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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있었지만, 승리를 더 기대했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카타르에 0 : 1로 덜미를 잡히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59년 만의 우승 꿈도 역시 물거품이 됐다. 같은 대진의 호주 역시 8강전에서 UAE에 패하면서 전년도 대회 우승 팀 호주와 준우승팀 대한민국이 모두 8강에서 탈락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카타르와의 8강전은 힘든 경기가 예상되긴 했다. 대표팀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저조한 상태고 기성용, 이재성 외에 여러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완벽한 전력이 아니었다. 의무팀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대표팀 분위기는 더 떨어져 있었다. 예선 조 1위로 가져온 대진의 유리함도 별 소용이 없어 보였다. 

우리와 상대할 카타르는 저 예선과 16강전에서 무실점 경기를 했고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2022년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대비해 다수의 귀화 선수를 받아들이 등 전력을 꾸준히 강화했고 약점이던 조직력도 크게 향상된 모습이었다. 그들에서 익숙한 중동의 환경도 카타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이런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8강전은 양 팀 모두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하면서 다소 지루한 경기 흐름이었다. 카타르는 이전 경기와 달리 수비수 5명을 두는 수비 위주 전술로 나섰고 역습에 의한 득점을 노렸다. 이에 맞선 대표팀 역시 무리한 공격보다는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대표팀은 상대의 두터운 수비에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가 사실상 고립되면서 공을 공급하지 어려웠고 좌우 돌파 역시 부정확한 크로스와 상대의 밀집 수비에 별 소득이 없었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돌파 역시 큰 효과가 없었다. 카타르의 수비 조직력은 뛰어났고 그것을 대표팀은 그것을 뚫어낼 전략이 보이지 않았다. 전반전은 양 팀 모두 상대가 잘하는 부분을 막아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따금 공격 기회가 있었지만, 양 팀 모두 날카로움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 있는 경기는 후반전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체력적이 후반전이 진행될수록 체력적인 부담이 생기도 수비에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양 팀 모두 득점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슛이 정면으로 향하거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대표팀은 상대보다 더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이번 대회 들어 더 심화된 결정력 부족 문제가 여전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이 흐름에서 대표팀은 카타르의 기습 중거리 슛에 실점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경기 내내 잔뜩 웅크리고 있었던 카타르는 그들이 기대했던 역습 한 방이 성공하며 리드를 잡았다. 수비수 사이로 슛이 이루어지면서 골키퍼가 손을 쓰기 힘든 절묘한 슛이었다. 

대표팀은 급해졌다. 추가시간까지 20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동점 골이 절실했다. 공격적인 교체 카드가 계속 사용됐다. 구자철, 지동원, 이승우가 차례로 투입됐다. 중앙 수비가 김민재까지 최전방 공격에 가담했다. 공격 일변도의 경기를 했지만, 카타르의 수비는 견고했다. 골 결정력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힘으로 상대 수비진과 맞설 수 있는 공격수 황희찬의 부상에 따른 공백도 아쉬웠다. 대표팀 공격의 창은 카타르의 방패를 뚫기에는 무디기만 했다.  

지친 에이스 손흥민 역시 팀을 위기에서 구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황의조가 골을 성공시키긴 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면서 동점의 희망도 사라졌다. 결국, 답답한 경기 끝에 대표팀은 상대에 4강 진출 티켓을 내줘야 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아쉬움에 그라운드를 쉽게 떠나지 못해고 주심에서 판정과 관련한 항의를 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이렇게 아시안컵 우승의 희망은 사라졌다. 이에 대한 언론의 분석과 문제점 들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부임 초기 긍정 평가가 많았던 벤투 감독에 대한 여론도 부정 기류로 흐르고 있다. 주전들에 절대 의존하는 선수 기용으로 인한 체력관리 실패, 선수 선발에 대한 비판, 시종일관 같았던 전술 운영 등이 비난의 이유가 되고 있다. 당연히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하지만, 그는 새롭게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다. 자신의 철학과 스타일에 맞게 팀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시안컵 결과만으로 그를 평가하기는 이르다. 

 중요한 건 우리 축구 대표팀의 수준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그동안 대한민국 축구는 아시아권에서는 언제든 정상권을 유지한다고 자부했다. 월드컵 연속 출전의 훈장은 이를 증명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아시아 국가들의 수준은 이전과 달랐다. 중동의 국가들은 그동안 개인기는 좋지만, 이란 정도를 제외하면 조직력에 항상 문제가 있었다. 

이번 대회 중동 국가들은 단단한 수비 조직과 함께 기복이 덜한 안정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16강전 바레인, 8강전 카타르도 이전에 알던 그들이 아니었다. 항상 아시아권에서 변수로 여겨졌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부진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앞으로도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한 경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으로 대표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 체제에서 상당한 발전을 보였다. 비록 예선전 이란, 이라크전에 패하긴 했지만, 과거와 같은 동네북 수준의 경기력은 아니었다. 요르단과의 16강전과 패하긴 했지만, 일본과의 8강전에서도 결코 밀리는 경기가 아니었다. 베트남은 강한 투지와 정신력에 체력적인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젊은 선수들의 다수인만큼 더 발전할 여지도 있다. 

우리는 베트남의 선전에 찬사를 보내고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에 감탄을 하고 있었지만, 그 사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수준 향상에 대해서는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회 준비과정과 경기 운영 등의 문제도 분명 있었지만, 상향 평준화의 조짐을 보이는 아시아 축구의 흐름을 이제는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우리 위치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보다 긴 안목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와 호주의 몰락과 달리 단단한 전력으로 4강에 진출한 이란과 그들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버리면서까지 실리 축구를 구사한 일본의 4강행은 이들과 우리의 전력 차가 분명 존재하지 않는다고 항변할 수 없게 하는 장면이었다. 

2019 아시안컵은 분명 실패한 대회다. 이 실패를 두고 그 원인과 책임에 대한 분석과 대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적 처방으로 대표팀의 전력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점점 수준이 떨어지는 국내 K리그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고 선수들의 수준 높은 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등 우리 축구의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맹주라는 과거의 기억만으로 버티기는 힘들어졌음을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리는 분명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 대회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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