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프로야구] 승자 없는 소모전 뒤 뒤늦은 복귀, 한화 이용규

올 시즌 하위권에서 탈출하지 못하며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화가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의 내부 징계를 얼마 전 해제했다. 이용규는 2014시즌 FA 계약으로 한화에 입단했고 주전 중견수 겸 테이블 세터로 활약했다. 부상으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2019시즌을 앞두고 2번째 FA 계약을 체결하며 한화의 외야 한자리를 지켜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용규는 시즌을 앞두고 타순과 포지션 변경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고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팀과의 갈등이 드러났다. 한화는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일종의 항명 파동을 일으킨 이용규를 전력 외로 분류하며 선수로서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중징계를 했다. 이용규는 한화 소속이었지만, 팀에서 훈련이나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이용규는 올 시즌 내내 개인 훈련을 하며 기다림을 시간을 가져야 했다. 

한화는 이용규의 팀 캐미를 깨뜨린 이용규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했고 징계를 풀지 않았다. 징계 초기 여론은 이용규에 대한 비난이 우세했다. 팀과 계약한 만큼 선수의 기용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팀과 코치진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현하고 트레이드를 요청한 건 그의 권한을 넘어선 일이었다. 이런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팀 조직력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용규가 팀의 베테랑으로 선수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그 파문을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내부 육성이 강화되는 추세와 FA 거품론에 비난 여론이 커지는 시점에 FA 계약을 체결한 이후 일어난 이용규의 항명 파동은 이용규에서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게 했다. 이용규가 FA 한화 외에는 FA 계약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던 이용규를 한화가 구제해 주었음에도 팀의 방침을 정면에서 거부한 이용규에게 따스한 시선을 주는 이들은 없었다. 언론의 보도 역시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용규도 할 말은 있었다. 2014시즌 FA 계약으로 한화에 입단한 이용규는 부상 등의 이유로 풀타임 시즌을 모두 온전히 치르지는 못했지만, 한화 외야진의 핵심 선수였다. 송구에서 약점이 있었지만, 수비는 준수했고 타격에서도 테이블 세터진에서 역할을 해주었다. 2017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2018 시즌 0.293의 타율에 144안타 82득점, 30도루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제 기량이 내림세로 접어들 시점은 이용규에 대한 FA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이용규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조건에 원 소속팀 한화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용규는 2017 시즌 이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부진과 부상으로 2017 시즌 활약이 미미했다. 이용규는 대폭적인 연봉 삭감을 받아들리며 FA 재수를 선택했다. 2018 시즌 활약으로 이용규는 FA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이때부터 그의 불만을 잠재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주 포지션인 중견수에서 좌익수로의 포지션 변경과 하위 타순으로의 타순 조정은 이용규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팀 내 전력 구상에서 소외되었다는 상실감에 상당한 옵션이 더해진 FA 계약을 체결한 상화에서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도 이용규의 불만을 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강력한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팀 상황도 이용규에게 큰 위기감을 다가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용규의 항명은 경솔했다. 팀 내 베테랑이라면 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 경기를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다시 자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용구의 성급한 처신은 너무 큰 역풍을 불러왔다. 

한화와 이용규의 갈등은 한화에도 악영향을 불러왔다. 올 시즌 내내 외야수 부족에 시달렸던 한화였다. 이용규를 대체할 선수가 없었다.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가 이용규의 자리를 대신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정근우의 중견수 전환은 타격 부진과 연결됐다. 다수의 젊은 외야수들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누구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내 못했다. 외국인 타자 호잉마저 시즌 중반까지 부진하면서 한화 외야진은 팀의 큰 약점이 됐다. 호잉이 시즌 후반기 타격감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한화의 외야는 허전하기만 했다. 이는 팀 공격력 저하로 연결되었고 계속 진행형이다. 한화로서는 이용규가 계속 떠오를 수 있는 순간순간이 이어졌다. 

시즌 막바지 한화는 이용규와 다시 손을 잡았다. 오랜 기간 경기 공백이 있었던 탓에 이용규가 경기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화로서는 내년 시즌을 대비한 포석이다.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는 한화로서는 팀의 무거운 짐을 덜어내면서 팀워크를 다시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용규가 내년 시즌에도 한화와 함께 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용규는 팀에 복귀하면서 팀과 팬들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했지만, 길었던 갈등이 앙금이 쉽게 사라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측의 화해와 이용규의 내년 시즌 큰 활약은 분명 좋은 그림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용규가 트레이드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용규는 어렵게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지만, 경솔함의 댖가를 톡톡히 치렀다. 완화되긴 했지만, 이용규에 대한 한화 팬들의 부정적 여론도 상당수 남아있다. 앞으로 남은 선수 생활에서 이번 사태는 이용규에게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용규의 사실상 백기 투항을 이뤄낸 한화도 승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용규와 한화의 갈등은 한층 뛰어야 시기를 무의마하게 흘려버린 이용규와 주전 외야수를 활용하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추락한 한화 모두에서 큰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사진 :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