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라이벌 LG와 두산이 2021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LG는 정규리그 3위로 4위 두산과 5위 키움의 와일드카드전 승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산은 키움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그 과정에서 두산은 2경기뿐이었지만, 상당한 전력 소모가 있었다. 하루 휴식으로는 회복하기 어렵다. LG는 시즌 막바지 더블헤더가 매주 반복되는 빡빡한 경기 일정을 치렀고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LG는 마지막까지 정규리그 우승의 희망을 되살리며 온 힘을 다했지만, 작은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상당한 상실감이 생길 수 있는 LG의 정규리그 마무리였다. 하지만 며칠간의 휴식으로 전열을 정비했고 두산보다는 유리한 환경에서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결은 팀 방어율 정규리그 팀 방어율 1위의 LG 마운드가 와일드카드전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한 두산의 타선을 얼마나 잘 제어할지가 승부에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LG의 방패와 두산의 창이 맞서는 대결이다.
LG는 마운드의 우위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 투수에서 LG는 외국인 원투펀치 수아레즈와 켈리가 1, 2차전 선발 투수로 예정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 1차전 선발 등판할 수아레즈는 두산 타선의 주축을 이루는 좌타자에 맞설 수 있는 좌투수다. 수아레즈는 시즌 초반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레벨이 다르다는 찬사를 받았다. 리그 최고 투수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잦은 부상으로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닝 소화능력에도 문제가 생겼고 상당 기간 부상 재활을 해야 했다. LG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하는 시점에 수아레즈는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자칫, 포스트시즌 출전도 어려울 수 있는 우려도 있었다.
수아레즈는 시즌 막바지 부상에서 돌아와 던질 수 있는 상태임을 입증했다. 수아레즈가 건강한 모습으로 시즌 초반의 투구를 재현한다면 와일드카드전에서 대폭발한 두산 타선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아레즈의 부상 문제가 발생한다면 LG의 마운드 구상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LG는 수아레즈의 몸 상태가 걱정이지만, 에이스 켈리가 건재하고 이민호, 임찬규까지 수준급 선발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켈리는 5이닝 이상을 무조건 책임질 수 있는 계산이 서는 투수들이고 이민호는 나날이 기량이 발전하는 영건이다. 10월 투구 내용도 좋았다. 임찬규는 부상이 있었고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올 시즌 1승에 머물렀지만, 부상 이후 구속이 크게 증가하면서 더 강력한 선발 투수로 거듭났다. 10월 투구 내용도 좋아졌다. LG는 이들 선발 투수들이 최소 5이닝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이런 선발 투수의 우위는 필승조와 추격조의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강력한 LG 불펜진의 강점을 더 극대화할 수 있다. LG는 베테랑 송은범과 함덕주가 부상으로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좌. 우가 조화된 불펜진의 힘이 여전히 강하다. 마무리 고우석의 10월 들어 기복을 보였지만, 충분한 휴식으로 힘을 비축했다. 정규리그 막판 어려움이 포스트시즌을 임하는 자세를 더 굳건히 했을 것으로 보인다. 구위 면에서 고우석은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 투수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는 마무리 고우석까지 가는 과정에 든든하다. 특히, 그동안 집중 육성해온 좌완 불펜진이 큰 강점이다. 이는 두산 좌타선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여기에 LG는 강속구 우완 이정용과 백승현에 빠른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 정우영까지 불펜의 다양성도 있다. LG는 13명의 투수 엔트리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마운드가 양적으로도 풍부하다. 모두 고른 기량을 갖추고 있어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불펜의 조기 가동에도 부담이 덜하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불펜진 운영은 단기전에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LG에 맞서는 두산 마운드는 고민이 가득하다. 키움과의 와일드카드전 2경기를 버텨냈지만, 선발 투수 자원이 부족하다. 외국인 투수 미란다, 로켓의 부상이 결정적이다. 이들이 두산 마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절대적이었다. 두산은 와일드카드전에서 마운드에 서지 않는 최원준을 1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시킬 수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지만, 최원준은 올림픽 출전 이후 페이스가 떨어졌고 후반기 빡빡한 등판 일정에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10월 들어 투혼을 발휘하긴 했지만, 패배를 모르던 전반기 선발 투수의 모습은 아니었다. 힘이 떨어진 상황에서 나서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원준이 어떤 투구를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두산은 최원준에 이어 신예 곽빈과 김민규로 선발진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곽빈은 와일드카드 1차전 호투로 가능성을 보였지만, 2차전 등판은 3일 휴식 후 등판으로 부담이 있다. 김민규 역시 와일드카드 2차전 호투를 하긴 했지만, 짧은 휴식 후 등판이 불가피하다. 이들에게 긴 이닝을 맡기기 어렵다.
이런 선발 마운드의 불안감을 덜어줄 불펜진의 활약이 필요하지만, 와일드카드전에서의 두산 불펜진은 안정감과 거리가 멀었다. 폭발적인 타선의 힘으로 시리즈를 가져오긴 했지만, 두산의 마운드는 1차전 7실점, 2차전 8실점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실점의 대부분은 불펜에서 나왔다. 리드한 사황에서 이를 온전히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두산은 올 시즌 불펜에서는 강점이 있었다. 마무리 김강률을 축으로 강속구 투수 홍건희, 이승진,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 이후 호투를 거듭한 이영하의 우투수 라인과 올 시즌 기량을 회복한 베테랑 이현승이 좌투수 라인업을 책임지며 경쟁력을 유지했다. LG보다 양적으로 부족함이 있지만, 필승조 만큼은 힘이 있었다. 하지만 정규리그 마지막까지 이어진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두산 불펜진은 지칠 수밖에 없었다. 휴식 없이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서 회복 기간도 없었다. 경기를 치를수록 어려움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선발 마운드가 사실상 붕괴된 상황도 불펜진에 큰 부담이다. 이런 마운드의 차이는 LG의 시리즈 우세를 예상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다.
두산으로서는 와일드카드전 승리를 이끌어낸 타선이 힘으로 시리즈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 타선은 정규리그 후반기 부진에 빠지기도 했지만, 팀 타율 2위의 강력함이 있다. 타점과 안타 등 각종 타격 생산력도 뛰어나다. 정수빈, 페르난데스, 김재환의 좌타 라인에 박건우, 양석환의 우타 라인이 더해진 상위 타선의 힘은 리그 정상급니다. 허경민, 박세혁, 박계범, 강승호 등의 하위 타선도 강하다. 김인태라는 수준급 대타 요원도 있고 조수행이라는 확실한 대주자 요원도 있다. 이이 와일드카드전을 치르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는 점도 강점이다.
특히, LG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다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 이후 우타 거포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한 양석환이 주목되는 선수다. 양석환은 지난해 LG의 포스트시즌 멤버였지만, 한 타석도 서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양석환은 두산의 주전 1루수로 자리를 잡았고 중심 타자로 28홈런 96타점을 기록하며 야구 인생의 전성기를 열었다.
올 시즌 1루수 자리에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부진하면서 고심했던 LG의 상황과 대비되며 양석환은 LG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이름이었다. 마침 그의 트레이드 파트너였던 함덕주가 부상으로 LG 마운드에 큰 힘이 되지 못하면서 트레이드의 득실을 놓고도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왔다. 양석환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키맨이 될 수 있다. 그는 두산에서 박건우와 함께 우타 라인을 책임져야 하고 LG가 자랑하는 좌완 불펜진을 견제할 수 있는 타자다. 양석환이 활약한다면 LG의 불펜진 운영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런 두산 타선에 비해 LG는 타선의 상대적 불균형이 시즌 내내 고민이었다. LG의 올 시즌 성적은 강력한 마운드와 유격수 오지환을 중심으로 한 안정된 내야 수비가 중요한 요소였다. LG는 시즌 내내 타선의 부진을 해결하지 못했다. 팀 타선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외국인 타자들은 존재감이 미약했고 교체 카드로 성공적이지 않았다. 우승을 위한 중요한 퍼즐로 여겨졌던 외국인 타자 보어는 극심한 부진 끝에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LG는 올 시즌 공을 잘 보고 볼넷을 잘 얻어내는 출루 머신에서 타격도 잘하는 출루 머신으로 거듭한 홍창기와 팀 주장이자 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이 김현수, 채은성 등이 타선의 주축을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두산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홍창기는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지만, 김현수는 올 시즌 3할 타율에도 미치지 못했고 홈런과 타점 생산력도 떨어졌다. 올림픽 출전 후유증일 수도 있지만, 우려되는 부분이다. 채은성이 잦은 부상이 문제고 이번 시리즈도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이들 외에 타선이 힘을 실어줄 선수인 3루수 김민성도 타격에서 올 시즌 부진했고 외야수 이형종은 슬럼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발 투수 정찬헌을 내주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2루수 서건창도 기대 이하의 활약이었다. LG로서는 큰 경기 경험이 있는 앞서 언급한 베테랑들이 베테랑다운 활약을 하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다.
여기에 LG는 라인업에 대거 포함된 신예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어떤 활약을 할지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내야수 이영빈과 문보경, 외야수 문성주는 장타력은 부족하지만, 빠른 선수들도 기동력 야구에 보탬이 됐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타격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의 중압감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 점에서 LG는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부상과 시즌 아웃이 아프게 다가온다. 오지환은 LG 내야진의 핵심이다. 3루수 김민성과 2루수 서건창의 수비 폭이 크지 않다는 단점을 오지환의 넓은 수비폭으로 메웠다. 이런 수비 외에 오지환은 중심 타선에도 배치될 정도로 LG 타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10월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도 그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한다.
LG는 타격적인 부분보다는 수비에서 오지환의 부재가 주는 영향력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의 자리를 대신할 구본혁, 손호영 등의 선수들은 경험 면에서 오지환과 비교되지 않는다. LG는 시리즈 내내 유격수 방면으로 향하는 상대 타구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유격수 수비에서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면 LG의 장점이 강력한 방패에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LG와 두산은 각각 전력의 장점과 단점을 안고 시리즈에서 맞섰다. 포스트시즌 커리어는 두산이 앞서고 있고 상대 전적에서 상당 기간 두산이 우위를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LG는 안정된 전력으로 시종일관 상위권을 유지하며 전력 약화로 고심하던 두산과 차이를 보였다. 단기전의 승패를 엇갈리게 할 마운드에 LG가 크게 우위를 보인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많은 휴식으로 준비 기간을 가졌다는 점도 LG의 장점이다.
두산으로서는 가을만 되면 알 수 없는 힘이 치솟는 가을 두산의 DNA다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하길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은 타격감이 올라와 있는 타선이 LG 마운드를 공략하며 정적인 경기보다는 각종 변수가 발생하는 역동적인 경기 흐름을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 LG는 두산 타선을 막아내는 건 물론이고 승리를 할 수 있는 득점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LG는 한 점이라도 리드를 잡아가는 경기가 그들의 승리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이런저런 변수가 전망에도 LG와 두산의 대결은 잠실 구장을 함께 사용하는 오랜 라이벌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객관적인 전력 외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도 함께 작용할 수 있다. LG는 그런 변수를 억제해야 하고 두산은 그런 변수를 통해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어느 팀이든 쉽게 승리를 가져오기가 어렵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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