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프로야구의 챔피언을 가리는 한국시리즈는 정규리그 1위 KT와 4위 두산의 대결로 결정됐다. 두산은 11월 10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초반부터 거의 매 이닝 득점한 타선의 힘과 효과적인 마운드 운영, 불펜의 중심을 잡아준 이영하의 호투 등을 묶어 11 : 3으로 대승했다. 두산은 1차전 6 : 4 승리에 이어 2연승으로 3전 2선승제의 시리즈를 승리하며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는 역사를 썼다.
이런 두산의 영광은 삼성의 좌절이었다. 삼성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은 2015년 한국시리즈 패배 이후 긴 침체기를 겪었고 구단 운영의 방향성 설정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올 시즌 삼성은 강팀의 위용을 되찾았고 투. 타의 균형을 이루는 안정적인 전력으로 마지막까지 정규리그 우승 경쟁을 했다. 삼성은 KT와 동률을 이뤘고 우승 결정전에서 아쉽게 패하며 정규리그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동안의 긴 부진을 털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정규리그였다.
삼성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와일드카드전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들보다 우위에 있었고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어 한국시리즈 진출이 유력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내준 KT와의 멋진 승부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마침 삼성의 플레이오프 상대는 정규리그 4위 두산이었다. 두산은 와일드카드전과 준플레이오프를 모두 거치며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외국인 투수 2명이 없는 마운드는 힘겹게 유지되고 있었고 불펜진의 과부하는 심각했다. 야수진 중 상당수는 부상을 안고 있었다.
두산이 포스트시즌 들어 상. 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은 리그 최강의 선발 마운드와 살아있는 전설이라 할 수 있는 마무리 오승환이 있었다. 타선 역시 두산 못지않은 힘이 있는 삼성이었다. 무엇보다 두산이 힘이 충만한 삼성 마운드까지 공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모든 여건이 삼성에 유리했다.
하지만 1차전 경기 양상은 예상과 크게 달랐다. 삼성 타선은 1회 말 2득점으로 기세를 올렸지만, 이후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득점권에서 아쉬운 장면을 반복했다. 삼성이 기대했던 베테랑 타자 오재일, 강민호가 부진하면서 득점 생산력에 문제가 생겼다. 특히, 삼성이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큰 기대를 했던 오재일은 가을 재일이라는 명성에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FA 전 두산에서 가을에서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했던 선수였다.
두산이 2015 시즌 이후 내리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강팀의 자리를 유지하는 데 있어 그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런 두산을 상대로 오재일은 부진했다. 이들 외에도 삼성 타자들은 득점권에서 왠지 모르게 위축되고 자기 타격을 하지 못했다. 득점 기회를 계속 놓치면서 삼성 타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플레이가 위축됐다. 오히려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인 김지찬의 활기찬 플레이를 하면서 팀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타선의 부진은 마운드에도 옮겨왔다. 삼성 마운드는 1차전 선발 투수 뷰캐넌 외에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올 시즌 불혹의 나이에도 세이브 1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한 마무리 오승환은 컨디션을 조절을 위해 1차전 9회 초 2사 후 마운드에 올랐지만, 첫 타자 피홈런에 이어 연속 안타로 실점하며 마운드를 물러났다. 팀 수호신이 두산 타선에 무너지는 장면은 선수단 전체에 큰 충격이었다. 이는 1차전 패배 그 이상의 악재였다.
1차전 패배로 시리즈 분위기를 내준 삼성은 2차전에서도 그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분위기는 더 침체됐다. 선발 투수 백정현은 벼랑 끝 승부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초반에 무너졌다. 백정현은 베테랑 투수로 올 시즌 14승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빅게임 선발 투수의 경험은 거의 없다. 지면 탈락하는 승부에서 선발 투수로 그를 마운드에 올린 건 큰 결단이었다.
삼성은 원태인이라는 강력한 선발 투수가 있었다. 원태인은 젊은 투수지만, 올 시즌 급성장했다.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고 올림픽에도 출전에 큰 경기 경험을 쌓았다. 정규리그 우승 결정전에서도 선발 투수로 나서 호투하며 빅게임 선발 투수의 면모도 보였다. 하지만 삼성은 백정현은 선발 투수로 선택했다. 삼성은 원태인 카드를 뒤로 돌렸지만, 이는 패착이 됐다. 삼성은 5실점 후 원태인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불펜 투수 원태인은 위력적이지 않았다.
불펜이 낯선 원태인은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다. 그가 한껏 물오른 두산 타선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두산으로 크게 기운 경기 분위기도 원태인의 의욕을 꺾어놓았다. 원태인은 1.1이닝 2실점 후 마운드를 물러났다. 원태인마저 무너진 삼성 마운드의 붕괴는 멈추지 않았다. 두산 타자들은 신바람을 냈고 삼성 투구 그 누구도 그 바람을 제어하지 못했다. 반대로 두산은 홍건희와 함께 두산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이영하가 3.2이닝 무실점으로 버티며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런 마운드의 희비는 승패로 연결됐다.
삼성은 경기 후반 2점을 만회하긴 했지만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다. 5회까지 9득점하며 9 : 1로 앞선 두산은 이후 여유 있는 경기 운영을 하며 한결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 한편에서 두산은 이영하에 이어 이현승, 김강률 두 필승 불펜 투수들을 연달에 마운드에 올리며 삼성의 혹시 모를 반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두산은 2차전에서 2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김민규를 빠르게 교체한 데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최승용이 흔들리자 이영하 카드를 과감히 조기에 꺼내드는 등 과감한 마운드 운영으로 승부처 고비를 넘겼다.
마운드 운영에 혼선을 빚은 삼성과는 크게 대조적이었다. 두산의 벤치는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답게 단기전에서 매우 노련했고 뛰어난 승부 감각을 보였다. 이런 벤치의 역량은 초보 감독들이 벤치를 이끈 키움과 LG와의 벤치 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했다. 두산 벤치는 포스트시즌이 처음인 삼성 허삼영 감독에게도 쓰라린 기억을 안겨줬다.
삼성에게 너무 아쉬운 포스트시즌이었다. 삼성은 완전체 전력으로 나섰지만, 가을 두산의 저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일단 심리적으로 기세 싸움에서 밀렸다. 삼성 선수들은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없어 보였고 특히, 중심 타선에 있는 선수들이 긴장감이 더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충분한 휴식이 오히려 경기 감각을 떨어뜨리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타자들은 지친 두산 투수들의 공에 강한 타구를 날리지 못했고 투수들 역시 두산 타자들을 힘으로 이겨내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준비가 미흡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삼성은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더 치열한 승부를 해야 했지만, 정규리그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데이터와 함께 분위기와 상황 대처능력, 당일 컨디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포스트시즌의 특성 중 그들에게 유리한 조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결국, 삼성은 가을 두산의 광풍에 희생된 또 다른 팀이 되고 말았다. 두산은 와일드카드전을 거친 팀 중 최초로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이 됐다. 삼성은 정규리그 우승 전력을 보유하고도 단 2경기로 그들의 포스트시즌을 마무리했다. 최근 신축된 홈구장에서의 경기도 단 1경기로 끝내야 했다. 6년의 긴 세월을 기다린 삼성 팬들에게는 허무한 결말이었다. 두산의 저력이 빛났지만, 두산에 패한 키움, LG와 마찬가지로 삼성 역시 그들의 야구를 하지 못했다. 자신의 야구를 하지 못한 결과는 큰 아쉬움이었다.
이로 인해 삼성은 6년 만의 정규리그 2위,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에도 그 빛이 바래고 말았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위안을 하기에는 경기 내용이 너무 부진했다. 삼성으로서는 왠지 모르게 실패한 시즌이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플레이오프였다. 그들의 2021 시즌 키워드는 아쉬움이 되고 말았다.
사진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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