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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이어진 롯데의 신임 단장 찾기 여정은 30대의 해외파 성민규 단장 선임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으로 마무리됐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 선임을 공식 발표하면서 큰 폭의 팀 개편을 예고했다. 롯데는 그동안 외부 인사 영입과 내부 승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했고 KBO 리그 경험이 풍부한 야구인의 선임도 고려한 것으로 보였지만, 마지막 결정은 예상과는 크게 달랐다.

성민규 단장의 선임은 과거 로이스터 감독의 선임을 연상하게 한다. 당시 롯데는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패배의식에 빠져있었고 팬들은 서서히 롯데를 외면하는 상황이었다. 롯데는 외국인 감독 선임을 통해 팀 분위기를 일신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전 KBO 리그 감독과는 다른 야구 철학을 바탕으로 롯데는 빠른 시일 내에 공격적인 팀으로 변모시켰다. 포스트시즌에서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로이스터 감독의 노피어 야구는 지금도 롯데 팬들이 그리워하는 롯데만의 야구 색깔이었다. 

성민규 신임 단장 역시 롯데가 가장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았다. 그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국내 고교와 대학에서 야구 선수로 활약했지만, 인상적인 이력을 남기지는 않았다. 해외 대학에서 학업을 하면서 선수 생활을 하고 기량을 인정받아 해외파 특별 지명으로 2007시즌 KIA에 입단하긴 했지만, 1시즌만에 방출되기도 했다.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프런트로 일하면서 구단 운영 시스템을 몸으로 익혔고 마이너리그 코치와 스카우트 담당자로도 일했다. 한때는 국내에서 메이저리그 경기 해설자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연과 지연 선후배 관계가 중요시되는 우리 스포츠의 현실에서 성민규라는 이름은 낯설었다. 국내에서의 인맥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그가 단장직에 오른다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롯데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운영 시스템에 능통한 성민규 단장 선임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었다. 팀 내 역학구도와 무관한 성민규 단장은 팀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하는 선진야구 시스템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선수단 전체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선후배 문화가 크게 작용하는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팀 내 최고참 송승준보다 나이가 어리고 중심 선수 이대호와 동갑인 성민규 단장이 자신의 운영 철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그룹의 지원에 절대 의존하는 프로야구 구단의 사정상 그룹 고위층의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도 그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성민규 단장이 전권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미지 쇄신용 인사에 그칠 우려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팀 내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성민규 신임 단장으로서는 메이저리그와 크게 다른 환경 속에서 자신의 뜻을 펼쳐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커진 롯데 팬들의 변화 요구와 최악으로 떨어진 경기력을 끌어올려 성적 향상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당장은 남은 시즌 팀의 내면을 파악하고 롯데에게 없었던 미래 비전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에게 짊어진 짐은 너무가 무겁다. 

성민규 신임 단장의 선임으로 롯데는 시즌 후 코치진을 비롯해 프런트진의 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상당수 롯데 출신 코치진과 프런트들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선수 구성 역시 상당수 베테랑 등의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이대호, 채태인 두 베테랑의 최근 2군행을 시사하는 파가 크다. 

앞으로 롯데는 근본적인 팀 개편을 기대하는 팬들의 요구와 신임 단장의 의지가 결합한다면 어떠한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메이저리그 시스템에 정통한 신인 단장이라면 적극인 트레이드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팀 주축 선수들의 이동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허술했던 선수 육성 시스템에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구단 운영 역시 단장을 중심으로 한 프런트진의 권한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 

성민규 신임 단장의 선임이 여론 무마용이 아니라면 롯데는 팀 개편을 넘어 새롭게 팀을 만드는 진정한 리빌딩 과정에 돌입할 수도 있다. 어쩌면 상당 기간 롯데가 하위권에 머물 수도 있다. 팬들에게는 상당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젊은 단장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지지도 필수적이다. 한국 문화를 고려한 신임 당장의 지혜로운 구단 운영도 성공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시즌 막바지 롯데는 다시 한번 파격적인 단장 선임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팬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롯데의 변화 의지가 보여주기용이 아니고, 팀 리빌딩이 용두사미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앞으로 롯데의 움직임이 궁금해진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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