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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후반기,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프로야구 히어로즈가 내년 시즌부터 넥센과의 스폰서십 계약을 끝내고 키움증권과 새로운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알려진 계약 조건은 계약 기간 5년, 연간 100억원에 인센티브가 포함됐다. 기존 넥센과의 스폰서십 계약보다는 더 나은 조건으로 보인다. 

이 계약을 통해 히어로즈는 안정적인 구단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메인 스폰서가 조기에 확정되면서 추가 스폰서 계약이나 광고 계약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올 시즌 도중에 터져 나왔던 각종 악재 속에 구단의 미래를 걱정해야 했던 히어로즈였음을 고려하면 상황이 크게 변했다. 

이런 계약의 배경에는 올 시즌 선전이 크게 작용했다. 히어로즈는 장기간 이어진 이장석 구단주과 관련한 각종 소송과 형사 사건으로 팀의 근간이 흔들렸다. 결국, 이장석 구단주는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상황이다. 구단 지분과 관련한 분쟁도 이장석 구단주의 의도대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히어로즈 구단의 지분과 관련한 변수가 잠재된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즌 초반 팀의 주축 선수인 투수 조상우와 포수 박동원의 일탈행위는 가뜩이나 힘든 팀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성범죄에 연루된 이들은 아직 그 혐의를 벗지 못하고 있다. 내년 시즌에도 이들을 경기장에서 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선수들의 일탈과 함께 히어로즈 구단은 과거 트레이드 과정에서 뒷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다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장석 구단주의 KBO 퇴출이 기정사실이 됐다. 트레이드 뒷돈 파문에 이어진 구단 운영의 불투명성은 히어로즈 구단의 존립기반을 흔들었다. 일각에서는 구단 자체의 퇴출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히어로즈 구단에 대한 여론도 당연히 악화됐다. 

이에 더해 히어로즈는 시즌 중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전반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야심 차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로저스가 경기 중 부상으로 팀을 떠났고 중심 타자인 박병호, 서건창도 부상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웠다. 지난 시즌 신인왕 이정후도 부상이 이어지면서 전력에서 자주 이탈했다. 팀 안팎의 문제로 히어로즈는 올 시즌 하위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위기에서 선수단이 더 똘똘 뭉쳤다. 부상 선수들의 공백은 그동안 2군에서 육성한 선수들의 대신했다. 그 과정에서 내야수 김혜성과 송성문, 외야수 김규민의 주전 못지않은 활약으로 팀 뎁스를 더 두껍게 해주었다. 젊은 포수 김재현과 주효상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면서 포수 고민을 덜었다. 베테랑 이택근은 팀이 어려울 때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히어로즈는 후반기 대반전에 성공했다. 불펜 불안의 문제가 여전했지만, 폭발적인 공격력을 그 불안감을 덜어냈다. 부상 선수들의 속속 복귀하면서 힘을 보탰다. 박병호는 과거 홈런왕의 위엄을 재현하며 말 그대로 중심 타자로서 팀 타선을 이끌었고 부상에서 돌아온 이정후는 타격왕 경쟁에도 뛰어들 정도의 고감도 타격으로 팀의 리드오프 역할을 확실하게 해주었다. 여기에 대체 외국인 타자로 영입한 샌즈가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이며 타선의 힘을 더했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 브리검에 새롭게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해커, 젊은 에이스 최원태, 부상에서 돌아온 한현희가 단단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며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후반기 상승세에 또 다른 축이 됐다. 이런 긍정 요소가 더해지면서 히어로즈는 5위 경쟁을 넘어 넉넉한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후반기 히어로즈의 상승세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졌다. 히어로즈는 KIA와의 와일드카드전 , 한화와의  플레이오프전을 승리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SK와의 플레이오프전에서는 1, 2차전을 먼저 내주고도 3, 4차전을 승리하는 끈기를 보여주었다. 최종 5차전에서도 히어로즈는 5점 차이를 극복하며 극적인 동점을 만드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비록, 끝내기 홈런을 내주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지만, 히어로즈의 포스트시즌 선전은 상대 팀 SK도 인정할 정도로 대단했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시즌을 마친 히어로의 스토리는 새 스폰서십 계약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했다. 젊고 유망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서울 연고지에 고척돔이라는 인프라를 갖춘 히어로즈는 네이밍 마케팅을 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히어로즈로서는 보다 나은 조건을 이끌어낼 발판을 스스로 마련했다. 

그 결과는 키움증권과의 스폰서십 발표였다. 이는 증권사로서는 처음 KBO 구단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됐다. 이는 프로야구의 외연 확대와 관심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KBO는 이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시리즈 중 이런 발표를 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야구팬들은 KBO를 비난하고 있다 

실제 포스트시즌 기간 기존의 관행을 깨고 많은 구단들이 단장과 감독 교체를 단행했고 코치진의 팀 간 이동이 일어났다. 방출 선수 명단 공개로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를 두고 포스트시즌 흥행에 영행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했다. 심지어 한국시리즈 진출팀 두산의 수석코치 이강철 코치의 KT 신임 감독 선임까지 발표됐지만, KBO는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런 KBO가 히어로즈의 스폰서십 발표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건 이해가 안 된다. 

KBO의 태도는 모기업이 없는 야구 전문 기업이 운영하는 히어로즈 구단에 대한 못마땅한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히어로즈 구단은 모기업에 운영을 절대 의존하는 구단들과 달리 독자적인 생존전략으로 구단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구단 운영 모델을 제시하고 현실화시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자생력 있는 프로구단의 존재는 분명 큰 의미가 있다. 히어로즈는 이어 더해 상위권 팀으로 자리했다. 그 존재만으로 가치가 큰 히어로즈지만, KBO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따뜻하지 않다. 시즌 중 히어로즈 구단의 퇴출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히어로즈 구단은 독자 생존을 위한 또 한 번의 고비를 스스로 넘겼다. 물론, 이장석 구단주의 비위와 구단 운영상의 문제점을 들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아야 하고 개선해야 한다. 히어로즈 구단은 구단 존립의 기반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만족하면 안 된다. 이제는 보다 투명하고 원칙에 입각한 구단 운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떨어진 구단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이는 올 시즌 여러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낸 선수단에 대해 구단이 당연히 해야 할 도리다. 

여전히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교차하는 히어로즈 구단이지만, 일단 올 시즌 후 닥칠 수 있었던 불확실성을 덜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키움증권과의 스폰서십 계약은 의미가 있는 일인 건 분명하다. 


사진, 글 : 지후니 74 (youlsim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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