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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프로야구] 생존 위해, 강함 대신 부드러움 택한 롯데 서준원

지후니74 2022. 5.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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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신인 지명 순번은 그 선수에 대한 구단의 기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상위 지명자는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계약금도 더 많이 받는다. 다음 시즌 전력 구상에서도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특히, 1차나 2차 지명을 받은 선수에 대한 가치는 매우 크다. 

롯데 투수 서준원은 연고지 우선 지명이 있었던 2019 시즌을 앞두고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계약금도 3억 5천만원으로 높았다. 2021 시즌 신인 2라운드 전체 1순위로 롯데가 지명했던 좌완 투수 김진욱의 계약금이 3억 7천만원이었음을 고려하면 롯데의 서준원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서준원은 매우 매력적인 투수다. 사이드암 투수지만, 그는 고교 시절 이미 150킬로의 강속구를 던졌다. 공이 빠르다는 자체로 그는 큰 장점을 가진 투수였다. 여기에 사이드암이라는 점은 그의 가치를 더 높였다. 사이드암 투수가 그런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면 좌타자 승부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현재 LG 필승 불펜진의 핵심인 정우영도 150킬로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바탕으로 좌. 우 타자 상관없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로야구 역사에서 대표적인 사이드암 투수였던 임창용도 150킬로를 넘는 강속구가 일품이었다.

서준원은 그만큼 희소성이 있고 장래가 촉망되는 신인이었다. 당연히 그는 특별 관리 대상이었고 입단 후 바로 1군에서 기회를 잡았다. 2019 시즌 당시 롯데 마운드 상황이 녹녹치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그의 빠른 공이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결코 호락호락 그의 성공을 허락하지 않았다. 2019 시즌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서준원은 4승 11패 방어율 5.47을 기록했다. 평범 이하의 성적이었다. 롯데는 이 경험이 다음 시즌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2020 시즌 서준원은 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성적은 7승 6패 방어율 5.18, 절반의 성공이었다.

 

서준원

 


그는 꾸준히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고 선발 투수로 안착하기 위해 공의 강약을 조절하는 투구를 하는가 하면 좌타자 승부를 위한 체인지업과 각도 있는 커브 등 변화구를 더했다. 직구만으로는 버틸 수 없음을 알았고 그에 필요한 준비도 했다. 그럼에도 방어율은 나아지지 않았다. 대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100이닝 이상을 투구했고 풀 타임 선발 투수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3년 차에는 주력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1 시즌 더 큰 기대 속에 시즌을 시작한 서준원은 발전이 아닌 퇴보를 거듭했다. 선발 투수에서 밀렸고 불펜 투수로도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서준원은 선발도 불펜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시즌을 보냈다. 그 어느 쪽에서도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 탓이었다. 고질적인 좌타자에 대한 약점이 해결되지 않았고 제구의 정교함이 부족했다. 그의 투구 패턴을 분석한 상대 팀 타자들은 그의 공을 쉽게 공략하는 일이 늘었다. 빠른 직구를 가지고도 그 장점을 살려내지 못했다. 

그 사이 팀 내 경쟁 구도 속에 그의 입지마저 흔들렸다. 그보다 늦게 입단한 최준용이 불펜진의 핵심으로 떠올랐고 여타 젊은 투수들이 불펜진에 합류했다. 선발 투수 자리도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시킨 이인복과 최영환에 또 다른 영건 이승헌 등에 내줘야 했다. 서준원은 추격조 불펜으로 시즌을 보냈다. 그나마도 팀 상황에 따라 1군과 2군을 오가야 했다. 입단 당시 팀의 미래를 책임질 최고 유망주였던 서준원이었지만, 경쟁에서 서서히 밀리는 자신을 발견해야 했다. 

2022 시즌 서준원은 변화가 필요했다. 이대로 라면 1군 엔트리 진입도 불투명했다. 롯데는 그동안 젊은 투수 육성에 상당한 노력을 했고 그에 따른 성과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서준원은 팀에서 희소가치가 큰 사이드암 투수라는 장점이 있었지만, 같은 유형의 빠른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 이강준이 트레이드 영입되면서 입지를 더 흔들었다. 선발 투수 자리는 이미 5인 로테이션이 정해졌고 불펜 투수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했다. 

결국, 서준원은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퓨처스 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상실감이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프로 4년 차 시즌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여러 고민이 생길 수 있었다. 당장 병역의무 이행을 해야 하고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퓨처스 리그 상무 입대로 여의치 않았다. 올 시즌 서준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아야 했다. 그로서는 큰 위기였다. 

이 상황에서 서준원은 큰 변화를 선택했다. 그는 자신의 장점이 빠른 직구를 포기했다. 대신 팔의 각도를 언더핸드 형태로 낮추고 더 많은 공의 변화와 제구력 향상을 시도했다. 성과가 있었다. 1군 콜업 후 2경기에서는 흔들리는 모습이었지만, 이후 서준원은 매우 안정적인 투구를 하시 시작했다.

5월 들어 불펜으로 등판한 4경기에서 서준원은 실점을 하지 않고 있다. 더 고무적인 건 멀티 이닝을 소화한 경기에서도 투구 내용이 준수했다는 점이다. 5월 5일 선발 투수 스파크맨이 극심한 난조에 빠지며 1회를 넘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준원은 급히 마운드에 올랐지만, 5이닝 무실점 투구로 호투했다. 그 경기에서 롯데는 패했지만, 서준원이 긴 이닝을 책임지면서 롯데는 불펜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5월 14일 한화전도 훌륭했다. 서준원은 선발 투수 김진욱이 초반 난조를 보이며 흔들리는 상황에서 2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예상치 못한 빠른 등판이었다. 당시 상황은 한화가 김진욱의 난조를 틈타 대량 득점을 할 수 있는 흐름이었고 판정 시비로 오랜 시간 경기가 중단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서준원은 그 상황을 잘 정리했고 6회까지 단 1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무실점 투구를 했다. 

서준원이 마운드를 안정시키는 사이 롯데는 초반 1 : 4 열세를 역전하며 8 : 5로 승리했다. 서준원은 4.1이닝 무실점의 호투와 함께 실질적인 선발 투수 역할을 했고 시즌 첫 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롯데는 그가 긴 이닝을 버티면서 불펜 운영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경기 후반 필승 불펜조를 마운드에 올려 승리를 지켰다. 서준원이 무너졌다면 경기 양상을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서준원은 언더핸드 투수로서의 장점을 백분 발휘했다. 그의 구질은 매우 변화가 심했고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잘 공략했다. 변화구의 위력을 더 배가됐고 이는 좌타자 승부에도 유용했다. 한화 타선이 올 시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긴 하지만, 좌타자가 다수 포함된 한화 타선은 서준원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서준원의 이 호투는 변화에 대한 확신을 주는 투구였다. 

서준원이 성공적인 변신을 하면서 롯데는 마운드 운영이 한결 더 수월해졌다. 롯데는 최근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선발 투수 김진욱을 2군으로 내렸다. 그의 선발 투수 자리는 멀티 이닝 소화를 하며 불펜진에 큰 힘이 되고 있는 나균안 또는 서준원이 대신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한 번의 경쟁이다. 서준원으로서는 주어질 선발 등판 기회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해야 한다.  

 


올 시즌 자칫 전력 구상에서 멀어질 수 있었던 서준원으로서는 다시 그의 존재감을 되찾게 됐다. 서준원은 그의 장점을 버리면서 제구와 공끝의 변화를 택한 선택의 결과다. 서준원은 상위 지명 신인의 자존심보다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 우선이었고 더 나은 투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팀 역시 면밀한 분석으로 서준원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서준원은 롯데에 부족한 언더핸드 투수다. 롯데는 과거 롯데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정대현 이후 언더핸드 투수가를 1군 엔트리에 두지 못했다. 팀을 떠난 오현택이나 2군에 머물고 있는 이강준은 사이드암 투수로 언더핸드 유형과 거리가 있다. 서준원의 반등은 마운드의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그가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선발과 불펜진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한다.

이런 변화를 택하기까지 수년간의 시행착오와 시련이 있었다. 한때 서준원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롯데 팬들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근성이 부족하고 맨탈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의 순둥순둥한 외모가 이런 평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서준원은 그 속에서 더 나은 투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과감한 변화로 새로운 길을 찾았다.

그는 2000년 생으로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투수다. 변화에 대해 적응하기 한층 수월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환한 이후 불펜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나균안의 사례는 서준원에게 주는 메시지가 크다. 서준원은 여전히 롯데의 미래다. 올 시즌 큰 변화를 통해 서준원이 그의 가능성을 더 나은 결과로 만들 수 있을지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그의 올 시즌이 기대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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