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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4번 타자, 롯데의 4번 타자 이대호가 현역 선수로서의 작별을 고했다. 이대호는 10월 8일 홈인 부산에서 열린 롯데의 2022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1루수 겸 4번 타자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현역 선수로서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에서 롯데는 LG에 3 : 2로 승리하며 떠나는 그를 기분 좋게 배웅했다. 

경기는 애초 승부보다는 이대호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었다. 그의 타석과 수비하는 모습이 중심이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미 상대팀 LG는 정규리그 2위를 확정했고 주전들에 휴식을 주며 포스트시즌을 대비하는 상황이었다. 포스트시즌 탈락이 결정된 롯데 역시 승부 결과의 부담이 덜한 경기였다. 이대호가 경기 내내 중심이 되고 그에 대한 이벤트를 할 수 있는 경기였다. 상대팀 LG 역시 그런 경기장 분위기에 맞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롯데 홈 관중들을 경기와 상관없이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이날 만큼은 롯데가 아닌 조선의 4번 타자 롯데의 4번 타자 이대호를 향한 응원이었다. 롯데 구단은 그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경기에 맞은 이벤트와 예우를 다했다. 구단주인 그룹 회장이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선수들은 그의 은퇴를 기념해 만든 등번호 10번에 이대호의 이름 조선의 4번 타자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모두가 이대호였고 이대가 되어 경기에 나섰다. 이대호는 경기 중간중간 전광판 화면을 그의 동료들에게 전하는 손 편지로 선수들에게 마음을 전했다. 

 

 

 



경기는 팽팽했다. 승부는 승부였다. LG는 마운드 운영이나 선발 라인업에서 여유를 가지는 경기였지만,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롯데는 에이스 스트레일리는 선발 등판시키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초반 득점을 주고받으며 2 : 2로 맞서던 경기는 7회 말 고승민의 적시 안타가 나온 롯데가 3 : 2 리드를 잡았다. 

여기서 깜짝 마운드 기용이 있었다. 7회 말 공격 후 불펜에서 연습 투구를 하던 이대호가 8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이대호에게는 프로 데뷔 후 처음이지 마지막이 될 1군 경기 등판이었다. 이대호는 지난해 삼성과의 경기에서 포수 엔트리가 모두 소진된 상황에서 포수로 경기에 나서 마무리 투수 김원중과 함께 팀 승리를 지켜내기도 했다. 이대호에게는 KBO 리그 최고령 포수 데뷔였다. 

그런 이대호가 마운드에 섰다. 2001시즌 투수로 입단했다 부상 등 이유로 타자로 전향한 이후 한 번도 서지 못했던 마운드였다. 그것도 접전의 경기에 이어지는 경기 후반이었다. 이런 이대호의 등판에 LG가 화답했다. LG는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대타로 타석에 서도록 했다. 은퇴하는 레전드에 대한 하나의 예우였다. 이대호는 129킬로의 직구를 앞세워 고우석과 상대했고 고우석은 만만치 않은 타격을 했다. 고우석은 날카로운 땅볼 타구를 때려냈지만, 투수 이대호는 그 타구를 날렵하게 잡아 고우석을 잡아냈다.

이것으로 이대호의 프로 통산 마운드 등판 기록은 방어율 0로 마무리됐다. 이후 경기에서 롯데 필승조 불펜 구승민과 마무리 김원중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이대호에게는 홀드까지 주어졌다. 투수로 프로 선수의 이력을 시작했던 이대호에게 롯데가 전해준 또 하나의 값진 선물이었다.

3 : 2 롯데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된 후 올스타전부터 시작된 이대호의 은퇴 투어를 마무리하고 그의 현역 선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은퇴식과 그의 등번호 10번의 영구 결번식이 시작됐다. 은퇴식 진행 전 이대호는 그의 뜻깊은 은퇴 경기를 함께 한 LG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하며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시작된 은퇴식은 같은 82년생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인 추신수, 오승환을 포함해 이대호의 동료 선수들과 지인들, 과거 롯데의 황금기를 열었던 로이스터 전 감독 등의 축사가 전광판을 채웠다. 그리고 그의 선수로서의 이력이 다시 한번 소개됐다. 이전 은퇴 투어 기간 이대호는 각 구장에서의 행사 때 복받치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홈구장에서의 은퇴식에서는 애써 감정을 감추며 담담함을 보이려 애썼다.

하지만 경기가 점점 마지막으로 향하는 시점부터 그의 얼굴에는 여러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그가 애써 벤치에서 선수들에게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고 소리를 쳐도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그의 마음을 흔드는 걸 감추지 못했다. 결국, 이대호는 은퇴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더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렇게 흘러간 그의 현역 선수로 마지막 경기 시간과 수많은 경기를 통해 싸인 그 이력 속에는 2010 시즌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의 대기록, KBO 리그를 떠나 일본 리그와 미국 리그를 거치며 쌓아온 그의 선수로서의 역사가 망라됐다. 

이대호가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자리한 2004 시즌 후 이대호는 일본과 미국을 거치면서 모든 시즌에서 1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다. 일본 리그에서 이대호는 오릭스와 소프트뱅크를 거치면서 팀 중심타자였고 리그 최고 타자였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 리그에서 이대호는 2번의 일본 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고 일본 시리즈 MVP에 오르기도 했다. 2016년 전성기를 지난 나이에도 미국 리그에 도전해 14홈런 49타점의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2017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의 FA 계약을 통해 KBO 리그에 복귀한 이대호는 부동의 4번 타자로 마지막 6년의 커리어를 더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점점 떨어지는 성적 지표로 인해 그도 세월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그가 복귀한 이후에도 계속되는 롯데의 부진과 함께 일부 롯데 팬들에게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팀 최고 타자, 최고 연봉 선수가 겪어야 할 일이었고 이대호는 묵묵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2022 은퇴 시즌, 이대호는 다시 빛났고 그가 왜 조선의 4번 타자인지 실력으로 입증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 0.331의 고타율에 23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먼저 은퇴한 KBO의 또 다른 레전드 이승엽보다 더 화려한 은퇴 시즌을 이대호는 스스로 만들었다. 이런 분전에는 롯데에서 이루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도 함께 하고 있었다. 이런 이대호의 분전에서 롯데는 레전드의 마지막 무대를 더는 연장하지 못했고 이대호는 미완의 꿈을 남긴 채 은퇴하고 말았다. 

이대호는 KBO 리그 통산 1971경기에 출전해 통산 0.309의 타율에 374홈런 1425타점, 2199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통산 장타율은 5할을 넘어서고 출루율도 0.385에 이른다. 그의 통산 기록의 수치는 일본과 미국 리그 기록 더하면 훨씬 더 높아진다.

그는 거구의 몸으로 내야안타 생산이 거의 불가능했고 오롯이 타격 능력으로 통산 기록을 완성했다. 그는 거포이지만, 정교했고 눈 야구로 볼넷을 얻어내는 능력도 있었다. 은퇴 시즌에도 그는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4번 타자로 최고의 선수로 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자리에서 명예로운 은퇴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충분히 조선의 4번 타자라는 칭호를 받을 만큼 화려한 선수 생활을 했다. 그 조선의 4번 타자는 그가 왜 그런 말을 들어도 되는지 마지막 시즌에서 충분히 입증했다. 

 

 

 



이제 이대호는 롯데 팬들의 마음속에 영원한 에이스로 남아있는 최동원의 11번과 함께 10번이 영구 결번이 되면서 롯데의 전설로 남게 됐다. 롯데 팬들은 당분간 이대호가 없는 허전함을 마음 가득 느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대호의 존재감을 그만큼 롯데에서 절대적이었고 그가 없는 롯데가 쉽게 상상이 안 가는 것도 사실이다. 떠나간 조선의 4번 타자가 떠난 자리를 롯데가 쉽게 채우긴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롯데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가 마무리됐다. 영원한 건 없고 이대호와의 이별은 언젠가 해야 할 일이었다. 이대호가 그의 건재를 유지한 상태에서 작별을 고할 수 있는 게 아쉬움이 더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를 기쁘게 추억하게 하는 일일 수 있다. 또한, 현역 선수로서 작별을 고하긴 하지만, 이대호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그 모습을 볼 가능성이 크다.

선수로서는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서 프런트로서 충분히 구단과 함께 할 가능성이 있다. 3개국 리그를 거치며 쌓은 경험은 그 누구에게도 없는 자산이고 이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작별은 또 다른 이대호와의 만남을 위한 시작일 지도 모른다. 

그 의미에서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쉼 없이 달려온 이대호의 현역 은퇴는 슬퍼하기보다는 그의 새 출발을 축하하는 일이 돼야 한다. 이런 이대호가 현역 선수 은퇴 후 펼쳐갈 제2의 인생을 미리 응원하고 기대해 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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