점점 멀어지는 팀 사정, 전력 보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은 그의 헌신과 노력보다는 나쁜 결과에 주목하게 했고 교체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코리 선수와 롯데와의 만남은 그 시작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40을 바라보는 나이의 이렇다할 전적이 없는 투수에게 기대보다는 우려가 높았습니다. 롯데에서 큰 비중이 있었던 가르시아 선수를 대체하는 선수로 우승을 목표로하는 팀의 외국인 투수로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선발과 불펜, 어느 자리도 확정되지 않은 불안정한 신분에서 동계 훈련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동계훈련 코리 선수는 스스로 우려를 걷어내고 믿음직한 선발투수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그가 선발로 안착하자 롯데는 고원준 선수를 불펜으로 돌리면서 불펜의 질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한물간 노장투수에서 코리 선수는 팀의 믿음직한 선발투수로 그 위치를 격상시켰습니다. 그리고 시범경기의 호투를 발판으로 개막적 선발로 등판하는 영광도 얻었습니다.

코리선수는 리그 최고의 선발 류현진 선수와의 대결에서 완승하면서 팀의 1선발로서의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순항할 것 같았던 코리 선수의 시즌은 얼마 못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기 힘들었습니다. 주축 선발인 사도스키 선수의 부상, 5선발 요원들의 동반 부진은 선발진을 빡빡하게 운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충분한 등판 간격을 두고 컨디션을 조절해야 했지만 하위권을 전전하는 팀의 사정은 그에게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코리 선수의 구위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 선발투수로의 기용에 고민이 커졌습니다. 여기서 코리 선수는 불펜투수로의 변신으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불펜 경험이 많은 그는 팀의 무너진 불펜을 나홀로 떠받치는 역할을 기꺼이 수행했습니다. 

초기 불펜 등판에서 좋은 내용을 보이면서 코리 선수는 전천후로 투입되었습니다. 팀의 부름에 코리선수는 묵묵히 따를 뿐이었습니다. 4이닝 마무리 등판 후, 이어진 경기에서의 연속 세이브를 할 정도로 그는 헌신적이었습니다. 그의 투혼을 바탕은 팀은 다시 힘을 찾았고 5월 대반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펜 투수 코리의 영광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불규칙하고 잦은 등판은 그에게 무리였습니다. 한 달도 못가 그는 불펜투수로서도 난타를 당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마음은 의욕에 차이었지만 그의 구위는 더 이상 타자들을 압도할 수 없었습니다. 상대팀의 철저한 분석의 구의 변화구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습니다. 

6월들어 연일 난타 당하는 코리 선수에게 팀을 위한 헌신은 과거속의 단어였습니다. 팀은 그에 대한 교체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롯데의 팀 사정은 내구성이 좋은 힘있는 선발투수나 전천후 등판이 가능한 불펜투수가 필요했습니다. 노장투수에게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코리 선수가 2군행을 통보받자 그의 퇴출을 곧바로 이루어질 것 같았습니다. 

7월들에 코리 선수는 다시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회가 아니라 잠시 동안의 활용이었습니다. 팀은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확정하고 발표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코리 선수는 그 짧은 기간 사용되는 소모품과 같았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모르지 않았을 그였지만 코리 선수는 2차례 등판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7월 첫 주 삼성전에서는 선발승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연패위기의 팀을 구하는 값진 투구였습니다. 지난 금요일 마지막 등판에서도 코리 선수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노장의 마지막 투혼은 야수들의 결정적인 실책과 타선의 지원부족이 겹치면서 패전으로 기록되고 말았습니다. 팀은 그의 구위가 떨어지고 힘겨워 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믿음(?)을 보여주었지만 지친 그에게 더 이상의 투구는 무리였습니다. 

대체 외국인 투수의 입국이 이미 이루어진 상황, 퇴출의 명분을 얻으려는 냉혹한 선수 기용이었습니다. 결국 코리 선수는 아쉬움 속에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고  그것이 롯데 선수로서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더 강력한 투수를 원하는 팀들의 수요는 그에게 한국 무대에서의 기회를 더 이상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를 찾는 팀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프로야구에서 보여준  코리 선수의 짦았던 투혼은 막을 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롯데의 불안정한 투수력은 그의 투혼을 빛바래게 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와 롯데의 만남은 잘못된 만남이 되고 말았습니다. 선발로 80개 내외의 투구가 한계이고 연투가 불가능한 노장 투수가 롯데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선수의 특성과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선수 영입이 코리 선수에게도 팀에에게도 나쁜 영향을 주고 말았습니다. 한국 무대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 했던 노장투수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을 해야했고 팀은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야 했습니다.

코리 선수의 퇴출은 올 시즌 거듭되고 있는 팀의 난맥상이 그대로 녹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팀의 어려움을 극복한 분위기 전환의 대상으로 외국인 선수의 교체가 선택될 수 밖에 없었고 코리 선수는 최근 다시 컨디션을 올리고 있음에도 퇴출의 비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코리 선수와 롯데와의 만남은 그 시작부터 잘못된 만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별 역시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이제 롯데는 코리 선수를 대신할 외국인 투수에게 팀의 후반기 반격의 가능성을 찾으려 할 것입니다. 리그에 대한 적응기간을 같지 못했고 그 기량엘 대한 완벽한 검증이 없었음에도 외국인 투수를 교체해야 할 만큼 롯데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만약 대체 외국인 투수가 코리 선수를 능가하는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롯데의 가을야구는 희망에 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실패한 구단 프런트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코리 선수의 성적은 압도적이지도 않았고 인상적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팀에서 누구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최선을 다한 그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팀은 그의 퇴출을 예정하고도 투수 로테이션을 바꿔가면서 등판시키는 비지니스적인 행태를 보였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선수로서 팀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했기에 떠나는 모습이 결코 초라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롯데 선수로 뛰는 코리 선수를 볼 수 없지만 그가 남긴 짧고 강한 활약은 팬들의 마음속에 오래동안 남아있을 것입니다. 코리 선수가 다른 곳에서 그의 야구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 하기를 기원합니다.


김포총각/심종열(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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