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프로야구는 내년 시즌을 위한 스토브리그에 돌입했다. 프로야구 일정이 여러 사정으로 늦어진 탓에 프로 10개 구단은 마무리 훈련과 스토브리그 대비, 외국인 선수 문제 등을 짧은 기간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 구단은 마무리 훈련 기간 방출 선수 명단을 추려 발표했다. 10여 명 이상의 신인 선수들의 입단하는 만큼, 그만큼의 기존 선수들이 자리를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코로나 사태로 관중 수입이 급감하고 모기업의 지원이 줄어진 상황에서 각 구단은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에 긴축 경영을 필연적이고 선수단 규모 축소도 불가피하다. 방출 선수 규모도 커지고 있다. 과거 기량 팀 내 입지가 줄어든 베테랑들이 방출 선수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기량발전의 가능성이 없는 젊은 저 년 차 선수들도 다소 방출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젊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적자생존의 냉혹한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이런 선수단 정비와 함께 코치진 정비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당장은 선수단의 다이어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외부로부터 채우는 시도도 병행되고 있다. FA 시장과 트레이드, 외국인 선수 구성이 그에 필요한 일이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 바로 열리는 FA 시장은 모든 구단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긴축 재정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모든 구단은 합리적인 지출과 오버페이 자제를 공언하고 있지만, 팀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선수에 대해 열심히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지난 시즌 냉각될 것으로 보였던 FA 시장이었지만, 경쟁이 붙은 선수들의 꽤 높은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다. FA 영입의 성과도 상당수 있었다. 잘 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여전히 크고 벌써부터 영입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의 그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최근 FA 시장의 경향은 부익부 빈익빈이 뚜렷하다. 전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선수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감한 베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입지가 어정쩡한 선수들의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호기롭게 FA 자격을 행사한 선수 중 상당수가 선수 생명 지속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고 원 소속 구단의 선처를 기대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이에 자존심을 내려놓고 구단이 내민 계약조건에 사인하는 일도 있다. 이제 선수들도 자신의 처지와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FA 자격 행사를 고려해야 한다. 말 그대로 열정과 냉정이 공존하는 FA 시장이다.
KBO는 2022시즌을 앞둔 시점에 FA 대상이 되는 선수들의 공시했다. 대상 선수들은 FA 자격 행사 여부를 수일 내 결정해야 한다. KBO가 자격을 확정하면 대상 선수는 바로 모든 구단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총 19명이다. 올해에는 FA 등급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약간의 변수가 생겼다. 1군과 함께 퓨처스 선수 FA 제도가 신설되 경기력이 있지만, 기존 소속 구단에서 1군 출전의 기회가 부족했던 선수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각 구단은 기존 방출 선수들의 리스트와 함께 퓨처스 FA 시장의 상황도 고려해 FA 시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표, FA 자격 선수 현황)
구단 | 선수명 | 포지션 | 생년월일 | 구분 | 등급 |
KT(3) | 장성우 | 포수 | 1990. 1.17 | 신규 | B |
허도환 | 포수 | 1984. 7.31 | 신규 | C | |
황재균 | 내야수 | 1987. 7.28 | 재자격 | B | |
두산(3) | 장원준 | 투수 | 1985. 7.31 | 자격유지 | B |
김재환 | 외야수 | 1988. 9.2 | 신규 | A | |
박건우 | 외야수 | 1990. 9.8 | 신규 | A | |
삼성(4) | 백정현 | 투수 | 1987. 7.13 | 신규 | B |
강민호 | 포수 | 1985. 8.18 | 재자격 | C | |
오선진 | 내야수 | 1989. 7.7 | 신규 | C | |
박해민 | 외야수 | 1990. 2.24 | 신규 | A | |
LG(2) | 서건창 | 내야수 | 1989. 8.22 | 신규 | A |
김현수 | 외야수 | 1988. 1.12 | 자격유지 | B | |
키움(1) | 박병호 | 내야수 | 1986. 7.10 | 신규 | C |
NC (1) | 나성범 | 외야수 | 1989. 10.3 | 신규 | A |
롯데(3) | 정훈 | 내야수 | 1987. 7.18 | 신규 | C |
민병헌 | 외야수 | 1987. 3.10 | 재자격 | B | |
손아섭 | 외야수 | 1988. 3.18 | 재자격 | B | |
KIA(1) | 나지완 | 외야수 | 1985. 5.19 | 재자격 | B |
한화(1) | 최재훈 | 포수 | 1989. 8.27 | 신규 | B |
이제 각 구단의 치열한 머리싸움을 해야 하는 새로운 시즌 스토브 리그가 열렸다. 모든 구단이 적극적으로 임하겠지만, 올 시즌 챔피언 KT는 남다른 자세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올 시즌 전력에 플러스알파를 더한다면 내년 시즌에도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마운드는 기존의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를 유지한다면 여전히 리그 최상급이다. KT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강력한 외국인 투수 영입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10승 이상이 보장된 쿠에바스, 데스파이네 외국인 투수 조합에 새로운 에이스 고영표와 영건 소형준, 10승 투수 배제성의 선발진에 내년 시즌이 기대되는 엄상백까지 선발 마운드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부족함이 없다. 불펜진은 올 시즌 새로운 필승조로 자리한 박시영이 기량을 유지한다면 기존의 홀드왕 출신 주권과 올 시즌 후반기 포스트시즌 철벽의 면모를 보인 마무리 김재윤에 풍부한 불펜 투수 자원을 갖추고 있는 KT다.
야수진은 상황이 다르다. KT는 이번 FA 시장에서 야수 보강을 고려할 수 있다. KT는 한국시리즈에서 베테랑들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그 베테랑 중 상당수가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만큼 야수진의 뎁스 강화도 필요하다. KT는 내부에서 육성하는 선수들의 기량 발전과 시즌 중 트레이드 등을 통해 일정 보강을 했지만, 또 한 번의 우승을 기대한다면 기존 전력에 추가로 힘을 더하는 것도 것도 좋은 방안이다.
물론, KT로서는 내부 FA 선수의 잔류가 우선이다. KT는 주전 3루수 겸 중심 타자인 황재균과 주전 포수 장성우와 백업 포수 허도환이 FA 대상이다. 이들을 모두 올 시즌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 황재균은 올 시즌 팀 주장으로 리더십도 보였고 공. 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라는 점과 이번 FA 시장에서 대형 내야수가 없다는 점도 황재균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하지만 이제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이와 FA 4년 차인 올 시즌 기록이 확연한 내림세를 보였다는 점이 감점 요인이다. 부상으로 인한 부분도 있었지만,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의 부상 공백을 내부 자원으로 일정 메운 경험도 있다. 황재균에서 첫 번째 FA 계약 때처럼 4년간 88억원의 거액을 안겨주긴 어렵다. 그를 대체하긴 어렵지만, KT는 나름 합리적인 제안을 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황재균이 B등급으로 기존의 20인 보호선수가 아닌 25인 보호선수에 시즌 연봉의 100%, 연봉의 200%로 보상 기준이 완화되기 했지만, 그를 30대 후반의 기량 저하가 우려되는 내야수 영입에 25인 보호선수와 8억에서 16억원의 금액 투자는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다만, 1, 2년 내 우승을 기대하는 윈나우 팀에서는 고려할만한 황재균이다. 공격력 강화가 절실한 LG가 그를 원할 가능성이 크다.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 황재균은 LG에 딱 맞는 선수다. 기존 3루수 김민성의 기량 저하가 뚜렷한 상황에서 황재균의 가세는 그에 따른 부족함을 상쇄할 수 있다. 황재균의 포지션을 수비 부담이 덜한 1루수로 전환한다면 취약 포지션인 1루를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LG에 부족한 우타 거포 확보의 의미도 있다. 올 시즌 좌타 거포 오재일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본 삼성 역시 기존 3루수 이원석의 기량 저하를 대신할 카드로 황재균을 고려할 수 있다. 하위권 팀 KIA는 물론이고 올 시즌 심야 술판 파동의 주역인 박석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NC 역시 박석민의 3루수 자리를 대신할 카드로 황재균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외부 수요가 발생한다면 KT는 황재균 지키기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 합리적 계약과 전력 약화라는 선택의 기로 설 수도 있다.
포수 장성우의 거취도 중요하다. KT로서는 황재균보다 그의 잔류가 더 급하다. 장성우는 미래 에이스 투수였던 박세웅을 보내고 영입한 포수였다. 사생활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는 든 부침이 있었지만, KT에서 기량을 발전시켜 리그 최상위권 포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기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공. 수에서 큰 활약을 하며 팀 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험까지 쌓인 장성우는 안정된 수비와 투수 리드, 도루 저지 능력을 두로 갖추고 있다. 두자릿 수 이상의 홈런과 타점 생산력을 갖춘 공격형 포수의 면모도 있다. 1990년 생으로 FA 시장에 나오는 포수 자원 중 가장 어린 나이라는 점도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심지어 FA 등급으로 보상기준이 완화되고 FA 시장에 나온 포수 빅 3중 가장 연봉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장성우를 영입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출혈이 덜하고 4년 계약기간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장성우를 중심으로 센터라인을 구축한 KT로서는 우승 포수의 프리미엄까지 더한 장성우는 지켜야 하는 선수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포수가 항상 귀하고 그 가치가 크다는 점은 KT에 달갑지 않은 일이다.
당장 중량감 있는 포수가 필요한 팀들이 많다. 장성우의 전 소속팀 롯데는 20대 포수들의 성장세가 뚜렷하지만, 이들을 이끌어갈 경험이 풍부한 포수가 필요하다. 육성에 더 비중이 높은 롯데지만, 2년간의 팀 정비 기간을 거친 롯데는 내년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의 성과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포수진 강화는 필수적이다.
장성우는 롯데에 필요한 포수진의 공격력 강화, 하위 타선의 중량감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확실한 주전 포수가 없는 KIA 역시 포수 확보를 위해 과감한 베팅을 할 가능성이 있다. 주전 포수 강민호와 최재훈이 FA 시장에 나온 삼성과 한화는 그들의 거취에 따라 장성우에 눈을 돌릴 수도 있다. KT로서는 경쟁이 격화되기 전에 장성우의 마음을 사로잡아 빠르게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 장성우 역시 우승의 영광을 이룬 선수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팀 KT를 우선 고려하겠지만, 자신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곳이 있다면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장성우와 함께 FA 자격을 얻은 허도환은 C등급으로 보상 선수가 없고 낮은 연봉이 장점이 있다. 올 시즌 백업 포수로 장성우의 부상 공백을 공. 수에서 훌륭히 메웠다. KT는 시즌 중 롯데에서 젊은 포수 김준태를 영입했지만, 베테랑의 관록을 무시할 수 없다. 제3의 포수로 허도환은 분명 쓰임새가 있다. 허도환이 여러 팀을 옮겨 다니는 와중에도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했다는 점고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의 나이와 역할 비중을 고려하면 다년 계약을 제시하기는 무리가 있다. 허도환 역시 많은 욕심을 내기는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구단과 선수 모두 적절한 선에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만약, KT가 내부 단속에 성공한다는 가정을 한다면 그다음 타깃은 외야수가 될 수 있다. 올 시즌 KT 외야진은 중견수 배정대와 좌익수 조용호, 외국인 타자로 구성됐다. 40살을 넘긴 유한준은 외야수지만, 수비에 부담이 있어 주로 지명타자로 나섰다. 내년 시즌 역할도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는 나이다. 외야진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KT다. 외국인 타자 영입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올 시즌 교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돼 나름 역할을 한 호잉은 장타력에서 아쉬움이 있다. 갈수록 수준급 외국인 선수 영입이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외국인 타자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중심 타선에 설 수 있는 국내 선수가 있다면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마침 시장에는 거포 외야수들이 다수 나올 예정이다. 올 시즌 홈런 2위 NC 중심 타자 나성범은 물론이고 잠실 홈구장에서도 거포의 면모를 과시했던 두산의 중심 타자 김재환, 공수주를 두로 갖추고 리그에서 귀한 우타 외야 자원인 박건우, LG와 국가대표팀의 주장으로 뛰어난 리더십과 정교함과 힘을 겸비한 타격기계 김현수, 롯데의 중심 타자 손아섭, 뛰어난 수비 능력과 도루왕 출신의 빠른 기동력 안타 생산력을 갖춘 삼성의 박해민, 주 포지션은 1루수지만, 외야 수비 능력도 갖춘 유틸리티 선수 정훈도 있다.
누구를 영입하던 KT 외야진을 강화할 수 있는 카드로 손색이 없다.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나성범과 김재환, 김현수는 팀 간판타자 강백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강력한 중심 타선 구축이 가능하다. 박건우, 손아섭, 박해민이라면 외야 수비를 강화하고 팀 득점력을 높일 수 있다. 영입이 이루어진다면 외국인 타자 선택에 한결 유연성이 생길 수 있고 타격 능력이 뛰어난 외국인 타자를 영입해 지명타자로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는 KT의 공격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KT의 공격력이 더 강력해진다면 타 팀들에게는 아주 좋지 않은 시나리오다.
아직은 상상 속의 일이다. KT의 내부 전략이 어떠할지 아직 알 수 없고 오너가 이끌지 않고 이사회 체제인 모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선수 영입을 위한 큰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KT 역시 내부 단속을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내부 단속을 위해서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게 현실이고 이후 여력이 있다 해도 FA 시장이 과열된다면 시장에서 빠르게 철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우승이라는 성과를 낸 만큼 모기업의 야구단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여지가 있고 구단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에 전향적인 결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KT의 FA 시장 전략은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한 모기업의 의지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과감한 FA 영입도 있었지만, 최근 수년간은 효율적인 트레이드와 내부 육성, 이강철 감독의 리더십이 조화를 이루며 투. 타의 조화를 이루는 안정적인 팀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지금, 그들의 자리를 노리는 팀들의 도전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챔피언 자리를 지키려 한다면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FA 시장은 KT의 내년 시즌을 예상할 수 있는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다. KT가 시장에 참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사진 : KT 위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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