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전 오프시즌 기간 FA 대상자 중에서 가장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은 선수 중 한 명은 최준석이었다. 하지만 그 관심은 그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였다. 최준석은 2017 시즌 후 그의 두 번째 FA 권리를 행사했지만, 시장의 차가운 반응 속에 힘든 소속 팀을 찾지 못했다.
원 소속 팀 롯데는 물론이고 타 팀 역시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타격에서만큼은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많은 나이에 따른 기량의 내림세, 거구의 몸 탓에 주로 지명타자로 한정된 포지션, 떨어지는 기동력 등 그의 단점이 더 부각되면서 그에 대한 가치 평가는 점점 내려갔다. 원 소속 팀 롯데가 그에 대한 선수 보상을 포기했음에도 타 팀과의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사이 롯데가 그를 대신할 카드로 채태인을 영입하면서 최준석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그 사이 그와 함께 롯데 소속으로 FA를 신청한 외야수 이우민은 은퇴를 택해야 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시점에도 최준석의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최준석은 체중 감량을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그가 올 시즌 경기장에 나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었다. 이런 최준석에게 NC 행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다. 최준석은 싸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선수 생활 연장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계약 조건은 연봉 5,500만원 뿐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억대 고액 연봉자였던 최준석으로서는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최준석은 현역 선수 연장에 큰 의미를 두었다.
어렵게 NC 행이 확정되었지만, 그가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스프링캠프 합류가 늦어졌고 NC에는 최준석의 주 포지션인 지명타자 후보군이 많았다. 베테랑 이호준이 은퇴한 이후 NC는 특정 선수를 지명타자로 기용하기보다는 야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지명타자를 활용할 가능성이 컸다. 최준석으로서는 롯데 시절과 같이 붙박이 지명타자로 기용되기 힘든 환경이었다.
최준석은 경험과 한 방 능력을 인정받아 NC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 기회는 한정됐다. 그의 역할은 경기 흐름을 바꾸는 대타 요원이었다. 선발 출전은 한다고 해도 경기 중 대주자로 교체되는 일이 많았다. 최준석의 입지는 풀타임 주전이라기보다는 백업 자원의 성격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10경기 정도를 치른 시점에 최준석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10경기에 출전한 최준석은 22타석에만 나섰지만, 8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은 5할을 훌쩍 넘겼고 타율도 0.364로 준수하다. 무엇보다 득점권에서 0.429의 타율을 기록하며 해결사의 면모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볼넷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이채롭다.
최준석은 거포 이미지가 강한 타자지만, 볼을 잘 고르는 눈 야구도 강한 타자였다. 덕분에 많은 볼넷을 얻어내는 선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주루 능력을 뛰어나지 않은 그의 출루는 팀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중심 타자로서 너무 신중한 타격을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올 시즌 최준석은 적극적인 타격으로 걸어나가기보다는 자신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타격을 하고 있다. 그 결과도 현재 좋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결과물이 쌓이면서 최준석은 NC에서의 역할 비중도 커지고 있다. 선발 출전 경기 수도 늘어나고 있고 승부처에서 믿을 수 있는 대타로도 중용되고 있다. NC는 최준석의 활용법을 잘 알고 그를 기용하고 있고 최준석은 이에 잘 부응하면서 윈윈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경기에서도 최준석은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할 기회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준석은 프로선수로서 한 번도 힘든 FA 자격을 두 번이나 얻은 행운의 선수다. 하지만 두 번째 FA 계약의 과정은 그의 프로선수 생활에서 가장 힘든 과정 중 하나였다. 그 시간 최준석의 현역 선수에 대한 절실함을 누구보다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최준석은 자신을 은퇴 위기에서 구해준 NC에서 자존심보다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최준석의 활약과 함께 그를 냉정히 떠나보낸 원 소속 팀 롯데의 부진이 겹쳐지면서 그의 활약은 자꾸만 야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분위기다.
현재 우리 프로야구는 점점 베테랑들이 홀대받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다. 각 구단은 선수 육성과 함께 효율성이 떨어지는 베테랑들에게 냉정한 모습이다. 최준석도 이 흐름에 밀려 선수 생활을 접을 위기에도 몰렸다. 하지만 올 시즌 최준석은 스스로 가치를 다시 높이고 이 흐름을 거스르려 하고 있다. 최준석의 현재의 활약을 시즌 내내 이어가며 베테랑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지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시즌이다.
사진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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