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프로야구] 남은 오프시즌 불펜진의 재구성 필요한 롯데

그 어느 구단보다 바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는 롯데는 야수진에서는 확실한 전력 강화에 성공했다. FA 안치홍을 영입해 약점이던 2루수 자리를 채웠고 내부 FA 전준우를 잔류시켰다. 전준우는 이번 시즌 1루수로 풀타임 시즌에 나선다. 이를 통해 이대호를 지명타자에 전념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유격수 신본기를 주전 3루수로 이동시키면서 외국인 타자 마차도, 안치홍에 전준우로 이어지는 내야진을 구축해 항상 아쉬움이 있었던 내야진의 공격력을 끌어올렸다. 이는 하위타선 강화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롯데는 손아섭, 민병헌을 중심으로 한 외야진에 가능성 있는 신예 고승민, 강로한에 2차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최민재까지 외야의 구성도 마무리했다. 최대 약점이었던 포수 부분은 과감한 트레이드로 영입한 지성준에 나종덕, 김준태로 이어지는 젊은 선수들의 경쟁 체제를 만들었다. 메이저리거 출신 콩거 코치의 영입은 이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야수진은 선수층을 확충하며 성공적으로 보강했지만, 롯데의 고민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마운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기존의 틀을 바꿔야 하는 롯데다. 선발 마운드는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교체됐다. 적응의 문제는 있지만, 새롭게 영입한 샘슨과 스트레일리 모두 최근까지 메이저리그 경력자로 기량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이 많다. 

 

국내 선발 투수진은 지난 시즌 풀타임 선발 투수로 첫 시즌을 보냈던 베테랑 장시환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지만, 또 다른 베테랑 노경은과 FA 계약을 하면서 그 자리를 대신했다. 부상에서 돌아와 회복세를 보였던 영건 박세웅에 빠른공을 던지는 사이드암 서준원,  풀타임 선발 투수 경험을 수년간 축적한 김원중이 있다. 장원삼은 선발 투수진에 경험을 더해줄 자원이다. 이 밖에 선발 투수 경험이 있는 김건국, 이인복, 정성종에 미완의 대기, 1라운드 지명자 윤성빈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부터 시즌 결과에 대해 미지의 영역이 많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불펜진 또한, 긍정적으로 시즌을 바라보기 어렵다. 우선 마무리 투수 자리를 확정해야 한다. 지난 4년간 롯데는 FA로 영입한 손승락이 부동의 마무리 투수였다. 하지만 올 시즌 손승락은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 기존의 직구와 컷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로는 한계점을 보였다. 이제 그의 나이도 40살을 바라보는 시점에 그를 다시 마무리 투수로 중용하기는 부담이 있다. 이 때문인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손승락과 롯데의 협상은 쉽게 결론이 안 나고 있다. 롯데는 마무리 투수로 그를 기용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어렵다. 

손승락이 아니라면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필요한 롯데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때 마무리 투수 역할을 했던 구승민과 박진형은 꾸준함이 부족했다. 부상 재활 등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시즌을 시작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필승 불펜조로 나섰던 진명호, 오현택도 마무리 투수로는 부족함이 있다. 롯데는 선발투수보다 1, 2이닝을 투구하는 불펜 투수로 가능성을 보인 김원중의 마무리 투수 기용도 고려하고 있지만, 김원중은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보낸 기억이 없다. 김원중에게 마무리 투수는 미지의 영역이다. 

좌완 불펜진에 대한 고민도 여전하다. 지난 시즌 큰 비중을 차지했던 베테랑 좌완 고효준과의 협상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싸인 앤 트레이드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그가 올 시즌 전력에 포함될지 알 수 없다. 김유영, 차재용, 정태승 등의 후보군이 있지만, 풀 타임을 제대로 소화한 기억이 없는 투수들이다. 

롯데로서는 마무리 투수와 필승 불펜진, 좌완 불펜 투수까지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는 2017 시즌 정규 시즌 3위를 차지할 당시 강력한 불펜진이 큰 역할을 했었다. 2018 시즌에도 롯데 불펜진은 정규리그 초반 부진을 딛고 5위 경쟁을 하는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롯데는 선발 마운드는 물론이고 불펜진도 무너졌다. 주력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졌고 기대했던 젊은 투수들의 성장도 없었다. 부실한 불펜진으로 인한 수많은 역전패의 기억은 롯데의 최하위 추락을 부추겼다. 올 시즌도 그런 모습이 이어진다면 성적 향상의 희망을 이어가기 어렵다. 

선발 마운드는 생소함을 무기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포함해 부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투수들이 있지만, 불펜진은 기존 선수들의 회복을 쉽게 낙관할 수 없다. 다만, 올 시즌 롯데의 타선이 강화된 만큼 경기 중후반을 버틸 수 있는 불펜진이 있다면 더 많은 승수를 쌓을 가능성이 크다. 롯데로서는 이 점에서 남은 오프시즌, 스프링 캠프에서 어쩌면 원점에서 부터 새로운 불펜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