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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사라진 불확실성, 롯데의 새로운 승리 요정 이인복

jihuni74 2021. 10. 1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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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고 있는 10월의 롯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이인복이 그 주인공이다. 이인복은  10월 15일 LG와의 홈경기에서  5이닝 2실점(1자책) 호투로 팀의 4 : 2 승리를 이끌었다. 롯데는 이 승리로 순위 경쟁의 불씨는 지켜낼 수 있었다. 이인복은 그가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팀이 모두 승리하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쯤 되면 승리 요정이라는 말을 붙여도 될 정도다. 

이인복으로서는 부담이 큰 선발 등판이었다. 롯데는 LG와의 홈 3연전에서 선발 원투펀치인 스트레일리, 박세웅을 앞선 경기에서 내세우고도 1무 1패를 기록했다. 결과도 좋지 않았지만, 믿었던 선발 투수들이 모두 부진했다는 점이 롯데에게 더 아프게 다가왔다. 스트레일리는 5이닝 4실점, 박세웅은 4이닝 3실점했다. 대량 실점을 피했지만, 이닝 당 투구 수가 많았고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승리에 대한 중압감도 작용했다. 흔들리는 내야 수비와 타선의 집중력 부재라는 악재도 있었다. 하지만 팀에서 가장 강한 선발 투수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투구였다.

이인복은 달랐다. 이인복은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로 빠른 승부를 가져갔다. 승리가 절실한 팀 사정을 고려하면 신중한 투구가 필요할 수도 있었지만, 이인복은 장점을 극대화하는 투구로 일관성을 유지했다. 공끝이 가라앉는싱커볼 투수인 이인복은 많은 탈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타자들이 자신의 공을 때리게 해서 많은 땅볼을 유도해야 호투를 할 수 있는 유형이다.

이인복은 코너워크보다는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집어넣는데 주력했다. 이인복은 공의 변화가 심한 그의 공을 믿고 투구했다. 5이닝 동안 7개의 적지 않은 안타를 허용했지만, 실점을 최소화했다.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도 과감한 승부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LG는 꾸준히 주자를 출루시키긴 했지만, 결정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전날 경기에서 13득점하며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했던 LG 타선은 그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인복의 변화 심한 구질은 위기에서 빛났다. 전날과 달리 내야진의 수비도 그를 도왔다.  LG는 좌타자들을 타선에 대거 포함하면서 우완 투수인 그를 압박했지만, 결과는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인복은 5회까지 83개를 투구했고 7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투구는 아니었지만,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 주기에는 충분한 투구 내용이었다. 집중타를 허용하거나 볼넷을 남발하며 위기를 자초했던 스트레일리, 박세웅의 투구와 비교하면 크게 대조적이었다. 수비의 뒷받침이 더 있었다면 그의 실점은 1점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6이닝 투구도 가능했다. 이인복이 리드를 유지하며 마운드를 지킨 탓에 롯데는 필승 불펜진을 리드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릴 수 있었고 초반 리드는 승리하는 롯데의 후반기 승리 공식을 재현할 수 있었다. 

이인복이 앞서 등판한 경기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인복은 안타를 허용하는데 두려워하지 않고 빠르게 승부하는 투구를 유지했다. 볼넷 허용을 억제했다. 덕분에 경기 흐름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었고 수비수들이 보다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는 땅볼 투수들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내야수비의 도움을 이끌어냈다.

이인복이 등판한 경기에서 롯데 내야진은 유격수 마차도를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된 수비를 했다. 예측이 가능한 꾸준한 투구와 안정된 제구는 내야 수비 시프트의 성공 확률도 높였다.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롯데 내야진의 시프트는 유용하게 작용했다. 수비가 빠르게 이어지면서 타자들의 타격에도 도움을 줬다. 이인복은 야수들과 유기적 조화를 이루는 선발 투수였다. 그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롯데가 모두 승리한 이유를 모두 운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부족한 부분도 있다. 이인복은 투구 수 80개를 전후해 상대 타자들에 공략 당하는 비율이 높았다. 대체로 5회 정도에서 한계점을 보였다. 이인복은 6번의 선발 등판에서 5회 이상을 투구한 경기가 2경기뿐이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중 불펜에서 선발 투수로 전환했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투수다. 아직 투구 수를 많이 가져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지금의 투구 내용도 기대 이상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인복은 예측이 가능한 투수라는 장점이 있다. 제구가 안정적이고 일관성이 있다. 5회까지는 확실한 투구를 할 수 있다. 9월 25일 한화전 6이닝 6실점 경기를 제외하면 5경기 선발 등판에서 모두 2실점 이하로 마운드는 지켰다. 이인복은 불펜진에 강점이 있는 롯데 마운드에 적합한 유형의 투구라 할 수 있다. 팀 내 다른 선발 투수들과 비교해도 이인복은 밀리지 않는다. 이인복의 이닝 소화에 아쉬움이 있다고 하지만, 박세웅을 제외하면 외국인 투수들을 포함해 대부분 선발 투수들이 5이닝을 넘기기 버거운 올 시즌의 롯데였다. 이인복은 그 5이닝을 확실히 책임지고 있다. 현시점에서 이인복은 롯데 마운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투수다.

이렇게 자리를 잡기까지 이인복에게는 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2014 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후 이인복은 그저 그런 1군과 2군을 오가는 불펜 투수였다. 선발 투수로서의 변신도 시도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 시즌 싱커볼이 확실한 무기가 되면서 1군 불펜 투수로 자리를 잡는 듯 보였지만, 올 시즌 초반 부진하면서 2군으로 내려가야 했다. 1991년생으로 30대 나이가 된 이인복으로서는 프로 선수로서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위기라 할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이인복은 2군에서 선발 투수 수업을 받았다. 꾸준히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선발 투수로서의 역량을 키워갔다. 마침 1군 선발 투수진에 누수가 발생했다. 애초 나균안, 최영환, 서준원 등이 그를 대신해 먼저 기회를 잡았지만, 완벽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나균안, 최영환 모두 아직 관리가 필요한 투수들이었다. 서준원은 여전히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그 틈을 이인복이 파고들었다. 이인복은 대체 선발 투수로 1군에 콜업된 이후 호투를 거듭하며 이제는 선발 로테이션의 한자리를 완전히 차지했다. 계산이 서는 선발 투수 이인복이 됐다. 

이인복은 과거 어렵게 승부하다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 자리한 이후에는 자신에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한 투구를 하고 있다. 타자들의 방망이가 자신의 공을 때리는 걸 두려워했던 과거는 사라지고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투구를 하고 있다. 늦었지만, 자신의 공에 그리고 야구에 눈을 뜬 모습이다. 분명 이인복에 대한 상대팀들의 분석이 이루어지고 그에 맞는 공략법이 나왔겠지만, 안정된 제구를 바탕으로 변화 심한 구질을 가진 이인복은 매우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 기존의 투심 외에 각도 큰 커브와 포크볼이 더해지면서 그를 공략하지 더 힘들어졌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발전하는 이인복이다. 이제는 마운드에서 한층 더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하고 있다. 야구에서 흔히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는 투수의 공을 훨씬 더 때려내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인복이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의 순위 경쟁 상황에 따라 일정은 유동적이지만, 앞으로 이인복은 2번에서 3번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등판은 올 시즌 팀과 자신을 물론이고 내년 시즌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어렵게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은 만큼 남은 경기에서 존재감을 높일 필요가 있는 이인복이다. 승리 요정이라는 그의 기분 좋은 징크스도 이어갈 필요가 있다. 남은 시즌 승리 요정 이인복이 선발 등판이 계속된 팀 승리로 이어질지 그런 승리가 롯데의 희망을 이어가게 하는 요소가 작용할지 이제는 기대가 되는 선발 투수 이인복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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