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대표적 약팀으로 분류되고 있는 한화는 성적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던 팀이었다. 과거 해태와 삼성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기도 했고 항상 구단과 마찰을 빚으며 모든 팀들이 부담을 가지는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명성과 달리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한화는 F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선수들은 영입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로 활약했던 정근우, 이용규를 영입하는 등 외부 FA 영입에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도 했었다. 하지만 투자 대비 효과를 크지 않았다. 이에 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한용덕 감독을 선임해 팀 체질을 개선하고 2018 시즌 정규리그 3위의 반짝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이후 더 큰 추락을 경험해야 했다.
이에 한화는 그동안 부족했던 선수 육성 인프라와 시스템에 큰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대신 외부 FA 영입에 나서지 않았고 베테랑들을 과감히 전력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비대했던 팀 연봉을 줄이고 젊은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한화는 그 어느 구단도 하지 않았던 적극적인 리빌딩을 시작했다. 변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수베로 감독을 포함해 중요 코치진을 외국인들로 채웠고 젊은 정민철 단장을 선임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팀을 개선할 수 없고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고 이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프런트와 코치진의 조합을 택한 한화였다. 하위권 성적을 각오한 일이었지만, 2020 시즌과 2021 시즌, 한화는 너무 압도적인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 육성의 성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고 전력의 빈자리만 도드라졌다. 내부 육성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리빌딩을 하더라도 팀 중심을 잡아줄 선수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외부 FA 영입에 대한 목소리도 함께 커졌다. 한화는 이에 화답하듯 지난 2년간 FA 시장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었지만, 폭등하는 시장가에 발을 빼고 말았다.
그보다는 외부 FA 영입에 대한 전략과 방향성 자체가 모호해 보였다. 필요한 선수가 있었고 충분히 영입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지만, 한화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그 어느 구단보다 강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한화 팬들도 구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리빌딩에 대한 비판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화 구단은 이에 대해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2022 시즌 한화는 올 시즌까지 리빌딩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와 함께 롯데도 리빌딩에 더 비중을 높이고 있다. 두 팀은 올 시즌 전력이 크게 약화된 키움과 함께 확실한 하위권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는 이들 두 팀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한화는 그전 시즌보다 경기 내용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50승도 하지 못했고 승률은 10개 팀 중 유일하게 4할을 넘지 못했다. 압도적인 최하위였다. 후반기 한때 경기력이 되살아나며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경기력도 저하되면서 6연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런 결과에 수베로 감독 부임 이후 보였던 창의적인 수비 시프트와 선수 기용 등 변화에 대한 긍정 평가도 묻히고 말았다.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내야진에 확실한 주전 멤버가 자리를 잡았다. 3루수 노시환은 앞으로 미래 4번 타자로서의 자질을 발휘했고 2루수 정은원은 최고의 히트작으로 리그에서 손꼽히는 출루 머신이 됐다. 유격수 하주석은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며 공격력을 갖춘 유격수로 돌아왔다. 베테랑들이 대부분 팀을 떠난 상황에서 티 리더로서 일정 역할을 하기도 했다.
포수 최재훈은 리그 상위권 포수로 팀의 핵심 전력이 됐다. 최재훈은 뛰어난 수비 역량에 2번 타순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출루 능력과 타격 능력을 겸비한 포수로 주목을 받았다. 한화는 FA 자격을 얻은 최재훈에게 5년간 최대 54억원의 대형 계약을 안기며 그를 잔류시켰다. 애초 시장에 나왔다면 상당한 경쟁이 발생할 수 있는 그였지만, 한화는 과감한 베팅을 했다. 이에 한화가 이번 FA 시장에서 큰손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마운드는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원투 펀치 킹험과 카펜터가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하며 마운드의 중심을 잡았다. 킹험은 부상으로 잠깐의 공백이 있었지만, 144이닝을 소화했고 10승 8패 방어율 3.19, 퀄리티스타트 15번의 준수한 활약을 했다. 영입전 그의 부상 이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한화는 과감히 그를 영입했고 사실상의 에이스 역할을 하며 최고의 가성비 활약을 했다.
카펜터는 팀에서 가장 많은 31경기 170 이닝을 투구하며 뛰어난 탈삼진 능력과 안정된 제구,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였다. 5승 12패로 승수 쌓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좌완에 각도 큰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는 타자들에게 까다롭게 다가왔다. 패전의 상당수는 불펜진의 부진과 타선의 지워 부족 등 불운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이는 한화가 그와 재계약을 결정한 중요한 이유였다.
이 원투펀치에 국내 선발 투수 김민우가 급성장하면서 한화는 선발 마운드에서는 나름 경쟁력을 확보했다. 김민우는 시즌 14승에 방어율 4.00을 기록했고 155.1이닝을 소화하며 내구성을 보였다. 이 활약으로 그는 도쿄올림픽 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불펜진도 기존 마무리 정우람이 나이에 따른 구위 저하 등 문제가 노출되긴 했지만, 강재민이라는 확실한 불펜 에이스가 등장했고 부상에서 돌아온 윤호솔과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주현상 등이 확실한 불펜 카드로 자리했다. 경기 후반 지킬 수 있는 힘이 어느 정도 생긴 한화였다.
하지만 이런 긍정 변화가 성적과 연결되지 않았다. 전력 곳곳의 약점이 그들의 장점 이상의 문제점으로 다가왔다. 외야진 구성이 여의치 않았다. 내야의 중심을 잡아야 할 노수광이 잦은 부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주장직도 내려놨다. 그 외 꽤 오랜 기간 기회를 제공했던 젊은 선수들의 기량 발전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1루수 자리는 외국인 타자로 메웠지만, 그들이 모두 실패하면서 전력의 큰 공백이 됐다. 공격력이 중요한 외야진의 떨어지는 무게감. 외국인 타자의 부재는 팀 공격력에 큰 마이너스 요소가 됐다.
마운드 역시 4, 5 선발 투수 쪽이 크게 부진하면서 3선발 이후가 불안했다. 이는 장기 레이스에서 팀 페이스를 꾸준히 이어가는데 큰 장애물이었다.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지만, 전력의 부정 변수를 극복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가능성을 찾은 건 맞지만, 전력의 약세는 여전했다. 이는 성적과 직결됐다. 이제 한화는 2년 연속 최하위라는 성적표를 들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즌 한화의 전력 보강 요소는 그리 많지 않다. FA 시장에서 최재훈과 계약했지만, 이는 전력 유출을 막은 것에 불과했다. 한화는 다수의 외야 FA 선수가 있었지만, 이들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내부 전력이 대안이 될 정도도 아니었지만, 한화는 일단 멈춤을 선택했다. 대신 한화는 외국인 타자로 호타 준족형의 좌타자 마이크 터크먼을 영입해 외야 한자리를 채웠다.
터크먼은 트리플에이에서 타격 다방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메이저리그 양키스에서도 뛰었던 이력이 있다. 그가 기대했던 역할을 한다면 외야 한자리는 확실해지지만 나머지 두 자리는 유동적이다. 주전 외야수 노수광이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는 게 필요하고 또 한자리는 유망주들의 성장이 필요하다. 트레이드 가능성도 남아있다.
마운드는 4, 5선발 투수 자리를 채워야 한다. 외부 영입이 없는 상황에서 내부 자원들이 성장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 1군에서 선발 경험이 있는 영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한화다. 불펜진은 지난 시즌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던 정우람의 역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필승조와 추격조 불펜진에 대한 재구성도 살펴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 수베로 감독의 야구를 완전히 정착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전력 곳곳의 부족함은 여전하다. 현실적으로 한화가 그들의 위치를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난 시즌 큰 활약을 한 내야 노시환, 정은원, 하주석의 내야 트리오가 변함없는 활약을 하고 외국인 타자 터크먼이 중심 타자로서 위력을 떨치며 마운드의 선발 3인방이 지난 시즌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승률을 더 끌어올릴 여지는 있다. 이에 더해 육성의 성과로 백업 선수층이 한층 더 두꺼워져야 장기 레이스에서 힘을 유지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뻔한 해답이지만, 한화는 리빌딩 기간 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2022 시즌 한화가 변함없는 하위권 팀으로 남을지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 한화이글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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