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종영, 진실 찾아가는 고통스러운 과정 후 찾아온 평화
연쇄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부녀간의 심리극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1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됐다.
이 드라마는 피해자가 백골로
발견된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어쩌면 그 사건의 용의자가 될 수 있는 딸,
그 딸을 의심하고 수사해야 하지만
딸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노골적으로 배척하고
증오하는 딸의 관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반 가정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지만,
이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왔다.
드라마 속 부녀관계
어쩌면 우리들의 부녀 관계?
어쩌면 우리 가정의 모습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로 바쁜 아빠는
자녀들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그 속에서 서로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거나 대화를 하기 어렵다.
대화의 단절은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서로를 판단하고 편견이라는
그림자가 덧씌워진다.
이는 의심을과 불신으로 연결되고
가족이지만, 남보다 못한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드라마는 더 극적으로 표현됐지만,
아버지와 딸의 불편한 관계는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이런 관계 형성의 원인은 가족을
큰 충격속에 빠뜨렸던 아들의
죽음이었다.
주인공 장태수의 아들 하준은
딸 하빈과 함께 숲으로 놀러갔다가
실종됐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 현장에서 딸 하빈은 피투성이가 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하빈은 어려서부터 남들과 다른
특별한 성격이었다.
쉽게 공감하지 못하고 감정에
무딘 아이였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적 성격이라는 말을 한다.
이런 하빈의 성향을 알고 있는
장태수는 혹시나 하는 의심을
마음속에 품게 된다.
특별한 딸에 대한 의심
그리고 가정의 파괴
그는 이후 하빈을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매우 유능한 프로파일러로
다수의 살인 사건에서 범인을
잡았고 능력을 인정받았다.
어느 순간 그의 시선에
딸 하빈은 아들 하준을
살해했을지도 모르는
용의자가 됐다.
무너진 신뢰속에 부녀의 관계가
순탄할 리 없었다.
이에 그의 아내 지수는 의심 가득한
집안 공기속에서 딸이 더 고통받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결국, 지수는 아버지 장태수와 하빈의
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해
이혼을 택했다.
하지만 지수와 하빈의 가정은
평화롭지 않았다.
하빈은 여전히 남들에게
이상한 아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고
특별함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어머니 지수는 큰 좌절감
속에 일상을 살아야 했다.
그 속에서 지수의 마음의
병은 심한 우울증으로 발전했다.
결국, 딸을 믿지 못한 엄마
이런 지수의 마음에 큰 파동을
일으킨 사건이 일어났다.
하빈의 유일한 친구인 이수현이
돌연 하빈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잠적했다.
이수현은 하빈의 특별함을
감당할 수 없었다. 지수는
그 사실을 알고 또 한 번 절망했다.
어쩌면 하빈의 집착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걱정
함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이 걱정은 결과적으로 큰 비극으로
이어졌다.
이후 이수현은 실종됐고
백골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장태수가 일하는 경찰서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장태수는
이전에 몰랐던 하빈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죽은 이수현을 둘러싼
추악한 관계도 알게된다.
이수현은 집을 나와 가출팸에
들어갔지만, 그곳은 여자
청소년들을 약물에 중독시켜
강제 성매매를 시키며 돈을
갈취하고 있었다.
그 정점에는 최영민이라는
인물이 있었고 그는 가출팸의
여자 청소년뿐만 아니라
가출팸 청소년들이 있는
집 주인 여성에게도 무력을
앞세워 비정상적 지배,
피지배 관계를 유지중이었다.
최영민은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모두가
그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계속된
반전을 보였다. 하빈이
살인 사건과 관련된 증거와
정황이 드러났고 심지어
그의 엄마 지수가 이수현의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딸이 연쇄 살인범?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졌다.
진짜 하빈이 이수현을
살해했고 이어진 연쇄 살인
사건도 하빈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을 가지게 했다.
장태수 역시 드러나는 증거와
하빈의 미심쩍은 행적으로 인해
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하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독자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하빈의
범인일 수 있다는 걱정 또는
의심을 버리지 못했다.
하빈 역시 자신의 살인사건과
무관함을 애써 증명하지 않았다.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듯 하다
일부러 자신이 사건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면서 자신에게
시선이 몰리도록 했다.
그러면서 하빈은 자신 나름대로
사건을 추적했다.
하빈은 이수현 살인사건과
관련해 독자적인 자신만의
수사를 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가출팸의 존재를
알아냈다. 그 구성원인 송민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이수현 죽음의
실체를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엄마
지수가 이수현의 시신을
유기하는 진실과 마주해야 했다.
그 이유가 혹시나 하빈이 이수현을
죽였을 수 있다는 엄마 지수의
의심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으로 인해
지수가 영민으로부터 협박을
받았고 돈을 뜯기고 있었음도
알게 됐다.
아울러 엄마 지수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이수현의 죽음과 관련돼
있음을 인지하개 된다.
사실 하빈은 이수현의 죽음과
엄마 지수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추적하는 중이었다.
하빈은
진실의 문을 열는 것을 벗어나
이수현과 엄마 지수를
죽음에 이른 이에 대한
사적인 복수를 꿈꿨다.
하빈 역시 영민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영민은 하수인에 불과했다.
그리고 장막 뒤에 가려진
연쇄 살인의 범인이
등장했다.
동정과 연민의 그림자 속에
숨었던 범인
범인인 가출팸 집의 주인인
성희였다.
그는 배우자와 사별한 이후
아들과 살고 있다. 어떤 이유인지
영민에게 종속된 내연 관계다.
이에 더해 하빈과 이수현의 담임
선생이었던 준태와도 내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성희는 처음 등장 당시 영민의
폭력에 시달리는 힘없는
미망인이었고 등장 인물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는 자신의 악행을 감추기 위한
보호막이었다.
성희는 의심의 시선이 하빈과
영민 등에 분산된 사이 악행을
지속하고 있었다.
성희는 사건의 발단이 된
이수현을 살해한 데 이어
가출팸에서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송민아도 살해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내년 관계에
있었던 최영민 역시 살해했다.
그러면서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의심의 눈을 피했다.
심지어 또 다른 내연남 준태에서
자신이 독살한 송민아 살해 혐의를
뒤짚어 씌우는가 하면 아들을 이용해
혐의를 벗어나는 비정함을 보였다.
성희는 아들에게 가정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강변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탐욕에 의한 일이었다.
성희의 악행은 장태수와 하빈의
삶도 바꿔놓았다.
성희가 이수현을 살해하는
현장에는 이수현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도착한 하빈과
그런 하빈을 걱정해 온 하빈의
엄마 지수가 있었다.
성희는 이수현과 하빈, 지수의
관게를 알아챘고 지수에서 딸
하빈이 이수현을 살해했다는
오해를 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딸에 대한 지수의
사랑과 걱정, 불안정한 심리
상태속에서 이수현의 시신을
유지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 지수를 협박했다.
성희는 이 모든 서사를 직접
하지 않고 영민을 실행자로
이용했다. 영민은 성희를 자신이
지배한다고 여겼지만, 자신도
모르게 성희의 범죄 행각의
장기판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준태의 마음을 이용해 송민아를
살해한 것으로 오해하도록 해
범행을 자백토록 했다.
또한, 자신의 처지를 동정하고
각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장태수 수사팀의 수사관
구대홍의 선의를 이용해
자신의 범행을 감추는데
이용했다.
딸의 진심
드라마는 하빈의 이상성격과
행동에 초점을 맞췄지만, 진짜
사이코패스는 성희였다.
성희는 마지막 순간까지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 행세를 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그의 죄는 엄마의 악행을
알고 있었던 아들의 증언과
지수가 입수해 남겨놓은
CCTV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이 속에서 하빈은 특별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학생이었고
자신을 믿어주는 엄마 지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착한 딸이었음이
밝혀졌다.
하빈의 행적은 유일한 친구
이수현과 엄마 지수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복수를 하기 위한
철저한 계획이었다.
이를 위하 하빈은 아버지 장태수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악과 손을
잡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았던
이수현과 엄마 지수마저
자신을 의심하고 오해했음을
알게 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런 딸의 진심을 알게 된
지수는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빈은 이런 상황을 만드는데
있어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연쇄 살인범인 성희에게
마지막 복수를 하려 했지만
장태수가 이를 가로막았다.
장태수는 마음 속에 담고 있던
말을 꺼내놓으며 하빈에게 진심을
전했다.
결국, 하빈은 아버지의 진심 어린
마음에 그를 감싸고 있었던
어둠의 그림자를 스스로 걷어낼 수
있었다.
만약, 장태수가 하빈을 잡지
않았다면 하빈은 성희와 같은 길을
걸을수도 있었다.
화해 그리고 걷힌 어둠
부녀의 화해와 함께 드라마의
전체 분위기를 지배했던 어둠이
사라졌다.
취조실과 같았던 하빈의 집에도
햇살이 들어나고 밝은 기운이
감돌았다.
장태수는 하빈의 곁에
있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찰관을 길을 포기했다.
경찰은 그에게는 천직이었고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일이었지만, 그는 딸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인생의 길을 바꿨다.
그에게는 자신의 성공과
범죄 전문가로서의 입지가
소중했지만, 그 사이 잊고 있었던
가족의 가치를 뒤늦게 느끼고
스스로 변화했다.
장태수의 변화는 하빈과의
거리를 급속히 좁혔다.
마치 경찰서의 취조실 같았던
식탁의 분위기는 밝아졌고
아버지와 딸의 거리도 크게
좁혀졌다.
아버지와 딸은 서로의 일상을
묻고 농담도 주고 받는
보통의 관계가 됐다.
장태수가 하빈의 생일 선물로
전한 시계는 그들이 진정한
부녀로서 시간이 다시
시작됨을 상징하는 듯 보였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웹툰이나 웹소설이 원작이
주류를 이루는 드라마 환경에서
보기 드문 공모작 수상 대본으로
제작됐다.
드라마는 시종 일관 어둡고
무거웠다. 이는 인물간 갈등을
상징했다.
이와 관련해 화면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고 집중하기 힘들다는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축을 이루는 장태수와
딸 하빈의 관계는 가족이지만, 남보다
못한 의심과 오해, 불신이 가득했다.
이는 그들 삶을 깊은 어움속에
갇히게 했다. 드라마는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이들은 같은 집에 있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어둠속에 있었다.
또한, 진짜 범인이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등장 인물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며 진범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이 또한, 의심과 편견이 시야를
좁힌 탓이었다.
장태수 가족의 불행은 결국
자신의 보고 싶은것만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이
부른 일이었다.
하빈을 가장 잘 이해하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지수마저
하빈을 의심하고 오해하면서
비극의 깊이는 더 커졌다.
그런 비극을 초래한 자책감에
지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이는 그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딸이 마음의
문을 더 단단히 걸어 잠그고
더 깊은 어둠속에서 살도록 했다.
이런 하빈을 밝은 빛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이끈건 장태수의 사랑과
헌신이었다.
장태수는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것을 버리고 솔직해지면서
하빈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었다.
그의 마음을 의심으로 채우게 했던
물음을 하빈에서 하면서 하빈이
그에 대한 마음속 말을 하면서
부녀는 마침내 화해할 수 있었다.
가족의 신뢰 회복은 아버지와 딸이
어두운 과거를 털고 새로운 세상을
열도록 했다.
소통 부재의 사회
이토록 아름다운 배신자는
가까운 사이라 해도 의심과 오해
그로 인해 무너진 신뢰가
그 관계를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살인사건과 그에 따른 심리 추리극을
내용으로 하지만, 그 안에는
소통부재의 현 사회의 문제를
담고 있다.
대신 결말을 최근 주요 패턴인
열린 결말이 아닌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트랜디한 로맨스 드라마가
대세인 요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쉽게 접하기 힘든 장르의
드라마였다.
비교적 짧은 10회 구성이
아쉬웠지만, 대신 밀도 있게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뻔한 내용이 될 수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을
통해 몰입도를 높였다.
그 마지막이 다소 상투적이라는
비판도 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그 때문에 드라마를 심각하게
보던 시청자들이 기분 좋게
드라마를 떠나보낼 수 있도록 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추리 심리극의 재미를 모처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진 : 드라마
글 : 지후니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