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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격수에서 천덕꾸러기가 됐던 삼성의 이학주가 결국 롯데로 팀을 옮겼다. 롯데와 삼성은 이학주의 롯데행과 함께 롯데 유망주 투수 최하늘과 2023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삼성이 받는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시즌부터 여러 설과 가능성이 제기됐던 이학주의 트레이드가 스프링 캠프 시작을 앞두고 성사됐다. 이미 가장 강력한 트레이드의 파트너로 거론됐던 롯데의 줄다리기로 마무리됐다. 

이학주의 롯데행은 기정사실과도 같은 일이었다. 롯데는 중량감 있는 유격수가 필요했고 삼성은 전력 외로 분류한 이학주를 안고 가기 부담스러웠다. 사실상 공개 트레이드를 추진한 삼성이었다. 삼성은 보다 나은 반대 급부를 원했지만, 삼성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조건을 제시받지 못했다.

삼성은 이학주를 다시 전력에 포함하는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는 협상을 위한 제스처였다. 삼성은 이학주와 동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진작에 했다. 이런 이학주를 스프링캠프에 포함하는 건 팀 케미에도 도움이 안 되고 마음이 떠난 이학주 역시 부담되는 일이었다. 결국, 삼성은 결단을 내렸고 오래전부터 이학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롯데와의 협상을 빠르게 타결했다.

롯데는 이학주가 필요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 후 주전 유격수였던 외국인 선수 마차도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마차도는 공격적인 면에서 부족함이 있었지만, 발군의 수비력으로 팀에 주는 플러스 효과가 매우 컸다. 그의 유격수 수비 능력은 한 차원 높은 수준이었고 그로 인해 롯데는 내야진의 수비 능력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장타력에서 부족함이 있었지만, 마차도는 팀 1번 타자를 소화할 정도로 타격에서도 일정 역할을 했다. 마차도의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마차도와 롯데의 3번째 동행 가능성도 커 보였다. 이미 롯데는 2020 시즌 마차도와의 재계약 당시 2022 시즌 롯데가 연장 계약 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가 원한다면 마차도와의 재계약에 큰 문제가 없었다. 마차도 역시 롯데에서의 생활에 큰 만족감을 보였고 팀과 잘 융화됐다. 

하지만 시즌 후 마차도와 롯데의 계약 소식을 들리지 않았다. 결국, 롯데는 계약 연장 옵션을 포기했다. 롯데는 외야가 크게 넓어지는 구장 환경과 거포 부재의 팀  타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모색했다. 롯데는 뛰어난 외야 수비 능력과 장타력을 갖춘 외야수 피터스를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영입했다. 롯데는 급격히 감소한 팀 장타력에 힘을 실어줄 거포가 필요했다. 유격수 수비의 공백이 부담이었지만, 중심 타자 손아섭마저 FA 계약에 실패하며 떠나보낸 상황에서 중심 타선의 보강이 불가피했다. 

외야 한자리는 채웠지만, 유격수 자리에 대한 대안이 필요했다. 그 시점에 삼성과 이학주의 불편한 관계가 표면화됐다. 삼성은 이학주를 내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고 롯데는 유격수가 필요했다. 양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트레이드 협상은 쉽게 진척되지 않았다. 삼성은 공개 트레이드를 선언한 상황에서 그에 걸맞은 보상이 있어야 했다. 롯데는 이미 전력 외로 분류한 이학주 카드의 가치를 높게 인정하기 어려웠다.

롯데는 우선, 내부 내냐 자원인 김민수, 배성근에 방출 선수 중 영입한 박승욱으로 유격수 자리를 메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김민수는 장타력이 돋보이는 내야수고 배성근은 뛰어난 운동 신경에 수비가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았다. 박승욱은 이전 소속팀 KT에서 방출되긴 했지만, 주전급 활약을 한 경력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풀타임 유격수 경험이 없고 수비에서는 마차도와 비교될 수 없었다. 타격에서도 평균치를 웃도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롯데는 유격수에 대한 기대치를 한층 낮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신인 드래프트 등을 통해 다수의 내야 유망주를 모았지만, 그들의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대안이 있었지만, 내야에 이름값있는 선수는 분명 필요했다. 3루수 한동희와 2루수 안치홍이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 아니었다는 점도 유격수 자리에 확실한 카드를 필요로 했다. 이학주는 그에 부응하는 카드였다. 

이학주는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고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시간 경험을 쌓았다.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로 주목을 받았던 이학주는 마이너리그에서 단계를 밟아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승격의 문턱에도 이르렀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다시 국내로 돌아온 이학주는 신인 드래프트에 나와 삼성의 상위 지명을 받았다. 삼성은 그를 유격수로 기용하기 위해 주전 유격수 김상수를 2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하기도 했다. 김상수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도 있었다. 이학주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컸다. 이학주는 마이너리그 레벨이었지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바 있고 KBO 리그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이 많았다. 

KBO 리그 첫 시즌은 2019 시즌 이학주는 0.262의 타율에 7홈런 36타점으로 공격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수비에서도 19개의 실책으로 기대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실전 경기 경험 부족과 리그 적응의 시간 등을 고려하면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대신 15개의 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기동력에 강점이 있었고 무엇보다 득점권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음 시즌에는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긴 2019 시즌이었다. 

이학주에 대한 이런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2020시즌과 2021 시즌, 이학주는 공. 수에서 퇴보된 모습을 보였다. 타격의 정확도는 크게 떨어졌고 수비도 불안했다. 유격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수비에서 이학주는 쉬운 타구에 실책을 자주 범하면서 안정감이 떨어졌다. 여기에 부상 등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일도 늘었고 무엇보다 야구 선수로의 자세와 태도, 팀워크 면에서 점점 문제를 보였다. 기량 저하보다는 그의 팀에 대한 자세에서 이학주는 점점 신뢰를 잃었다. 어느 순간 이학주는 성실하지 못한 선수로 이기적인 선수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이런 문제가 언론에도 보도되면서 이학주에 대한 팬들의 시선도 차가워졌다. 천재 유격수의 추락이었다. 

이를 두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시간 야구를 했던 그의 성향과 KBO 리그의 환경이 잘 맞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었다. 상당수 해외 유턴 선수들이 겪는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야구를 하려 한다면 그 환경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고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했지만, 이학주는 그렇지 못했다. 점점 그는 1군에서 멀어졌다. 그의 나이는 30살을 훌쩍 넘어섰다. 더 이상 그를 기대주로 볼 수 없는 나이가 됐다. 여기에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다면 잊히는 선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그에게 롯데가 손을 내밀었다. 롯데는 이학주 영입을 위해 무시할 수 없는 출혈을 감수했다. 팀 내에서 손꼽히는 유망주 투수인 최하늘을 내줬다. 최하늘은 롯데가 미국에서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줄 정도로 육성에 힘을 쏟는 투수였다. 이미 병역 의무를 다했다는 장점에 뛰어난 신체 조건도 갖추고 있다. 사이드암에 빠른 공을 던질 수도 있다. 올 시즌에도 1군에서 등판 기회가 늘어날 수 있었다. 롯데는 이학주를 위해 최하늘을 떠나보냈다. 이에 더해 신인 3라운드 지명권도 함께 내줬다. 연고지 1차 지명이 사라진 상황에서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은 그 가치가 크다. 이는 유망주 육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롯데에게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그만큼 이학주의 능력치를 믿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학주는 삼성에서 3시즌 동안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스타성을 발휘했고 집중력을 보인다면 공. 수에서 높은 수준을 기량을 보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학주는 롯데에 필요한 좌타자에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 타선에서도 유용한 자원이다. 많은 실책이 문제였지만, 이는 그의 능력치의 결과물은 아니었다.

롯데는 이학주가 마음을 잡고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외국인 감독과 함께 다수의 외국인 코치진이 있고 메이저리그 프런트 경험이 있는 성민규 단장을 중심으로 메이저리그 시스템으로 구단을 변모하고 있다. 이학주에게는 더 익숙한 환경일 수 있다. 기회조차 제대로 잡을 수 없었던 삼성보다는 롯데가 이학주에게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롯데는 이학주의 주전 유격수 기용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이학주는 기존 롯데 내야 자원들과 경쟁을 통해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그동안의 커리어가 우위에 있지만, 삼성에서의 모습이라면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경쟁마저 할 수 없었던 상황보다는 한층 나아진 상항인 건 분명하다.

이제 공은 이학주에게로 넘어왔다. 이학주가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기량을 회복한다면 제2의 야구 인생을 열 수 있다. 아직 그의 나이는 30대 초반으로 전성기를 지나지 않았다. 이학주가 롯데가 기대한 모습을 보인다면 롯데 내야진 운영을 한결 수월해진다. 김민수, 배성근을 전천후 백업으로 기용해 한동희, 안치홍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여기에 이학주가 유격수로 버티는 동안 내야 유망주들은 병역 의무 이행과 기량 발전을 도모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롯데는 중심 타자로 성장하고 있는 한동희와 특급 신인 나승엽이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앞으로 2~3년 정도 내야진을 정비하고 안정해야 한다. 이학주는 그 기간 롯데 내야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다.

이학주로서는 정말 어렵게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하고 기량에 대한 의문도 지워내야 한다. 그는 분명 재능이 있고 장점이 많은 내야수다. 스타성도 있다. 야구를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고 인기도 얻을 수 있는 선수다. 롯데의 선택이 롯데와 이학주를 모두 살리는 결과로 나타날지 올 시즌 롯데에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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