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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1위 KT는 확실히 달랐다. KT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KT는 투. 타에서 앞선 전력을 과시하며 2연승했다.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를 먼저 선점한 KT는 한국시리즈 우승에 가깝게 다가섰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먼저 내주고 시리즈를 승리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KT가 두산을 경기력에서 압도했다는 점이 KT의 승리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애초 KT의 우세가 예상되는 한국시리즈였다. 정규리그 1위 결정전을 치르고 KT는 충분한 휴식으로 힘을 비축했다. 연습경기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경기 감각 유지에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한화의 협조로 실전과 같은 2번의 연습경기를 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터져 나온 올 시즌 리그 중단 결정 과정에서 두산이 이를 주도하는 등 큰 영향력을 행사했고 두산 그룹 출신의 KBO 총재가 두산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리그 중단 결정을 이끌어낸 정황이 나오면서 두산에 대한 야구팬들의 부정적 여론이 만들어진 것도 변수였다. KT는 졸지에 두산을 제외한 9개 구단 팬들의 응원을 받게 됐다. 

하지만 KT에서 한국시리즈 출전 경험을 가진 선수는 41살의 베테랑 외야수 유한준과 역시 베테랑 백업 포수 허도환뿐이었다. 베테랑급에 속하는 황재균과 박경수도 프로에서 첫 한국시리즈였다. 정규리그와 비교할 수 없는 중압감이 있는 단기전에서 KT 선수들이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여기에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정규리그 4위에 힘겹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마운드 전력에 큰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효율적인 마운드 운영과 야수들의 높은 집중력, 벤치의 전략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그들보다 높은 순위의 팀들에 모두 승리했다. 두산은 와일드카드전에서 정규리그 5위였지만, 힘든 승부가 예상되던 키움의 도전을 힘겹게 뿌리쳤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열세라는 평가에도 잠실 라이벌 LG를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누르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정규리그 2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LG와 대결 그 이상으로 열세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시리즈 전적 2승 무패로 삼성을 가볍게 이겨냈다. 

 

 


두산 선수들은 포스트시즌 내내 스스로 분위기를 띄우고 서로에게 기를 불어 넣어주는 모습이었다. 마치 포스트시즌의 긴장감을 즐기는 듯 플레이했다. 경기에 대한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두산의 기세에 LG와 삼성은 그들의 경기를 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졌다. 두 팀은 마운드에 큰 강점이 있었지만, 그 마운드가 두산  타선에 붕괴되면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두산 타자들은 상. 하 타선 할 것 없이 신들린 듯한 타격을 했고 주자들은 과감한 도루와 주루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두산은 경기를 거듭하면서 지쳐있었지만,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두산의 이런 승리의 기운은 KT에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었다. 마침 두산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빠르게 승리하면서 3일간의 휴식을 얻을 수 있었다. 무리에 무리를 거듭했던 마운드에는 단비 같은 휴식이었다. 이에 더해 한국시리즈 7차전이 모두 중립경기장인 고척돔에서 열리는 점도 두산에는 반가운 일이었다. 홈구장인 잠실을 사용할 수 없지만, 서울 연고의 두산은 관중들의 응원을 더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생겼기 때문이다. 제10구단으로 팬층이 두산에 비해 크게 부족한 KT로서는 긴장된 승부에서 응원 열기까지 압도당하는 상황은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KT는 1, 2차전에서 초반 접전의 상황을 견디고 중반 이후 힘의 우위를 보였다. 이와 같은 패턴이 반복되며 KT는 2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그 중심에는 1, 2차전 선발 투수로 나선 쿠에바스와 소형준이 있었다. 쿠에바사는 7.2이닝 1실점, 소형준은 6이닝 무실점 투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선발 투수들의 활약으로 KT는 1차전 4 : 2, 2차전 6 : 1로 승리했다. 모두 마운드의 우세가 승리로 연결됐다. 이들이 호투하면서 KT는 주력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고 앞으로 시리즈 불펜 운영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시리즈 전체를 놓고 봐고 의미가 큰 호투였다. 

쿠에바스와 소형준의 호투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는 변화였다. 이들은 타격감이 오를 대로 오른 두산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하기보다는 공끝의 변화로 상대했다. 충분한 휴식으로 힘이 충만한 두 투수였지만, 이들은 앞선 LG와 삼성전에서 두산 타선의 힘을 봤다. 힘대 힘의 대결보다는 투심과 체인지업 등을 섞으며 두산 타자들의 적극성을 활용했다. 이에 더해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도 호투에 중요한 요소였다. 

1차전 선발 투수 쿠에바스는 8개의 적지 않은 안타를 허용하고 수차례 실점 위기를 맞이했지만, 그때마다 뛰어난 탈삼진 능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득점권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던 두산 타자들도 쿠에바스의 변화 심한 구질에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2차전 선발 투수 소형준도 다르지 않았다. 소형준은 다소 긴장한 탓인지 제구가 흔들리며 5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지만, 실점과 연결되지 않았다. 소형준은 그때마다 내야 땅볼 유도에 성공했고 KT의 내야진은 병살플레이를 성공시키며 두산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두산은 나름 활발한 공격력을 보였지만, 득점의 결실을 맺지 못하면서 답답한 경기를 해야 했다. 

선발 투수들이 든든히 그 자리를 지키면서 KT 선수들은 보다 안정된 상황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선발 투수가 흔들리고 불펜진이 조기에 가동되는 혼란스러운 경기 흐름이 이어졌다면 두산의 의도하는 방향으로 경기가 진행된 가능성이 컸다. KT는 선발 투수들이 호투하면서 보다 정적인 경기를 할 수 있었고 두산의 신바람을 잠재울 수 있었다. 

마운드의 안정과 함께 KT는 두산이 이전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보였던 집중력을 공. 수에서 보이며 승리 가능성을 높였다. 1, 2차전에서 KT는 홈런포가 기선을 제압했고 승부처에서 깔끔한 작전 성공과 이를 득점과 연결하는 스몰볼을 충실이 이행했다. KT는 외국인 타자 호잉과 2차전 선제 솔로 홈런을 때리는 뛰어난 타격감의 황재균에게도 보내기 번트 작전을 하는 등 철저히 계획된 팀플레이를 했고 선수들이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 여기에 KT는 두산 내야진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득점과 연결하는 등 상대의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KT 야수들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호수비를 연발하며 스스로 경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2차전에서는 4개의 병살플레이를 성공시켰다. 3루수 황재균과 2루수 박경수의 수비에서 활약이 돋보였다. 

 

 


여기에 벤치는 승부처에서 과감한 작전을 펼치며 득점에 성공하는 등 벤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불필요하게 긴 항의로 흐름을 끊었던 LG와 마운드 운영의 문제점을 드러냈던 삼성과는 달랐다. KT 이강철 감독은 벤치가 필요할 때 적절히 개입했고 판정에 대한 항의를 자제시키면서 좋은 흐름을 유지하는 지혜도 발휘했다. 이강철 감독은 냉철했고 자신의 플랜에 따라 경기를 운영했다. 

KT는 그들의 계획대로 선발 투수들이 호투하고 이를 바탕으로 승리로 가는 길을 닦았다.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 KT는 충실히 준비를 했고 상대를 분석했다. 선수들 역시 큰 경기의 중압감보다는 즐기는 모습이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벤치까지 모두가 하나 된 팀 KT로 두산에 맞서고 있다. KT가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다면 한국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는 KT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은 3차전에서 포스트시즌에서 어깨 피로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에이스 미란다를 앞세워 반격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KT는 선발 투수는 외국인 투수 데스파이네다. 데스파이네 역시 좋은 투수지만, 올 시즌 탈삼진 왕인 두산 에이스 미란다가 조금 더 무게감이 있는 선발 투수 인건 분명하다. 미란다가 정상 컨디션으로 투구한다면 KT 타자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데스파이네는 두산전에 고전했고 긴 휴식 후 등판 내용이 좋지 않았다. KT 승리의 중요한 공식인 선발 야구가 제대로 구현될지 알 수 없다.

KT로서는 불펜 투수로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고영표를 포함해 아직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주권, 이대은, 박시영 등 필승 불펜진이 빠르게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3차전은 선발 야구가 아닌 불펜 야구로 두산을 상대할 수도 있다. KT가 미란다를 무너뜨리고 3차전도 승리한다면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지만, 패한다면 쫓기는 입장이 될 수 있다. 위기에서 더 강해지는 두산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사진 : KT 위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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