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팀은 KT 위즈였다. KT는 11월 18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투. 타에서 모두 상대를 압도하며 8 : 4로 승리했다. KT는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로 완벽한 승리를 했다. 정규리그 1위에 이어 KT는 올 시즌 명실상부한 프로야구 챔피언에 자리했다.
한국시리즈 대결은 신. 구의 격돌이었다. 2015시즌부터 1군 리그에 참여한 제10구단 KT는 2013년 창단 이후 8년 만에 챔피언에 도전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맞서는 두산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챔피언으로 2010년대 이후 최강팀 반열에 있는 팀이었다. 두산은 2015 한국 시리즈 우승 이후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만큼 팀 자체에 강팀의 DNA가 가득하고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이 풍부했다. 정규리그 1위 팀이지만, 구단 역사에서 비교할 수 없는 간극이 있는 소년 팀 KT가 관록의 팀 두산에 도전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한국시리즈 전망은 KT의 우세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 우승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비율은 매우 높았다. 정규리그 우승 팀은 충분한 휴식으로 전력을 추스를 수 있고 와일드카드전부터 시작하는 포스트시즌에서 대결 상대를 분석할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상대하는 팀은 정규리그의 몇 배는 더 체력적, 정신적 소모가 극심한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고 지친 상태에서 한국시리즈를 임해야 한다.
이번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KT는 여유 있게 한국시리즈를 준비했고 두산은 와일드카드전과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피로가 누적됐다. 여기의 선발 마운드가 부상자 발생으로 무너지면서 남은 선발투수들이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고 불펜진의 과부하가 심각했다.
하지만 두산은 열세라는 예상을 계속 극복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다. 두산 선수들은 다년간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포스트시즌 경기의 긴장감을 즐겼고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특히, 팀타선은 마운드 열세 극복하고도 남을 만큼의 폭발력을 유지했다. 수비 역시 견고했다. 이런 두산의 저력과 기세에 밀려 상대팀은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를 했다. 키움이 그랬고 LG가 그랬고 삼성이 그랬다. 기세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포스트시즌임을 고려하면 두산의 상승세는 KT에 위협이 될 수 있었다. 두산의 풍부한 경험에 케이티의 경기 감각 저하 문제도 변수였다.
이는 지나가는 우려에 불과했다. KT는 빈틈이 없는 경기력으로 두산의 기세를 눌렀다. 무엇보다 마운드의 우세가 시리즈 전체 분위기를 좌우했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KT 선발투수 4인은 모두 5이닝 이상을 최소 실점으로 책임지며 안정감을 보였다. KT 선발투수들은 모두 준비가 잘 된 모습이었다. 구위는 타자들을 압도했고 변화구도 날카로웠다. 격전을 치르면서 힘이 떨어진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KT 선발투수들의 공을 이겨내지 못했다.
KT 불펜도 마운드의 호투 흐름을 이었다. 정규리그 팀의 에이스였던 고영표의 불펜 카드가 성공적이었다. 고영표는 마무리 김재윤으로 가는 과정에서 멀티 이닝을 소화하며 팀 리드를 유지하는 투구를 했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보직 변경이었지만, 고영표는 문제없이 역할을 해냈다. 좌완 조현우는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위기에서 두산 좌타 거포 김재환과의 승부에서 거듭 좋을 결과를 만들어냈다. 필승 불펜 주권과 박시영은 등판 기회가 없었지만, 4차전 마운드에 올라 제 역할을 해냈다.
마무리 김재윤은 1차전 흔들림이 있었지만, 이후 3경기 포함 시리즈 4경기 모두 마무리 투수로 나서 팀 승리를 지켜냈다. 우승을 확정하는 4차전 마무리도 그의 몫이었다. 선발 투수들의 놓은 승리의 발판을 고영표를 포함한 불펜진이 승리로 가는 디딤돌로 만들고 김재윤의 마무리까지 MKT 마운드 운영은 이보다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원활했다.
이렇게 마운드가 계획대로 안정감을 보이면서 KT는 선수단 전체가 보다 편안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마운드가 두산 타선의 공세를 적절히 차단했고 이를 기반으로 KT는 타격과 수비에서도 앞서는 경기를 했다. KT는 득점권에 높은 집중력을 보였고 필요할 때 득점에 성공했다. 여기에 1차전부터 4차전까지 경기 요소요소에서 홈런포가 나오면서 경기 흐름을 주도할 수 있었다.
KT는 1점을 짜내는 스몰볼에도 능숙했다. 보내기 번트와 치고 달리기 등 작전 수행이 잘 이루어졌다. 작전 수행은 타순에 상관없이 이루어졌고 타자들은 이를 잘 이행했다. 주자들은 틈만 나면 한 베이스를 더 가려 노력했다. 이렇게 KT는 상. 하위 타선 모두 제 몫을 다했다. 간판타자 강백호는 그의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긴장감 없이 고감도 타격감을 과시했고 1번 타자 조용호는 특유의 끈질긴 볼카운트 승부로 두산 투수들을 괴롭혔다. 2번 타지 황재균은 결정적이 홈런과 장타를 날리며 강한 2번 타자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줬다. 4번 타자 유한준은 폭발적인 타격은 아니었지만, 침착한 선구와 팀배팅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고 하위 타선의 장성우, 배정대, 박경수, 심우준 역시 필요할 때 안타와 득점타를 날렸다. 4차전에서는 박경수의 부상으로 대신 선발 출전한 2루수 신본기가 결정적 홈런으로 팀 타선의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몇몇 스타들이 아닌 9명의 타자 모두가 힘을 합친 KT 타선이었다.
KT는 두산보다 부족할 것으로 여겨졌던 수비마저 견고했다.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베테랑 박경수는 2루에서 신들린 수비를 연이어 보여주며 두산의 공격 흐름을 끊었고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4차전에서는 중견수 배정대가 멋진 호수비로 두산의 추격 흐름을 끊었다. 이 밖에 KT는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1루수 강백호까지 야수 모두가 수비의 안정감을 유지하며 마운드의 투수들을 또 다른 방법으로 도왔다.
이렇게 KT는 플레이 하나하나에 선수들이 정성을 다했고 느슨함이 없었다. 벤치는 작전 지시와 마운드 운영, 선수 교체로 경기에 적절히 개입했고 성공적 결과를 자주 만들었다. 벤치 대결에서 KT는 두산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선수 시절 당대 최강팀 해태 타이거즈에서 수많은 우승을 경험했고 코치 시절 두산에서 수많을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었던 이강철 감독은 정규리그는 물론이고 한국시리즈에도 특유의 외유내강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는 선수들을 하나로 모았고 선수들이 필요한 역할을 하도록 이끌었다. 선수라면 경기 출전이나 자신의 위치에 따라 작전 수행 등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KT 선수들은 팀 승리를 위해 플레이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 벤치 멤버들도 한마음으로 경기장의 선수들을 응원하고 힘을 보탰다. 외국인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미 정규리그 우승 결정전에서 2일 휴식 후 선발 역투한 쿠에바스와 또 한 명의 외국인 투구 데스파이네도 팀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았고 시즌 도중 교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외야수 호잉은 개인적인 문제로 어려움이 있는 와중에서 경기에 집중했다. 그는 보내 번트 작전을 성실히 수행하는가 하면 4차전에서 승리의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이런 하나 된 마음은 한국시리즈 KT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강철 매직이라 불리는 KT 이강철 감독의 역할을 재조명할 수밖에 없는 올 시즌이었다.
창단 8년 만의 우승,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일이다. KT는 2015 시즌 1군 경기에 나선 이후 수년간 최하위에 머물렀다. 선수는 부족했고 내부 육성도 원활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활약도 부족했다. 프런트의 역량도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2019시즌 이강철 감독 부임 후 KT는 달라졌다. 트레이드와 FA 영입으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고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올 시즌 KT 전력의 상당 부분은 FA 영입 선수와 트레이드 영입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2019 시즌 5할 승률에 성공하며 6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인 KT는 2020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2021 시즌 KT는 시즌 초반 부상자 속출로 고전했지만,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려 선두권에 올라섰고 정규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2020 시즌 돌풍이 우연이 아닌 실력이었음을 KT는 입증했다. KT는 단 한 경기로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하는 삼성과의 우승 결정전에서 1 : 0의 짜릿한 승리를 하며 포스트시즌의 긴장감을 승리의 기억과 함께 경험했다. 이는 한국시리즈를 임하는 KT에 최고의 예방주사가 됐다. 실제 한국시리즈에서 KT는 팽팽한 경기 흐름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두산 이상의 집중력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KT의 우승이 결코 일시적인 바람이 아니었다. 스타 선수들에 의존하기 보다 팀 전체가 잘 조직되고 선수들의 융화가 잘 이루어진 결과물이었다.
이런 팀 KT의 우승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이번 우승은 KT의 비 인기 구단의 설움을 날리는 계기가 됐다. KT는 수원을 연고로 하는 제10구 단으로 서울과 도 단위의 광역 프랜차이즈를 차지한 기존 구단들들에 비해 팬층의 확보에 어려움이 컸다. 그 인기 구단들에 밀려 미디어 노출에 불이익을 당하는 등 남모를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KT는 이번 우승을 통해 실력으로 그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또한, KT와 비슷한 젊은 중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키움이나 NC와 달리 잡음 없는 구단 운영을 하는 차별성도 있다. 여러 가지로 2021 시즌은 KT가 강팀으로 자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강팀이 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KT의 경기력이라면 이번 우승 드라마가 1회성이 아닌 계속되는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
사진 : KT 위즈, 글 : jihuni74
'스포츠 > 2021 프로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프로야구] 막 오른 FA 시장, 디팬딩 챔피언 KT의 전략과 선택은? (11) | 2021.11.23 |
---|---|
[2021 프로야구] 떠나보낸 선수들의 활약, KT 우승을 바라보는 롯데의 복잡한 시선 (3) | 2021.11.20 |
[2021 프로야구] 2021 한국시리즈에서 빛나는 KT 베테랑들의 존재감 (10) | 2021.11.18 |
[202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 2차전, 포스트시즌 두산 돌풍 잠재운 KT의 선발 야구 (6) | 2021.11.16 |
[2021 프로야구] 성공한 메이저리거 추신수, 만만치 않았던 KBO 리그 도전기 (5) | 2021.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