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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의 최고 신데렐라를 꼽는다면 넥센의 4번 타자 박병호를 들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포의 가능성이 있었던 박병호였다. 올 시즌 박병호는 완벽하게 달라졌다. 주전으로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던 선수가 리그의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다. 홈런과 타점 1위를 기록한 박병호는 압도적 지지로 정규시즌 MVP의 영광을 안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올 시즌 호성적으로 시상식의 단골 수상자가 된 박병호에서 소속팀 넥센은 파격적인 연봉 인상으로 그의 활약을 인정해주었다. 박병호는 올해 연봉 6,200만원에서 무려 200%를 넘는 인상율를 기록하며 2억 2천만에 내년 시즌 연봉계약에 성공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 성공을 바탕으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게 되었다. 불과 2년 사이 일어난 엄청난 변화라 할 수 있다.

 

박병호는 2005년 LG 입단 다시 초고교급 선수로 LG의 미래 중심타선을 이끌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언론의 관심도 대단했다. 실제 박병호는 고교 시절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힘을 지난 괴력의 타자였다. 상대적으로 우타선이 약했던 LG는 억대의 계약금을 그에 안겨주었다. 포수로 입단했지만, 타격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비 포지션 변경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박병호의 성장은 더디기만 했다. 3루수와 1루수를 오가는 수비에 적응하지 못했고 변화구에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성적 조급증에 시달리는 팀은 어린 박병호에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박병호는 1군과 2군을 오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의 역할을 좌투수를 상대로한 프래툰 시스템의 한 부분이 되었다. 박병호는 주어진 기회에 그의 능력을 보여야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박병호는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회는 얼마 없었고 점점 전력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박병호는 그 사이 상무에 입단해 군 문제를 해결했고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박병호는 충분한 기회가 필요했지만, 그에게 기회의 문을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지나친 부담감은 주어진 기회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했다.

 

박병호의 타율은 2할 언저리를 맴돌았고 장점이 장타력도 폭발하지 못했다. 그 사이 새로운 선수들의 지속해서 영입되었고 박병호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선수생활의 고비를 젊은 나이에 맞이한 박병호였다. 이런 박병호를 눈여겨본 팀이 있었다. 같을 서울 연고의 넥센이 그 팀이었다. 2011년 시즌 넥센은 공격력 강화를 위한 카드로 박병호를 선택했다.

 

넥센은 박병호를 얻기 위해 불펜의 중요 자원인 송신영을 내주는 출혈을 마다치 않았다. 누가 봐도 LG가 남는 장사로 보였다. LG는 숙원이던 불펜 강화를 이룰 수 있었다. 반면 넥센은 미완의 대기 박병호의 가능성을 얻었다. 현금과 어음의 교환이었지만 크게 기운 거래로 보였다. 이 역시 의혹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박병호 역시 정들었던 구단을 떠나는 것에 충격이 클 수 있었다. 자신이 밑지는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 또한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넥센에서 잠들어있던 거포 본능을 되살렸다. 넥센은 박병호를 4번 타자로 꾸준히 기용하면서 중용했다. 팀 타선 부진으로 고심하던 넥센이었지만, 누구도 예상 못 한 파격적 선택이었다. 그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이는 구단에서 박병호는 쉽게 적응했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이는 곧바로 성적과 연결되었다. 그 해 박병호는 생애 처음으로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힘만 좋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타자에서 팀의 중심타자로 그 위치가 격상된 박병호였다. 2011년 시즌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박병호는 올 시즌 4번 타자다운 성적으로 팀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박병호는 이택근, 강정호와 넥센의 중심타선을 구축했다. 넥센의 중심 타선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들의 중심으로 넥센 타선은 불을 뿜었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 성적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박병호의 발전은 리그 후반기 더 빛을 발했다. 박병호는 자신을 감싸던 이택근, 강정호가 부상과 부진으로 보호막이 엷어졌음에도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박병호의 꾸준함은 31개의 홈런과 105타점으로 연결되었다. 20개의 도루는 20-20 클럽 가입으로 그를 이끌었다. 박병호는 힘과 정확성, 주루플레이 능력을 함께 지난 다재다능한 선수로 거듭났다. 리그 MVP로 손색이 없는 성적이었다.

 

소속팀 넥센은 시즌 막판 뒷심 부족으로 가을 야구의 꿈을 접었지만, 박병호는 팀의 아쉬움을 덜어줄 정도로 풍성한 가을을 보냈다. 박병호는 유망주의 딱지를 뗀 것은 물론이고 팀의 4번 타자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거듭났다. 수많은 트로피와 억대의 연봉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준비한 박병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시절 명성만 믿고 주어진 어려움에 좌절했다면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화려한 2012년이었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병호는 리그 MVP의 수상에도  2013년 WBC 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1루수에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고 국제경기경험 부족이 그의 대표팀 승선을 막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리그 MVP가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것에 대한 팬들의 비판 여론이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대표팀 탈락이 그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아직 박병호는 이루어낸 것보다 이루어내야 할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그의 발전에 큰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올 시즌 성적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방심할 수 없는 박병호다.

 

 

 

 

 

 

박병호의 포지션인 1루수는 김태균, 이승엽 등 최고의 타자들이 경쟁자로 자리하고 있다. 조금만 부진하면 최고의 자리에서 언제든 물러날 수 있다. 리그 MVP의 명예를 지켜내기 위해서도 노력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또한, 염경엽 감독체제로 분위기를 일신한 팀의 중심 선수로 팀을 정신적으로도 이끌어가야 하는 박병호다. 이에 걸맞은 성적은 필수적이다.

 

넥센이 박병호에게 파격적인 연봉인상을 한 것도 올 시즌 성적뿐만 아니라 팀의 중심 선수로서의 가치를 인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병호로서는 올 시즌보다 몇 배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내년 시즌을 임해야 한다. 넥센의 내년 시즌 더 높은 도약을 위해서도 박병호는 올 시즌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 올 시즌의 영광은 동시에 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 시즌 박병호는 실질적으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그 성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내년 시즌 박병호는 올 시즌 성적이 그의 실력이 운이아니었음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그 입지를 확실히 굳힐 수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좌절의 시간을 이겨낸 박병호이기에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다.

 

2012년 박병호는 뜻하지 않았던 변화를 더 큰 발전의 계기로 삼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2013년 박병호는 이 변화의 좋은 결과물들을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과연 박병호가 2012년에 이어 2013년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과 더 강해질 상대 팀들의 견제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이겨낼 해법은 박병호 자신이 가지고 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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