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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두산 잠실 라이벌이 맞대결한 2021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의 승자는 두산이었다. 두산은 11월 7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팀 15안타 10타점으로 상대 마운드를 압도한 타선의 힘과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영하의 4이닝 무실점 호투에 필승 불펜의 무난한 경기 마무리를 묶어 10 :3으로 승리했다. 두산은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최후의 승자가 됐고 정규리그 2위 삼성이 기다리는 플레이오프로 진출했다. 

LG는 1차전 선발 투수 수아레즈를 경기 초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리는 과감한 마운드 승부수를 던지며 맞섰지만, 7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른 두산의 저력과 관록을 넘지 못했다. LG는 2차전 대승으로 3차전에 대한 희망을 키웠지만, 필승 불펜 투수들이 모두 나서는 두산의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다. 마운드가 붕괴되며 1차전 완패가 재현됐다. LG는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하며 그들의 포스트시즌을 또다시 준플레이오프에서 마무리해야 했다. 

마운드 운영의 명암이 3차전 승부의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경기였다. 두산은 선발 투수로 나선 김민규가 1회 말 불안한 투구를 하며 1실점하자 2회부터 곧바로 필승 불펜진을 가동하며 마운드를 안정시켰다. 2차전에서 폭발한 LG 타선의 분위기를 두산은 끊어야 했고 그 임무를 이영하에게 맡겼다. 올 시즌 선발 투수로 거듭 실패의 기억만 쌓았던 이영하는 후반기 불펜으로 전환한 이후 필승 불펜진의 일원으로 큰 활약을 했다. 포스트시즌 등판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피로도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이영하는 이런 어려움 속에 2회 마운드에 올랐고 3이닝 이상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이영하는 3이닝을 넘어 4이닝을 책임지며 두산 불펜 운영을 원활하게 해줬다. 만약, 그가 버티지 못했다면 두산 불펜 운영은 한계를 드러낼 수 있었다. 이영하가 마운드를 굳건히 지킨 반면 LG는 선발 투수 임찬규가 기대에 못 미치는 투구를 했고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수아레즈도 투혼을 발휘했지만, 두산 타선을 제어하지 못했다. 

 

 


3회 초 두산 공격이 중요가 승부처였다. 1회 초와 말에 선발 투수들일 흔들리며 각각 1실점한 LG와 두산은 상반된  선택을 했다. 두산은 곧바로 불펜을 가동했고 LG는 임찬규를 좀 더 밀어붙였다. 임찬규는 충분한 휴식을 가지고 마운드에 올랐고 구위도 나쁘지 않았다. 임찬규는 2회 초 두산 공격을 세타자로 마무리하며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이대로라면 불펜진을 조기에 가동한 두산이 불리한 경기 흐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임찬규는 3회 초 첫 9번 타자 박계범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여기서 LG는 선택을 해야 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4할이 넘는 불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정수빈, 페르난데스 테이블 세터진이 타석에 설 차례였다. 강력한 좌완 투수가 있다면 이들과 상대할 필요가 있었다. LG는 임찬규에게 그들을 상대하도록 했다. 첫 타자 정수빈은 범타 처리했지만, 페르난데스와의 승부가 문제였다. 임찬규는 페르난데스의 약점이 몸 쪽 높은 공으로 승부했지만, 그 공이 정확히 제구 되지 못했다. 페르난데스는 그 공을 2점 홈런과 연결했다. 그 홈런은 3차전 분위기를 두산 쪽으로 완전히 넘어오게 했다.

LG는 뒤늦게 수아레즈를 마운드에 올려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결과적으로 한발 늦은 교체였다. 여기에 수아레즈는 1차전 등판 후 2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른 탓에 정상적인 구위는 아니었다. 4회 초 마운드에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었지만, 수아레즈는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실점 했다. LG가 두산 두 번째 투수 이영하에 타선이 막히며 주춤하는 사이 두산은 타선이 3득점하며 경기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두산은 5회 초 폭풍 같은 타격으로 LG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두산은 5회 초 무려 6득점하며 10 : 1의 넉넉한 리드를 잡았고 시리즈 승리를 사실상 확정했다. LG는 5회 초 가용한 불펜 자원을 모두 쏟아부으며 불타는 두산 타선의 불꽃을 끄려 했지만, 누구도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타선의 지속적인 득점 지원과 LG 공격 흐름을 끊는 호수비를 연달아 선보인 정수빈의 활약 등에 이영하는 다시 힘을 냈고 4이닝 무실점 투구로 마운드를 지켰다. 이영하가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두산은 불펜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후 두산은 보다 여유 있는 경기를 했고 LG 선수들은 희망조차 가지기 힘든 경기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경기를 해야 했다. 결국, LG는 키움에 이어 가을 두산의 투혼에 또 다른 희생자가 되며 포스트시즌 무대를 떠나게 됐고 그들의 시즌도 마무리했다. 

기대감이 매우 컸던 LG의 2021 시즌이었다. LG는 LG에서만 선수와 코치로 경험을 쌓으며 팀 사정에 밝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류지현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고 젊은 코치진을 구성하며 팀 분위기를 바꿨다. 역시 프랜차이즈 선수 출신 차명석 단장과의 조화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많았다. 

전력도 알차게 구성했다. 마운드에 높이가 한층 더해졌다. 메이저리그 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좌완 투수 수아레즈를 영입하면서 에이스 켈리와 리그 최강의 원투 펀치를 구성했다. 정찬헌, 임찬규, 이민호에 다수의 영건들이 경쟁하는 선발 투수진은 양적으로 풍부했다. 불펜진은 육성의 성과로 다수의 젊은 투수들이 1군에 가세했고 기존 베테랑 투수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질적으로 양적으로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여기에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좌안 투수 함덕주는 이전 소속팀 두산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투수였다. 큰 경기 경험도 풍부했다. LG는 함덕주가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길 기대했다. 

이런 마운드의 힘만으로도 LG는 우승후보로 손꼽히기에 충분한 전력이었다.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지는 타선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김현수를 축으로 지난 시즌 눈부신 발전을 한 출루 머신 홍창기, 팀에 부족한 장타력을 채워주며 외국인 타자 고민을 덜어준 외국인 타자 라모스, 우타 라인을 채워주는 외야수 채은성과 이형종에 베테랑 내야수 오지환과 김민성, 육성군에서 성장하며 1군 전력으로 올라선 20대 젊은 선수들까지 더해지며 지난 시즌보다 나아질 수 있는 전망이 많았다. 

시즌 초반 LG는 단단한 마운드의 힘으로 선두권을 유지하며 순항했다. 타선이 부진이 아쉬웠지만, 마운드의 힘으로도 충분했다. 예상대로 외국인 원투 펀치는 강력했고 불펜진은 1군 엔트리 구성을 고민할 정도로 차고 넘치는 자원이 있었다. 베테랑 투수 차우찬과 송은범의 부상으로 인한 시즌 아웃, 함덕주가 부상으로 활약이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도 마운드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마운드를 가지고도 LG는 선두권 경쟁에서 치고 나가지 못했다. 타선의 지원이 빈약했다. 외국인 타자 라모스는 잦은 부상과 2년 차 징크스가 더해지며 타격에서 활약이 미미했다. 올 시즌 타격에도 눈을 뜬 홍창기가 출루머신의 면모에 타격에서도 날카로움을 더하며 타선을 이끌고 김현수가 변함없는 활약을 했지만, 라모스를 포함한 중심 타선에 서야 할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는 마운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마운드의 힘이 떨어지는 시점에 LG는 팀 성적도 정체됐다. 여전히 KT, 삼성과 함께 3강 구도에 포함되기 했지만, 나머지 두 팀 보다 한발 뒤떨어지는 위치였다. 

LG는 후반기 중요한 결단을 했다. 외국인 타자를 교체했고 약점이 2루수 자리를 트레이드로 메웠다. 거듭되는 부상에 시달리는 라모스는 일본 프로야구 경험이 있는 거포형의 타자 보어가 자리를 대신했다. 선발 투수인 정찬헌을 키움에 내주고 키움의 주전 2루수 서건창을 영입했다. 보어는 팀에 절실한 장타력을 채워주고 서건창은 공수를 겸비하고 큰 경기 경험도 풍부한 2루수로 우승으로 가는 길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LG로서는 큰 승부수였지만, 결과는 예상과 거리가 있었다. 보어는 KBO 리그에 적응하지 못했고 1할대 빈타에 허덕이다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는 이후 1군에 올라오지 못했고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서건창은 주전 2루수로 꾸준히 기용됐지만, 타격에서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수비 역시 기존 LG 2루수들과 비교해 우위를 보이지 않았다. 서건창의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를 고려하면 에이징 커브를 의심하게 하는 경기력이었다. 그를 영입하게 하기 위해 키움으로 떠나보냈던 선발 투수 정찬헌이 선발 마운드가 붕괴된 키움에서 비중 있는 선발 투수로 활약하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었다. 이들의 실패는 시즌전 마운드의 만능키로 영입한 함덕주의 실패와 함께 우승을 위한 외부 영입의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타선 강화를 위한 시도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LG는 선두 경쟁에서 조금씩 밀려났다. 후반기 쉼 없이 이어지는 잔여 경기 일정 속에 강점이 마운드, 특히, 불펜진도 서서히 과부하 현상을 보였다. 원투 펀치의 한 축인 외국인 투수 수아레즈가 부상 재활로 장기간 자리를 비우면서 그 현상이 더 확실해졌다. LG는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에 서서히 내림세를 보였고 그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LG는 1군 코치진을 개편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초보 감독으로 위기 국면에서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한계점을 보였다. 후반기 팀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급격히 냉각됐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치진은 이런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분위기를 바꿔야 했지만, 경직된 팀 분위기는 여전했다. 프런트진의 선수 영입도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정규리그 3위의 성과를 냈지만, 가지고 있는 전력에 비해 그 결과물에서 아쉬움 있었다. 

 

야구 이미지 - 픽사베이

 


LG는 포스트시즌에서 그 아쉬움을 털어낼 경기력을 보여야 했지만, 리그 후반기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왠지 모르게 주눅 든 모습이었고 그 분위기를 깰 수 있는 벤치나 베테랑의 역할이 보이지 않았다. 서로를 격려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했지만, LG 선수들은 자신들의 플레이를 하기에 급급했다. 경기를 읽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여유는 없었고 선수들은 의지대로 몸이 안 따라주는 모습이었다. 공수에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빈자리가 유난히 커 보였다.

이런 선수들을 다독이고 잘 이끌어가야 할 LG 벤치 역시 여유가 없어 보였다. 류지현 감독은 아직 초보 감독의 티를 벗어나지 못했고 두산 김태형 감독과의 벤치 대결에서 완전히 밀렸다. LG는 2차전 대승으로 앞서 언급했던 부정적 기류가 사라지는 듯 보였지만, 마지막 3차전은 2차전 승리의 분위기가 아닌 1차전 완패의 그림자가 LG를 뒤덮었다. LG는 그들의 야구를 하지 못했다. 이는 지친 두산이 다시 힘을 내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 

아쉽게 마무리됐지만, 올 시즌 LG는 마운드와 야수진에 다수의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1군 전력으로 자리를 잡는 성과가 있었다. 내년 시즌 이들이 더 성장한다면 전력도 강해질 가능성이 큰 LG다. 그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잘 워야 하는 과제는 있다. 특히, 타선에서 김현수와 함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강타자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 마침 올 시즌 후 FA 시장에서 강타자들이 다수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LG의 고민거리였던 장타력을 겸비한 외국인 타자 영입도 중요한 해결과제다.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를 곧바로 해야 할 LG지만, 가지고 있는 역량에 비해 부족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안팎의 아쉬움과 구단에 부정적 시선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류가 또 다른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구단보다 강한 LG임을 고려하면 올 시즌 성과를 내년 시즌을 위한 소중한 경험으로 볼지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누군가에는 정규리그 3위 또한 대단한 성과지만, LG의 상황은 이 성과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 여러 가지로 허탈하고 씁쓸한 LG의 가을이다. 


사진 : LG 트윈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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