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결정전 승리로 KT가 2021 시즌 정규 시즌 챔피언 자리에 오른 2021 프로야구는 이제 포스트시즌이라는 또 다른 시즌의 문을 열었다. KBO 리그 특유의 사다리 방식의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4위와 5위가 대결하는 와일드카드 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의 과정을 거쳐 챔피언을 가린다. 우리 프로야구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가지는 비중이 더 큰 만큼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대결이라 할 수 있다.
그 첫 관문인 와일드 카드전의 주인공은 4위 두산과 5위 키움이다. 두 팀은 선두 경쟁만큼이나 치열했던 중위권 경쟁을 이겨내고 포스트시즌의 막차를 탈 수 있었다. 두산과 키움은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순위를 확정하지 못했다. 두산은 한화에 승리하며 4위를 확정했고 키움은 마지막 날 KIA전 승리에 이어 5위 SSG가 KT에 패하면서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두 팀은 모두 전력에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다. 4위 두산은 외국인 원투펀치 미란다, 로켓의 부재가 아쉽다. 미란다는 올 시즌 리그 탈삼진 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올랐지만, 누적된 피로가 문제가 되면서 와일드카드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로켓은 전반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후반기 시즌 도중 팀을 떠났다. 두산은 국내 투수들만으로 투수 엔트리를 구성했다.
키움 역시 외국인 선수 부분에 문제가 있다. 올 시즌 16승으로 다승 1위에 오른 요키시는 건재하지만, 그와 짝을 이룬 외국인 투수 브리검이 없다. 브리검은 지난 시즌 종료 후 키움과의 재계약이 불발되며 팀을 떠났지만, 대만리그에서 기량을 확인받고 대체 외국인 투수로 키움에 돌아왔다. 브리검은 돌아온 에이스라는 말에 딱 맞는 투구로 키움 선발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후반기를 준비하는 시점에 불행한 가정사에 연이어 발생하면서 팀을 떠났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키움은 두산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없는 상태로 투수 엔트리를 채웠다.
키움은 두산보다 나은 상황이라 할 수 있지만, 외국인 타자 부분에서는 두산에 밀린다. 두산의 외국인 타잔 페르난데스는 지난 시즌보다 활약도가 떨어지지만, 3할이 넘는 타율에 15홈런 80타점으로 여전히 위력적인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키움은 시즌 내내 외국이 타자 쪽에서 허전함이 있었다. 시즌 시작을 함께 한 외국인 타자 프레이타스는 기량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방출됐고 그를 대신해 영입된 크레익 역시 강력함과 거리가 있다. 크레익은 엔트리에 포함되긴 했지만, 국내 선수들보다 더 나은 카드라 하기 어렵다.
이런 전력의 문제 외에 두 팀은 시즌 중 구단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는 일이 있었다. 두 팀은 모두 방역관련 이슈가 발생했다. 두산은 팀 내 확진자 발생으로 어려움이 있었고 키움은 주축 투수 한현희, 안우진이 방역 수칙 위반으로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고 전력에서 이탈했다. 두 팀과 NC의 주축 선수들의 방역 수칙 위반 문제가 겹치면서 리그는 큰 혼란에 빠졌고 리그 중단이라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원인을 제공한 NC, 키움, 두산은 큰 비난을 받았다. 특히, 이들 팀들이 리그 중단 결정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비난 여론은 더 커졌다. 급기야 프로야구 전체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는 가뜩이나 리그 수준 저하와 각종 부정적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리그에 대한 불신과 인기 하락의 문제가 있던 프로야구를 더 깊은 나락으로 빠뜨리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리그 중단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끌었고 여름 브레이크 기간 훈련 도중 방역 수칙 위반의 문제가 더해졌다. 게다가 두산은 팀 내 확진자 발생 시 해당 선수의 실명과 감염 경로 등에 대해 일체 알리지 않았다. 두산이 특혜를 받는다는 의혹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었다. 두산은 이전부터 두산그룹 출신이거나 깊은 관계가 있는 KBO 리그 총재 선임에 큰 영향을 행사했고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에 각종 리그 개혁안의 시행이 지지부진한 원인이 두산에 있다는 의혹의 시선도 많았다. 리그 중단 과정에서 이런 두산의 결코 선하지 않은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두산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가 더해졌다.
키움 역시 구단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가 더해졌다. 이미 키움은 구단주를 포함한 구단 수뇌부의 전횡과 비리 등으로 비난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여전히 그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 시점에 주축 투수인 한현희, 안우진의 방역수칙 위반 문제가 발생했다. 키움은 그들을 전력에서 완전히 배제했다고 했지만, 시즌 후반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생기자 슬그머니 징계 기간이 끝난 두 투수를 엔트리에 포함했다. 한입으로 두 마디를 한 격이었다. 키움으로서는 비난은 짧지만, 성적이라는 결과는 영원하다는 격언을 실천에 옮겼다.
이런 비호감 이미지를 안고 후반기 레이스를 펼친 두 팀은 힘겹게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여러 어려움이 발생했지만, 최근 리그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던 두 팀의 전력이 발휘됐다. 두산은 2015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키움은 지속된 전력 약화와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노쇠화와 선수들의 일탈 등 각종 악재를 넘어서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의미는 크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말이 딱 맞는 두 팀의 상황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른 만큼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두 팀은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당장은 와일드카드전 승리가 우선이다. 그들을 준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는 LG의 전력이 만만치 않지만, 올해는 일정 관계로 준플레이오프가 3전 2선승제로 진행된다. 와일드카드전을 무난히 승리한다면 준플레이오프도 해볼 만한 승부가 될 수 있다.
두산은 정규리그 4위의 혜택으로 1승을 안고 와일드카드전에 나선다. 두산은 2경기 중 한 경기만 승리하거나 무승부만 해도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다. 키움은 2연승 외에는 준플레이오프로 가는 방법이 없다. 두산이 훨씬 유리한 위치지만, 선발 마운드의 공백이 부담이다. 두산은 원투 펀치 미란다 로켓의 공백 외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카드인 최원준이 시즌 최종전에 나서며 와일드카드전 선발 등판에 부담이 있다. 최원준은 시즌 막바지 피로 누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두산은 와일드 카드전 1차전 선발 투수로 신예 곽빈을 예고했다. 그나마 정규리그 선발 등판 경험이 많고 상대적으로 투구 내용이 뛰어난 곽빈의 선발 등판은 불가피한 일이다. 우완 정통파 곽빈은 뛰어난 구위가 있지만, 경험 부족의 문제가 있고 기복이 있다. 오랜 이닝을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두산으로서는 그들의 강점이 불펜진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 후 안정감을 되찾은 이영하를 포함해 150킬로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우완 홍건희와 이승진, 시즌 후반기 호투를 이어오며 가장 믿을 수 있는 좌완 불펜 투수로 돌아온 베테랑 이현승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가능한 1차전에서 승부를 결정하고 불펜 소모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타선이 힘이 필요하지만, 두산은 야수진에 고민이 있다. 포수 부분에서 엔트리에 포함된 포수 3명이 모두 크고 작은 부상으로 수비 부담이 있다. 92%의 놀라온 성공률의 바탕으로 시즌 도루 46개로 도루왕에 오른 김혜성을 중심으로 한 키움의 기동력 야구에 대처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 내야진도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가 각종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그와 키스톤 콤비를 이뤄야 할 2루수 오재원은 기량 저하와 부상으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두산은 FA 보상 선수 성공 사례가 되고 있는 박계범, 강승호와 신인 안재석이 유격수와 2루수 센터 라인을 책임져야 한다. 3루는 경험이 풍부한 허경민이 든든하고 1루수는 트레이드 성공의 주인공 양석환이 있다. 결국,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내야 센터라인이 얼마만큼의 활약을 할지가 중요한 두산이다. 외야는 후반기 긴 타격 부진에서 벗어난 정수빈을 축으로 김재환, 박건우의 라인업이 든든하고 지명타자는 페르난데스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나름 공. 수의 짜임새가 있고 경험과 패기가 조합된 야수 라인업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불안 요소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두산에 맞서는 키움은 선발 마운드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시즌 최종전에 등판한 에이스 요키시 카드를 쓰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다. 대신 안우진, 정찬헌, 한현희 등 선발 투수들은 두산에 앞선다. 이들은 경험과 구위를 두루 갖추고 있다. 불펜은 후반기 전천후 투수로 나서고 있는 조상우가 주축을 이루고 있고 두산보다 무게감은 떨어지만,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이 포함된 양적 우위가 있다. 다만, 조상우가 올림픽 역투 등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면서 기복을 보인다는 점과 마무리 투수 김태훈도 시즌 막바지 불안감을 노출했다는 점이 불안하다. 선발 자원 중 한 명을 불펜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키움의 타선은 두산에 비해 다소 약세를 보인 가능성이 크다. 키움은 과거 타격의 팀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하성의 공백과 외국인 타자들의 부진, 간판타자 박병호의 에이징 커브 등 문제로 파괴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무엇보다 장타력 부재가 아쉽다. 올 시즌 키움의 팀 홈런은 91개로 10개 팀 중 8위에 머물렀다.
키움은 이 문제를 김혜성, 이용규 등 발 빠르고 센스 있는 테이블 세터진을 주축으로 한 기동력 야구로 대신했다. 김혜성은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주자고 이용규는 타석당 가장 많은 투구 수를 유도하는 끈질긴 타자로 상대에 큰 부담이 된다. 이들이 깔아놓은 판은 후반기 고감도 타격감을 과시한 이정후가 해결하면서 키움은 많은 득점을 했다. 이러한 득점 공식은 두산과의 와일드 카드전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박병호와 외국인 타자 크레익, 올 시즌 장타력을 뽐낸 포수 박동원 등이 힘을 보탠다면 득점력을 키움의 득점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키움은 2연승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타선이 폭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팽팽한 투수전은 승산이 없다. 특히, 두산에서 경험이 부족한 투수 곽빈이 선발 등판하는 1차전 초반 기선 제압이 필수적이다. 두산의 불펜진을 보다 일찍 마운드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키움이 경기 흐름과 시리즈 흐름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정말 힘든 과정을 거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과 키움이다. 그 과정에서 두 팀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지 못한 팀들과의 그 성과에서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한 번의 시리즈로 포스트시즌을 끝내는 건 분명 아쉬움이다. 특히, 두 팀은 시즌 중 여러 사건 사고들이 있었다.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두 팀은 올 시즌 후 팀 내 주축 선수들의 FA 자격을 얻거나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 또 한 번의 전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내년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더 험난해질 수도 있다. 그만큼 이번 포스트시즌은 이들에게 중요한 순간순간이고 절실하다. 과연 누구의 절실함이 더 강하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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