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승부는 마지막 3차전에서 승자가 가려지게 됐다. 11월 5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LG는 에이스 켈리의 호투와 전날 부진했던 타선의 폭발이 어울리며 9 : 3으로 승리했다. LG는 1차전 1 : 5의 패배를 설욕하며 시리즈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보였던 놀라운 타선의 집중력이 나오지 않았고 선발 마운드에 대결에서 밀리며 시리즈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승부처에서 나온 아쉬운 수비도 악재로 작용했다
LG는 기대했던 에이스 켈리의 호투가 결정적이었다. LG는 켈리에서 하루 휴식을 더 부여하며 시리즈 2차전을 대비했다. 정규리그 최종전까지 쉼 없이 달려왔던 켈리로서는 하루 더 휴식을 가진 게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켈리는 팀이 1차전 패배로 시리즈 탈락의 갈림길에 선 팀 상황과 두산 타선의 뜨거운 방망이와 기동력 야구까지 여가지를 생각하고 고려해야 하는 경기였다. 전날 소모가 있었던 불펜진 상황을 고려하면 5회 이상 마운드에서 버텨야 하는 미션도 추가된 켈리였다.
부담이 큰 등판이었지만, 켈리는 에이스다웠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등판하는 경기에서는 어김없이 5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예측하고 가능하고 꾸준한 투수라는 장점이 와일드카드전에서도 발휘됐다. 켈리는 초반 무실점 호투로 경기 분위기가 두산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했다. 켈리는 5회까지 거의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지만, 관록의 투구로 실점을 막았다. 두산의 강펀치를 켈리는 노련하게 피해나갔다. 켈리가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는 사이 LG는 선취 득점으로 유리한 흐름을 만들었다.
LG 타선은 1회 초 두산 선발투수 곽빈에게 3타자 연속 삼진을 당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전날 타선의 부진이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하위 타선의 분전으로 사라졌다. LG는 2회 초 선두 타자 채은성의 2루타 출루를 2사 후 김민성의 적시 안타로 득점과 연결했고 4회 초 2사 후 채은성, 문보경의 연속 안타로 만든 기회를 김민성, 문성주 7번과 8번 타자의 연속 안타로 2득점과 연결하며 3 : 0 리드를 잡았다. 1차전에서 득점권에서 무기력했던 LG 타선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1차전에서 5번 타순에서 득점권 부진했던 김민성은 7번으로 타순이 변경되어 경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부담을 덜고 득점권에서 집중력을 보였다. LG의 초반 3득점은 1차선에서 다소 경직됐던 LG 선수들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했다. LG 선수들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고 순간순간 두산 선수들처럼 강한 제스처를 치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도 보였다. 정규리그 후반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이어졌던 주눅들과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은 사라지고 두산 선수들처럼 경기를 즐기는 듯 보였다.
긴장이 풀린 LG 야수들의 플레이는 활력을 되찾았다. 7회 초 LG는 두산 불펜진을 상대로 5득점의 빅이닝을 만들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7번 타순의 김민성은 4안타 3타점, 8번 문성주는 2안타 3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테이블 세터 홍창기, 서건창의 다소 부진했지만, 그들의 부진을 메우고도 남는 활약이었다. 이 밖에 LG는 문보경이 2안타 1타점, 유광남이 2안타 1타점, 채은성이 2안타로 고른 활약을 했다.
두산은 선발 투수 곽빈이 연속된 3일 휴식 후 등판의 타이프한 일정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조기 가동된 불펜진 무너지면서 마운드 운영에 차질이 발생했다. 2018 시즌 프로 데뷔 후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투수로 자리 잡은 곽빈에게 타이트한 일정 소화는 무리였다. 곽빈은 어려움 속에서 4이닝 3실점으로 나름 역할을 했지만, 그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젊은 투수들이 주축인 추격조 불펜들이 LG 타선의 공격 흐름을 끊지 못했다.
반대로 LG는 선발투수 켈리가 5.2이닝 1실점(비자책) 투구로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했고 6회 말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좌완 김대유가 큰 고비를 넘겨주면서 승리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두산은 5회 말 득점 기회에서 페르난데스가 켈리에 삼진을 당하며 기회가 사라졌고 6회 말 상대 실책에 편승한 1득점 후 만루 기회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대타 김인태가 LG 바뀐 투구 김대유에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추가 득점 기회를 놓친 게 결정적이었다. 그 기회에서 두산이 득점했다면 경기는 알 수 없는 흐름이 될 수 있었다. 두산은 그 두 번의 기회를 놓친 이후 7회 초 5실점으로 무너지며 추격의 동력을 상실했다.
두산은 1: 8로 밀리던 7회 말 LG 불펜진을 상대로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으며 두산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박건우, 김재환, 양석환의 클린업 트리오가 희생 플라이로 1타점만을 기록하는 아쉬운 타격으로 경기 흐름 반전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김재환의 타구는 홈런성이었지만,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는 불운도 있었다. 하지만 득점권에서 집중력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피할 수 없었다.
두산의 반격을 막아낸 LG는 무난하게 이닝을 이어가며 승리할 수 있었다. 마무리 고우석은 편안한 상황에서 9회 말 마운드에 올라 3타자를 가겹게 아웃 시키며 경기를 마무리했고 감각을 조율할 수 있었다. 두산은 피로가 누적된 필승 불펜조를 쉬게 했다는 점 외에는 크게 위안을 가질 수 없는 경기였다. 오히려 LG의 기를 살려주면서 3차전 부담이 커졌다.
3차전에서 LG는 경험 많은 임찬규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임찬규는 올 시즌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1승에 그쳤지만, 후반기 구위 회복과 함께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LG는 임찬규와 또 다른 선발 투수 이민호로 마운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민호는 시즌 중 임찬규보다 나은 투구 내용이었고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 영건으로 지난해 포스트시즌 경험도 있다. 임찬규가 초반 흔들린다면 곧바로 마운드에 설 수 있다.
두산은 김민규 선발 카드로 맞설 예정이다. 김민규는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2차전 호투로 흐름을 타고 있다. 정규 시즌은 부진했지만, 긍정 분위기를 안고 던진다는 점은 장점이다. 또한, 김민규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포스트시즌 호투를 이어오고 있다. 기분 좋은 징크스라 할 수 있다. 또한, 김민규는 2차전 선발 등판한 곽빈과 달리 충분한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호투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는 여건이다. 이미 한차례 끝장 승부를 치렀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중압감이 훨씬 더 크고 LG 타선이 분위기를 상승시켰다는 점은 변수다.
이런 선발 투수의 문제를 떠나 두산 선수들은 길었던 정규리그 막바지 순위 경쟁과 와일드카드전을 거치면서 많이 지쳐있는 상태다. 부상을 안고 경기에 선수들도 있다. 2차전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 건 체력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여기에 두산 마운드 운영의 핵심인 불펜진 역시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다. 3차전에서 기세가 오른 LG 타선을 막아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두산 특유의 가을야구 DNA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게 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할 수 있지만, 체력 소모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두산으로서는 피로와의 전쟁을 이겨내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LG는 침묵하던 타선이 되살아 났고 마운드의 우위도 확실해졌다. 분명 분위기는 LG쪽이다. 만약 LG가 임찬규 선발 카드로 3차전을 승리하고 플레이오프로 진출한다면 이민호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두산이 LG가 원하는 길을 그대로 가도록 내버려 줄 가능성이 없다.
두산 선수들은 벼랑 끝에서 더 강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2차전 집중력에서 문제를 보였지만, 타순 배치를 조정한다면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두산 타선이다. LG로서는 한 번 오른 기세로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점잖기보다는 강렬하게 활력 있게 플레이를 해야 한다. 조심스럽고 소심한 플레이는 1차전과 같은 경기를 재현하게 할 수 있다. 상대를 강하게 자극하지 않는다면 더 강렬하게 기쁨과 투지의 표현을 할 필요도 있다. 기싸움에서도 밀리면 안 되는 LG다.
LG는 이대로 객관적 전력 우세를 승리로 이어지게 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발휘되는 알 수 없는 힘이 언제든 그들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고 매 시즌 그래왔다. 잠실 라이벌의 2021년 마지막 맞대결이 그들의 시즌 운명을 어떻게 만들지 둘 중 한 팀은 그들의 2021시즌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누가 그 대상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자신의 야구를 하는 팀이 그들의 포스트시즌을 더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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