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2연전에 이은 두 번의 3연전을 통해 2023 프로야구의 순위표가 만들어졌다. 지난 시즌 우승 팀인 디팬딩 챔피언 SSG와 정규리그 2위였던 LG가 지난주 4연승과 함께 선두권을 형성했다. 두 팀은 주말 3연전에서 하위권으로 쳐진 한화와 삼성에 각각 3연승 했다. 이들과 함께 NC, KT, 두산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상위권을 형성했다.
SSG와 LG는 시즌 준비 기간, 개막 후 주력 선수들의 부상 이탈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두꺼운 선수층과 투. 타의 조화를 유지하며 우승 후보의 면모를 보였다. KT 역시 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고심하고 있지만, 상위권 후보 다운 모습이다.
이들과 달리 하위권 후보였던 NC와 두산은 예상외의 선전을 했다. NC는 부상 선수 이슈로 최상의 전력이 아니지만, 주말 3연전에서 우승 후보군에 속해 있는 키움에 3연승 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스토브리그 기간 전력 누수가 컸던 NC는 부상 선수로 공백이 더해졌지만, 젊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마운드가 안정되면서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이승엽 감독의 프로야구 감독 데뷔 시즌을 함께 하고 있는 두산은 다시 돌아온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 효과를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양의지는 공. 수에서 팀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양의지로 인해 마운드에 안정감이 생겼고 타선에 힘이 더해졌다.
두산은 NC, KIA로 이어지는 두 번의 3연전에서 모두 위닝 시리즈를 가져왔다. 마운드는 외국인 투수 한 명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젊은 선발 투수들이 기대 이상이고 불펜진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구상대로 운영되고 있다. 타선은 신. 구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이승엽 감독 자체가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런 상위권 팀들과 달리 하위 5개 팀은 시즌 전 우려됐던 부분이 재현되고 있고 팀 내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KIA는 전 단장의 비위로 시즌 시작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던 KIA 내야진의 핵심 선수가 돼야 할 김도영의 부상과 장기 결장으로 전력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여기에 강점으로 여겼던 불펜진이 아직 기대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불안정한 전력으로 경기마다 기복이 있다.
상위권 후보 키움은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크게 작용하면서 타선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개막 2연전을 모두 끝내기 승리하면서 상승세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그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주말 3연전에서 올 시즌 하위권 후보 NC에 3연전을 모두 내준 게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강한 마운드를 유지하고 있는 키움인 만큼 반등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들 외 시즌 시즌 하위권 팀 삼성, 롯데, 한화는 올 시즌 역시 하위권 팀이라는 전망을 그대로 실현하고 있다. 삼성은 주말 3연전에서 LG에 두 번의 끝내기 패배를 한 부분이 아쉽다. 그 패배가 최 하위 한화에 올 시즌 유일한 승리를 안겨준 패배 이후 연패라는 점이 팀 분위기를 더 가라앉게 할 우려도 있다.
롯데와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매우 적극적인 전력 보강을 했지만, 그 효과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경기력이 아니다. 롯데는 2승 4패, 한화는 1승 6패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극 초반이라고 하지만, 지난 시즌 하위권 팀일수록 시즌 초반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 반등이 절실하다.
롯데는 개막 2연전에서 1승 1패를 했지만, 첫 경기에서 8 : 3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 끝내기 패배를 하면서 시즌 초반 상승 분위기를 가져올 기회를 놓쳤다. 롯데는 이어 SSG, KT까지 지난 시즌 상위권 팀들과의 대진에서 경기력의 차이를 드러냈다. SSG는 우천으로 한 경기가 취소됐지만, 3경에서 2경기를 패했고 홈 개막 3연전이었던 KT와의 대결도 2경기를 먼저 내주고 가까스로 일요일 경기를 승리하며 3연전 전 패 위기를 벗어났다.
롯데는 아직 팀 전력이 제대로 조합이 안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수의 외부 영입 선수들로 선수들의 능력치는 올랐지만, 이를 하나의 전력으로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타선은 안권수라는 새로운 1번 타자가 등장하면서 타선의 오랜 고민의 해결 가능성을 높였고 FA 영입 선수, 유강남과 노진혁의 가세는 하위타선의 강화라는 효과를 기대하게 했지만, 롯데 타선은 아직 뛰어난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중심 타선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한동희가 겨우내 준비한 타격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고 지나 시즌 후반기 가장 뛰어난 타격감을 보였던 고승민이 풀 타임 첫 시즌 시작이 부진하다. 롯데가 기대하는 FA 유강남과 노진혁도 타격에서는 평균 이하의 활약이다. 이는 타선의 연결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게 하고 득점 기회에서 아쉬운 장면을 자꾸만 나오게 하고 있다. 롯데가 그토록 바라고 있는 기동력 야구도 팀 도루 최하위로 아직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마운드는 1선발로 시즌을 시작하는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가 만족스럽지 못한 2번의 선발 등판으로 우려감을 높였고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반즈도 아직은 시즌 활약을 확신할 수 없다. 국내 선발 투수진을 이끌어야 하 박세웅도 첫 선발 등판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FA로 영입한 선발 투수 한현희는 첫 선발 등판에서 무난한 투구를 했지만, 사이드암 투수로서 극복해야 할 좌타자 승부에 대한 과제를 완벽히 해결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다만, 롯데의 시즌 초반 2승을 모두 책임진 선발 투수 나균안의 눈부신 성장이 돋보이고 있다. 나균안은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무실점 투구를 하며 사실상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나균안은 선발 등판 경기에서 팀 타선의 부진으로 살얼음 경기를 했지만, 매우 냉정하고 침착한 경기 운영과 한결 나아진 구위를 더해 완벽한 투구를 했다. 나균안이 무너졌다면 롯데는 시즌 초반을 긴 연패로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나균안은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탓에 풀 타임 시즌을 소화할 체력과 내구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매 시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올 시즌 풀 타임 선발 투수에 도전하고 있다. 초반 2경기 등판은 새로운 에이스라 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실점 투구를 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그의 투구는 더 가치가 있었다. 나균안이 이런 투구를 거듭하고 박세웅과 한현희가 기대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롯데는 가장 강력한 국내 선발진 구성이 가능해 보인다.
롯데는 선발 투수진에 희망이 보이지만, 불펜진은 상당 기간 불안감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마지막을 책임질 셋업맨 구승민과 마무리 김원중은 무난한 시즌 시작을 했지만, 그들 앞을 지켜줄 불펜진이 불안하다. 애초 구상은 강속구를 던지는 영건 최준용이 7회를 책임지는 구상이었지만, 최준용은 시범경기 부진에 이어 부상으로 시즌 초반 등판이 불투명하다. 최준용은 매 시즌 부상 이슈가 있었다.
롯데는 최준용의 대안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스토브리그 기간 영입했던 베테랑 투수들은 구위로 상대 타자에 맞서는 투수들이 아니고 경기 후반 승부처 등판에 부담이 있다. 최준용과 비슷한 유형의 김도규는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고 뛰어난 구위의 영건 이민석은 개막전 등판 이후 팔꿈치 부상과 수술로 시즌 아웃이 결정됐다. 시즌 초반 호평을 받고 있는 신인 좌완 투수 이태연은 거듭된 등판에 부담이 생기면서 주말 3연전에서 실점하며 한계를 보였다.
당분간 롯데의 중반 이후 불펜 운영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결국, 선발 투수들이 긴 이닝을 책임지지 못하는 경기에서 롯데는 리드를 하고도 불안한 경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롯데는 지난 일요일 경기에서 나균안의 호투와 답답했던 타선이 중반 이후 집중력을 보이면서 앞으로 경기 전망을 밝게 했다. 여기에 롯데가 크게 기대하는 신인 김민석이 시즌 선발 첫 경기에서 자신의 타격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멀티 안타와 타점으로 활약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여유 있는 리드에서 마무리 김원중이 흔들리면서 3실점한 부분과 시즌 초반 계속되는 수비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상승 반전의 가능성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화의 사정은 더 어둡다. 한화 역시 스토브리그 기간 적극적인 FA 영입을 하면서 전력에 필요한 부분을 보강했고 외국인 선수 영입도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시범경기 발전된 경기력을 선보이며 달라진 한화를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한화는 개막 2연전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도 두 번의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아쉬움을 남겼고 그 아쉬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의 개막 3연패 후 한화의 미래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문동주의 시즌 첫 선발 등판 호투를 앞세워 승리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지속력이 없었다.
한화는 SSG와의 주말 홈 3연전에서 다 잡았다고 여겼던 두 경기를 불펜진의 난조로 역전패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침체했고 그대로 홈 3연전을 모두 내주며 연패 늪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수베로 감독의 불펜 운영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급기야 한화는 마무리 투수를 변경하는 등 불펜진 운영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시즌 준비과정에서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정하지 않은 점과 경기 후반 등판하는 필승 불펜진의 불안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매 경기 후반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화는 FA로 영입한 채은성이 중심 타선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고 선발 투수진이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점은 큰 위안이다. 하지만 아쉬운 패배가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팀 부위기가 가라앉고 이것이 다시 하위권에 팀이 고착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시즌 초반 꼭 막아야 하는 한화다.
이렇게 롯데와 한화는 여러 가지로 기대를 하게 하는 시즌 준비를 했지만, 시즌 초반 하위권 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상위권 팀들과 격차가 있는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경기 운영에서도 아쉬움이 쌓이고 있는 이는 결국, 감독의 역량에 대한 비판과 연결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롯데와 한화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외국인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는 팀들이다. 롯데 서튼, 한화 수베로 감독은 팀 리빌딩 기간을 함께 했고 변화의 중심이었다. 두 감독은 올 시즌 리빌딩의 성과를 입증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도 입증해야 한다. 그동안 두 감독은 팀 리빌딩 기간이라는 상황 속에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에서 조금 멀어져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마침 두 감독은 올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로 보다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KBO 리그 감독 이력을 지속하려 한다면 성과가 필요하다.
하지만 극 초반이지만, 두 외국인 감독의 시즌 초반은 그 출발이 무겁기만 하다. 팀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고 무엇보다 전력 보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년간 같은 팀을 이끈 만큼 적응의 문제 등을 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즌 초반 부진은 책임론을 더 강하게 일어나게 할 수 있다. 부진이 거듭된다면 시즌 중 감독 거취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이 점에서 롯데와 한화의 시즌 초반은 여러 가지로 중요하고 주목해야 한다. 어느 팀보다 열성적인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두 팀이다. 두 팀 팬들은 오래 세월 하위권을 전전하는 팀 상황 속에서 두 팀 모두 새를 마스코트로 하는 팀 상황에 빗대어 조류 동맹이라는 재미있는 신조어를 만들며 동질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두 팀의 선전은 프로야구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감독 무용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주목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과연 롯데와 한화가 한층 커진 성적에 대한 기대를 결과로 보여줄 수 있을지 아직은 기대보다 불안감이 더 커 보이는 상황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 한화이글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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