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프로야구에서 중요한 트렌드는 젊은 팀으로의 변화다. 대부분 팀들이 내부 육성을 강화하고 선수단을 젊게 만들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육성 시스템을 과학적으로 바꾸고 이를 수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코치진을 구성하고 있다. 이에 젊은 코치들이 다수 각 팀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선수들과 함께 코치진도 그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이와 함께 외국인 코치진이 주류를 이루는 팀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코치진의 세대교체가 뚜렷하다. 롯데의 레전드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던 코치진 구성을 크게 변화했다. 서튼 감독을 포함해 다수의 외국인 코치들의 코치진의 주요 보직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두고 팀 정체성이 흔들리고 구단 역사가 단절된다는 우려도 있지만, 롯데는 젊은 팀으로 가는 과정을 멈춤 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롯데는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는 시점에 공석이던 수석 코치 자리에 문규현 1군 수비코치를 임명했다.
파격적인 인사로 할 수 있다. 문규현은 아직 코치 3년 차로 경험이 풍부하다 할 수 없다. 1983년 생으로 30대 젊은 나이다. 1982년생으로 롯데 최고참이자 레전드라 할 수 있는 이대호보다도 한 살 어리다. 학연과 지연, 선후배 관계가 여전히 크게 작용하는 리그 현실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키움에서 프런트 출신의 30대 김창현 감독대행과 수석코치의 사례가 있지만, 키움은 애초 구단 운영 시스템이 프런트가 주도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파격이 낯설지 않은 구단이기도 했다. 롯데의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
문규현 코치는 2002년 롯데에 입단해 2019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한 팀에서만 선수 생활을 하고 코치로서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에 유독 많은 개명 선수이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선수로 볼 수 있지만, 그는 롯데 연고지 출신이 아니다. 기존 롯데 선수들의 주류를 이루는 학연과 거리가 있다.
문규현 코치의 선수 생활은 화려함과 거리가 있다. 선수 문규현은 입단 후 상무 등을 거치며 1군에서 간간이 모습을 보였지만, 주로 2군에 머물렀다. 그가 입단 후 초기 롯데는 박기혁이라는 확실한 주전 유격수가 있었고 이후에는 신본기가 주전 유격수 1순위였다. 문규현 코치는 2010 시즌에 와서야 1군에서 80경기에 출전하며 존재감을 보였다. 이후 그는 주전 유격수로 나서며 팀 내 비중을 높였지만,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문규현 코치는 선수로서 유격수는 물론이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고 타격에서도 작전 수행이나 팀 배팅 등으로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성실한 선수였다. 한때는 득점권에서 매서운 타격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런 성실함은 롯데에서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고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FA 계약을 하는 이유가 됐다. 2019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그는 2020 시즌 2군 수비코치로 2021 시즌 1군 수비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쌓았다. 올 시즌에는 수석 코치로서의 역할이 더해졌다.
애초 롯데 수석 코치는 지난 시즌 수석 코치 역할을 했던 재미교포 최현 코치로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메이저리그 구단으로 이적하면서 공석이 발생했다. 최현 코치는 30대 젊은 나이지만, 최근까지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을 했고 새로운 야구 흐름에 밝다. 서튼 감독과 소통에도 큰 문제가 없다. 지난 시즌 서튼 감독이 코로나 이슈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기간 감독 대행으로 무난히 팀을 이끌기도 했다. 무엇보다 배터리 코치로서 롯데 포수진의 수비 능력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는 최현 코치의 배터리 코치 자리를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 레이어드 코치로 대신했다. 수석 코치 자리는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비어있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서튼 감독과 원할 소통이 가능한 외국인 코치나 올 시즌 롯데에 합류한 경험 많은 김평호 코치 등이 수석 코치로 선임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롯데는 젊은 문규현 코치를 선택했다.
롯데는 이를 통해 최근 수년간 지속하고 있는 젊은 팀으로의 변화를 이어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는 코치진에도 세대교체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1군과 2군에는 젊은 외국인 코치진과 젊은 코치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롯데에 은퇴한지 얼마 안 되는 문규현, 이병규, 김동한 나경민 코치가 주축을 맡고 있다. 경험치를 보강하기 위해 1군에 김평호 코치, 2군에 전준호 코치를 보강했을 뿐이다.
롯데는 데이터와 첨단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기존 코칭 방식과는 다른 선수 지도를 하고 있다. 새로운 기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물들로 코치진을 구성한 롯데다. 또한,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진도 자체적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문규현 코치는 중책을 맡았다. 문규현은 코치는 오랜 세월 롯데와 함께 하면서 팀 사정에 밝고 선수들과의 소통에도 유리함이 있다. 이대호를 제외하면 베테랑 선수들이 문규현 코치와 스스럼없이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문규현 코치와 선수들과의 친밀감은 언어적인 문제로 선수들과의 소통에 제한이 있는 서튼 감독과 외국인 코치들, 선수 간의 소통의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마차도 효과가 크긴 했지만, 문규현 코치는 지난 2년간 롯데 내야 수비의 안정감이 더해지는 수비코치로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학연 지연이 얽힌 파벌 문제에도 자유롭다는 점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남은 건 문규현 코치가 수석 코치로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다. 보통 수석 코치 자리를 경험 많은 인물이 맡는 게 보통이다. 타 코치진을 이끌어야 하고 선수들과 자주 소통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 중 심판과 상대 팀과의 신경전과 판정 시비 등에서 자기 팀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역할이 있다. 외국인 감독이 있는 팀에서는 수석 코치가 상당 부분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젊은 문규현 코치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문규현 코치로서는 기존 내야 수비 파트 외에도 리더십과 소통의 방식 등에서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경기 전체를 보는 눈도 필요하다. 지난 시즌처럼 불가피한 사정으로 감독 대행의 역할을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는 목소리를 내야 하고 의사결정의 주체가 돼야 한다. 커진 권한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수석코치 자리이기 때문이다.
문규현 수석 코치의 등장은 새로운 팀을 만들려는 롯데의 프로세스와 의지의 표현이다. 롯데는 서튼 감독과 내년 시즌까지 계약을 연장하며 이런 시도에 힘을 실어주었다. 성민규 단장과 서튼 감독 체제는 올 시즌에 이어 내년 시즌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후 예정대로 이대호마저 은퇴한다면 변화는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이미 롯데는 젊은 선수들이 1군 엔트리에 다수 포함됐고 공격 중심으로 팀 색깔을 마운드와 수비 중심으로 바꿔가고 있다. 화려함보다는 보다 내실을 다지도 더 많은 경기를 승리할 수 있는 팀으로 롯데는 만들어 가려 하고 있다. 이 점에서 문규현 수석 코치 선임은 단순히 자리 하나를 채우는 게 아닌 변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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