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무거운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의 부진은 4월이 되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주 하위권 팀 한화, LG를 상대로 반전을 기대했지만, 그들의 한 주 성적은 1승 4패에 그쳤다. 팀 타선은 살아날 조짐을 보였지만, 마운드의 불안이 여전하면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특히, 승부처에서 불펜진이 거듭 무너진 것이 아쉬웠던 롯데였다.
지난 주말 LG와의 3연전에서도 롯데는 신인 선발 투수 윤성빈이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신고하는 수확이 있었지만, 시리즈 전적은 1승 2패였다. 롯데는 4월 8일 일요일 경기에서 에이스 레일리를 앞세워 시즌 첫 위닝 시리즈를 기대했지만, LG 에이스 소사에 타선이 막히며 경기를 제대로 풀지 못했고 역시 경기 막판 필승 불펜 박진형이 실점하면서 접전의 경기를 2 : 4로 내주고 말았다. 시즌 13경기를 치른 롯데는 2승 11패로 최하위에 머물게 됐다.
공동 8위권인 LG, 삼성과의 승차는 3경기에 불과하지만, 그 격차가 커 보이는 것이 롯데의 현 상황이다. 여기에 주말 3연전을 통해 새롭게 올 시즌 주전 3루수로 자리한 신인 한동희와 FA 영입 선수 민병헌이 부상을 당하면서 악재까지 겹친 롯데다.
하지만 롯데에도 희망적인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올 시즌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베테랑들의 투. 타 분전이 위안이었다. 타선에서는 LG에서 영입한 이병규와 우여곡절 끝에 싸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넥센에서 롯데로 건너온 채태인이 주말 3연전서 돋보였다.
이병규는 LG 시절 LG의 레전드 이병규와 동명 이인으로 작은 이병규, 작뱅이라 불리며 LG 팬들의 큰 성원을 받았었다. 실제 타격에서만큼은 그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고 팀 세대교체 바람에 밀려 2차 드래프트 당시 보호 선수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다. 롯데는 외야 보강을 위해 그를 영입했고 이병규는 스프링캠프 기간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병규의 1군에서 역할을 대타 요원이었다. 출전 경기 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병규는 뛰어난 타격감으로 제 몫 이상을 해주고 있다. 이병규는 타석수가 많지 않지만, 0.385의 높은 타율과 1홈런 4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시즌 초반 롯데 타선이 침체한 상황에서 이병규를 더 중용해야 한다는 롯데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정도였다. 4월 8일 LG 전에서도 이병규는 민병헌의 부상으로 교체 출전했지만, 2안타를 때려내며 그의 타격감이 여전함을 과시했다. 만약, 민병헌의 부상 정도가 크다면 이병규의 출전 경기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한 명의 이적생 채태인은 지난 시즌까지 지명타자, 1루수로 활약했던 최준석을 전력 외로 떠나보내면서 영입한 선수다. 롯데는 채태인이 장타력을 갖춘 좌타자에 수준급 1루 수비가 가능하고 기동력에서 더 앞서있다는 장점에 주목했다. 채태인 역시 선수 생활의 후반기를 고향팀 롯데에서 할 수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롯데는 이대호와 함께 채태인을 1루수와 지명타자로 번갈아 기용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채태인의 페이스는 좋지 않았다. 수비는 여전했지만, 타격에서 기대한 만큼의 모습이 아니었다. 4할대의 출루율로 팀 기여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심 타자로서의 파괴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채태인은 장타력을 회복하고 있다. 4월 4일 한화전에 이어 4월 8일 LG 전에서 채태인은 홈런을 기록했다. 4월 8일 경기에서는 0 : 2로 팀이 리드를 당하는 상황에서 대타로 출전해 LG 에이스 소사의 공을 2점 홈런으로 연결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팀의 패배로 빛을 잃었지만,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채태인은 아직 본래 모습은 아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앞으로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들 두 야수 이적생과 함께 두산에서 2차 드래프트를 거쳐 롯데에 온 불펜 투수 오현택의 최근 투구 내용도 돋보인다. 오현택은 두산 시설 전천후 불펜 투수로 활용도가 높은 투수였지만, 부상으로 2017 시즌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올 시즌 두산의 마운드가 젊은 투수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오현택은 부상 재활이 잘 이루어졌음에도 기회가 없었다.
오현택으로서는 롯데가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지만, 롯데 불펜진의 1군 엔트리 경쟁도 치열했다. 오현택은 2군에서 개막전을 맞이해야 했다. 하지만 롯데 불펜진의 부진은 오현택의 1군 콜업 시기를 앞당겼다. 롯데는 1군 불펜 투수 중 유일한 언더핸드 투수인 배장호를 대신할 투수로 오현택을 선택했다. 오현택은 3경기 3.1이닝을 투구하면서 방어율 0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표본이 많지 않지만, 11타자를 상대하면서 탈삼진 6개를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주무기 슬라이더의 날카로움이 전성기와 같고 직구의 위력도 살아난 모습이다.
롯데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배장호를 2군으로 내려보낸 상황에서 유일한 언더핸드 불펜 자원이 오현택을 더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현택의 현재 투구 내용은 과거 2차 드래프트로 두산에서 영입되어 마무리 투수까지 했었던 김성배를 연상시킬 정도다. 아직 불펜진이 정상적이지 못한 롯데로서는 큰 힘이 될 수 있는 오현택이다.
롯데는 이들 이적생 베테랑들의 활약이 더해지고 있지만, 팀 전체가 침체한 분위기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병규, 채태인, 오현택이 활약이 더 돋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롯데로서는 이들의 활약이 분명 긍정적이지만, 현재 팀 상황을 함께 대변하는 씁쓸함도 함께 가질수 밖에 없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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