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프로야구가 여러 악재와 변수 속에 팀당 144경기의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이번 정규리그는 2시즌 코로나 사태속에 관중 입장이 제한하는 어려움이 지속됐다. 코로나 영향 속에서도 정상적인 리그 진행을 하며 나름 모범적인 방역관리 사례로 통했던 프로야구는 몇몇 선수들의 일탈과 감염사태로 리그가 중단되는 변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 선수와 소속 구단은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했고 프로야구 전체의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 리그 중단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구단들의 이기주의와 KBO의 리더십 부재와 무능은 팬들을 더 실망시켰다. 팬심을 돌려놓은 좋은 기회였던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프로야구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올림픽과 코로나 감염 사태로 1달여의 공백기를 가진 프로야구는 후반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을 했지만, 이전과 다른 싸늘한 시선을 시즌 내내 느껴야 했다.
분명 힘든 시즌이었지만, 야구는 계속돼야 했고 선수들의 최선을 다했다. 코로나 부상과 코로나 확진자 발생 변수 징계 등으로 몇몇 구단은 심각한 전력 손실을 입기도 했고 이는 다른 구단에게 기회가 됐다. 이는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을 더 뜨겁게 했다. 후반기 연장전 제도를 일시적으로 폐지하면서 발생하는 다수의 무승부 경기도 또 다른 변수가 됐다.
이런 우여곡절 속에 프로야구 정규리그는 마지막 날까지 포스트시즌 대진을 결정하는 못하는 혼전이었다. 또한, 순위 경쟁에 있는 대부분 팀들이 그들의 순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도 순위 경쟁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같은 승률로 우승 경쟁을 하는 KT와 삼성은 승리를 해도 상대 팀이 무승부 또는 패해야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3위 LG는 승리를 하고 KT와 삼성의 승패에 따라 우승 또는 2위로의 도약이 가능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4위 두산은 와일드카드전에서 절대 유리한 위치인 4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까지 경기에 집중해야 했다. 5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SSG와 키움 역시 위기와 기회가 함께 했다.
이에 시시각각 변하는 경기 내용은 해당 팀들의 희비를 순간순간 엇갈리게 했다. 선두 경쟁팀 KT와 삼성, 그들의 추격하는 LG는 경기 초반 접전을 펼치며 살 떨리는 승부를 했다. KT는 SSG와 삼성은 NC와 LG는 롯데와 대결했다. 세 팀은 공교롭게도 원정 경기를 했다. 이들을 상대하는 홈 팀들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온 힘을 다했다. 해당 팀들은 순위 경쟁에서 들러리가 될 수는 없었다.
KT가 가장 부담스러운 대진이었다. KT는 5위 확정을 위해 승리가 절실한 SSG와 맞섰다. SSG는 패한다면 9위 KIA와 대결하는 키움의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마침 키움은 초반 대량 득점으로 앞서나가는 경기를 하고 있었다. SSG의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SSG는 중요한 일전에 승리를 이끌 선발 투수가 없었다. SSG는 신예 김건우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SSG는 그에게 많은 이닝보다는 2~3이닝 정도를 책임지는 오프너 역할을 기대했지만, 젊은 투수는 경기의 중압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초반 난조를 보였다.
SSG는 1회부터 불펜을 가동해야 했다. KT에는 큰 행운이었다. KT는 SSG전에 강점이 있는 선발 투수 소형준이 선발 투수로 나섰다. KT는 1회 초 2득점으로 기분 좋게 경기의 문을 열었다. 소형준이 무난한 투구를 한다면 승리로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었지만, 소형준 역시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고 1회 말 2실점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KT는 3회 초 베테랑 유한준의 솔로 홈런으로 3 : 2 리드를 잡긴 했지만, 홈런 타자들이 즐비한 SSG를 고려하면 불안한 리드였다.
그 시각 삼성도 쉽지 않은 경기를 하고 있었다. 삼성은 올 시즌 16승의 에이스 뷰캐넌을 선발 투수로 내세워 필승을 위한 의지를 보였지만, 뷰캐넌이 1회 말 3실점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삼성은 1회 초 외국이 타자 피렐라의 2점 홈런으로 기선 제압을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NC에는 올 시즌 리그 홈런 2위 나성범이 있었다. 나성범의 3점 홈런은 순간 삼성의 벤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삼성은 2회 초 상대 실책으로 1득점하며 동점에 성공했지만, 선발 투수의 절대 우위를 바탕으로 유리한 경기를 할 것이라는 예상은 시작부터 빗나갔다.
이렇게 KT와 삼성이 고전하는 사이 LG 역시 롯데의 저항에 직면해 있었다. LG는 그들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 카드로 에이스 켈리를 선발 카드로 사용했다. 이에 맞서는 롯데는 월요일 경기에서 그와 맞대결했던 에이스 박세웅 카드로 대응했다. LG는 전날 각각 패배를 당한 KT, 삼성과 달리 롯데전 승리로 꺼져가던 가능성의 불씨는 다시 살린 상황이었다. LG는 그 기세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롯데 역시 시즌 마지막 경기에 강한 동기부여 요소가 있었다.
롯데는 시즌 마지막을 연패로 끝낼 수 없었다. 서튼 감독에게는 그의 부임 5할 승률 유지하는 상징적의 의미가 있었다. 또한, 에이스 박세웅의 시즌 10승이 걸려있었고 신인왕 레이스를 하고 있는 불펜 투수 최준용의 시즌 20홀드라는 기록도 걸려있었다. 모두 팀 승리가 전제돼야 하는 일이었다.
롯데는 주력 선수들의 모두 선발 출전시키며 승리 의지를 보였다. 반대로 LG는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전날 경기에서 수비 도중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악재가 있었다. 롯데 선발 투수 박세웅은 위력적인 투구로 LG 타선을 묶었다. LG는 에이스 켈리가 무실점 투구로 안정감을 보였지만, 4회까지 초조한 무득점 경기가 이어졌다. 이렇게 긴장감 가득한 3개 구장과 달리 두산과 키움은 원정 경기에서 초반 확실한 리드를 잡으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3개 구장 접전의 흐름은 5회를 넘어 중반 이후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KT와 삼성은 승리의 가능성을 높였고 LG는 패배의 가능성이 커졌다. KT는 중반 이후 SSG의 불펜진 공략에 성공하며 대량 득점했다. KT는 6회부터 10월 28일 경기에서 7.1이닝 100개를 넘는 투구를 한 에이스 고영표를 불펜으로 기용하는 초강수를 승리를 굳혔다. 고영표는 홈런 허용으로 1실점하긴 했지만, 3이닝 1실점의 투혼을 발휘하며 SSG의 반격 흐름을 차단했다. KT는 고영표 불펜 카드가 성공하며 5회 초 5득점으로 잡은 리드를 지켜낼 수 있었다. 결국, KT는 8 : 3으로 승리했다. KT는 최소한 우승 결정을 위한 타이브레이크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와 비슷한 시각 삼성 역시 중반 이후 불펜 싸움에서 우세를 보이며 승기를 잡았다. 삼성은 4회 말 다소 부진했던 에이스 뷰캐넌을 과감히 교체하는 마운드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은 최근 경기에서 불펜의 필승 카드로 자리한 좌완 최채흥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 결정은 성공적이었다. 4회 말 2사부터 마운드에 오른 최채흥은 4.1이닝 무실 투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채흥이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키는 사이 삼성은 5회부터 7회까지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10 : 4의 압도적 리드를 잡았다. 그 리드는 마지막까지 이어졌고 삼성은 11 : 5의 대승을 거뒀다. 삼성 역시 우승 결정 브레이크 경기를 대비하게 됐다.
KT와 삼성의 승리로 반전의 희망을 사라진 LG는 6회 말 마운드가 무너지며 완전히 힘을 잃었다. 롯데는 5회 말 최근 타격에서 극히 부진하던 포수 안중열이 LG 에이스 켈리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때려낸 데 이어 6회 말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타선을 이끌었다.
그의 활약 속에 롯데는 6회 말 3득점으로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6회까지 1실점 호투를 한 박세웅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롯데는 7회부터 구승민, 최준용, 마무리 김원중의 필승 불펜 카드를 마운드에 올려 팀 승리와 박세웅의 시즌 10승을 지켜냈다. 8회 초 마운드에 오른 최준용은 솔로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홀드를 추가하며 시즌 20홀드에 성공했다. 마무리 김원중은 시즌 35세이브로 성공적인 시즌 마무리를 했다. 3안타를 몰아친 전준우는 시즌 192안타로 최다 안타왕 자리에 올랐다. LG는 에이스 켈리 카드를 내고도 패하면서 다서 씁쓸한 시즌 마무리를 했다. 정규리그 3위 LG는 두산과 키움의 와일드 카드전 승자와 3전 2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하게 됐다.
그대로 KT와 삼성 LG는 포스트시즌 진출 위 자리를 확정하며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마지막 경기 결과로 운명이 뒤바뀐 팀도 있었다. KT에 패한 SSG는 키움이 KIA에 승리하며 그들이 크게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에 희생됐다. SSG는 키움에 밀려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큰 화제 속에 메이저리그에서 KBO 리그로 돌아왔던 추신수의 시즌도 함께 마무리됐다. SSG는 SK 와이번스 인수와 추신수 영입으로 시즌 초반부터 큰 이슈몰이를 했고 구단주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와 야구에 대한 애정, 마케팅 전개를 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지만, 1, 2, 3, 선발 투수가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악재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SSG의 패배와 에이스 요키시의 호투를 바탕으로 승리한 키움은 극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키움은 시즌 도중 방역 수칙을 위반한 심야 술판에 주력 선발 투수 한현희, 안우진이 연루되어 징계를 받는 악재와 에이스 브리검의 전력 이탈, 주력 타자들의 노쇠화 등의 문제가 겹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파격적인 20대 주장 김혜성의 선임과 선발 투수 정찬헌 영입을 위해 주전 2루수 서건창을 내주는 과감한 트레이드, 마무리 조상우 활용을 유동적으로 하는 불펜진 개편, 대체 선발 투수들의 선전 등이 더해지며 포스트시즌의 막차를 탈 수 있었다.
매 순간 시선을 뗄 수 없는 시즌 마지막 날이었다. 시간대별로 각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정규리그 순위는 완전히 결정되지 않았다. KT와 삼성은 우승을 결정하기 위한 단판 경기를 하게 됐다. 그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KT와 삼성은 중압감이 큰 경기에서 초반 어려움을 이겨내는 높은 집중력을 보였고 과감한 마운드 승부수로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치열한 중위권 경쟁의 최후 생존자가 된 두산과 키움도 마지막 날 승리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마지막 경기 패배로 운명이 엇갈린 SSG와 큰 대조를 보였다.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승자기 있으면 패자가 있는 게 스포츠의 세계다. 2021 프로야구 역시 냉혹한 승부의 세계의 일면을 시즌 마지막까지 보여줬다. 물론, 과정과 내용도 중요하지만, 기록에 남는 건 마지막 결과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5개 팀은 승리의 기억을 안고 시즌을 마무리했고 또 다른 무대를 준비하게 됐다. 그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차이는 아주 미세했다. 결국, 정규리그 한 경기 한 경기가 그만큼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시즌 마지막 날이었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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