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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프로야구] LG 트윈스, 의구심 가득한 염경엽 신임 감독 선임

jihuni74 2022. 11. 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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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던 LG가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LG는 지난 2년간 감독으로 재임했던 유지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데 이어 신임 감독을 재빠르게 선임했다. 신임 감독은 염경엽 야구 국가대표팀 기술위원장이다. 염경엽 신임 감독은 2023 시즌부터 3년 계약으로 LG에 부임했다. 

LG로서는 과감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유지현 감독은 지난 2년간 팀을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LG는 올 시즌에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LG는 정규리그 6할이 넘는 승률과 함께 팀 역사상 가장 많은 87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투. 타에서 한층 더 발전했고 두꺼운 선수층과 안정된 마운드로 시즌 내내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정규리그 1위 SSG가 개막 10연승이라는 역대급 페이스로 치고 나가지 않았다면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는 LG가 차자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만큼 올 시즌 LG는 투. 타 모든 면에서 인상적이었다. 정규리그 2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플레이오프를 통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SSG와 대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키움의 무서운 기세 앞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플레이오프에서 LG는 1차전 승리로 기세를 올렸지만, 이후 내리 3경기를 모두 패하며 한국 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LG는 1994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2002 시즌 한국 시리즈 진출 이후 20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기대했지만, 허무하게 그들의 포스트시즌을 끝내고 말았다. 

이 실패의 후폭풍은 매우 컸다. 정규리그 성과에 대한 긍정 평가보다 포스트시즌 패배의 비판이 더 강하게 일어났다. 이에 올 시즌 후 무난히 재계약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유지현 감독의 거취도 흔들렸다. 플레이오프 종료 후 새 감독 선임에 대한 소문이 기사로 등장했고 유지현 감독의 재계약이 어렵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LG의 레전드 출신 코치 이병규 코치의 삼성 수석 코치설도 등장했다.

 

 

 



2022 시즌을 이끌었던 코치진의 변화가 감지되던 시점에 유지현 감독의 재계약 불가 소식이 전해졌다. 1994 시즌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이후 선수로서 코치로서 거의 30년 가까이 LG를 떠나지 않았던 레전드이자 원클럽 맨이었던 유지현 감독은 이렇게 LG와의 인연을 정리하게 됐다. 

이후 관심은 LG의 신임 감독 선임과 관련한 소식이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들려왔고 선동열 전 KIA 감독과 염경엽 국가대표팀 기술위원장이 후보로 떠올랐다. 한때 구단주와 관계가 있는 선동열 전 감독 선임 유력설이 돌기도 했지만, 결과는 염경엽 LG 감독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2010 ~ 2011 시즌 LG에서 수비 코치로 활약한 이후 긴 세월을 지나 다시 한번 LG와 인연을 맺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 시절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지금은 사라진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에서 염경엽 감독은 주로 백업 내야수로 커리어를 보냈다. 염경엽 감독은 현역 선수 은퇴 후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지 않고 프런트로 경험을 쌓았다. 그는 현대 유니콘스와 LG 트윈스에서 스카우트와 운영팀장으로 일했다. 

그런 염경엽 감독이 현장 지도자로 본격적으로 나선 건 2010, 2011 시즌 LG에서였다. 염경엽 감독은 수비코치로 LG와 함께 했다. 그 시절 수비 코치로서 염경엽 감독은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심지어 구단 내 파벌을 형성하고 정치를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불편한 마음을 안고 지금 키움 히어로즈의 전신 넥센 히어로즈로 팀을 옮겨 코치 생활을 이어갔다. 

2012 시즌 넥센에서 작전 주로 코치로 활약한 염경엽 감독은 넥센 선수들의 주루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고 지도자로서 역량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3 시즌 그를 전격적으로 감독으로 선임했다. 아직 코치 경험이 많지 않았던 무명의 코치라 할 수 있는 그의 감독 선임은 당시 프로야구에서는 큰 파격이었다. 그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그런 우려를 이겨내고 넥센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강팀으로 발돋움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했다. 오랜 프런트 경험은 프런트 역할을 중요시하는 넥센 야구 색깔과 잘 어울렸고 데이터 분석 능력이나 이를 토대로 한 전략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014 시즌에는 염경엽 감독의 넥센은 한국시리즈에 올라 삼성과 명승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 시절 히어로즈는 만연 하위 팀의 굴레를 벗고 리그 강팀으로 자리할 수 있었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삼국지의 최고 책사 제갈공명에 빗됀 염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리그에서 손꼽히는 명장 반열에 올랐다. 그의 성공은 선수로서의 성공이 감독으로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고 새로운 야구 트렌드에 잘 적응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히어로즈와 오랜 세월 함께 하지 못했다. 2016 시즌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염경엽 감독은 돌연 감독 사퇴를 발표했다. 2016 시즌은 넥센의 전력 약화로 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뒤엎고 포스트시즌에 올랐던 시즌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쌓였던 구단과 염경엽 감독이 갈등이 그 시점에 폭발하고 말았다. 

그렇게 야인이 된 염경엽 감독이었지만, 그는 여러 팀에서 주목하는 감독 후보였다. 과연 그가 어느 팀 감독이 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이 관심이 컸다. 그의 선택은 SK 와이번스 단장이었다. 그는 지도자에서 다시 프런트의 수장으로 변신했다. 2018 시즌 염경엽 감독은 SK 힐만 감독과 더불어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그의 또 다른 능력을 발휘했다. 

프런트로서의 역량을 보여준 염경엽 감독은 2019 시즌 계약 종료 후 팀을 떠난 힐만 감독을 대신해 SK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는 감독으로 우승에 도전했다. 2019 시즌 SK는 정규시즌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며 우승을 예약한 듯 보였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 큰 부진을 보인 SK는 두산에 밀려 정규리그 우승에 실패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플레이오프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쓸쓸히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2020 시즌 SK 와이번스 큰 부진을 보였다. 에이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등 전력 약화가 뚜렷했고 선수의 내부 육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선수층이 엷어졌다. SK는 하위권을 전전했다. 그런 팀 상황 속에 염경엽 감독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악화로 정상적인 감독 수행을 하지 못했다. 그 시즌 SK는 사상 초유의 감독의 건강 악화와 그로 인한 대행 체제가 길어지는 등 구단 운영의 파행을 거듭하며 하위권 팀이 됐다. 염경엽 감독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감독을 사직했다. 이후 SK 와이번스는 구단이 매각되며 SSG 랜더스로 구단명을 변경했다. 

감독에서 물러난 염경엽 감독은 메이저리그 연수를 하며 야구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한 편, 야구 해설위원과 야구 국가대표 기술 위원장을 하며 프로야구와 현장과의 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염경엽 감독은 감독 교체가 필요한 팀이 발생하면 거론되는 후보였다. 하지만 그의 현장 복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염경엽 감독이 다시 돌아왔다. LG는 2022 시즌 후 감독 교체를 결정하고 새로운 감독을 찾았다. 애초 염경엽 감독은 선수 육성을 총괄하는 역할을 LG에서 제의했지만,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많은 언론에서 선동열 감독 설이 강하게 부상했지만, 선동열 LG 감독설이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 속에 염경엽 감독 선임이 발표됐다. 염경엽 감독은 2020 시즌 이후 다시 현장에 복귀하게 됐다. 

분명히 능력이 있고 상당한 실적을 쌓았던 염경엽 감독이지만, 그에 대한 LG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지 않다. 그가 LG에서 코치로 일하던 시절 오해와 악소문의 여파도 있지만, 교체에 대한 명분이 크지 않다. LG는 전임 유지현 감독의 교체 이유 중 하나로 우승 실패를 들고 있다.

LG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그에 걸맞은 전력이기도 했다. LG는 정규 시즌 내내 가장 안정된 전력을 유지하며 선두권에서 자리했다. 시즌 87승과 0.613의 승률은 충분히 우승을 할 수 있는 결과였다. 정규리그 1위 SSG의 페이스가 워낙 좋았다. LG는 약점이었던 후반기 페이스가 떨어지는 약점도 극복하며 시즌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유지했고 크게 멀어졌던 승차를 2경기 차로 좁히기도 했다.

이에 1위 SSG와 2위 LG와 3위 팀의 격차는 매우 컸고 SSG와 LG가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LG는 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밀리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2019 시즌부터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LG였지만, 4번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의 시즌이 다시 반복되고 말았다.

특히,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포스트시즌 결과에 대한 실망과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이는 구단 구성원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규 시즌의 성과는 그와 함께 평가 절하되고 말았다. 

이런 분위기는 포스트시즌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서 전임 감독은 벗어날 수 없도록 했다. 한 편으로 더 나은 성적, 우승의 목표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필요성을 높였다. 이에 잠실 라이벌, 두산의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김태형 전 감독의 영입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우승에 목말랐던 LG이니 만큼 새로운 감독을 영입한다면 우승 경력이 있는 감독 선임이 예상됐다. 최소한 올 시즌 정규리그 2위 이상의 성과를 낸 감독이 영입돼야 교체 명분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화려한 감독 이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승에는 이르지 못했다. 2018 시즌 단장으로서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감독으로서 우승을 한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오히려 염경엽 감독은 2014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실패의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그가 이끌었던 넥센 히어로즈는 구단 사상 최강 전력이었다. 하지만 삼성에 밀려 아쉽게 우승에 실패했다. 

 

 

 



2019 시즌에는 시즌 막바지 뒷심 부족으로 정규 시즌 우승 실패의 아픔이 있었고 포스트시즌 또 한 번의 아쉬움이 있었다. 뭔가 포스트시즌에서 약점이 있다는 인식을 줄 만한 이력이다. 그런 염경엽 감독을 우승을 위한 선택이라 한다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LG 팬들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우승에 실패한 책임을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에 돌리고 팀 분위기를 바꾸는 것 외에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염경엽 감독의 교체로 인해 LG는 대폭적인 코치진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몇몇 코치들이 팀을 떠났고 떠날 예정이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팀을 시키고 구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정규리그를 이끈 코치진이 해체될 상황이다. 분명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뭔가 팀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강력한 힘에 의해 한순간에 큰 변화에 직면한다는 점은 결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 LG는 그동안 구단주가 구단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구단주의 입김이 큰 구단이었다. 이번 감독 교체도 구단주의 의사 결정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신속한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지만, 면밀한 분석과 이에 따른 결과 도출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 우려가 된다. 

이런 배경 속에 선임된 염경엽 감독은 엄청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염경엽 감독은 내년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 이상의 성과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는 염경엽 감독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이미 건강 이슈로 감독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이력이 있는 염경엽 감독의 건강 문제도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LG 감독 자리는 누구나 탐낼 수 있는 자리이긴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당장 얼마나 잘 하나 보자는 식의 의구심과 부정적 시선을 견뎌내야 하고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안팎에서 그를 흔드는 바람이 불어올 수 있다. 과연 염경엽 감독은 이런 분위기를 이겨내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LG는 염경엽 감독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오랜 숙원을 풀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LG 트윈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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