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계약 미체결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롯데 손승락이 은퇴를 선언했다. 손승락은 2019 시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고 권리를 행사했지만, 지루한 협상을 이어왔었다. 손승락과 구단 사이의 의견 차이는 컸고 좀처럼 그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는 시점에도 협상은 진척이 없었다. 롯데는 마지막 제안을 내놓고 손승락의 선택을 기다렸지만, 손승락은 선수 생활 연장 대신 마무리를 택했다.
이로써 손승락은 2005 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후 2019 시즌까지 통산 601경기 등판에 45승 49패 271세이브, 방어율 3.64의 기록을 남겼다. 기록에서 보듯 손승락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마무리 투수였고 그의 통산 271세이브 기록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손승락은 선수 생활 마지막 목표로 통산 300세이브를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그만의 꿈으로 남게 됐다.
손승락의 은퇴는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롯데에는 그 그 아쉬움이 더 크다. 손승락은 2005시즌 지금은 사라진 왕조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 이후 군 복무와 부상 재활을 마친 2010 시즌 지금은 키움 히어로즈가 된 넥센 히어로즈에서 마무리 투수의 이력을 쌓았다. 140킬로 후반의 직구와 날카롭게 꺾이는 컷 패스트볼 두 가지로 구종이었지만, 그 위력은 대단했다. 여기에 경기 운영 능력이 더해지면서 손승락은 넥센 히어로즈가 어려운 재정 상황에도 상위권 팀으로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그의 역동적인 투구폼은 그를 대표하는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 이력을 바탕으로 손승락은 2016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었고 롯데와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팀을 옮겼다. 당시 롯데는 팀을 대표할 마무리 투수 부재에 시달리고 있었고 손승락은 그 고민을 해결해줄 투수였다. 손승락은 2016 시즌부터 2019 시즌까지 롯데의 마무리 투수였다.
하지만 롯데에서 4년은 모두 영광스러운 순간은 아니었다. 2017 시즌 37세이브를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기도 했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롯데 입단 당시부터 전성기를 지났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나이에 따른 구위 저하는 피할 수 없었다. 시즌 내내 구위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직구와 컷 패스트볼 두 가지 구종으로 버티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구종 추가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보려 했지만, 기존의 패턴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2019 시즌 손승락은 큰 부상이 없었음에도 구위 저하와 부진으로 마무리 투수 자리를 내주기도 했고 2군에 머물기도 했다. 손승락은 2019 시즌 4승 3패 9세이브 방어율 3.93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시즌 후반기 반등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일찌감치 최하위가 확정된 팀 분위기를 고려하면 그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2019 시즌의 성적은 손승락이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음에도 그에 대한 평가를 인색하기 하는 요인이었다.
30대 후반에 이른 나이, 뚜렷한 내림세에 있는 베테랑 불펜 투수에게 롯데가 다년 계약을 다시 안겨주기는 어려웠다. 보상 선수 제도가 존재하는 FA 시장에서 그를 영입한 타 구단은 없었다. 시장 가치의 하락은 손승락의 눈 높이에 맞는 계약 조건을 얻어 낼 수 없게 했다. 손승락도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손승락의 선택지는 롯데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로 압축됐다.
롯데는 그의 상징성과 불펜 투수로서 팀 경쟁력을 고려하면서도 FA 계약이 과거의 실적이 아닌 미래의 기대를 반영해야 하는 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롯데는 냉정한 협상 기조를 유지했다. 그 사이 그와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 투수 송승준과 장원삼은 롯데와 최저 연봉에 계약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를 선택했다. 손승락도 그 길을 따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손승락은 마무리 투수답게 스스로의 선수 이력을 마무리했다.
이런 손승락의 결정에 아쉬움과 함께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은퇴를 할 거라면 시즌 후 바로 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있다. 롯데 역시 불펜진에 경험 많은 베테랑 투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의 결정은 아쉬움이 있다. 해외 리그 생활을 마치고 올 시즌 복귀하는 오승환의 베테랑 마무리 투수 대결로 무산됐다.
하지만 손승락의 결정을 무조건 비난할 수 없다. 손승락은 분명 깊은 고민의 시간을 지나왔다. 손승락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의욕이 떨어진 상황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 손승락이 엔트리 한자리를 차지하는 건 젊은 투수들의 기회를 빼앗는 일일 수도 있다.
이렇게 이런저런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손승락의 은퇴는 현실이 됐다. 손승락은 과거 최강팀으로 자리했던 현대 유니콘스의 얼마 남지 않은 유산이기도 하다. 그는 현대 유니콘스의 전성기 모기업 자금난에 따른 암흑기와 히어로즈로의 변신, 히어로즈가 야구 전문 기업으로 자리하는 과정을 함께 했다. 그는 불펜 투수가 FA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된 시기 중심이 있었다. 비록 300세이브라는 마지막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가 쌓은 271세이브는 KBO의 역사와 함께 한 건 분명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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