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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된 프로야구 소재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는 은퇴 갈림길에 선 한 베테랑 투수 장진우의 이야기가 있었단. 그는 한때 소속 구단의 에이스로 팀의 황금기를 함께 했지만, 나이에 따른 구위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각종 성적 그래프는 내림세를 보였고 마운드에서 존재감도 점점 희미해져갔다. 

구단은 그와의 재계약에서 냉정한 평가를 했다. 그는 대폭 삭감된 연봉 계약 안을 받아들고 갈등했다. 억대 연봉 선수로 팀 내 베테랑으로 선수들의 리더 역할을 했던 그였지만, 달라진 현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보다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는 은퇴를 선택했다. 하지만 마음속 깊숙이 남아있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팀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결국, 그는 최저 연봉을 받아들이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했고 팀의 핵심 불펜 투수로 만년 꼴찌팀의 한국시리즈 도전 스토리에 주역이 됐다. 

이런 스토리는 드라마에서 조명되었을 만큼 흔한 일은 아니다. 상당수 베테랑 선수들의 기량 저하를 인정하고 스스로 은퇴를 선택하거나 구단의 달라진 처우에 반발하며 자의반 타의 반 은퇴의 길을 가는 것이 보통이다. 여전한 기량을 유지하고 있어도 효율성을 보다 중요시하는 현실에 밀려 의지와 상관없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 일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정들었던 팀을 떠나 새로운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이게 된다.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롯데 베테랑 투수 송승준은 드라마 스토브리그 장진우를 연상하게 한다. 송승준은 한때 롯데의 에이스로 선발 로테이션의 상위 순위를 담당하는 투수였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상징성도 있다.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복귀한 남다른 이력도 있다. 하지만 지금 송승준의 롯데에서 입지는 예전과 크게 다르다. 당장 은퇴해도 이상할게 없는 나이와 성적이다. 

2019 시즌 송승준은 1군에서 11경기 마운드에 올랐고 1패만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내야 했다. 부상으로 인한 공백기도 있었다. 최하위에 쳐진 롯데는 한 명의 투수가 아쉬웠지만, 송승준은 그 속에서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40살의 나이에 접어든 그는 어느새 팀 전력 구상에서 배제되고 말았다. 

어느 순간 송승준이 2015 시즌 후 4년간 40억 원의 FA 계약으로 롯데에 잔류한 이후 성적이 대부분의 시간을 부진 속에 보냈다는 점에서 실패한 FA 계약의 사례가 되었다. 롯데의 원투펀치로 과거 로이스터 감독 시절 팀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기억은 희미해졌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계속된 부진은 롯데 팬들에게도 송승준에 대한 부정 여론을 크게 하는 요인이었다. 

대부분은 송승준이 2019 시즌 FA 4년 계약을 종료한 후 은퇴를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40살을 넘긴 나이를 고려하면 기량의 반전을 이루기 어렵고 롯데의 육성 강화 정책 속에 그가 설자리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 4년간 팀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손승락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이후 냉담한 반응 속에 롯데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은퇴를 택했다. 

송승준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2020 시즌 현역 선수로 롯데와 함께하게 됐다. 대신 송승준은 1년 5천만 원의 계약서에 서명해야 했다. 4년간 40억 원의 연봉을 받았던 그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수 있었다. 송승준은 자존심보다는 스스로의 의지로 도전을 택했다. 롯데 역시 최저 연봉을 받아들인 송승준을 매정하게 내치기보다는 1년간의 동행을 택했다. 롯데는 그동안 롯데에서의 활약과 리더로서의 역할을 두루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다시 기회를 잡은 송승준이지만, 올 시즌 그가 1군 마운드에 설 기회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는 마지막 기회를 위해 롯데와 계약한 또 다른 베테랑 장원삼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의 갑작스러운 누수 발생 등에 대비한 보험용 성격이 강하다. 그나마도 한정된 기회에서 부진하면 기약 없는 2군 생활을 지속할 수도 있다. 

송승준 역시 이를 모를 리 없지만, 송승준은 부진 속에 소리 소문 없이 잊히는 선수가 아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되길 원하고 있다. 그가 화려했던 기억을 되살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송승준의 이런 의지는 젊은 투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동안의 노하우와 경험은 코치 이상의 효과도 기대된다. 체력 관리가 잘 이루어진다면 여전히 살아있는 그의 주무기 포크볼을 바탕으로 깜짝 호투의 가능성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마지막 도전은 팬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 

송승준의 2020 시즌 도전은 베테랑들에게 갈수록 냉정하기만 한 프로야구 현실에서 주목받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올 시즌 큰 변화 속에 시즌을 시작하는 롯데에서 송승준이 과거 롯데의 전성기 기억을 간직한 몇 안 되는 선수로서 팀의 반등과 함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선수 생활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세월의 무상함을 간직한 채 사라져갈지 불혹의 도전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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