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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롯데는 10월 27일 KIA전에 패하면서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내려놓게 됐다. 이 경기에서 롯데는 선발 투수 이인복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손아섭의 선취 타점으로 앞서나갔지만, 1 : 0 리드를 한 7회 초 마운드에 오른 구승민 심각한 난조를 보이며 3실점 했다. 롯데는 안치홍의 솔로 홈런으로 한 점차 추격을 했지만, KIA의 젊은 마무리 투수 정해영에 막히며 2 : 3으로 패했다.

이로써 롯데는 2017 시즌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이후 2018 시즌부터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롯데 팬들의 소망하는 가을야구는 코로나와 리그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일정이 늦어지면서 경험하는 일이 됐다. 

롯데는 시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2019 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던 롯데는 대대적인 팀 개편을 시도했다. 2020 시즌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5할 승률에 근접하는 성적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프런트로 일한 경험이 있는 젊은 성민규 단장과 키움에서 다년간 지도자 경력을 쌓았던 허문회 감독의 조합이 일정 성과를 냈다.

성민규 단장은 기존 롯데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과학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을 만들었다. 여기에 선수 트레이드와 팀 구성에 있어 적극적이었다. 최근 KBO 리그의 흐름인 프런트 중심의 야구가 롯데에 도입됐다. 성민규 단장이 영향력이 커졌다. 허문회 감독은 이미 프런트 중심의 야구를 하고 있는 키움에서 그 시스템에 익숙했다.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조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타격 2관왕 도전 전준우

 


하지만 그들의 지향점을 차이가 있었다. 단장은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을 인정하고 육성과 성적을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를 했다. 육성에 보다 중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2군 유망주들에게 1군 출전의 기회를 주면서 경험을 쌓게 하고 1군 선수들의 기용에 유연성을 가져가려 했다. 베테랑들이 다소 포함된 롯데 1군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선수층을 두껍게 하려는 시도였다.

허문회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그는 2군에서 콜업한 선수들을 외면했다. 콜업 자체에 소극적이었다. 성민규 단장이 트레이드 등으로 영입한 선수들에게 대해서도 냉담했다. 단적으로 롯데의 미래 포수자원으로 영입한 지시완은 1군에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허문회 감독은 시즌을 함께 시작한 1군 선수들을 중용했다. 선수 기용 폭이 좁고 시즌 후반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허문회 감독은 자신의 소신을 꺾지 않았다. 허문회 감독은 나름 주전들의 체력관리를 한다고 했지만, 1군 엔트리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유격수 마차도는 전 경기 풀타임 출전을 강행하는 다소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다. 허문회 감독 기간 롯데의 1군과 2군의 교류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를 두고 단장과 감독의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2021 시즌 롯데는 지난 시즌의 시행착오를 개선에 더 나은 성적을 기대했다. 허문회 감독도 유연함을 가지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단장과 감독이 보다 소통하는 시즌이 기대됐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은 여전했다. 여기에 성적과 경기 내용도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다. 그 사이 단장과 감독의 갈등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등 심상치 않은 팀 분위기가 노출됐다. 조화를 이룰 수 없고 갈등이 이어진다면 정상적인 팀 운영은 불가능했다. 뭔가 정리가 필요했다. 한쪽은 정리돼야 했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에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했다. 허문회 감독은 조원우, 양상문 감독에 이어 또다시 중도 퇴진의 불명예를 안고 팀을 떠났다. 롯데는 곧바로 2군 감독으로 있던 서튼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선임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그의 부임 이후 2군 선수들의 1군  콜업이 활발해졌다. 기존 주전 선수들 역시 로테이션을 이루며 휴식이 주어졌다. 보다 적극적인 리빌딩이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은 1군에서 소중한 경험을 했고 몇몇 선수들의 주전 경쟁의 가능성을 보이며 팀 선수층도 두꺼워졌다. 마운드는 선발 투수로 부진했던 김진욱의 불펜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난맥상을 보이던 불펜진도 정비됐다.

여기에 팀 타선이 힘을 냈다. 선수 구성에 비해 응집력이 부족하는 평가를 항상 받았던 롯데 타선은 서튼 감독 부임 이후 순도 높은 공격력을 선보였다. 절대 불변이었던 4번 타자 이대호 자리는 안치홍, 정훈, 전준우 등이 번갈아 들어섰고 이대호는 팀 필요에 따라 타순을 조정했다. 이대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선수들이 그 짐을 나눠지면서 타선 전체가 강해졌다. 상. 하위 타선의 연결이 매끄러워졌고 짜임새가 생겼다. 급격한 팀 변화가 한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던 롯데는 6월부터 불꽃 타선을 앞세워 달라진 경기력을 보였다. 익숙하던 패전은 더 많은 승리 기억으로 바뀌었다. 멀게만 보였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로 점점 가시화됐다. 

롯데는 리그 중단 사태와 올림픽 겹치는 와중에 생긴 한 달여의 휴식기를 서튼 감독 체제가 자리를 잡고 팀을 정비하는 여름 캠프로 활용했다. 그 기간 부상 선수들이 복귀했고 새로운 시스템에 선수들의 적응하면서 팀도 강해졌다. 올림픽 대표 선수로 참여했던 박세웅, 김진욱 두 영건들도 소중한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발전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후반기 레이스에서 롯데는 높은 승률을 유지하며 중위권 팀들과의 간격을 좁혀나갔다. 한때는 5위권 진입의 가능성도 보였다. 하지만 전반기의 마이너스 승수를 극복하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롯데는 지난주와 이번 주 마지막 힘을 다했지만, 강한 의지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롯데는 많은 홈경기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LG, SSG 전 열세를 넘어서지 못했다. 

롯데는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승률 5할에 도전하려 했지만, 10월 27일  KIA전 패배로 구마저도 이룰 수 없는 희망이 됐다. 사실상 롯데의 올 시즌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순위 경쟁이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롯데는 남은 경기에서 주전들 대신 젊은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지만, 변수가 있다. 

롯데는 KIA와의 시즌 마지막 대결 이후 LG와 홈 2연전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문제는 LG가 여전히 순위 경쟁에 있다는 점이다. LG는 선두 경쟁에서 밀리며 3위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컸지만, 10월 27일 경기 승리와 함께 선두 경쟁팀 삼성, KT가 모두 패하면서 역전 1위의 가능성이 열렸다. 만약, LG가 남은 3경기를 모두 승리한다면 삼성, KT의 결과에 따라 순위 상승이 가능하다. 1위가 어렵다 해도 2위로 될 수도 있다. LG로서는 온 힘을 다할 수밖에 없고 롯데와의 마지막 2연전에서 그들의 최종 순위가 결정될 수 있다. 롯데로서는 순위 경쟁의 변수가 된 셈이다. 롯데가 느슨한 경기를 할 수 없는 이유가 생겼다. 

 

 

시즌 10승 도전의 마지막 기회 남긴 박세웅

 


롯데는 순위 경쟁에서 탈락했지만, 다른 순위 경쟁을 결정하는 팀으로 존재감을 보일 수 있다. 순위와 상관없이 LG와의 마지막 2연전은 포스트시즌과 같은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승리에 대한 의지가 남다를 LG를 상대로 롯데가 어떤 경기를 할지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롯데는 올 시즌 LG에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올 시즌 타선이 약하는 평가를 줄 곳 받았던 LG였지만, 그들 타선의 주축을 이루는 좌타자들이 롯데 투수들에 강점을 보였고 LG의 강력한 마운드에 롯데 타선은 고전했다. LG는 상황에 따라 롯데에 천적과도 같은 에이스 켈리를 포함해 마운드의 역량을 모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맞서는 롯데는 2017 시즌 이후 다시 시즌 10승에 도전하는 박세웅과 에이스 스트레일리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타선의 구성도 주전 타자들이 대부분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시즌 마지막 2연전에서 롯데의 미래를 책임질 한동희, 나승엽 등 젊은 선수들의 중심 타선을 구성하는 그림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런 마지막 대결과 함께 롯데는 신인왕에 도전하고 있는 영건 최준용이 마지막까지 인상적인 투구를 할 수 있을지와 상징성이 큰 시즌 20홀드 달성 여부 최다 안타왕을 사실상 확정했지만, 타율 부분에서도 선두 이정후를 추격하고 있는 전준우의 타격 2관왕 달상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현역 선수 중 통산 안타 부분에서 선두로 올라선 손아섭이 최근 물오른 방망이도 지켜볼 부분이다. 불혹의 나이에도 19홈런 80타점을 기록하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이대호의 시즌 20호 홈런 달성 여부도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결과가 확정됐지만, 롯데가 남은 경기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동기부여의 동력이 사라지고 다소 힘이 빠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롯데는 다른 누군가의 시즌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또한, 소속 팀 동료의 중요한 타이틀도 걸려있다. 후반기 선전의 마침표를 잘 찍어야 한다는 명분도 남아있다. 롯데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이는 그들을 마지막까지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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