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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우승 결정을 위한 단판 승부의 결과는 KT의 승리였다. KT는 10월 31일 삼성과의 우승 결정전에서 선발 투수 쿠에바스의 역투와 김재윤의 완벽한 마무리, 강백호의 결승 적시타, 베테랑 2루수 박경수의 호수비 등을 묶어 1 : 0으로 승리했다.  KT는 삼성과 치른 시즌 145번째 경기를 승리하며 그들의 정규리그 우승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로써 KT는 2013년 창단이 결정되고 2014 시즌 퓨처스 리그 참가, 2015 시즌부터 1군 참가의 단계를 거쳐 2020 시즌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및 정규리그 2위에 이어 그 다음 해 정규리그 1위라는 구단의 새 역사를 만들었다. 2015 시즌 정규리그 우승 이후 왕좌 복귀를 노렸던 삼성은 우승 결정전에서 타선이 침묵하며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삼성은 2016 시즌 완공된 지금의 새 홈구장에서 첫 포스트시즌 진출의 성과를 냈지만, 새 홈구장에서의 우승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KT로서는 여러 악조건 속에 치른 우승 결정전이었다. KT는 지난주부터 빡빡한 경기 일정을 치러야 했다. 반대로 삼성은 일정이 띄엄 띄엄 이어지면서 휴식기를 가질 수 있었고 마운드 운영에 여유가 있었다. 삼성은 KT와의 우승 결정전에 대비해 선발 투수 원태인 카드를 아낄 수 있었다. 원태인은 충분한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삼성은 상대 전적 우위로 인해 우승 결정전을 홈에서 치르는 혜택도 있었다.

관중 매진을 이룬 삼성은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도 받을 수 있었다. 전날 NC와의 원정 경기를 했지만, 창원에서 대구로의 이동은 전날 인천에서 SSG전을 마치고 대구로 이동한 KT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리였다. 경기 시간마저 오후 2시로 홈 팀 삼성에 유리한 환경이었다.

 

 


KT는 전날 경기를 마치고 새벽길을 달려 대구로 항해야 했다. 무엇보다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 나설 선발 투수가 없었다. 전날 SSG전에서 KT는 하루 전 100개 이상의 투구를 하며 역투했던 에이스 고영표를 6회부터 마운드에 올려 3이닝을 책임지게 하는 초강수로 승리를 가져오긴 했지만, 우승 결정전에 고영표 카드를 사용할 수 없었다. 가장 확실한 승리 카드 없이 KT는 경기네 나서야 했다. 

KT는 선발 투수로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를 선택했다. 쿠에바스는 전반기 다소 부진했지만, 후반기 페이스를 되찾은 이후 고영표와 원투 펀치를 구성했다. 문제는 그가 7이닝 109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던 10월 28일 NC전 이후 이틀의 휴식만 하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었다. 분명 무리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KT는 상대 전적에서 강점이 있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카드를 선택했다. KT는 3일 휴식 후 등판할 수 있는 또 다른 선발 카드 배제성이 있었지만, 기복이 심한 그보다는 휴식 일을 부족하지만, 후반기 흐름이 좋은 쿠에바스에게 기대를 했다.  KT는 그가 3이닝 정도만 잘 막아준다면 불펜진을 총동원해 맞서는 전략으로 나섰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그 기대 이상의 투구를 했다. 마치 신들린 듯한 역투였다. 쿠에바스는 1회 말 첫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흔들리는 듯했지만, 그 고비를 넘긴 이후 호투에 호투를 거듭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지만, 오히려 힘을 뻬는 투구를 하면서 제구의 안정감을 보였고 공의 변화로 타자들을 상대하며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쿠에바스는 올 시즌 투구 시 볼 배합과 관련해 코치진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코치진은 쿠에바스가 보다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이면 더 나은 투구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을 했지만, 쿠에바스는 직구의 위주의 투구를 고집했다. 그런 마찰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투구 패턴이 한계를 보이자 쿠에바스는 조언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다시 쌓였다. 이렇게 다시 자리를 잡아가던 쿠에바스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그의 부친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시즌이 한창인 시점에 쿠에바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이에 구단은 그가 장례를 치르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가지도록 배려했다. 필요하다면 그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 했다. 이런 구단의 큰 배려에 쿠에바스는 슬픔일 이겨내고 다시 돌아왔다. 경기 중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그는 복귀한 이후 한층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투구 내용도 한결 나아졌다. 이런 쿠에바스는 후반기 KT 마운드에서 큰 역할을 했다. 개인적인 어려움 속에 쌓인 구단과의 신뢰 관계가 큰 힘이 됐다. 

쿠에바스는 정규리그 활약에 그치지 않고 2일 휴식 후 우승 결정전 등판에도 나섰다. 외국인 투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매 시즌 재계약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용병이라 부르는 외국인 선수에게 그의 몸은 너무나 소중한 재산이다. 부상을 당한다면 그가 입을 경제적 손실은 매우 크다. 이에 외국인 선수들에게 국내 선수들에게도 부담이 되는 무리한 등판을 요구하기도 어렵고 이를 수용하는 외국인 투수도 드물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기꺼이 우승 결정전 선발 투수로 나섰다. 팀에 대한 애정과 강한 충성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쿠에바스는 온 힘을 다한 투구로 무실점 이닝을 늘려나갔다. 충분한 준비를 한 시즌 14승의 삼성 선발 원태인 역시 무실점 호투를 했지만, 그의 호투를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이었다. 쿠에바스는 원태인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쿠에바스는 변화구 구사 비율을 늘리는 등 공끝의 변화로 대응했다. 이전과 다른 쿠에바스의 투구 패턴에 삼성 타자들은 출루조차 쉽지 않았다. 

 

결승 적시안타 강백호

 


승부는 두 선발 투수의 호투 속에 0 : 0의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취 득점의 의미와 무게감이 커질 수 있었다. 그리고 선취 득점의 주인공은 KT였다. KT는 6회 초 1사 후 심우준은 유격수 방면의 애매한 타구를 때렸고 내야 안타 가능성이 컸다. 삼성 유격수 오선진은 그 땅볼을 잡아 1루로 송구했지만, 그 공은 1루수가 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향했다. 심우준은 안타와 실책 하나를 더해 2루로 진출했다. 결과적으로 오선진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삼성 선발 투수 원태인의 투구에 완벽히 막히고 있던 KT에게는 소중한 득점 기회였다. 

이 기회는 2사 3루로 이어졌다. 이어진 황재균, 강백호가 해결해 줘야 하는 상황에서 황재균은 끈질긴 선구로 유인구를 골라내며 볼넷을 얻어냈다. 원태인은 실점을 우려해 최대한 조심스러운 투구를 했지만, 최근 타격감이 떨어져 있는 황재균을 고려하면 더 과감한 승부로 필요했다. 그렇게 강백호까지 기회가 이어진 게 KT에게는 승부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강백호는 원태인의 바깥쪽 승부구를 밀어 쳐 1타점 안타로 연결했다. 강백호의 적시타로 KT는 1 : 0 리드를 잡았다. 원태인은 경기 중 유일한 실점을 비자책으로 기록했다. 

삼성도 경기 흐름을 바꿀 기회가 있었다. 삼성은 7회 말 선두 타자 구자욱의 볼넷 출루로 득점의 기대를 높였다. 그때까지 호투하던 KT 선발 투수 쿠에바스는 투구 수가 늘어나면서 지친 모습이 보였다. KT로서는 불펜 가동 시점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KT의 고민이 커지는 시점에 삼성은 오재일이 잘 맞은 타구를 우측 펜스 방향으로 날렸다. KT 우익수 호잉을 그 공을 잡는 듯했지만, 강렬한 햇빛의 방해를 받으며 놓치고 말았다.

여기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호잉이 타구를 잡을 것으로 예상한 삼성 주자들이 주춤했다. 구자욱은 3루로 향했지만, 타자 주자 오재일은 2루에서 태그 아웃됐다. 삼성으로서는 무사 2, 3루 가 될 상황이 1사 3루가 됐다. 그래도 득점과 연결된다면 마운드의 힘에서 앞선 삼성이 경기 후반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누군가에 위기, 누군가에 기회가 되는 순간, KT는 힘이 떨어진 쿠에바스를 믿고 밀어붙이는 결정을 했다. 쿠에바스는 피렐라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1사 1, 3루 위기까지 몰렸지만, 강민호를 내야 뜬공으로 이원석을 삼진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가 이원석을 삼진 처리하고 포효하는 장면은 경기의 분위기를 압축하는 장면이었다. 쿠에바스는 단기전에서도 거의 강행하지 않는 등판 일정을 소화했고 기대 이닝 그 이상을 최상의 결과로 버티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쿠에바스는 엄청난 괴력을 가장 중요한 순간 발휘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마법 같은 투구였다. 

이런 쿠에바스의 마법은 그가 마운드를 물러난 이후에도 지속됐다. KT는 박시영에 이어 8회 말 1사 상황에서 마무리 김재윤을 빠르게 마운드에 올리는 또 한 번의 마운드 승부수로 삼성의 반격 가능성을 차단했다. 결국, 삼성은 6회 초 한 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6회 초 한 점의 위력은 끝까지 경기를 지배했다. KT는 모든 면에서 불리함을 안고 원정 경기에 나섰지만, 최후의 승자가 됐다. 상상을 초월한 선발 투수의 호투, 상대 실책이 곁들인 행운의 득점, 경기 막바지 그림 같은 호수비, 시즌 막바지 강력한 폭발력을 보였던 삼성 타선의 침묵 등 모든 게 KT 우승을 돕는 하늘의 기운이 영향을 주는 듯 보였다. 극적인 우승의 현장에서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소수의 원정 응원단은 창단 첫 우승의 현장에서 KT 선수들과 함께 했다. 

KT의 정규리그 우승은 10월 부진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KT는 10월을 시작하는 시점에 2위 팀에 5경기 이상을 앞서며 우승을 예약하는 듯 보였다. 선발 마운드는 6선발 체제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고 불펜진은 프로 데뷔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마무리 김재윤을 주축으로 박시영이라는 새로운 셋업맨의 등장, 부상에서 돌아온 이대은의 가세라는 플러스 요소가 더해지며 단단함을 유지했다.

하지만 타선이 힘을 잃으면서 점점 힘겨운 경기가 늘어났다. 간판타자 강백호는 전반기 4할 타율을 기록할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꾸준함을 유지했다. 하지만 유한준, 박경수, 황재균 등 베테랑 타자들이 주춤했다. 외국인 타자 호잉도 타격에서는 활약도가 떨어졌다. 지난 시즌 큰 활약을 했던 배정대 역시 타격에서 돋보이는 모습이 아니었다. 타선의 약세는 마운드에 부담을 가중시켰고 후반기 팀이 정체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7이닝 무실점 역투, 우승 결정전의 영웅 쿠에바스

 


이에 KT는 정규리그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삼성과의 맞대결 2연전에서 모두 패하면서 2위로 밀리는 위기도 있었다. KT는 이 위기에서 다시 힘을 냈다. 불펜 등판을 강행한 고영표, 쿠에바스 두 선발 투수의 희생이 선수단을 다시 일으켰다. 고영표는 팀의 추락을 막았고 쿠에바스는 팀이 새로운 역사를 쓰도록 이끌었다. 특히, 가정의 큰 불행까지 이겨낸 쿠에바스의  투혼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 이면에는 선수들이 헌신할 수 있도록 하는 원팀의 강한 결속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을 앞두고 KT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이자 리그 최고 타자였던 외국인 타자 로하스의 일본 진출에 따른 큰 전력 누수가 있었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들도 그 로하스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KT는 올 시즌 내내 기복 없이 상위권을 유지했고 가장 오랜 기간 선두를 유지했다. 그만큼 투. 타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고  안정된 전력을 유지했다. 트레이드로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수완도 발휘했고 이강철 감독이 승부사로 나서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십도 발휘했다. 결코, 누가 하나만의 활약으로 이룬 그들의 우승이 아니었다. 

이제 KT는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 제9구단 NC가 이룬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동반 우승의 스토리를 KT가 쓰려 하고 있다. KT는 충분한 휴식으로 팀을 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 1위 팀의 우승 확률을 절대적으로 높다. 정규리그 일정이 늦어지면서 한국시리즈가 모두 고척돔에서 열리는 부분은 아쉽지만, 수원을 연고로 하는 KT는 이동의 부담은 없다. 극적인 정규리그 우승을 통해 팀이 더 단단하게 결속하는 계기도 있었다. 이런 단단함이 준비 기간 더 단단해진다면 그들의 한국시리즈 우승 길은 한결 더 무난해질 수 있다.

그동안 KT는 성적에 비해 언론과 미디어의 주목을 덜 받았다. 제10구단의 한계로 팬층도 두껍지 못했다. 올 시즌 KT는 강팀으로 확실히 자리했다. 마치 마법 같은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KT가 그들의 마법을 한국시리즈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극적인 정규리그 우승은 또 다른 마법의 시작일 지도 모른다. 


사진 : KT 위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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