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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는 알게 모르게 이름을 개명한 선수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선수는 롯데 손아섭이다. 프로 입단 당시 손광민이라는 이름이었던 손아섭은 개명 이후 기량을 꽃피웠고 지금은 롯데는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했다. 이 외에도 롯데에는 지금은 은퇴했지만, 명품 외야 수비로 주목을 받았던 이우민이 이승화에서 개명했고 주전 유격수로 오랜 기간 활약했던 문규현의 본래 이름은 문재화였다. 전문 대타 요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박준서 역시 박납섭에서 개명한 이름이다. 

최근 롯데에 개명 선수 한 명이 더 늘었다. 올 시즌 초반까지 나종덕으로 선수 등록되었던 나균안이 그 주인공인다. 나균안은 최근 개명 절차를 완료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그와 동시에 나균안은 본래 포지션인 포수에서 투수로 전환을 공식화했다. 이제 나균안의 선수 등록은 투수다. 

이런 나균안의 모습을 바라보는 롯데 팬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나균안은 입단 당시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강민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 포수로 큰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나균안은 롯데가 2차 1명으로 선택했을 정도로 손꼽히는 포수 유망주였다. 고교 레벨에서 그의 경기력은 그만큼 돋보였다. 강민호 다음을 준비해야 했던 롯데로서는 나균안이 소중한 자원이었다. 

 

 



롯데는 데뷔 2년차였던 2018 시즌부터 나균안을 주전 포수로 중용했다. 하지만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2018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강민호와의 FA 협상이 실패하면서 그의 삼성행이라는 예상치 못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롯데를 상징하는 선수였던 강민호의 삼성행은 롯데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롯데는 당장 그를 대신할 포수를 찾아야 했다. 롯데는 나균안을 포함해 젊은 포수들로 포수진을 구성했다. 나균안은 그 중심이었다. 

나균안에게는 큰 기회였다. 포수가 주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경험치가 필요한 현실에서 나균안은 아주 일찍 주전포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롯데는 강민호 역시 프로 데뷔 후 일찌감치 주전으로 자리하면서 성장했던 기억을 나균안이 재현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실은 달랐다. 나균안이 감당하기에는 주전 포수의 자리가 너무 버거웠다. 그를 조력해 줄 베테랑 포수의 부재는 그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그 어느 프로팀보다 팬들의 성원이 크지만,  팀 성적과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한 평가 냉혹한 롯데의 환경 속에서 프로 2년 차 나균안은 대범함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부족한 경기 경험은 경기를 하면서 채워질 수 있다 여겼지만, 다수의 베테랑 선수들로 채워진 롯데 라인업에서 나종덕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타격적인 면에서 나균안은 좀처럼 기량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나균안은 2018, 2019 시즌 1할대 타율로 극히 부진한 모습이었다. 수비에 더 중점을 두는 포수라 하지만, 나균안의 타석은 상대팀에서 전혀 위압감을 주지 못했다. 수비적인 면에서도 나균안은 일천한 경험으로 주도적으로 투수를 리드하는 등에 한계가 있었다. 강민호가 떠난 이후 롯데의 취약 포지션이 된 포수 자리를 논하면서 나균안의 이름은 항상 거론됐다. 어느 순간 나균안은 롯데 포수진 약화에 중요한 원인이 됐다. 팬들의 비난 여론도 감수해야 했다. 나균안이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큰 무게였다. 

결국, 롯데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화의 유망주 포수 지성준을 트레이드로 영입하고 메이저리거 출신 베터리 코치 영입으로 포수진 강화를 위한 큰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나균안은 올 시즌 롯데 포수진의 1순위에서 다소 밀린 채 시즌을 준비했다. 이는 나균안의 부담을 덜어주고 그의 기량을 차근차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 전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나균안은 시즌 개막 후 상당 기간을 재활로 보내야 했다. 그 사이 롯데 1군 포수진은 김준태, 정보근 체제로 굳어졌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유망주 포수 지성준은 수비의 약점으로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데 이어 불미스러운 개인사로 전력에서 배제됐다. 나균안은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지만,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1군 포수 경쟁구도에 다시 포함될 수 있었다. 

나균안의 선택은 경쟁보다는 투수 전환이었다. 나균안은 재활 차원에서 퓨처스 리그에서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투수 나균안은 예상하지 못했던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직구 구속도 예상을 뛰어넘었고 제구도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선수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을 보였다. 나균안은 재활 기간 내내 투수와 포수를 겸업하는 보기 드문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최근 그는 개명을 하면서 야구 인생에 있어 큰 선택을 했다. 그는 투수 전업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기로 했다. 롯데는 그의 선택을 존중했고 선발 투수로서 그를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런 나균안의 변신은 아쉬움이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성장에 있어 오랜 기간이 필요한 포수의 특성상 나균안은아직 포수로서 발전해야 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아직 20대 초반의 나이로 포수 나균안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었다. 마침 롯데는 지성준의 전력 이탈로 당장 1군에 활용할 포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나균안은 그 대안이 돼야 하는 선수였다. 

이런 상황에도 나균안은 변화로 야구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기로 했다. 이제는 포수 나종덕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투수 나균안으로 불리게 됐다. 나균안은 싱싱한 어깨와 함께 포수 경험으로 경기 운영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 발전할 여지도 충분하다. 다만, 야수에서 투수로 전환 후 성공한 사례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그가 아직 젊다는 건 큰 기대요인이다. 유망주 포수의 무거운 짊은 내려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야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심리적으로 나균안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나균안이 과연 투수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국내파 선발 투수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롯데에서 미래 선발 투수 자원이 될 수 있을지 그의 투수 변신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개명 선수의 또 다른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하는 나균안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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