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프로야구 시즌 마지막까지 끝날 것 같지 않았던 5위 경쟁의 마지막 승자는 KIA였다. KIA는 10월 12일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경기 후반 중심 타선의 집중력으로 재 역전에 성공하며 6 : 4로 승리했다. KIA는 끝까지 그들과 경합했던 롯데의 추격을 뿌리치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 상관없이 5위를 확정했다. KIA는 지난 시즌 챔피언의 체면을 어렵게 유지하게 됐다.
KIA의 5위 확정은 9월 중순부터 무서운 상승세로 KIA를 추격했던 롯데의 5위 경쟁 탈락으로 이어졌다. 롯데는 지는 KT와의 홈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내준 것이 치명타가 됐다. 롯데는 KIA와의 시즌 마지막 3연전 전승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5전 3선승제의 시리즈에서 2승을 먼저 내준 상황과 같았다.
롯데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3연전 첫 경기 승리로 KIA에 반 경기 차로 따라붙었지만, 더는 힘이 부쳤다. 롯데는 선발 투수 김원중이 중압감이 큰 경기임에도 7점대 방어율의 투수답지 않게 5이닝 3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버텨주었고 타선이 초반 0 : 3의 리드를 극복하며 4 : 3 역전을 만들어냈지만, 7회 말 3실점 이후 더는 그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것으로 롯데의 포스트시즌 희망도 사라졌다.
롯데로서는 1회 말 3실점이 너무 아팠다. 롯데는 부상으로 수비가 어려운 1루수 채태인을 지명타자로 출전시키고 이대호에게 1루 수비를 맡겼다. 수비력에서 있어 채태인이 월등히 우위에 있었지만, 롯데는 부상 중인 채태인의 수비 부담이 더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 1루수 자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1회 말 롯데는 이대호의 실책으로 시작된 위기에서 3실점하며 경기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가뜩이나 긴장감 가득한 경기에서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롯데 선발 투수 김원중으로서는 1회 첫 타자의 실책 출루는 그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김원중은 KIA 중심 타자인 안치홍, 김주찬에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어렵게 초반을 시작했다.
하지만 김원중은 2회 말 2사 1, 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이후 안정감을 되찾았다. 몸 쪽 제구가 살아나며 유리한 볼 카운트 싸움을 했고 결과도 좋았다. 김원중은 3회 말부터 5회 말까지 3이닝을 모두 3자 범퇴로 처리하며 마운드를 안정시켰다.
이렇게 김원중이 제 페이스를 되찾았지만, 롯데 타선은 KIA 선발 투수 임창용의 노련함에 초반 고전했다. 득점 기회에서는 번번이 범타와 삼진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4회 초 전준우의 솔로 홈런포가 있었지만, 5회까지 롯데는 줄 곳 밀리는 경기를 했다. KIA의 3 : 1 리드가 길어졌다.
하지만 후반기 수많은 역전승을 일궈냈던 롯데 타선은 이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롯데는 6회 초 전병우의 2루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3 : 3 동점에 성공했고 7회 초 전준우의 또 한 번의 솔로홈런으로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다. KIA는 가장 강한 불펜 투수 김윤동을 조기에 마운드에 올려 롯데의 기세를 막아내려 했지만, 의도대로 경기는 풀리지 않았다. 초반 실점 중반 이후 역전, 불펜진의 마무리, 이런 롯데의 승리 공식이 재현되는 듯 보였다. 롯데의 바람은 7회 말 무너졌다.
롯데는 선발 투수 김원중에 이어 6회 말 오현택으로 마운드를 이어갔고 오현택은 6회를 가볍게 넘겼다. 7회 말 수비에서도 오현택의 마운드에 올랐다. 오현택은 1사까지 무난한 투구를 했지만, KIA 김선빈에 안타를 내주며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진 좌타자 버나디나와의 승부는 오현택에게 부담이었다. 롯데는 불펜 에이스 구승민을 마운드에 올려 승부수를 던졌다. 구승민은 2사까지 무난히 잡아냈지만, 나지완, 최형우, 안치홍으로 이어지는 KIA 중심타선과의 승부를 넘지 못했다.
KIA는 나지완, 최형우, 안치홍의 연속 안타로 3득점하면서 경기를 6 : 4로 재 역전시켰다. 롯데는 경기 초반 효과를 톡톡히 본 내야 수비 시프트를 시도했지만, 나지완, 최형우의 타구는 그 시프트를 빗나가는 땅볼 타구였다. 이어진 안치홍의 2타점 2루타는 롯데에 치명타였다. 결과론이지만, 후반기 많은 등판 일정을 소화했던 구승민의 공은 힘이 떨어져 있었다.
롯데에게는 좀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윤길현 카드를 먼저 사용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경기 전 엔트리 조정을 통해 배장호, 장시환 등 불펜 투수진을 더 보강했었다. 불펜 물량공세를 펼칠 필요도 있었다. 롯데는 이후 윤길현, 고효준이 무실점으로 남은 이닝을 막아냈지만, 타선에서 더는 상황을 바꾸지 못했다. 롯데는 9회 초 1사 1, 2루의 득점 기회를 잡으며 마지막 희망을 되살리려 했지만, 홈런 2개를 때려냈던 전준우의 병살타로 희망의 불씨가 꺼지고 말았다.
KIA는 1사 1, 2루 위기에서 마무리 윤석민을 마운드에 올려 위기를 넘어갔다. 윤석민은 최근 부진한 투구로 상당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그가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설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KIA는 다시 한 번 그를 믿었다. 어쩌면 내일이 있는 KIA이기에 가능한 승부수였다.
결국, 롯데의 시즌 막바지 기적 같은 레이스는 그 결실을 못 보고 마무리됐다. 롯데는 시즌 개막 후 7연패,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8연패가 리그 전체 운영에 결정적 악재가 됐다. 만약, 그 연패가 없었다면 롯데의 순위표는 더 올라갈 수 있었다.
롯데는 후반기 대 반전 속에서 차세대 마무리 투수로 기대되는 구승민이라는 불펜 투수가 젊은 내야 유망주 전병우의 발견, 베테랑 선발 투수 노경은의 부활이라는 소득도 얻었다. 전준우는 가을 무서운 타격감으로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냈고 이대호, 손아섭, 민병헌 역시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롯데는 허약한 선발진의 문제, 쉼 없이 이어진 잔여 경기 일정에서 오는 체력적인 부담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5위 KIA의 후반기 페이스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롯데의 기적을 막은 요인이었다. 아쉬움이 크게 남았지만, 롯데는 모두가 끝났다고 여겼던 순간 무서운 집중력과 의지로 마지막까지 희망을 이어나갔다. 진작 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플레이가 돋보인 롯데였다. 롯데의 막판 분전은 행복한 결과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흥행에 힘을 잃었던 프로야구 후반기 큰 활력소였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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