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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들의 개편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감독 교체의 바람이 강하게 휘몰아쳤고 이제는 선수단 개편이 진행 중이다. 각 팀별로 코치진이 재구성되고 있고 내년 시즌을 함께 재계약 대상 선수들을 결정하는 과정에 있다. 

신인 선수들의 가세한 만큼 그들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선수들의 정리가 불가피하다. 이미 상당수 팀들이 재계약 포기하는 전력 외 선수들을 발표하고 있다. 매 시즌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나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의 나이에 상관없이 팀을 떠나고 있다. 육성이라는 강력한 트렌드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우리 프로야구에서 필연적인 일이지만, 아직 충분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도 그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 여전한 기량을 갖추고 있지만, 효율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팀을 떠나는 선수들일 늘었다. 과거와 오랜 기간 한 팀에서 활약하면서 명예로운 은퇴를 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와중에서 올 시즌 와일드카드전에서 탈락한 정규리그 5위 KIA는 리그 최고령 투수 임창용의 방출을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KIA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지난 시즌 우승 팀에서 올 시즌 5위로 부진했던 KIA는 팀을 새롭게 만드는데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임창용을 비롯해 베테랑 선수들 다수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이미 40살을 넘어섰고 올 시즌 5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임창용은 팀 분위기 쇄신과 세대교체라를 명분에 떠밀려 긴 세월을 넘어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던 고향팀을 떠나가 됐다. 문제는 임창용이 올 시즌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고 KIA 마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KIA는 젊은 투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그들의 기량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하지만, KIA는 리빌딩을 하려는 팀이 아니다. 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 자원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임창용은 37경기에 등판했다.  그 과정에서 한. 미. 일 야구에서 등판을 포함해 개인 1,000경기 등판을 달성하기도 했다. 임창용은 86.1이닝을 소화했고 5승 5패 4세이브 4홀드에 방어율은 5.42를 기록했다. 그의 연봉 대비 결과물로 보면 부족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내용을 살피면 그렇지 않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 임창용을 불안한 KIA 불펜의 필승조로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마무리를 물론이고 셋업맨, 멀티 이닝 소화까지 전천후 활약을 했다. 

하지만 6월 7일 경기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후 임창용을 돌연 1군에서 모습을 감췄다. 특별한 부상도 없었다. 이를 두고 감독과의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렇게 임창용은 1달간 1군 경기 등판을 하지 않았다. 선발과 불펜 할 것 없이 불안한 KIA의 마운드 사정상 한 명의 투수가 아쉬웠지만, KIA는 애써 그를 외면한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가 다시 1군에 복귀한 7월 임창용은 선발 투수로 변신했다. 과거 삼성 시절 선발 투수로도 큰 활약을 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먼 기억 속의 일이었다. 그에게 선발 투수는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KIA는 에이스 양현종을 비롯해 외국인 투수 헥터와 팻딘에 4선발 투수 임기영마저 이 지난 시즌만 못하면서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KIA는 선발진에 새로운 카드가 필요했고 임창용은 팀의 요구에 따랐다. 

선발 전환 후 처음 몇 경기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임차용은 관록의 투구를 선보이며 선발투수로도 역량을 보여주었다. 임창용은 5위 경쟁이 치열하던 시즌 후반기 선발 투수로 KIA가 5위 경쟁의 마지막 승자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임창용은 경기를 치를수록 선발투수로서의 적응력을 높였고 3번의 퀄리티스타트로 기록했다. 임창용은 나이에 상관없이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한 투수로 그 활용도를 스스로 높였다. 내년 시즌에도 활약이 기대되는 임창용이었지만, KIA는 다시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KIA는 그의 방출 결정을 너무 쉽게 했다. 이를 두고 시즌 중 불거졌던 임창용을 둘러싼 불화설이 재조명되고 이와 같은 KIA의 결정에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는  많은 KIA 팬들이 구단의 처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도 140킬로 이상의 직구를 던질 수 있는 사이드암 투수, 풍부한 경험에 전천후 투수로 활용 가능한 투수를 계약하지 않을 정도로 현재 KIA 마운드에 여유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KIA로서는 임창용의 방출을 결정하기 이전에 연봉 조정 등 다른 방안을 먼저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그의 현역 선수 생활 지속 의지가 강하고 그가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팀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명분도 있었겠지만, KIA는 그의 방출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다. 

올 시즌 LG에서 방출된 이후 고향팀 KIA에 돌아온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이 계약 대상에는 제외됐지만, 코치직을 제안받은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KIA의 처사다. 여전히 동행이라는 단어가 뚜렷한 구단의 홈페이지의 선수 명단에서 KIA는 임창용의 사진을 즉시 제외하는 기민함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동행이라는 단어가 더욱더 공허하기 느껴진다. 

임창용은 1995년 해태 타이거즈 시절 프로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정상급 투수로 리그를 물론이고 국가대항전에서도 큰 활약을 했다. 과거 해태 시절 구단의 재정난 타개를 위해 원치 않는 트레이드로 삼성으로 떠났고 이후 일본,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그였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삼성에서 방출된 이후 선수로서의 이력이 끝날 위기도 있었지만, 시즌 절반을 출전할 수 없는 징계를 안고고 고향팀 KIA는 그를 영입했다. 그렇게 임창용의 고향팀 귀환은 극적이었다. 2017 시즌에는 팀 우승에도 기여하며 그 기쁨을 함께하기도 했다. 

이렇게 임창용과 KIA의 만남은 행복한 스토리로 전개됐지만, 올 시즌 감지된 이상기류는 행복 스토리를 더는 이어가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과연, 임창용이 현역 최고령 투수로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40대의 투수 영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내년 시즌 성적이 필요한 구단이라면 임창용은 아직 그 활용가치가 큰 투수임에 틀림없다. 중요한 건 아직 팬들은 임창용의 불혹의 투혼을 더 지켜보고 싶다는 점이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글 : 지후니 74 (youlsim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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