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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시즌의 주인공은 KT위즈였다. KT는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됐다. KT는 제10구단으로 창단한 이후, 시행착오의 과정도 있었지만, 연고지 수원에 안착했고 우승이라는 성과도 만들어내면서 막내 구단의 이미지를 벗고 명실상부한 강팀으로 자리했다. 

이런 KT의 우승 영광을 보면서 남다른 감회가 드는 팀과 그들의 팬들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그들이다. 롯데 팬들에게 KT의 우승은 남일 같지 않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다수의 롯데 출신 선수들이 KT 우승 멤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KT에는 무려 8명의 롯데 출신 선수들이 있다. 여기에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 출신의 박기혁 코치도 포함되어 있다. 형제 구단이라 해도 될 정도다. 그만큼 롯데와 KT는 트레이드를 통한 상호 선수 교류가 많았다.

2015 시즌 중 단행된 대형 트레이드는 파격 그 자체였다. 당시 1군 무대에 처음 오른 KT는 전력 곳곳에 부족함이 많았다. 그들보다 먼저 창단한 제9구단 NC는 KT와 비교할 수 없는 신인 선수 자원이 있었고 신생팀 드래프트와 FA 영입을 통해 전력을 빠르게 강화했다. 하지만 KT는 그들의 창단하는 시점에 신인 선수들의 자원이 빈약했고 신생팀에 주어진 혜택을 활용한 선수 보강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기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추가적인 외부 영입이 절실했다. 특히, 야수진 보강이 필요했다.

이에 KT는 1차 지명 유망주 투수인 박세웅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에 롯데는 미래 주전 포수 자원인 장성우를 트레이드 카드로 선택했다. 장성우는 재능 넘치는 포수로 공격과 수비 능력을 겸비했고 병역의무까지 다한 트레이드 불가 자원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마운드 강화의 필요성이 컸다. 마침 롯데에는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포수 강민호가 건재했다. 장성우는 이런 강민호에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롯데는 장성우의 활용을 위해 그를 1수로 출전시키는 등의 방법도 활용했지만, 상시 출전의 기회를 주기 어려웠다. KT는 미래 에이스 박세웅이 분명 아까웠지만, 그를 통해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과감한 결정을 했다. 

 

롯데 시절 황재균



이렇게 KT는 팀의 10년을 책임질 포수를 얻었고 롯데는 미래 에이스 재목을 얻었다. 이들이 중심이 된 트레이드는 장성우를 포함해 포수 윤여운, 투구 최대성, 내야수 이창진, 외야수 하준호까지 롯데 선수 5명이 KT로 박세웅을 포함해 투수 이성민과 조현우, 포수 안중열까지 4명이 롯데로 향하는 초대형 트레이드로 발전했다. 시즌 중 트레이드가 극히 제한적이고 백업 선수들의 교환이 주류를 이루는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매우 파격적인 일이었다. 

이 트레이드로 KT로 향한 장성우는 사생활 문제로 잠시 공백기를 거치기도 했지만, 착실히 성장해 팀 주전 포수로 자리했다. 주전 자리가 보장되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빠른 기량 발전을 보였다. 투수 리그와 도루 저지 능력에 타격에서는 두 자릿 후 이상의 홈런과 타점 생산력을 과시하며 공격과 수비 능력을 겸비한 포수로 거듭났다. 올 시즌 부상 등으로 고전했지만, 장성우는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였고 0.231의 다소 부진한 타율에도 14홈런 63타점을 기록하며 포수로서는 뛰어난 공격 생산력을 유지했다.

여기에 우승 포수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졌다. 이는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장성우의 가치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장성우 외에 FA 시장에는 삼성 강민호, 한화 최재훈까지 수준급 포수가 나올 예정이다. 장성우는 이들 중 가장 어린 나이라는 장점이 있다. 원 소속팀 KT에서 그를 대신할 포수 자원이 없는 만큼 상당한 베팅을 할 가능성이 크다. FA 시장에서 항상 인기가 많은 포수라는 점은 큰 계약을 기대하게 한다. 

장성우로 대표되는 롯데 출신 선수들의 활약에 더해 황재균이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황재균은 현 키움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유니콘스에서 프로에 데뷔하고 넥센 히어로즈를 거쳐 롯데로 트레이드된 이후 기량이 만개했다. 황재균은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안정된 3루 수비에 장타 능력을 겸비한 중심 타자로 활약했다. 그는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는 아니었지만, 팀의 주축 선수로 롯데 팬들의 큰 응원을 받았다. 사실상 프랜차이즈 선수라 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롯데는 FA 자격을 얻은 황재균을 잔류시키지 못했다. 황재균은 FA 자격 획득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했고 2017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 보장이 아닌 스플릿 계약이었다. 황재균은 주로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메이저리그 콜업 후 몇 경기 홈런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모습도 보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활약은 지속력이 부족했고 아쉬움 속에 1시즌만에 끝났다. 2018 시즌을 앞두고 KBO 리그에서 황재균은 FA 신분이었다. 롯데가 그를 다시 잡을 수도 있었지만, 롯데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롯데는 당시 내부 FA 선수인 강민호, 손아섭과의 계약에 주력했다. 

그사이 내야수와 중심 타선 보강이 필요했던 KT는 4년간 88억원이라는 대형 계약으로 황재균을 영입했다. 그렇게 황재균은 롯데와 이별했다. KT에서 황재균은 주전 3루수 겸 중심 타자로 KT가 상위권 팀으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올 시즌에는 팀 주장으로 KT가 우승으로 가는 길을 이끌었다. 황재균은 부상 등의 이유로 정규리그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뛰어난 장타력과 3루 수비로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롯데의 1.5군 투수에서 KT의 필승 불펜투수로 변신한 박시영

 


황재균은 올 시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정규리그 부진이 아쉽지만, 팀 우승 프리미엄에 한국시리즈 활약으로 그의 가치를 높였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번 FA 시장에서 수준급 내야수가 부족한 상황이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원 소속팀 KT 역시 그를 떠나보내기 어렵다. 경쟁이 형성된다면 두 번째 FA 계약에도 상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황재균이다. 

두 선수 외에 또 다른 롯데 출신 선수들의 성공사례도 있다. 최근 3시즌 동안 선발 투수로 29승을 기록한 배제성이 그 주인공이다. 배제성은 2017 시즌 롯데와 KT의 2 대 2 트레이드에 포함되어 롯데는 떠났다. 당시 롯데는 불펜 보강이 필요했고 KT는 장타력 있는 내야수가 필요했다. 롯데는 잠재력 있는 내야수 오태곤을 내주고 대신 KT 불펜 투수 장시환을 영입했다. 이 트레이드에 KT는 김건국을 더해 롯데로 보냈고 롯데는 배제성을 함께 KT로 보냈다. 

당시 배제성을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가능성 있는 유망주 투수일 뿐이었다. 신인 선수 지명 순위도 아래에 있었고 롯데에서는 주로 2군에 머물렀다. KT는 큰 키에 빠른 공을 던지는 배제성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배제성은 KT에 영입된 이후 1군에서 등판 기회를 잡았다. 2019 시즌 배제성을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는 그해 시즌 10승 투수로 거듭났고 2020 시즌에도 시즌 10승에 성공하며 KT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자리했다. 올 시즌 아쉽게 시즌 9승에 머물렀지만,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 투수로 나서 선발승을 기록하며 잊을 수 없는 선수로서의 이력을 만들었다. KT행이 배제성에게는 선수로서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 됐다. 

이 밖에도 롯데와 KT의 트레이드는 지속적으로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유망주 자원 확보를 위해 1군에서 자리가 애매해진 내야수 신본기와 불펜 투수 박시영을 KT로 보냈다. 시즌 중에는 유망주 투수 이강준을 KT에서 받고 백업 내야수 오윤석과 한때 주전 포수로도 활약했던 김준태를 KT 보냈다. 여기에 트레이드를 아니었지만, 2차 드래프트 과정에서 좌완 불펜 투수 조현우가 KT의 지명을 받아 롯데는 떠나는 일도 있었다. 조현우는 2015 시즌 박세웅, 장성우가 포함된 트레이드 당시 KT에서 롯데로 향했지만, 다시 KT로 돌아가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이렇게 영입된 롯데 출신 선수들은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KT 우승에 힘을 더했다. 꾸준한 선행과 성실한 경기 매너로 롯데 팬들에게 사랑받았던 신본기는 KT에서도 그 성실함을 유지하며 백업 내야수로 활약했다. 신본기는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며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 시 이를 잘 메웠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부상 중인 주전 2루수 박경수를 대신해 선발 2루수로 나서 안정된 수비와 함께 팀이 5 : 1에서 6 : 1로 앞서는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존재감을 보였다.

롯데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1군과 2군을 오가던 불펜 투수 박시영은 KT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필승 불펜진의 일원으로 자리했다. 시즌 시작은 늦었지만, 기존의 투구 패턴에 변화를 주면서 제구가 안정되고 구위도 살아났다. 시즌 후반기 KT 불펜진에서 박시영은 확실한 필승카드였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박시영은 4차전 위기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이를 잘 극복하며 우승의 디딤돌을 놓기도 했다. 좌완 불펜 투수 조현우는 팀이 필요할 때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그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조현우는 두산 좌타자 봉쇄를 효과적으로 해냈다.

 

KT의 최고 유망주에서 롯데 에이스가 된 박세웅

 


시즌 중 KT에 영입된 오윤석은 백업 내야수로 쏠쏠한 활약을 했고 베테랑들이 많은 KT 내야진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시즌 활약이 더 기대된다. 포수 김준태는 부상으로 후반기 경기 출전에 제한이 있었지만, 시즌 막판 부상에서 돌아와 정규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고 한국시리즈에 멤버에도 포함되며 우승의 경험을 쌓았다. 

이렇게 다수의 롯데 출신 선수들은 KT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활약했다. 무엇보다 우승 멤버라는 영예를 얻은 건 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롯데에서 기량을 꽃피우지 못하거나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황이었다. KT에서 기회를 얻고 더 나은 경기력을 발휘했다. 

당시 팀 상황에 방향성에 따른 트레이드와 FA 계약이었지만, 롯데 팬들에게 더 큰 아쉬움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KT에서 롯데로 온 선수들의 활약이 크지 않다는 점도 아쉬움의 크기를 더 크게 한다. 박세웅은 올 시즌 에이스 투수로의 자질을 보여주며 자리를 잡았고 안중열이 주전 포수의 가능성을 높이긴 했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팀을 떠났다. 트레이드의 득실을 본다면 롯데의 손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롯데의 실패를 말하긴 이르다. 롯데는 KT에서 유망주 선수들을 상당수 영입했고 당장의 결과보다 미래에 주목했다. 그 유망주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성공과 실패를 논할 필요가 있다. 

롯데와 KT의 독특한 관계는 트레이드의 묘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롯데는 팀에서 기회가 사라진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셈이고 KT는 롯데에서 영입한 선수들을 잘 활용해 팀을 강하게 했고 우승의 성과를 냈다. 롯데는 대신 미래 자원을 얻어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앞으로 양 팀의 이런 관계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두 팀의 또 다른 트레이드를 지켜보는 것도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KT 위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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