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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마지막 펼쳐진 주중 3연전, 롯데와 NC의 낙동강 더비 첫 경기에서 롯데가 극적인 재역전 끝내기 승리로 기선을 제압했다. 롯데는 7월 28일 경기에서 초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 위기에 몰렸지만, 9회 말 2사 1, 2루에서 타석에 선 정훈의 끝내기 3점 홈런에 힘입어 11 : 9로 승리했다. 롯데는 5할 승률에 바짝 다가섰다. 

롯데와 NC는 스코어에서 보듯 치열한 타격전을 전개했다. 양 팀 합계 31개의 안타를 주고받았고 롯데 7명, NC 8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섰다. 선발 투수들은 5회를 버티지 못했고 양 팀 마무리 투수들은 모드 결정적 홈런을 허용하며 쓰라린 하루를 보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상당 기간 경기가 중단되는 변수도 있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한 롯데의 홈 사직 구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와 배치되는 관중석 풍경으로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런저런 일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경기였지만, 마지막 승자는 롯데였다. 

경기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단연 끝내기 3점 홈런의 주인공 정훈이었다. 정훈은 경기 초반 5 : 1, 8 : 4 리드를 잡았던 경기를 8 : 9로 역전당하며 또 한 번의 역전패를 허용할 뻔했던 팀을 구했다. 롯데는 박진형, 구승민, 마무리 김원중까지 필승 불펜진을 모두 마운드에 올리고도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패했다면 그 충격이 상당한 경기였지만, 정훈의 3점 홈런은 양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NC는 만루 홈런과 역전 솔로 홈런 포함 5타점 경기를 한 노진혁의 활약과 롯데보다 3개 더 많은 17안타를 때려낸 타선의 힘으로 극적 역전승을 만드는 듯했지만, 9회 말 마지막 수비에서 마무리 원종현이 버티지 못하면서 극적 역전승의 주인 자리를 롯데에 넘겨주었다. 정훈의 홈런은 그만큼 극적이었다. 

극적 홈런의 주인공 정훈은 올 시즌 롯데 전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훈은 1루와 외야를 함께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으로 엔트리 운영에 유연성을 가져다주고 있다. 1루수 수비도 수준급이고 외야 역시 평균 이상의 수비 능력이다. 

여기에 팀 타선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훈은 7월 28일 현재 0.329의 타율에 5홈런 2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은 4할에 근접하고 있고 장타율로 5할에 근접하고 있다. 그가 부상으로 한 달여의 공백이 있었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치다. 정훈을 더 가치있게 하는 지표는 득점권 타율이다. 

정훈은 득점권에서 0.432의 타율이다. 부상 공백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하고 있지만, 리그에서 1, 2위권이다. 올 시즌 득점권에서 부진한 롯데 타선에서 정훈은 그 약점을 메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훈의 활약으로 롯데는 이대호가 수비 부담을 덜 수 있고 정훈이 중심 타선은 물론이고 상. 하위 타선 어디에서도 제 역할을 해주면서 타선의 변화 폭도 상황에 맞게 가져갈 수 있다. 최근 정훈은 민병헌의 타격 부진으로 헐거워진 테이블 세터진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런 정훈이지만, 올 시즌 전 그의 팀 내 입지는 축소되어 있었다. 정훈의 성적 지표는  2015 시즌 주전 2루수로 풀 타임을 소화하며 3할 타율을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림세였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으로 2루수로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정훈은 경기 출전에 제한을 받았고 타격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사이 새로운 대안이 모색되었고 롯데가 외국인 타자 영입을 내야수로 하면서 정훈은 1군에서 자리를 잃어갔다. 정훈 특유의 극단적 어퍼스윙은 매력적이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고 코스에 대한 약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30대를 넘어 점점 하나 둘 늘어나는 나이도 그에게 부담이 됐다. 

정훈은 이후 2루수 포지션을 벗어나 내야 각 포지션을 소화하고 외야까지 겸업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활로를 모색했다.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감한 시도였다. 하지만 정훈은 백업 선수로 계속 머물러야 했고 이는 매 시즌 후 재계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그를 몰아갔다. 2019 시즌 88경기 출전에 0.226의 타율을 기록한 정훈이 올 시즌 주전으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롯데의 전력 구상에서 정훈은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정훈은 이런 시선을 극복하고 반전의 시즌을 만들었다. 그의 약점이었던 극단적 어퍼스윙을 바꾸기보다는 그 장점을 더 살려내는 시도를 했다. 빠른 스윙으로 어떤 공이든 쳐낼 수 있는 타자로 변신했다. 타석에서 인내심을 키워 어이없는 공에 헛스윙하는 비율도 크게 줄었다.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스윙으로 삼진보다는 안타를 더 만들어 냈다. 

시즌 초반 쾌조의 타격감 속에 정훈은 6번 타순에서 상. 하위 타선 연결 고리 역할을 확실히 해주었다. 롯데의 초반 상승세에서 정훈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정훈은 1달여의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그의 공백은 예상보다 컸다. 롯데는 정훈을 대신할 대안을 찾았지만, 정훈 이상은 아니었다. 어느새 롯데는 정훈의 복귀를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6월 중순 복귀한 정훈은 7월 들어 더 뜨거운 타격감으로 롯데 타선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훈 없는 롯데 타선을 구상하기는 어렵다. 올해 34살로 기량 저하가 찾아올 나이에 정훈은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훈은 프로 입단 후 방출과 현역 군 입대 이후 야구 선수를 접고 코치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다시 프로에 입단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프로 입단 후 정훈은 큰 노력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했지만, 그 기간이 길지 않았고 1군 엔트리 유지마저 버거운 상황 속에 있었다. 정훈의 프로선수 이력은 시련을 극복하기도 했지만, 큰 위기 속에놓이기도 하면서 파란만장했다. 그 사이 한때 억대 연봉 선수였던 그의 연봉은 6,400만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더 물러설 수 없는 시점에 정훈은 반전에 성공했다. 

정훈의 반전 시즌이 계속 지속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오랜 시련 속에 다져진 그의 내공은 지속할 수 있다는 긍정적 예상을 먼저 하게 한다. 정훈의 계속된 활약은 롯데 타선에서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극강의 득점권에서의 해결 능력은 중심 타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정훈의 남은 시즌 활약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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