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희망의 레이스를 계속 이어갔다. 롯데는 10월 4일 한화전에서 선발 투수 레일리의 7이닝 3피안타 3사사구 11탈삼진 무실점 호투와 이대호, 손아섭, 민병헌의 홈런포 등 타선의 지원이 더해지며 7 : 2로 승리했다. 롯데는 6위 삼성과의 승차를 1경기 차로 줄였고 5위 KIA와 승차 2.5경기 차를 유지했다.
롯데는 전날 5 : 2로 앞서던 경기를 불펜 난조로 역전패 당한 후유증을 바로 씻어내며 5위 경쟁의 가능성을 계속 유지했다. 무엇보다 선발 투수 레일리가 7이닝을 소화하면서 최근 팀의 상승세에도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는 불펜진 소모를 줄였다는 점이 승리의 가치를 더했다. 롯데 선발 투수 레일리는 시즌 11승에 성공했고 직전 등판이었던 넥센전 부진의 기억도 지워냈다.
롯데의 5위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는 레일리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 그를 기억한다면 올 시즌 레일리의 투구는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지 못했다. 29경기 선발 등판한 레일리는 15번의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고 1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나름 선발 투수로서 역할을 해주었다. 173개의 탈삼진은 이 부분 상위권 기록이고 탈삼진 대비 볼넷 비율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세부 지표는 그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게 한다.
우선 방어율이 4.62로 크게 치솟았다. 타고투저의 KBO 리그라고 하지만, 원투 펀치 역할을 해야 하는 외국인 ㅌ투수로서는 아쉬움이 있다. 호투하는 경기도 많았지만, 대량 실점하는 경기도 그에 비례했다. 안정감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이에 레일리는 11승을 쌓는 동안 12패로 함께 쌓았다. 불펜진의 부진과 타선의 지원이 없었던 불운의 경기도 있었지만, 상당 부분은 경기 중반인 5, 6회 급격히 무너진 경기가 누적된 결과였다.
또한 레일리는 무려 20개에 이르는 피 홈런이 말해주듯 결정적이 순간 장타 허용으로 경기를 그르치는 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 피홈런이 모두 우타자에 집중되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레일리는 올 시즌 좌. 우타자를 상대로 한 성적에 큰 편차를 보였다.
좌타자를 상대로 레일리는 피 홈런이 하나도 없다. 피 안타율은 0.175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타자를 상대로는 20개의 피홈런에 피안타율이 0.308에 이른다. 좌타자를 상대로 레일리는 극강이었지만, 우타자를 상대로 한 승부는 힘겨웠다. 좌투수인 그가 좌타자를 전문으로 상대하는 불펜 투수라면 이 기록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레일리는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 투수라는 점에서 우타자 상대 성적은 그의 큰 약점일 수밖에 없었다.
레일리는 2015시즌 롯데에 입단할 당시부터 오버핸드에서 약간 팔이 내려오는 유형의 투구로 좌타자보다 우타자에 상대적 약점이 있는 유형의 투수였다. 하지만 올 시즌 레일리는 우타자 상대 약점이 크게 도드라졌다. KBO 리그에서 4시즌째를 맞이한 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루어진 결과라 할 수도 있다.
레일리는 지난 시즌에도 전반기 극심한 부진으로 방출 위기에까지 몰렸지만, 후반기 극적 반전에 성공한 기억이 있다. 당시 레일리는 강약을 조절하는 투구에 눈을 뜨며 후반기 무패의 투수로 거듭났다. 직구의 구속과 큰 차이를 보이는 체인지업의 장착은 신의 한 수였다.
지난 시즌 후반기 활약을 바탕으로 올 시즌 레일리는 롯데의 에이스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와 함께 원투펀치를 구성했던 린드블럼이 두산으로 떠났고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듀브론트의 활약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레일리의 비중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레일리는 시즌 초반 부진했고 롯데의 성적도 함께 내리막을 걸었다. 한때 반등하며 지난 시즌 후반기 위력을 재현하는 듯 보였지만,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9월 초 2경기 등판에서 부진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롯데는 9월 초 8연패 늪에 빠지며 5위 경쟁에서 크게 뒤처지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함께 부진했던 외국인 투수 듀브론트는 방출 통보를 받고 팀을 떠나야 했다.
듀브론트의 방출은 레일리에게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타자 상대 약점과 기복이 심한 투구 내용을 레일리에게 다음 시즌 재계약을 기약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었다. 이후 레일리는 심기일전했고 롯데의 최근 상승세에 큰 힘이 됐다.
앞으로 레일리가 그의 존재감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롯데가 시즌 막판까지 순위 경쟁을 이어간다면 레일리는 한 번의 선발 등판 기회가 더 주어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10월 4일 한화전은 그의 마지막 등판이 될 수 도 있다. 어쩌면 11승 12패, 4.62의 방어율로 레일리는 재계약 평가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롯데로서는 레일리가 리그와 팀 적응도가 높고 이만한 투수를 새롭게 영입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에서 교체를 과감히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최근 KBO의 결정으로 새롭게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의 계약 규모는 100만 달러로 상한선이 정해진 상황이다. 더군다나 레일리는 30대 초반으로 여전히 그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 레일리는 최근 투구 폼을 변형하며 생존을 위한 강한 의지도 보였다.
다만, 극과 극의 투구 내용은 그가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를 던지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선발 투수진이 상대적으로 허약한 롯데에게 외국인 선발투수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레일리는 3,4선발 투수로서의 가치는 높지만, 그 이상의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애매함이 있다.
레일리로서는 롯데가 순위 경쟁을 이어가고 시즌 막판 떠 한 번의 호투로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것이 재계약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즉, 레일리를 내년 시즌에도 롯데 선수로 볼 수 있을지는 롯데의 순위 경쟁과도 연관이 있다 할 수 있다.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74 (youlsim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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